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 ]
김학규 대표의 강연은 게임 업계 종사자 뿐 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으로서도 되새겨 볼 게 많았습니다.

20년, 게임업계 태동기부터 함께한 인물답게 그의 강연에는 연륜이 묻어 있었습니다.

감추고 싶은걸 드러내고, 아픈 곳 쿡쿡 찌르는 예리함은 없었습니다.

듣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꺾인 상병' 말투가 아닌, 침착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짬이 찬 '말년 병장'의 이야기였습니다. 업계에 들어오고 싶은 지망생, 훈련병, 이등병, 일병, 상병 분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받아 적을 준비 마쳤습니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NDC 테마가 '체크포인트'잖아요. 한 번 짚고 넘어가자는 거죠. 저도 어느덧 게임 개발한지 20년 이상 지났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 되돌아보고 여러분들과 공유하면 저 역시 얻는게 많을 듯 합니다.



▲ 사람이 일정 단계 이상 도달하려면 '지속적 갈망'이 포인트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할 수 밖에 없어요. 일 만 시간의 법칙인가, 거기에서도 많이 소개됐어요.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하나만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지루해집니다.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고요. 지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 무엇인가 생각해봤어요.



▲ 제가 존경하는 후배 중 한명인 김동건 프로듀서가 이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갈망의 아궁이'라고. 이게 어떤 존재이고, 부족하게 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강연이었죠. 저도 인상깊게 봤어요.



▲ 이걸 어떻게 분석할까 생각하면서 본 책이 있습니다. '결핍의 경제학'이라는 책인데, 여기서 '결핍'이라는 단어에 대한 분석적인 내용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결핍은 긍정적, 부정적인 면이 다 있습니다. 부정적인 결핍은 사람을 근시안에 빠지게 하죠. 하지만, 적절한 결핍은 계속 사람을 집중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란 얘기를 보고 많이 공감했어요. 그럼 전 무엇에 결핍을 느끼고 살았는지 쭉 돌아보겠습니다.



▲ 처음에는 지식의 결핍이 있었어요. 컴퓨터 막 다루기 시작할 때, '내가 게임을 만들 수는 없을까?'와 같은 기초적인 것이었죠. 그땐 잡지에 나온 소스코드 막 타이핑해서 어설프게 만들어보곤 했는데 말이죠. 이후에는 좀 더 제대로 된 게임을 접했어요. '울티마4'편부터 6편까지 즐기면서 진짜 놀랐죠. '어떻게 해야 이런 걸 만들 수 있는거지'라고. 결핍 채우려고 영어로 된 책 사서 소스코드만 들여다보고 그랬던 때였습니다. 그러면서 살다보니 이번에는 번듯한 작업실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20대 초반일 땐 '내가 이거 만들면서 먹고 살 수 있나'라는 고민도 들었습니다. 그 땐 산업이 발달하기 전이었으니까요. 조직을 꾸리고 나선, 조직을 안정시키고 싶다는 결핍도 느꼈죠. 이건 또다른 차원의 결핍이었습니다. 좀 먹고 살만해진 후에는 더욱 인정받는, 게임 역사의 한페이지에 남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이런 결핍이 계속 나오고, 또 소재도 꾸준히 바뀌는 걸 보니 느낄 수 있었어요. 결핍 창출 능력이야말로 오랫동안 일하기 위한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잡스 형님도 그러셨어요. 배고프게 살고 어리석게 살라고요. 저도 공감합니다. 사람은 배고파야지 계속 갑니다.



