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 코리아의 강근영 기획자


"신개념 스토리 텔링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라이브 게임의 현실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기에 앞서 발표자인 넥슨 코리아의 강근영 기획자가 꺼낸 이야기다. 새로운 것은 없겠지만, 현업 기획자의 입장을 느낀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3년 전 넥슨에 입사해 마비노기의 기획을 담당해왔고 적당한 덕력을 자랑하는 지나가는 기획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온라인 세계의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고, 자신의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것을 보는 것도 희열로 가득 찬 경험이었다. 우연히 넥슨에 기획자로 입사했고 마비노기의 스토리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점들을 고쳐보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다 끝나고 돌이켜보니 여전히 문제가 많았다. 문제점들을 수정한 것 같은데, 더 많은 문제점들이 생기는 등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또 온라인 게임은 스토리에 대한 비판이 많은 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모든 유저가 게임의 스토리에 동의하고 시작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족시킬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비판이 모두 취향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늘어지는 설정과 계속되는 전개로 생기는 구멍이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캐릭터성의 붕괴 등 작가의 잘못 역시 있다.

다만 잘못된 스토리가 생긴다고 해도, 당장 작가부터 탓하기보다는 왜 스토리가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왜 스토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내가 스토리를 담당하던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말이다.




스토리는 제작되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고 무너진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도 한국은 외국과 달리 인터넷망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매주 업데이트를 통해 흔들린 스토리를 풀어나갈 수 있다. 다만, 매주 이렇게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기존의 스토리를 작성하는 도중에 마케팅 이슈 등의 여러 요인으로 인해 다른 캐릭터가 추가되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모든 스토리를 다 짜놓고 구성까지 나누어놨는데 말이다.

결국 모든 작업이 끝나고 스토리를 들여다보면, 처음 시작한 유저들도 이해할 수 없고 기존의 유저들도 의아해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급하게 끼어든 캐릭터로 인해 억지 스토리가 되고 뻔한 내용이 나오거나 캐릭터의 설정과 충돌하는 등 섬세한 면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왜 이런 문제점이 생길까?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려면 보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어야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리고 캐릭터 역시 그런 상황에 어울릴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에서 보통은 인물이 핵심이지만 사건이나 배경도 경우에 따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니 결국 스토리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물, 사건, 배경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짜여진 스토리가 있어도 마케팅, 스킬, 미션 등의 게임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동과 손실로 인해 무의미해지는 경우도 있다.

라이브 게임에서 다른 모든 요소들을 배제하고 스토리만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모든 유저가 스토리를 보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은 결국 플레이하기 위한 것이고 스토리 텔링은 게임 플레이의 일부분에 해당한다.




스토리는 게임을 업데이트하며 협의해 가는 과정에서 가벼워지기도 혹은 무거워지기도 하는데, 게임 속의 어디엔가는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게임의 수명을 계속 공급해 주거나 업데이트를 자연스럽게 유저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유저들은 항상 잘 구성된 스토리만을 원하지만 게임 개발에 있어 스토리의 비중은 최우선이 아니다. 따라서 모든 스토리가 멋지게 구현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발에서 비중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언제든지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답이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프레임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그 프레임을 반복시켜 쉽게 안착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해당 프로그램에 안착하기 위해 캐릭터를 잡고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프로그램의 생명을 연장시킨다.

현실은 우연의 연속이지만, 스토리는 필연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필연과 필연이 충돌하는 순간 스토리가 탄생한다. 완벽한 스토리는 없고 아이디어는 계속 생각하고 만들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