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피닉스, TI4 평가전 통푸와 LGD에게 0승 2패
와일드카드전 희망의 불씨는 살려


이틀에 걸친 MVP 피닉스의 중국 전지훈련이 끝났다. 결과는 0승 2패, 세트 스코어로는 1승 4패. 도타 2에서 중국의 위치를 고려하자면 예견된 패배긴 했지만,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일 테다. MVP 피닉스의 패배가 아쉬운 것은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를 패했기 때문이다.

21일 펼쳐진 LGD와의 평가전에서도 MVP 피닉스는 0승 2패로 졌지만, 풀 세트 접전까지 노려볼 만 했다. 1세트는 MVP 피닉스의 압도적인 패배였다. 너무 성급했다. 타이니-이오로 미드에 선 MVP 피닉스는 초반부터 상대 미드 레이너 외계 침략자를 잡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듯 보였다. 하지만 상대의 체력을 크게 빼놓긴 했지만 킬로는 이어지지 않았고, 역으로 지원 온 상대에게 연신 킬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균형이 무너진 MVP 피닉스는 크게 흔들렸다. 순식간에 1차 포탑을 모두 내준데 이어 10분도 되기 전에 3차 포탑까지 압박당했다. 시간을 벌며 중, 후반 한타를 노려볼 만 했지만, 결국 심리적 수세에 몰린 MVP 피닉스는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1세트의 패배는 다행스럽게도 MVP 피닉스에게 충격 요법이 된 듯 보였다. MVP 피닉스는 'QO' 김선엽에게 얼굴없는 전사를 쥐어주며 하드 캐리 육성 전략을 선택했다. 1세트와는 달리 선취점을 가져간 MVP 피닉스는 검증 받은 'March' 박태원의 박쥐기수와 얼굴없는 전사의 궁극기로 초반부터 이득을 불렸다.

로샨도 처치했고, 상대를 본진 안에 몰아 넣는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또다시 MVP 피닉스의 성급함이 발목을 잡았다. 상대의 눈치를 보며 쉽게 한타를 열지 못한 MVP 피닉스는 상대의 코어 아이템이 조금씩 갖춰 지자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듯이 한타를 열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한타로 팀워크가 무너졌고, LGD 선수들의 개인기까지 더해지자 결국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TI4 본선에 직행한 LGD를 상대로 0승 2패를 기록한 MVP 피닉스였지만, 2세트 중반까지 보여 준 MVP 피닉스의 경기력은 와일드카드전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취약점으로 지적받은 하드캐리 전략을 꺼내들었고, 비록 후반 운영의 미숙함을 보였지만 성급하게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레인전과 개인 기량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남은 것은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MVP 피닉스는 자신들이 유리한 상황에서도 상대의 기운에 눌린 듯 한타를 유도하지 못했고, 이는 상대 캐리들이 성장할 시간으로 이어졌다. 특히, 경기의 유·불리와는 상관 없이 강팀을 상대로는 중반 이후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하고, 어떤 아이템을 핵심으로 가져가야 하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무기를 더욱 갈고 닦을 필요성이 보였다. 어떤 팀을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는 조합 혹은 전략이 필요하다. MVP 피닉스의 강점은 세미 푸쉬였지만, 최근 스타일 변화를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동안 이 강점의 빛이 바랬다. 풀이 좁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목될 지라도, 최소한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필요한 시점이다.

그 동안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많은 압박에 시달렸을 MVP 피닉스일 것이다. 하지만 와일드 카드전까지 약 2주간의 시간이 남은 지금, MVP 피닉스에게 필요한 건 질책이 아닌 응원이다. MVP 피닉스가 자신감을 얻고, 시애틀 무대에서 최소한 자신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팬들의 응원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