▲ 이어서 말할게요. 울티마 시리즈 영향 받아서 제대로 된 RPG를 만들겠다고 이쪽 업계에 뛰어들었는데요. 정말 이것저것 몸부림 많이 쳤어요. 사실 너무 힘들었죠. 모르는 건 끝도 없었기에 미션 하나하나가 너무나 벅찼습니다. 결국 목표를 깎고, 깎고, 깎았습니다. '그래, 울티마보다는 이스같은 액션 RPG가 조금 더 만들기 쉬울거야'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것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 그래도 게임은 진짜 만들고 싶었고, 결국 타협을 본 게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습니다. 그 때 나온 게임이 '리크니스'였어요. 하지만 그것조차도 저 혼자서 다 만들지 못하고 다른 팀에 있었던 최연규 씨 등과 함께 공동으로 만들었어요. 출시도 제 손으로 못했지만... 어쨌든, 목표를 비슷하게 달성이라도 하니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후 32비트 환경이 되니 개발하기도 좀 더 편해졌습니다. 여러가지 오브젝트나 NPC, 몬스터 등을 더 추가해볼 수도 있었고요. 그렇다 해도 '라스 더 원더러'는 아직 게임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한게 많았습니다. 게임 다 깨면 '죄송합니다. 다음엔 더 잘 만들겠습니다.'라고 오버롤 띄운 것도 이때문이었고요.



▲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이렉트엑스 환경이 구현됐어요. 이제 메모리도 많이 쓸 수 있고 비주얼스튜디오도 활용 가능했죠. 해볼 수 있는게 엄청나게 많아지더라고요. '개미맨2'는 외주로 개발했는데, 이왕 만들 거 당시에 재미있었던 게임의 요소들 다 넣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건스타 히어로즈'나, '혼두라'에서 볼 수 있었던 시스템도 넣어봤죠. 그거 만들 때가 저 학교 다닐 때였는데, 버스 뒷자석에서 노트북 열고 다관절 에디터 짜고 그랬어요. 참, 그게 아직도 기억나네요.



▲ 98년에 출시된 '스팅'은 '개미맨2'에서 아쉬웠던 요소를 보완하고 더욱 정교한 게임성을 구현하고자 노력한 작품입니다. 액션 연출도 강화하고, 미니 게임도 넣어보는 등 제가 생각해왔던 것을 하나하나 넣어 보았죠. 횡스크롤 액션 게임만 쭉 만들다보니 나름 자신감이 붙었다고 할까요.



▲ 무슨 일을 하던 가장 중요한 게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것을 상사에게 컨펌받은 뒤 수동적으로 고치는 것은 오래 해도 실력이 별로 늘지 않아요. 스스로 만든 작품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서 피드백을 받고 고치는 과정이 있어야지 방향 설정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때 배운 노하우를 기반으로 RPG에도 도전했어요. 정말 우여곡절 끝에 나온 '악튜러스'입니다. 거의 한풀이에 가깝다시피 만들었어요.



▲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느정도 깊이에 도달하면, 무언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다만, 단순히 오래 했다고 깊어지는게 아니라 앞서 말했던 것처럼 스스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조금씩 발전해야됩니다. 게임하다보면 이런저런 유혹 많이 받아요. 이게 유명하다더라, 이게 유행한다더라, 팔랑귀가 되죠. 내가 지금 하는게 잘하고 있는 거 맞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한가지 주제를 잡고 5년 이상 깊이있게 파서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을 꼭 체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일종의 장인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안정적인 기반도 다져지는 동시에 학습자로써 새로운 영역도 생기고요. 배운 만큼 두려움도 줄어듭니다. 게임개발 뿐 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는 거예요.



▲ 외부 문화를 꾸준히 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처음에 책으로 시작했어요. 업계 초창기에는 관련 서적이 별로 없어 어려웠지만, 시대가 발전하면서 조금씩 자료를 모을 수 있었죠. 인터넷으로도 전문 자료를 얻을 수 있었고요. 새로운 지식과 자료를 얻는 것은 항상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주제를 갖고 토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예전 강연 기록들도 뒤져보면서 꾸준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남들이 별로 하지 않는 것을 먼저 시도해보려면 말이죠.



▲ 또, 그전까지는 게임 관련 서적만 계속 봤는데, 회사를 운영하고 나서부터는 경영 관련 서적도 많이 봤습니다. 아, 경제 서적도 함께요. 최근엔 실용적인 책보다는 좀더 기초과학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교양서 등도 보면서 아이디어 얻고 있고요.




