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금일(18일) 오후 2시부터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 토론회에 참석하여 게임의 사회, 문화적 영향력과 예술로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본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광진 국회의원과 게임인연대의 공동주최로 열려, 게임의 문화적/사회적 순기능과 예술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요 발제자로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 류임상 뉴미디어아티스트, 윤형섭 상명대 교수가, 토론자로는 이동연 한예종 교수,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이사, 김인철 상명대 교수, 김일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팀장이 참석했다.

첫 발제를 시작하며 진중권 교수는 "산업 사회가 '호모 사피엔스'를 요구했다면, 이제는 '호모 루덴스'를 지향한다. 호위징아는 인간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놀이'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이어 "오늘날 게임은 좁은 의미의 게임을 넘어 아예 현실 자체가 존재하는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호모 루덴스' 란 네덜란드의 역사가 요한 호위징아가 1938년 동명의 책에서 사용한 용어로, '놀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호위징아는 '생각하는 사람' 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에 대응하여, '생각하는 것' 과 동등한 중요한 행위로서 '노는 것'을 제시한다. 즉 모든 행위의 근간인 '생각하는 것' 처럼 '노는 것' 역시 인간 행동의 근본으로 본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게임이 또 하나의 새로운 현실로서 존재하고 받아들여지는 만큼, 현실의 반영으로서, 게임이 현실의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갖고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리드하는 역할이 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또한 진 교수는 "해석학의 창시자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는 예술의 본질은 '게임'에 있다고 보았다"며 이를 토대로 "게임은 혼합장르다. 게임은 머지 않아 오락과 스포츠의 면모를 가진 새로운 예술 장르로 여겨질 것"이라 발언했다.

더불어 "'게임'이 다른 장르에 영감을 주는 예술로서 정착되고 있다"며, "'아바타'나 '툼레이더' 등은 게임이 영화로 제작되거나 영화에 게임요소가 들어가는 현상의 예"라고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영화와 TV가 주 문화였던 이전 세대에서는 서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왔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을 즐긴 세대는 집단적 협동을 통해 서사를 직접 창조하려 드는 '적극적인 주체'가 되고 있다."며 진중권 교수는 "이를 통해 게임은 21세기의 인간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진중권 교수의 발제가 끝난 후 류임상 뉴미디어아티스트, 윤형섭 상명대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고, 이후 토론 패널이 참여하는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졌다. 본 차례에서는 크게 세가지 논제로 토론이 오갔다.

'게임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 편견의 근원'을 묻는 논제에서 진중권 교수는 "입시 교육때문이다. 공부할 시간에 게임을 하니 나빠 보이는거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게임 안하면 공부하겠지, 이런 낙관적인 가치관을 가진 세력이 두 군데 있다. 종교계와 의학계다. 두 집단은 이익 집단이 되어 버렸다."며, "이익을 위해 기존에 깔린 편견을 이용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정리했다.

두번째로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무엇이 게임이고, 무엇이 예술인가"하는 물음으로 시작해, "우리가 어떤 것을 예술이라 부르는 것은 가족 유사성에 근거한다. 각 분야 간에 교차하는 어떤 유사성이 있다면 예술로 인정하는 것이다. 게임도 그 일부가 다른 예술과 유사성을 가지기 때문에 예술로 인정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세번째 논제는 '게임중독법의 문제점과, 이러한 규제가 생겨나는 원인'에 대해서였다. 이에 진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범인을 잡아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며 "교우 관계나 부모와의 소통 부족 등 다른 문제들로 인해 게임을 하는 것인데, 무작정 게임을 '죄'라 단정짓고 범인으로 몰아간다. 이는 과학이 아닌 종교적 사고방식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나라는 부모가 교육에 관심이 없다. 학교에 맡겨 놓고, 학원비주면 책임을 다 했다 생각한다. 바로 이런 헛점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결핍감이 게임으로 몰입하는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본인들에게 있는데 절대로 반성하지 않는다. 문제는 있는데 해결은 해야 하고,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니 게임에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중세시대에나 볼법한 일이 사법의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문제의 원인은 게임이 아닌 교육을 맡은 부모와 교육자의 과실에 있음을 지적했다.

끝으로 진중권 교수는 '게임이 과연 중독인가? 아니면 예술인가?'는 대명제에 대해서 "앞으로 그렇게 만들어갈 것이냐에 대한 합의의 문제고, 실천의지의 문제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게임사들이 창의적이고 새로운 게임산업을 만들어 나가고, 사람들이 게임을 비평하고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주도적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게임사들과 이용자들의 노력 역시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한편, 본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 토론회의 내용 및 문자중계는 해당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