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


"게임을 의학, 심리적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면 의료계에 필요한 기능성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게임의 긍정적 활용을 이야기한 강연 '뇌 활성화 임상치료 분야에서의 게임 활용 사례'가 NDC 2014에서 발표됐다. 해당 강연은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가 발표를 담당했고 오후 5시 4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덕현 교수는 뇌의 설명에 컴퓨터 부품을 비유하면 쉽다고 이야기하며, 게임에서의 자극을 시각적, 청각적, 재미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리고 작동 기억(Working Memory)이 있기 때문에 반응적인 측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를 기반으로 치료 분야에서 활용되는 게임 사례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시작에 앞서 "작년에 뵙고 나서 두 번째다. 이런 자리를 통해 게임과 의료에 있는 분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 사회적 편견이 풀리고 서로 발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자리에 선 소감을 말했다. 곧 이어진 강연의 시작은 작년 NDC 2013에서 진행한 바 있는 '게임과 뇌과학'의 리뷰부터 였다.



■ NDC 2013 강연 리뷰 - 게임과 뇌과학

먼저, 뇌는 우리 몸에 있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손가락은 관련 근육들이 조합을 이루면 움직일 수 있지만, 뇌는 손가락이 움직이면 모든 영역이 활성화되어 그 중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들다.

뇌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한 두 가지로 설명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뇌의 설명은 초기에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뇌 과학이 발전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컴퓨터의 부분들을 빌어 이해하기 쉽게 되었다.

예를 들어 뇌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은 컴퓨터의 키보드, 뇌의 두정엽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뇌의 전두엽은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잘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뇌의 부분을 컴퓨터 부품으로 보거나 컴퓨터의 부품화된 것을 뇌에 적용하는 등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뒤에서 이야기할 게임 분석 모형의 시초가 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게임 자극과 반응 구조를 보면 자극의 측면에서 시각적 자극과 청각적 자극이 있고 후각과 촉각이 있는데, 후각과 촉각은 아직은 구현할 수 없지만 조만간 발전을 거듭해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게임은 재미란 부분이 있는데, 재미는 반복과 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복되는 포맷 안에서 유저들이 사용하는 변형에 의해 다른 유저들이 재미를 느끼게 하는 그런 면들이 말이다. 또, 그 속에서 '새로움(Salience)'을 느낄 수 있다고도 전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었는데, 술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은 술병을 볼때마다 계속 새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술을 먹고 괴로운 기억이 있었던 사람은 술병을 보고 새로움을 느낄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작동 기억이 있기 때문에 반응적인 측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작동 기억이란,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계산할 때 사용하는 기억을 말한다. 예로 1+1 = 2는 상당히 쉬운 계산이지만, 계산의 답을 도출해 낼 때 1를 암기해야 하고 더하기의 프로세스를 알고 있어야 2를 생각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게임을 할 때 시각, 청각, 작동 기억이 하나가 돼서 컴퓨터가 주는 자극적인 측면을 인간은 반응적인 측면으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 게임은 뇌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2002년부터 저희 연구팀에서 했던 게임에 대한 뇌의 반응, 이러한 것들의 정리를 한 번 해볼까 한다. 사실 의사기 때문에 처음엔 게임 중독을 담배나 술 등의 화학적인 모형에서 시작했지만, 연구를 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담배, 술 등 중독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과 컴퓨터에서의 뇌 반응, IT 자극에 대한 반응은 매우 중립적이었다. 과다하게 많이 사용하는 쪽은 늘어나고 사용 안 하는 쪽은 줄어드는, 바꿔 말하면 화학적인 부분의 곡선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가소성적인 면이 있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비교한 것이 프로게이머와 중독 성향이 있는 사람이었다. 결과는 전두엽, 후두엽과 기저핵 부분에서의 차이로 인해 이것이 게임 사용의 취약성에서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세계에 있는 120개 정도의 뇌 연구들을 리뷰하면서 '개인의 취약성과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어떻게 바뀌는가'에 대한 연구를 보다 이론적으로 정립하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일반인과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의 두 가지 뇌가 있었는데, 게임을 많이 할 수록 뇌가 변형되었고 이는 얼핏 보면 게임이 뇌를 변형시킨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A란 사람과 B란 사람이 매일 초콜릿을 500g씩 먹었을 때, 한 사람은 뚱뚱해지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면 이것은 초콜릿의 문제일까, 사람의 문제일까? 우리는 이것을 취약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가설하에 게임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다.

물론, 게임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영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용해 뇌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면 진정한 기능성 게임이 탄생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 게임과 의학 요소로 만든 기능성 게임 - 포키포키

미국의 자료를 보면 게임이 백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아이들이 약을 먹고 더 호전되는 역할을 하는 것. 즉, 게임을 통해 약을 먹으면 어떻게 건강해지는가에 대해 시각화를 한다.

사실 지금 개발되어 있는 기능성 게임들은 이런 형태들이 많다. 제일 유명한 것이 날라오는 암 세포를 쏘아 맞히는 '레미션'이라는 슈팅 게임이다. 암세포와 싸워야겠다는 의지는 심어주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한다고 본다.




게임의 요소를 의학적인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정확하고 의료계 쪽에서 원하는 기능성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게임의 요소는 많더라. '누구나 게임은 한다'라는 책을 보면 메커니즘, 스토리, 아트, 테크닉 등을 게임의 요소라고 말한다.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의학적인 심리 요인으로 설명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게임에서 게임 요소와 의학적 요소를 함께 분석 툴로 설명하고 그 요소를 필요로 하는 기능성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중에 출시된 포키포키 게임을 자폐 아이들의 대인 관계 개선에 활용했다.

