[▲던전앤파이터 송창규 테크니컬 디렉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게임 개발사(or퍼블리셔)를 꼽아보자. 일단 1등은 고민할 필요 없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쁘고 안 좋은 건 언제나 '넥슨' 차지였다. 던파, 메이플, 마영전 등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며 많은 유저를 보유해서 그렇기도 하고, 실제로 유저가 보기에 운영 능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다.

사실 운영에는 답이 없다. 무수히 많은 해답 중 하나를 찾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인기가 높은 게임일수록, 많은 유저를 보유한 게임일수록 해답을 찾는 과정은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진다. 문제는 유저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운영에도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가 왔다.

넥슨 그룹에서 13년 차 근무하고 있는 송창규 '던전앤파이터' 테크니컬 디렉터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그 속도에 대한 해답을 한가지 내놨다. 이번 강연은 '유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 반응적 라이브 개발-유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발표자 소개-던전앤파이터 송창규 테크니컬 디렉터

1999, 한스타 개발 1999, Gabriel Knight 3 한글화, 출시 2001, Worms World Party 한글화, 출시 2002, Crazy Arcade 참여 2002-2003, Dizzy Pang 개발 리드, 출시 2004-2006, Big Shot 제안, 기획, 개발 리드, 출시 2006-2010, Bubble Fighter 개발 리드, 출시 2010-2011, Mabinogi2 개발 참여 2011-, Dungeon & Fighter 테크니컬 디렉팅

"라이브 서비스를 하게 되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있다. 게임이 점점 오래될수록 덩치가 커지고 개발자와 유저간의 거리는 계속 멀어진다는 것이다."

송창규 디렉터의 말이다. 게임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언젠부터인가 유저들이 어떻게 게임을 즐기는지 챙기는 것은 퍼블리셔와 운영의 영역이 되었다. 덕분에 유저들과 가장 가깝게 소통해야 할 개발자들은 오히려 가장 멀어져 버렸다. 유저들의 이야기를 개발자들이 직접 듣지 않으면 게임에 피드백이 반영되지 못하거나 늦게 된다. 특히 '던전앤파이터'는 서비스된 지 9년이나 된 게임이다.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이 그만큼 많으며 일부 유저들은 개발자보다 문제 파악이 빠르다.

실제 사례도 있다.

작년에 던파는 '버스트샷' 버그가 있었다. 개발팀에서 버그를 확인하기 위해 재연을 하려고 했지만 쉽게 재연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모 커뮤니티에서 버스터샷 대미지 이상 버그의 원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놀랍게도 어떻게 버그가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짚었으며 해결책까지 명시하고 있었다.

[▲버스터샷 버그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준 유저]


사례가 또 있다.

던파는 작년 9월에 '대전이' 패치를 진행했다. 송창규 디렉터의 말을 빌리자면 거의 '대격변'급 패치였다. 1~54레벨 던전을 재디자인 할 만큼 공들이고 또 공들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윈도우 XP에서 실행이 안 된다는 유저 피드백이 급증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XP를 가지고 있는 사무실 모든 컴퓨터에서 해당 버그가 재현이 안 됐다. 개발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웃바운드 원격 지원으로 해당 원인을 확인했다. XP 서비스팩2에서 발생한 문제였다. 그런데 웬걸, 이걸 해결했더니 이제 윈도우7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무슨 문제인지 확인하려는 찰라, 유저 한 명이 '폴더명을 바꾸면 해결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송창규 디렉터는 속으로 "이걸로 해결될 리가 있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덧글이 곧바로 달렸다. 물론 미봉책일 뿐이었지만 왜 유저들의 피드백에 개발자가 귀 기울여야하는 지 알 수 있는 사례였다.

[▲폴더명을 바꾸자 문제가 해결되었다]



■ 유저 목소리 듣기-유저 모니터링 툴을 만들다


자 그래서 유저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다. 유저 동향 파악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는 것인데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볼 수 있는 시야도 한정적이다. 퍼블리셔에 요청하면 직접적인 피드백보다는 그저 동향 정도만 파악하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검색을 통해 알 수는 있겠지만 말그대로 '노가다'였다. 좀 더 빠르고 효율적인 '툴'이 필요했다.

