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건대 내 인생 최초의 히로인은 남세스러울만큼 시원한 복장에 부채 하나 들고 뛰어다니는 날다람쥐 그녀 '시라누이 마이' 였다. 뭘(?) 잘 모르던 꼬맹이 시절이긴 했지만 결투에서 승리하고 '니폰이치!'를 외치던 그녀의 승리 포즈에 내 마음도 따라 흔들렸다.

아랑전설 2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시라누이 마이'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춘리와 함께 격투 게임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받아온 여성 캐릭터로 유명하다. 다만 수많은 서브컬쳐 분야에서도 유독 '코스프레' 분야에서만 소식이 뜸하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복장을 100% 재현하자니 가린 곳보다 가릴 곳이 더 많은 노출도가 심히 부담된다. 게다가 코스프레의 완성도를 결정해줄 복장 자체가 적은 편이라서 코스츔 플레이어의 몸매까지 캐릭터 설정과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 가린 곳보다 가려야할 곳이 많은 킹오파의 캐릭터 '시라누이 마이'


코스츔 플레이어의 우월한 몸매와 충실한 복장의 재현,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까지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 얼마나 될까. 결국 엄청난 캐릭터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시라누이 마이'의 코스프레는 정말 재현하기가 어려운 코스프레로 손꼽힌다. (물론 세상 어디에나 용자는 있으니 종종 인터넷에 난감한 혹은 황당한 마이 코스프레가 올라오기는 한다.)

한국에서 출시를 준비중인 모바일 게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M'을 위해 코스프레팀 '제이코스'에서 '시라누이 마이'를 선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걱정이 먼저 들었다. 코스프레를 하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고, 캐릭터의 인기에 비례해 높아지는 게이머들의 관심 역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처음 마이 코스프레의 의뢰를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노출이 심하니 몸매 관리도 해야 하고 워낙 인기있는 캐릭터라서 완성도가 부족하면 관심이 모두 비난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캐릭터이기도 하고,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싶어서 꼭 해보고 싶다고 했죠.

시라누이 마이는 여성 코스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꼭 한번 해보고 싶을 정도로 유명하고 인기있는 캐릭터 중 하나에요. 코스프레가 공개되면 욕도 먹을 수 있고 칭찬도 받을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꼭 좋아해주실거라 믿고 멘탈 굳건히 챙겨가면서 코스프레를 준비했어요."


▲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의 여성 격투가 3인방!


▲ 제이코스의 유은, 주아, 리나


이번 '더 킹 오브 파이터즈 M'의 코스프레에는 제이코스 소속의 코스츔 플레이어 세 명이 참가했다. 중성적인 매력의 킹은 '리나', 발랄한 매력의 유리는 '유은', 그리고 화제를 모은 '시라누이 마이'는 오늘의 인터뷰이인 '주아'.

"오늘 인터뷰에는 저만 참가하게 되었지만 이번 킹오파M 코스프레에 함께 참여했던 유은이하고 리나도 정말 멋진 동료들이에요. 둘이 동갑이지만 유은이는 건강하고 발랄한 건강 미인이고 리나는 같은 여자가 봐도 몸매가 정말 좋아서 다음에는 꼭 멋지고 예쁜 캐릭터로 코스프레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제이코스의 다음 코스프레 작품도 꼭 기대해주세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마이의 원래 의상이 노출도가 높다보니 일정도 촉박한데 세번이나 다시 제작해야 했다. 처음 제작한 의상은 노출이 너무 적어서 두번째로 제작했던 의상은 노출이 너무 심해서. 원작 의상을 100% 재현하다보니 작은 리본 하나로 등과 엉덩이 부분을 모두 가려야하는 상황, 결국 세번째 의상에서 OK가 떨어졌지만 뒷 모습의 사진은 눈물을 머금고 공개를 포기했다.

제이코스의 동료들과 함께 직접 재료를 사고 의상을 제작하다보니 코스프레 의상이 완성되기까지 일주일 이상을 밤낮없이 고생해야 했다. 킹의 바지가 유광 재질로 바뀌게된 것도 코스프레의 완성도를 위해 결정한 것. 원래는 평범한 느낌의 바지였지만 사진을 찍고 보니 코스프레의 느낌이 살지 않아 천의 재질도 바꾸게 되었다.


▲ 열심히 의상을 제작 중!


코스프레는 완성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건 간에 남들 앞에 선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악플을 만나거나 본의아닌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연예인들이 그렇듯 본인 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코스프레를 하면서 주변의 걱정은 없었을까?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가족들의 든든한 응원과 함께 코스프레를 즐기고 있다.

