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피닉스의 TI4 첫 평가전이 많은 과제만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MVP 피닉스는 13일 타이탄을 상대로 TI4 평가전을 가졌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양 팀이었기에 이날의 경기는 MVP 피닉스의 승리 기원보다는 전력 평가와 대비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기 결과는 0:2, MVP 피닉스의 패배. 세계의 벽은 역시 높았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르지 못할 산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에서 MVP 피닉스의 'QO' 김선엽과 'Reisen' 이준영은 상대를 압도하는 피지컬 능력을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자신들이 유리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상대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고, 냉정한 모습보다는 서두르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1세트, MVP 피닉스는 불꽃령, 루빅, 나무정령 수호자 등 자신들의 베스트에 가까운 조합을 만들었다. 픽밴 단계는 상대 못지 않게 마무리 한 것. 하지만 이미 상대에게 파멸의 사도, 퍽이 등장한 후에 불꽃령을 선택했다는 것은 아직까지 영웅 폭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으로도 보였다.

MVP 피닉스의 초반 레인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탑 레인에 선 'Forev' 이상돈은 주력 영웅인 불꽃령으로 파멸의 사도를 처치하는 등 빠른 성장을 보였다. 오프 레이너로 돌아 온 'March' 박태원 역시 6레벨 이후 궁극기를 연달아 맞히며 상대의 영웅을 하나씩 처치했다. 최근 주춤했던 모습과는 달리 경기력은 최고조에 가까웠다.

그러나 타이탄은 이런 MVP 피닉스보다 더욱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타이탄의 두 서포터는 초반부터 'QO' 김선엽을 확실히 견제했고, 모플링을 선택한 KyXy는 대부분의 크립 막타를 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아이템 선택에서도 MVP 피닉스에게 한 발 앞서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요소를 지워나갔다.

결국, MVP 피닉스는 분전에도 불구하고 1세트에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1세트에서 'Reisen' 이준영은 누구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루빅을 선택한 이준영은 한타에서 상대의 궁극기를 연달아 두 개를 훔쳐 사용하는 등 1인분이 아닌 2인분, 3인분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세트, 암살 기사를 가져간 'QO' 김선엽은 오랜만에 자신의 피지컬을 극대화시키며 팀의 초, 중반을 이끌었다. 미라나의 도움으로 미드에서 킬을 획득한 김선엽은 슬라크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이탄이 요술사와 그림자 주술사의 푸쉬력으로 포탑 압박을 가했지만, MVP 피닉스는 암살 기사의 화력을 통해 상대를 전멸시키는 등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타이탄의 저력은 더욱 눈에 띄었다. 타이탄은 한타를 피한 채 파밍에 힘을 쏟으며 자신들이 먼저 싸움을 걸 수 있기 위한 아이템을 구입했다. 유령 보행이 있는 원소술사는 증오의 꽃가지를 구입했고, 슬라크는 어둠의 검을 구입했다. 은신을 이용해 시야를 확보한 타이탄은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때마다 한타를 시작했고, 먼저 공격받는 MVP 피닉스로서는 연신 불리한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 중반, MVP 피닉스는 로샨을 처치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골드 부활을 사용한 타이탄의 그림자 주술사에게 불멸의 아이기스를 뺏기고 말았고, 이어진 교전에서도 패하며 심리적 수세에 몰리고 말았다.

절호의 기회를 놓친 MVP 피닉스의 선수들은 이후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시야가 없는 곳에서 상대에게 킬을 내줬고, 호흡조차 맞지 않으며 잡을 수 있는 상대 영웅을 놓치기도 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암살 기사는 상대의 심장부를 노려 고군분투했지만, 동료의 도움을 받지 못한 맹수는 사냥개에게 목덜미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암살 기사는 더이상 독보적으로 성장한 영웅이 아니었고, 거칠 것이 없어진 타이탄은 마지막 한타에서 승리하며 MVP 피닉스를 격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