▲ 게임이 결국 세상 돌아가는 걸 기반으로 나오다보니, 사회도 물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경제, 인센티브에 대한 반응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데 소양을 쌓아둔 것이 게임 만드는데 조금씩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분야를 꾸준히 접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 94년에서 98년 사이였을 겁니다. 숙대입구에 게임관련 학원이 하나 있는데, 강연 하나가 구멍이 나서 제가 대타로 수업 들어간 적이 있었거든요. 가보니 학생들이 별다른 커리큘럼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만들었던 엔진이나 소스 같은 것을 정리해서 강연자료 만든 다음 설명하고 그랬거든요. 제가 오히려 더 많이 배웠습니다. 스스로 정리하는 시기였다고 할까요. 선생님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이미 보답을 받는다고 느꼈습니다. 그 때의 강의 경험도 이후 작품을 개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자신만의 노하우라고 생각하고 아껴놓는 거, 시간 지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빨리빨리 알려주고, 공유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일단 자신의 인지도라도 올라가죠. 이 부분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 과거를 돌이켰을때 아쉬운 점도 생각해 봤습니다.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면 무엇부터 고쳐야 할까 말이죠. 중간에 조직이 몇 차례 바뀌었는데 그게 정말 뼈아픈 경험이었습니다. 2002년에는 회사를 나가면서 리셋도 경험했고요. '금방 복구할 수 있을거야.', '회사 창업하면 될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닥쳐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도 그 때 알았습니다. 게임만드는 시간보다도 팀 꾸리는 시간이 훨씬 더 필요하다는 것도 당시에는 계산 못했고 말이죠.



▲ 중요하게 생각해야되는 것 중 하나가 팀 전체의 IQ입니다. 지능지수가 아니라 팀 단위의 문제해결 능력을 말하는 거예요. 버그가 났다고 가정해보죠. 가장 낮은 수준의 해결은 단순 증상 해결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바로 원인 해결이겠죠. 팀 단위라면 이게 복잡해져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한 일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팀 단위로 에러가 날 수 있습니다. 원인 해결을 위해 팀 전체가 공통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되는 부분이 많다는 겁니다. 이게 되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다 됐다고 볼 수 없는 거고요.



▲ 팀워크가 갖춰진다는 데는 여러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그중에서 중요한 건 역시 얼마나 공통된 경험을 많이 했는가겠죠. 그게 중요하다는 것을 그라비티에서 갈라진 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좋지만, 예전에 경험했던 것을 잃어버린게 컸어요. 예전 멤버들을 꾸준히 이끌고, 새로운 인력이 더해졌다면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 또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창업 당시 관련 분야 이해도가 너무 낮았다는 겁니다. 결국 이게 조직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한 원인이었던 것 같고요. 오래 가려면 처음부터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창업이던 퍼블리싱이던 마찬가지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 부분부터 꼼꼼하게 점검했을 것 같습니다.



▲ 생각만 했지 실행까지 옮기지 못한 데에서도 아쉬움이 오는데요. 아까 말씀드린대로 한 우물을 꾸준히 판다는 것은, 유행에 눈 돌리지 말고 포커스를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아, 그 때 그것에 좀 더 관심이 많았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제가 예전에 모바일 플랫폼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모바일로 화면을 스트리밍해서 어디서든 게임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만들었습니다. '지모컨'이라고 해요. 하지만 이걸 꾸준히 발전시키지는 못했어요. 결국 모바일 붐은 조금 더 후에 터졌고요. 그 타이밍을 맞췄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텐데...



▲ 또, 게임 개발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까지 못 쓰고 있다는 것도 걸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무의미해지는 기술도 많은 만큼, 쓰려면 빨리 쓰는게 좋은데 말이죠. 이건 지금까지도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입니다. 언젠가는 말입니다.