"코스프레는 좋았지만 힘든 일도 물론 많아요. 예전에는 집 바깥으로 잘 안 나갈때도 있었는데 노력을 통해 극복해 보자고 마음을 바꾸고나니 스스로 오기도 생기더라구요. 무관심보다는 차라리 비난이 나으니 제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모두 팬으로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했어요.

가족들도 제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아니니 악플에 상처받지 말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주셔서 항상 힘이 되고 있어요. 그리고 악플 다시는 분들도 제가 끝까지 노력하면 언젠가는 제 편이 되어 주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 성격 자체도 쿨한 편이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왔어요.(웃음)"



안티팬도 모두 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당찬 그녀, 주아는 전직 격투기 선수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격투게임인 킹오파M의 코스프레 모델로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기도 했는데 과연 어떻게 코스프레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전공은 일러스트인데 그림도 워낙 좋아하고 격투기는 학창 시절에 도 대표까지 출전했을 정도로 열심히 즐겼던 취미였어요. 코스프레는 중학교 때 학교 애니메이션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선배들을 따라 시작하게 되었죠. 나중에는 저 스스로 재미가 들려서 계속 하게 되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코스프레를 즐기고 싶어요."

직접 격투기 선수가 될 정도로 활동적인 성격이라면 게임과는 오히려 크게 연관이 없을 것 같은데, 그녀는 어릴때부터 동네 오락실을 아지트로 삼을 정도로 열성적인 게이머였다. 킹오파의 캐릭터들도 게이머로서 먼저 만나게 되면서 코스프레의 목표가 되었다.

"초등학교 때 제 아지트가 동네 오락실이었어요. 킹오파는 게임도 캐릭터도 원래부터 좋아했었으니 당연히 이번 킹오파M의 코스프레도 재미있었구요. 그중에서도 시라누이 마이는 제 워너비 캐릭터였죠. 그런 몸매를 비슷하게라도 만들고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웃음)

킹오파는 각 캐릭터들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어서 코스프레의 대상으로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마이뿐 아니라 킹도 하고 싶었고 무녀복을 입은 카구라 치즈루도 해보고 싶었어요. 킹오파 외의 캐릭터라면... 블레이드앤소울의 진소아? 이외에도 하고 싶은 캐릭터는 정말 많아요."


▲ 인터뷰 중 찰칵! 강남 모처의 카페에서 만난 주아


우연히 동아리 선배들을 따라 빠져들게 되었다는 코스프레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녀는 현실의 내가 아니라 멋지고 예쁜 캐릭터의 매력을 표현하고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을 코스프레의 매력으로 꼽았다.

이번 코스프레에 대해 아쉬운 점을 지적하는 팬들도 있다. 이번 '시라누이 마이' 코스프레는 완성도가 매우 높지만 유일한 단점은 얼굴 표정이라는 의견이다. 캐릭터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볼 때 코스츔 플레이어의 표정도 연출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이런 의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제 사진이 올라간 곳은 모두 일일이 확인하기 때문에 댓글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요. 저 일일이 다 읽어 봅니다! 표정이 부족한 것 같다는 지적도 분명 맞는 말이구요. 그런데 제가 인상이 강한 편이라서 표정을 지으면 코스프레의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주아'가 되어버려요. (웃음)

실제로 사진을 촬영할 때는 활짝 웃거나 썩소를 지어보기도 하고 캐릭터 특유의 표정과 자세를 연구하는 등 준비를 정말 많이 해요. 연기 학원도 다니구요. 그런데 수백장의 사진 중에서 좋은 것들을 선정하다보면 결국 표정이 없거나 아주 적은 사진들만 남아요.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을 보여드릴 수도 없고... 저 스스로도 고민이고 아쉬운 부분이지만 팬 분들의 인정을 받을 때까지 노력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인터뷰에서 만나본 그녀는 활발하게 웃고 다양한 표정을 간직한 또래의 여성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아직까지 사진으로는 그녀의 매력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 현재는 의상을 직접 제작할 뿐 아니라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연기 학원을 다니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가 짧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금방 흘렀다.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인터뷰를 마쳐야할 시간. 킹오브파이터즈M의 마이 코스프레로 화제를 모은 그녀는 앞으로 또 어떤 코스프레로 팬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이번 킹오파 코스프레에 참여한 유은이와 리나 그리고 저까지 세명 말고도 제이코스에서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이 많아요. 앞으로도 계속 멋지고 다양한 캐릭터들의 코스프레를 선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구요. 저희 사진이 올라가는 커뮤니티, 특히 인벤은 댓글 하나 하나 신경쓰면서 꼭 챙겨보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


▲ 촬영중의 한 컷. 킹을 코스프레한 리나


▲ 촬영 중의 한 컷. 유리를 코스프레한 유은




▲ 주아의 시라누이 마이코스프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