[▲4개 던파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툴을 만들었다 ]

그래서 송창규 디렉터가 개발한 것이 바로 '유저 모니터링 툴'이다. 이 툴은 기본적으로 던전앤파이터 4개 대형 커뮤니티의 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검색 키워드 기능도 제공해 개발자가 원하는 키워드에 맞게 해당 내용을 출력해 준다.

딱 봐도 좋은 툴이지만 개발자가 과연 이 툴을 의도대로 사용해줄지가 관건이었다.



■ 내부 영업 활동-약을 팔아보자


같은 개발팀이고 좋은 기능의 툴을 만들었는데 왜 약을 팔아야할까? 송창규 디렉터는 "사람은 익숙함의 노예이자, 관성의 동물, 또한 망각의 동물이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기능의 툴을 제공해도 쓰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특히 손에 익지 않은 물건을 절대로 쓰지 않는 개발자들의 특성상 내부에서 홍보를 제대로 해야 '유저 모니터링 툴'이 보편화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유저 모니터링 툴에 대한 초기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내부 홍보 자료를 만들어 개발자들에게 배포하고 '유저 모니터링 툴'의 기능과 실제 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했다. 반응을 놀랍도록 긍정적이었다. 개발자들이 회의나 게시판에서 이 툴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는 횟수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개발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무엇보다 문제에 대한 '빠른 발견'을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한 추적과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문제에 대한 정량적/시기적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았다.

[▲활용도가 높아지니 아이디어와 제안이 많아졌다]



■ 유저 모니터링 툴-확장 그리고 발전


유저 모니터링 툴에 대한 개발자의 활용이 높아지자 요구도 많아졌다. 먼저 확장된 기능은 '외부 오픈'이다. 사내에서만 쓸 수 있게 개발되었지만 출장 중이거나 집에서도 모니터링 툴을 볼 수 있도록 오픈을 했다. 또, 모바일에서도 볼 수 있도록 모바일 페이지도 만들었다. 다양한 시야에서 볼 수 있도록 키워드 셋도 추가했다.

유저 대응이 점점 빨라지자 곧바로 유저 피드백이 왔다. "최근들어 던파가 개념 있어진것 같다"는 의견이 커뮤니티에 증가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개발자들이 더욱 전면에 나설 수 있었고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졌다.

[▲개발자들이 유저 모니터링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활용도가 높아지자 요구하는 기능을 추가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었다]

송창규 디렉터는 유저 모니터링 툴을 통해 개발자들이 이슈에 대해 빠르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개발자가 유저와 직접 소통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 잘하면 좋지만 못하면 완전히 '쪽박'일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개발자가 유저와 편하게 소통을 하다가 이슈가 발생했을 때 분위기 파악을 못해 의미가 잘못 전달되는 문제가 일부 게임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서 송창규 디렉터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일원화하고 되도록 다양한 팀에서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결과가 똑같더라도 과정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나의 의견이 반영되고 참여했다는 느낌과 오너십이 다르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 송창규 디렉터-언제나 ‘이것이 최선인가’ 고민하기


라이브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 소통의 시작은 유저 피드백이며 어떻게 수용하고 대응하느냐가 이번 강연의 주요 요지였다.

라이브 서비스가 오래되고 유저들이 많은 게임일수록 피드백을 파악하는데 드는 노력이 증가하고, 일부를 보고 전체라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송창규 디렉터의 이번 강연은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해서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괜찮았다는 점은 '유저'와의 소통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그것을 최우선 순위로 뒀다는 점이다.

송창규 디렉터는 강연을 마무리 지으며 무엇을 진행하든 "이것이 최선인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조심스러운 단어 선택 하나 하나에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 과정 또한 올발랐다면 유저와의 '소통'은 억지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유저들 반응 또한 기대해도 좋다.

[▲던파 최적화 패치 이후 반응들(※출처: 던파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