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박스라는 것이 무엇일까. 2007년 결성된 인디게임 개발자 모임 게임에이드(GameAde)에서 진행되는 작은 컨퍼런스의 이름이다. 코인박스는 슈퍼마리오가 물음표 상자를 머리로 칠 때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것처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좋겠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이번 강연 제목인 코인박스는 소규모 컨퍼런스의 제목을 따온 것이다.

NDC 2014에서 코인박스라는 강연 제목으로 박선용, 서아람, 황석윤, 장재곤, 전재우, 김종화, 6인의 개발자가 차례대로 강연대에 올라 각자의 강연을 진행했다. 실용적인 예부터 게임잼에 관한 소개, 게임을 만드는 개발기까지. 6명의 강연을 한데 모아 들을 수 있는 강연이 코인박스다.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파워포인트로 애니메이션 만들기 -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

코인박스 첫 강연은 터틀크림의 박선용 대표가 진행했다. 현장에서 직접 파워포인트로 보여주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아티스트 역할도 같이 맡아야 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팀에 아티스트는 없고 외주를 들여 게임을 개발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죠. 이런 상황이 된다면 직접 아티스트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어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픽 리소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딱히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경우가 있다. 아티스트가 없어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 아티스트를 맡는 상황. 그는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파워포인트를 이용하면 쉽게 그래픽 리소스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파워포인트를 통해 비용도 저렴하고 빠른데다가 꽤 괜찮아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캐릭터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간단히 로봇을 그려보죠. 전 그림을 못 그리지 않아요. 빨리 그려야 하기 때문에 이상한 겁니다. 파워 포인트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관절입니다. 로봇의 눈과 몸을 그리고요. 파워포인트 도형은 기본적으로 그림자가 있어 색종이라도 입체감을 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 조용하니 무섭네요.(웃음)"

네모와 원이 합쳐지면서 작은 로봇 하나가 탄생했다. 머리와 몸, 손이 있는 이 로봇 그림으로 그는 즉석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슬라이드를 똑같이 복사해 2장을 만들어요. 복사된 슬라이드에 있는 로봇을 조금 움직여 봅시다. 살짝 팔을 벌려주고요. 철컹철컹하는 느낌이 있어야 하나까 손 모양도 바꿔보죠. 입도 그려줍니다. 자 됐습니다. 처음 그려진 슬라이드와 연결되면서 2프레임짜리 애니메이션이 완성됐어요."

그는 동작이 있는 그림을 참고하여 만들면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각 슬라이드를 모아서 애니메이션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부분적으로 움직이는 이라도 관절에 따라 나누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것이 파워포인트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연을 마쳤다.

"애니메이션에 맞게 관절을 미리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이즈를 조정할 때는 그룹화 후 움직이시고요. 다른 그림을 참고하면서 트레이싱은 절대로 하지마세요.

파워포인트의 단위는 cm로 표시되는데 게임은 Pixel로 표시되잖아요? 1cm는 60px입니다. 이를 기억해 두시면 실제 이미지 만드는 데 도움이 더 될 거에요.

벡터이미지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별다른 라이트 효과없이 입체적으로 표현이 가능하죠. 가격도 싸고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하는 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서툴다면 파워포인트를 한 번 이용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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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와 스타트업. 그 사이에서 고민하다. - 파비욘더게임 서아람 대표

[▲파비욘더게임 서아람 대표]

"인디와 스타트업은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더라고요. 아직까지 정설이 없는 것 같아서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인디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면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에 초점을 맞춰져 있죠."

서아람 대표는 팀아렉스(Teamarex)와 파비욘드더게임(Farebyondthegame)을 통해 인디와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그가 생각하는 스타트업과 인디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번에 강연된 내용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경험했던 그의 이야기였다.


"인디는 호롱불 아래에서 바느질하는 것과 같다면 창업은 작은 공장과 같습니다. 매우 불안하고 리스크가 높은 인디에 비해 스타트업은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있죠. 스타트업을 통해 조금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고 회사 사무실도 생겼습니다."

그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창업 프로그램과 외부에서의 투자, 퍼블리셔의 지원을 받았던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벤처 붐의 영향으로 많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생겼어요.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신청해야 합니다. 선정 요건이 많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준비를 많이해야 합니다.