▲ 특히 아쉬운 부분은, 다른 프로그래머와 그다지 많은 교류를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너흰 어때? 어! 우리도 그런데... 하하, 혹시 그 프로그램 써봤어?' 이런 이야기에도 그 안에는 자극 요소가 분명히 있거든요. 지금은 제가 회사에만 있지, 동종업계 사람들과 교류를 못하고 있는데, 생각해볼수록 아쉬운 부분입니다.



▲ 그렇다고 회사 내부사람들과 교류를 많이 했냐면...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팀장 이상 급하고만 이야기했지, 회사 같이 다니면서 밥 한번 제대로 같이 못 먹어본 분들도 많습니다. 그 사람들과도 게임에 대한 의견 나누면서 생각 공유하고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 지금까지 영어가 미숙해 GDC 한 번 가보지 못한 것도 창피한 일이고요. 한국어, 영어 둘다 써서 개인 블로그 업데이트 하는 프로그래머가 그렇게 부러웠습니다.



▲ 이제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게임 왜 만드세요?'라고, '게임회사 왜 다니세요?'라고 묻고 싶어요. 아마 한가지 이상 답이 나올텐데, 저는 사람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규범'이라고 포인트를 잡아 봤어요. 규범은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 첫째가 시장 규범입니다. '돈 주니까 개발자하죠.' 라고 말하는 것도 맞습니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수는 꼭 필요한 겁니다. 그리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 만큼, 어디에 소속되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료들과 뭔가를 도전하는 게 즐거울 수 있다는 것. 이렇게 공동체로서의 규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시장 규범과 공동체 규범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게임 개발자는 일반 직장인과는 다릅니다. 저는 이걸 '자기 개발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에 대한 갈망, '더 좋은 것을 만들고 싶다'라는 욕심 말이죠. 단순히 돈 버는 것이나 소속된 조직에서 얻는 규범이 아닌, 스스로의 자아 실현과 이어지는 규범 체계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네요.



▲ 물론, 자아실현에만 집중해서도 안됩니다. 회사라면 엄연히 공동체 규범이 있는 겁니다. 게임시장 역시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니까요. 다만, 공동체 규범만 강조되면 시장 논리에 휘둘리고, 자기 규범만 지키면 사회성 결여 우려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게임 회사는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미래의 게임을 함께 그려보는 곳입니다. 그러면서 내일의 게임을 만드는데 열정을 쏟는 그런 곳이죠. 저 역시 게임 개발사를 이끄는 입장인 만큼,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오늘 강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사 작품, 콘솔 포함해서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 무엇인가요?

최연규 씨가 했던 말 중 하나가 있었어요. '유저 입장에서 가장 기억이 뚜렷한 게임은 처음으로 즐겼던 RPG'라고요. 그렇다고 하면, 저는 '울티마' 시리즈입니다. 요즘 나온 작품 중 재미있게 한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아요. 단, '리그오브레전드'는 여러가지 부분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음... 여담으로 회사에선 '철권 태그 토너먼트2' 많이 합니다.


요즘 느끼는 결핍은 무엇인가요?

다시 1등 한 번 해보고 싶은 결핍이 제일 커요.


imc게임즈를 소규모 게임업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회사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위험 요소는 많습니다. 무분별하게 개발자를 뽑으면, 회사 DNA를 상실할 우려가 있습니다. 되도록 큰 규모가 되는 것을 자제하려 합니다. 저흰 중간 규모 회사 같아요.


패키지 게임 개발에 대한 로망이 남아 있으신가요?

만들고 싶죠. 지금도 아쉬운게 하나 있어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은 나름 많이 만들었는데, RPG는 '악튜러스' 제외하곤 딱히 만들지 못했어요. 후속작 만들 여건이 안됐습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생각하는 게, '나중에 수익 관계 없이 패키지 게임 하나 만들어볼까?'입니다.


요즘은 창업하기 좋은 시즌인지 어떤지 궁금합니다.