아바타가 자신 대신 상대방을 보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앨 수 있어, 임상에서 하고 있는 인지 행동 치료의 메뉴얼을 포키포키로 똑같이 구현했다. 아바타가 환자를 대신해 인지 행동 치료를 받고 이를 환자가 자신으로 인지하고 보게 된다. 물론 타이핑으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아바타를 움직이는 것은 환자 자신이다.

포키포키가 처음부터 자폐아를 위한 기능성 게임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 요소만 잘 뽑는다면 실효적인 요소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 게임과 의학 요소로 만든 기능성 게임 - 알라부

SNG 게임이고 30~50대 여성을 주 연령층으로 잡았다. 유방암 환자에게 있어서 치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암환자의 상태가 아바타와 같이 진행되고 의사가 준 퀘스트를 잘 수행할수록 아바타의 모습이 호전되기 시작한다. 항암제가 하나의 게임 퀘스트가 되기 때문에 항암제를 제때에 먹을 수 있게 알람 등의 기능도 넣었다.

게임상에 등장하는 탁솔, 시스플라틴 등은 전부 항암제다. 이런 항암제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도 하나의 게임 요소로 집어넣었다. 예를 들어 탁솔을 먹으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자나 두건을 써야 한다. 그리고 모자나 두건을 사기 위해서는 런닝 머신을 뛰어 코인을 얻어야 한다.




알라부는 6월 2일부터 서비스되는데, 막상 개발비만 책정했지 클라이드 서버는 생각을 못 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넥슨에서 무료로 클라우드 서버를 지원해 3개 대학병원에서 암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기존에는 없었던 개념이었기 때문에 게임 업계의 심사위원 설득이 너무 힘들었다. 항암 치료는 너무 힘들기 때문에 계획대로 치료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알라부가 항암 치료의 도우미가 되어, 5년 생존률을 5%만 올려도 의료계의 엄청난 혁신이고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게임 요소를 많이 끌어낸 기능성 게임 - 호두 잉글리쉬

NC 소프트에서 만든 영어 교육 게임으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학원을 돌아다니며, 직접 수업받는 것을 관찰했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게임 내에 물어보는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게임의 선생님이 화를 내고 다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답변은 보이스는 물론 타이핑으로도 가능한데, 시각, 청각, 말하기까지 전부 만들어버린 게임이었다.




재미가 있고 작동 기억으로 인해 원어민과 직접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진짜 원어민을 섭외해 수업을 진행하려면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하지만, 그에 비해 호두 잉글래쉬는 싼 편이라 코스트 대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원어민이 12명의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평가했는데, 1명은 최고 수준, 4명은 영어 울렁증, 6명은 평균, 나머지 1명은 거의 못하는 수준으로 나왔다. 이후 몇 주간 호두 잉글리쉬로 공부를 시킨 다음 다시 평가했더니 최고 수준의 아이는 큰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영어 울렁증 중 2명을 포함한 하위권 9명이 전부 평균 수준이 되었다.

이런 결과는 아이들의 작동 기억 처리 속도에 비례해 평균에서 평균 이하의 수준까지는 도움이 되는 게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확실히 트레이닝을 통해 멀티태스킹이나 작동 기억이 좋아질 수 있고 게임이 가지는 이점들을 많이 끌어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영어 교재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로제타스톤이라 것이 있는데, 호두 잉글리쉬와의 차이점을 보자면 학습 과정, 상호 작용, 상상력의 세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QnA

Q. 포키포키 세션 이후에 자폐 아동에 대한 통계적인 유효함이 있었나?
- 있었다. 포키포키에 대한 논문을 외국 저널에 넣었는데, 8번 만에 실렸다. 그 기간이 3년이다. 그동안 학계가 발전해서 게임에 대해서도 봐주기 시작한 것이다.

Q. 향후 투자할 만한 사업적인 가치가 있는가?
- 잘해야 한다(웃음). 현재 나와 있는 기능성 게임의 문제로 재미가 없고 효과와 판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 성격 좋아지는 게임을 시켜 놓고 집중력은 떨어지는데 성격까지 나빠지는 게임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대상을 정해야 하는지는 꼭 전문의하고 협업하는 것이 좋다.

Q. 게임이 가장 자극적인 매체일까? 4D 영화와 차이가 클까?
-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게임은 학습 과정, 상호 작용, 상상력이란 것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게 더 효과가 큰지는 잘 모르겠다.

Q. 게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라면 게임 중독을 예방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당연히 가능하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게임 과몰입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이 돼서 게임 과물입에 빠진 아이들의 발전이 덜 된 쪽의 뇌를 개발시켜주고 너무 발달된 쪽은 좀 줄여 밸런스를 맞춰주었으면 좋겠다. 마치 약시인 사람의 시력을 조절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Q. 의료 쪽에서 기능성 게임으로 가장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는?
- 재활, PTS 부분, 암 분야, 발달 장애 분야 등 너무 많다.

Q. 가상 현실 치료는?
- 가상 현실 치료는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가상 현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학습 과정, 상호 작용, 상상력이다. 그래서 게임과 가상 현실 치료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표적으로 팔이 잘려서 온 환자가 손가락이 가렵다는 환상이 생기는데, 팬텀 현상으로 인한 것이다. 이 또한 가상 현실 치료로 극복할 수 있다.

Q. 게임이 정규 교과 과정이 되려면?
-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먼저 인터넷 게임 플레이에 대한 예절이 시작되고 난 후에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