투자의 경우 멤버의 히스토리나 커리어가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장받아야 하죠. 개발을 하던 사람이라면 낯선 부분일거에요. 그럴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세요.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해야합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거든요. 저같은 경우에는 전문가를 설득해 스타트업을 시작습니다.

퍼블리셔와의 관계 유지도 해야하죠. 개발사가 퍼블리셔에게 끌려간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퍼블래셔와 개발사가 같이 외줄을 탄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팀 삐긋하게 되면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죠."

그는 스타트업은 자금이 들어가다보니 보증이나 부채의 문제도 발생한다고. 또한 마케팅의 문제 때문에 카카오 게임으로 출시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인디와 스타트업 중 어느 한 쪽이 편한 길은 아니에요. 어떤 것을 선택해도 힘든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인디가 게임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자유가 있다면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이 가능하죠. 팀 단위로 보다 큰 규모의 개발을 할 수 있고 파트너를 구할 수 있어요."

인디게임을 출시 할만한 곳은 스팀과 앱스토어, 인디게임 페스티벌 정도가 있다. 좁은 인디게임 시장에 비해 스타트업은 메신저나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게임 출시가 용이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인디게임 개발자의 미래가 너무 어둡게 보이네요. 그래도 5년전에 전혀 인디게임을 공개할만한 곳이 없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어요.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으로 게임을 개발할 것인가 입니다. 너무 두려워 하지 마시고 힘내서 앞으로 멋진 게임을 개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글로벌 게임잼 - BlueArk 황석윤 프로듀서

▲BlueArk 황석윤 프로듀서

"아내가 게임에 대해 잘 모릅니다. 아내에게 게임을 만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리고 싶어 글로벌 게임잼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글로벌 게임잼은 이미지 한장을 주고 아이디어를 내서 게임을 만드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제가 참여했을 때는 우로보로스 이미지를 통해 무엇을 만들 것인지 고민했죠."


우로보스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스트 잇으로 붙여 공유했고, 두 개의 캐릭터가 위아래도 달리는 것을 만들어 보자고 하여 6명이 팀으로 뭉쳤다.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게임으로 만들지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아이디어를 냈고 곧바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48시간 동안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한 뒤 피드백을 받는 자리가 글로벌 게임잼입니다. 발표까지 40시간 남았고 장비는 컴퓨터 2대가 전부였죠. 2명씩 나눠서 각 파트를 담당했죠. 프로토타입도 만들고 A4 용지에 기획했죠. 급한대로 아트는 종이로 만들었습니다."

48시간의 사투 끝에 만들어진 게임은 '런닝 젤리(Runnig Jelly)'이다. 게임잼이 끝난 것이 아쉬워서 추가로 다시 모여 '런닝 젤리'를 앱스토어로 출시했다. '런닝 젤리'는 출시 후 전세계적으로 100만 다운로드 기록했고 나름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고.


"글로벌 게임잼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아내에게 게임을 알려주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는데 오히려 '나는 왜 게임을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죠. 짧은 2일이었지만 재밌게 만들고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인디게임위크엔드 포스트모템 - 장재곤 게임 디자이너

[▲장재곤 게임 디자이너]

인디게임 위크엔드는 게임 개발에 관련된 모든 직군이 모여 짧은 시간에 공통된 주제로 2박3일간 게임을 만드는 행사이다. 지난 2012년 열렸던 제 1회 인디게임 위크엔드에서 '치킨럽'을 만들며 장재곤 게임 디자이너가 느꼈던 점은 무엇일까. 그는 치킨럽 포스트모템을 통해 게임잼이 주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가 참여했을 때 주제는 닭과 달걀이었습니다. 멍하게 단어를 보다가 2개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생각난 아이디어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어느새 팀이 다 짜여져 있더라고요. 결국 팀원을 구하지 못해 남은 사람들끼리 팀을 구성하게 됐죠. 걱정도 많이 됐지만 같은 팀원이 능력자라서 게임을 만들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그는 팀원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했다. 주변을 잘 찾아보면 좋은 팀원을 구할 수 있다고. 게임에서 운이 중요한 만큼 현실에서도 운이 중요하다며 당시 팀원을 만났던 상황을 떠올렸다.

