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캐'. 흔히 '망한 캐릭터'를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캐릭터의 방향을 잘못 잡았거나 스킬, 스탯을 잘못 투자했거나 밸런스 조정이 아쉬워 '영원히 고통받는' 캐릭터들을 흔히 망캐라고 하지요.

게임에서 망캐는 다시 키우면 그만입니다. 다만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요. 혹은 스탯을 재분배하거나 좋은 장비로 대체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망캐는 어떨까요? 이도저도 안되는 어중간한 사람. 게다가 축캐(축복받은 캐릭터)나 성공한 캐릭터로 거듭나기 위해 남들의 배가 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시 키울 수가 없으니까요.

▲ 넥슨 메이플스토리 해외 사업실의 박 연 개발자

그래서 다들 몇 십년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스스로 노력합니다. 현실의 망캐가 되지 않기 위해서지요. 오늘 NDC에서 현실의 '망캐'에 대한 강연이 열렸습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해외사업실에서 재직중인 박 연 개발자의 강연의 주제가 바로 '망캐'였습니다. '게임 개발자로 전직과 그 이후 - 저는 망캐일까요?' 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강연이었죠.

그는 강단에 서서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여 공학도의 나날을 보냈지요. 그는 자신의 전공에 심취해 입대도 미루며 열심히 공부했다고 밝혔습니다. C++, C# 등등 다양한 언어를 공부하면서 기초 과목이나 게임 개발과는 관련이 없어보이는 웹 개발 언어인 PHP, ASP등의 언어도 공부했다고 하네요.


▲ 그가 '망캐'로 걸어온 길


"기초 과목이나 ASP, PHP 등 게임 개발과 관련 없어보이는 웹 프로그래밍언어도 공부해두시는게 좋습니다. 면접이나 실무를 위해서라도요. 다양한 개발 언어말고도, 영어도 공부해두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프로그래머는 메리트가 크거든요. 물론, 저는 안했지만요.(웃음)"

이후 그는 대학생활을 하며 느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에 입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제가 망캐로의 첫 걸음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웃음)"

입사해보니 직원은 자신을 포함해 고작 2명. 업무도 생각하는것과 전혀 달랐고 많은 잡무를 처리하면서 그는 결국 3개월 밀린 월급과 더불어 퇴사를 선택합니다. 아, 월급이 3개월 밀리면 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짤막한 팁도 덧붙였지요.

이후 그는 프리랜서의 길을 걷습니다. 일용직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면서 많은 경험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책임감도 강해지고, 뒷 세계에서 일하며 풍족한 소득을 올리는 등 득도 많았지만, 그만큼 느낀 것도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제 진짜 게임 업계에서 일을 하고 싶어 퍼블리셔에 입사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빌링 서버 개발자로 활동을 시작했지요. 그리고 서버 개발자로 전향을 했습니다. 서버 개발자가 몸 값이 비싸다고 들었거든요.(웃음) 빌링 시스템은 매출과 직결되다보니 좀 위험할 것 같기도 했지요.

그래도 퍼블리셔로 일하면서 라이브 서비스의 무서움과 노하우등의 업무도 알게 됐습니다. 게임 서비스의 대한 밑그림도 그릴 줄 알게 됐고, 해외 서비스가 꿀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다만, '매너리즘'이 너무 강하다는 걸 깨달았지요. 퍼블리셔는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항상 안정적인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결국 퍼블리셔의 길도 포기하고 개발사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 곳이 바로 현재 그가 재직중인 넥슨의 메이플 스토리 서비스 팀이지요. 신규 개발팀으로 가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지만, 퍼블리셔에서 일하며 매너리즘에 빠진게 아무래도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자신감도 부족했고 적성이나 지능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결국 시간이 약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메이플 스토리 라이브 서비스 업무를 보면서도 아쉬운 점이 생긴것 같아요. 해킹 방어나 데이터 추출 등 여러가지 업무를 하다보니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매너리즘'이었죠.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진 스스로를 타개할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는 스스로가 메이플 스토리의 헤비유저가 되니 업무의 효율도 오르고 욕구도 생겼다고 고백했습니다. 내 캐릭터 NPC를 만들거나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며 신규 아이템 기획도 맡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직의 대한 욕구도 생겨 현재는 메이플 스토리의 해외 업무를 담당하고 지금까지 개발자로서 길을 걷게됩니다.


"이제 마지막이네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되고 싶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봤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또, 일을 할 때 힘들면 안되고 보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재미를 가질 수 있는 일을 해야하고요.

뭐, 돈도 많이 벌어야겠죠. 많이 벌면 좋은 일도 할 수 있을거고요.(웃음) PY Soft의 사훈이 생각납니다. '행복한 젖소가 맛있는 우유를 만든다'는 좋은 말이었죠.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룬게 없기 때문에 스스로가 망캐인것 같긴합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좋은 날이 있겠지요. '내가 그때 스탯을 이렇게 찍기를 잘했지!' 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오지 않을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