애플, MS, 구글같은 회사 보면 다 경기 안좋을 때 창업했습니다. 유능한 인재들이 대기업에 있지 않고 밖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넥슨, 엔씨소프트도 전부 IMF 전후에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옛날에 개발했던 작품의 소스를 공개할 생각 없으신가요?

'개미맨2' 소스는 집에 있습니다만, 이걸 공개하기가 애매합니다. 외주로 만들었거든요. 그 당시 회사가 지금까지 번듯하게 운영되고 있으면 허가를 요청할 수 있는데 말이죠. 지금 보니 회사 바뀌고, 최근에는 무슨 대부업체도 연관되어 있고 하니... 누구한테 이야기해야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쉽고 답답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라그나로크'에서 느낀 결핍의 결과물인지?

두 작품은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 사실 그 둘을 연결짓는 주위의 시선이 조금은 부담스러워요.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방향이 유저분들의 입맛에 맞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요.


게임 개발자들이 구직난에 시달리는 요즘입니다. 어떻게 해야 개선될까요?

요즘 게임회사는 구인난에 있습니다. 미스매치 문제 같아요. 제가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NDC 슬라이드 자료 공개된 걸 보니 맨 구석에 'We are Higher'라고 써있더라고요. 회사는 항상 뛰어난 사람을 원합니다. 구직하는 자와 구인하는 자 사이에 타협선을 찾아야 하겠죠.


'개미맨2' 진짜 재미있게 했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만드신 거예요?

아무 생각없이 만들었습니다. 정말 즉흥적으로 만든 거예요. 요즘 말로 약 빤 센스라고 하나요? 예전에 외국 기자분게서 찾아와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초기 한국 게임개발자 중 창의적인 사람이 정말 많다고요. '리크니스'도 해봤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전 그 말 듣고 되게 의아했어요. 당시 게임들 중 모방에서 탄생한 작품이 많았거든요.


결핍을 계속 느끼기 위한 노력을 인위적으로 한 적 있나요?

인위적으로 결핍을 계속 만든다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팁을 드리자면 여행이라던가 전혀 뜬금없는 것에 취미를 갖는 등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보세요. 카메라 관심 당겨서 막 조사하다가 '헉, 이 렌즈 나한테 꼭 필요한 거였네?'라고 느낄 수도 있잖아요. 저도 그간 즐겼던 취미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게임 개발 직접 하시나요?

비주얼 스튜디오 켜본지는 굉장히 오래되었어요.


유니티 엔진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도 사용한 적 있지만, 한가지 우려되는 게 있어요. 여러분의 지식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것 말이에요. 엔진은 결국 빨리 가는 지름길을 모아놓은 거잖아요. 여러분이 지름길만 알고, 샛길... 오솔길을 모른다면, 나중에 환경이 바뀌었을 때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잊으면 결국, 처음부터 도전해야 하거든요. 필요할 때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건 위험하다고 봅니다.


직원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무엇인가요?

강연에서 설명한 자기 규범이 뚜렷한지를 봅니다. 경력자를 뽑을 땐 더 그래요. 퇴사하고나서 공백기가 있었을텐데 그동안 뭘 했는지 꼭 물어봅니다. '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관심있게 봅니다. '그냥 푹 쉬었습니다.'라고 말하면 좋지 않고요.


개발자를 부품 취급하는 게임사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회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증상은 아까 말씀드린 세가지 규범의 밸런스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팀의 열정이 부족하다면 그 열정이 다시 살아나도록 노력해야죠. 해도해도 안된다면, 차라리 창업이 낫습니다.


레이싱 게임 개발할 생각은 없나요?

자신 없어요. 재경이형이 만드는 거 봤는데... 취미로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김학규 대표님. 밥 사주세요.

실제로 저한테 와서 이렇게 말하시는 분은 많지 않더라고요.(웃음)




■ imc 게임즈 김학규 대표 강연 '나의 개발자 인생 회고록' 풀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