닭을 문지르는 형식의 기본 조작은 하루만에 완성됐는데 막상 게임을 플레이 해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에 독특한 캐릭터를 추가하면 어떨까 해서 일반닭, 모에닭, 게이닭을 추가했고 닭을 문지를 때마다 익살스런 표정을 짓도록 하고 싶었다. 재밌는 아이디어가 제시됐지만 이를 그려낼 아티스트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급하게 주말에 쉬고 있는 지인에게 요청했어요. 물론 소정의 보상도 주었죠. 재미에 영향을 줄만한 것이 있다면 타협은 필요가 없습니다. 돈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투자해야 하죠. 만약 제 인맥이 없었다면 원하는대로 게임을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평소에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된다는 것을 느꼈죠."


새롭게 그래픽이 바뀌었음에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었다. 재미를 위해 제한이 필요했다. 그때 생각한 것은 닭을 문지르면 닭털이 쌓인다는 것. 닭털이 쌓인 뒤에 털을 없애는 방법은 팀원의 의견을 반영했다. 팀원 중 한 명이 입으로 불어 날리는 방법을 제시했고 게임에 추가해 시연을 준비했다.

"시연을 준비하는데 문제가 발생했어요. 녹음한 닭소리와 게임 BGM이 입으로 부는 바람으로 인식되서 닭털이 날아가 버렸죠. 버그가 발생한 거에요. 시연을 포기하고 버그를 고칠지 해당 기능을 빼 버릴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시연을 포기하고 버그를 고치기로 결정했고 발표 직전에 겨우 고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기능을 포기했다면 발표 직전 버그가 고쳐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임을 만들다 보면 포기해야 할 상황은 오기 마련. 그는 이런 상황에 닥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면 바로 다른 대안을 마련해 다음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48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게임잼은 시간 싸움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했습니다. 빨리 해결하라고 재촉하기만 하면 버그는 해결되지 않아요. 팀원을 믿고 기다여야 게임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게임잼에서 게임을 완성시켰다는 자부심도 중요하고요. 설령 완성을 못했다고 해도 실패는 없습니다.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얻은 좋은 경험이 되거든요."

그는 마지막으로 게임잼이 주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게임잼은 학생에게 짧은 시간에 개발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며, 현업인에게는 초심을 찾아주고 색다른 사람과 만나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도록 돕는다. 장재곤 게임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게임잼은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에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축제였다.


■ 게임잼은 기회다 - 전재우 인디게임개발자그룹 게임에이드 운영자

[▲전재우 인디게임개발자그룹 게임에이드 운영자]

전재우 게임에이드 운영자는 어떤 게임잼이 있는가에 관해 강연했다. 첫 번째로 그가 소개한 것은 글로벌 게임잼이다. IGDA가 주최하는 글로벌 게임잼은 매년 1월 진행된다. 글로벌 게임잼의 대표적인 예로는 2013년도 참가작으로는 '수술 시뮬레이터(Surgeon Simulator 2013)'가 있다. 4명의 팀으로 된 보싸 스튜디오(Bossa Studios)가 만든 '수술 시뮬레이터'는 스팀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2010년 국내에서 만들어진 '캔 유어 팻(Can your pet)'이라는 게임도 있다.


7DFPS 게임잼도 있다. 7일 동안 FPS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마인크래프트 제작자 마커스 페르슨(Markus Persson)이 참여했던 게임잼이다. 마커스 페르슨은 7DFPS 게임잼에 참여해 '쉠블즈(Shambles)'를 만들었다. 불릿 타임을 이용한 게임 '슈퍼 핫(Super Hot)'도 7DFPS 게임잼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이밖의 게임으로는 F*ck This Jam과 러덤 데어(Ludum dare)가 있다. F*ck This Jam의 경우 평소 싫어하던 게임을 풍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게임잼이며, 러덤데어는 한 달에서 두 달 정도의 기간이 주어져 6가지 섹션으로 순위를 정하는 게임잼이다.


그는 다양한 게임잼의 소개와 함께 게임잼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게임잼에서는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게임의 데뷔 무대이기도 하죠. 정기적으로 열리는 게임잼은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습니다. 게임잼에는 다양한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인디 개발자에게 하나의 무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잼에 참여해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 '스페이스 마에스트로' 중간점검 - 핸드메이드 게임(Handmade Game) 김종화 대표

[▲핸드메이드 게임 김종화 대표]

"제 졸작 '스페이스 마에스트로(SPACE MAESTRO)'에 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이 게임은 빛이 별이 되고 별을 만지면 소리가 나는 게임입니다. 별을 만들어 은하가 커지면 새로운 은하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아직 개발 중이고요. 키텍트로 플레이하는 게임이죠."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본 뒤 김종화 대표는 '스페이스 마에스트로'를 만들었다. '코스모스'를 통해 우주만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위대함, 존재에 대한 비탄 등 다양한 것을 느꼈고, 이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에 '스페이스 마에스트로'를 개발했다.

"음악, 비주얼, 움직임 3가지를 하나로 묶는 것이 어려웠어요. 우주 게임을 만들다 보니 진짜 우주로 가는 기분이더군요.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실제 만들어진 게임의 모습은 달랐죠. '코스모스'에서 얻은 영감을 표현하기 힘들더군요. 딜레마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가 만든 첫 프로토타입은 마우스 포인터 주변 점들은 빨리 폭발하지만 그 외의 점들은 서서히 터지는 형식이었다. 그가 프로토타입을 통해 표현하려고 했던 별은 밤하늘의 별이 아니라 수십년 수백만년 전의 별이다. 별과 지구의 거리가 멀기에 과거 시간을 보고 있다는 것을 프로토타입에 표현하려고 했다. 첫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뒤 지루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프로토타입이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와 연관성은 있지만,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이 지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는 다른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새로운 프로토 타입은 인간이 중심이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제가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코스모스'에 대한 경외감이 생기면서 동시에 미묘한 감정이 생기더군요. 이 작품 내에서 플레이어는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하게 됐습니다."

마에스트로(지휘자)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지휘자를 표현하기 위해 직접 공부도 해보고 관련 수업까지도 들었다. 손의 위치에 따라 울려 퍼지는 다양한 소리. 이를 표현하기 위해 다른 게임에서 어떻게 표현했는가도 찾아봤다.

"다른 음악 게임을 찾아봤지만 제가 생각한 것과는 접근성이 달랐습니다. 플레이어는 정답을 찾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절대자의 모습을 갖고 있어야 했어요. 절대자가 답을 맞춰가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죠. 제가 생각한 유저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키넥트에서 사용되는 제스처도 껄끄러웠다. 미리 정해진 음악을 억지로 연주하게 강요하는 방식은 게임에 어울리지 않았다. 움직이는 몸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야 하는데 정해진 행동 패턴을 맞춰 가는 것은 그 반대였다. 마치 터치 인터페이스에서 조이스틱을 올려 놓는 것과 같다. 그는 공간에서 움직이는 재미를 주기 위해 고민했다.


"혼자 했을 때는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여러 사람들과 같이 만들어 가면서 게임의 방향을 잡았고 본격적으로 '스페이스 마에스트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네모난 판을 돌려가며 반짝이를 뿌려가며 은하의 모습을 구상하기도 했죠. 뿐만 아니라 3D로 만들 것인지, 크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분위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이를 반영해 경험 파노라마를 만들었습니다."

개발 단계별로 필요한 내용을 파노라마로 만들었고 하나씩 구현해 나가면서 게임을 개발했다. 그렇게 반학기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USC에서 '리듬& 비전 2 이벤트(Rythms & Visions 2 event)'로 게임을 공개했다.


"그때 플레이 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게임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3년간 창작의 풀에서 즐겁게 헤엄친 듯 하네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전세계에 공개하고 싶습니다. 향후 각 사람들이 만든 은하로 이미지를 만들어보고도 싶고요. 서로 다른 은하를 방문해 볼 수 있고 각 은하의 독특한 소리도 들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씩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이전에 고민했던 부분을 해결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