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4라운드도 마지막 라운드 결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정규시즌 마지막 라운드 포스트시즌 경기가 될 SK텔레콤 T1 대 진에어 그린윙스의 대결은 시즌 최초이자 최후의 2회 연속 우승 달성과 더불어 진정한 강팀을 가릴 무대로 점쳐지고 있다.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SK텔레콤 T1, 그리고 불가사의한 전투력을 앞세워 강팀으로 올라선 진에어 그린윙스, 과연 이 두 팀의 결승전은 어떠한 양상으로 펼쳐지게 될 것인가?


■ 1. 전력 분석 - 이견 없는 최강 전력 T1, 하지만 프로리그는 전력만으로 우승하는 대회가 아니다



남박사에게는 독수리 5형제가 있고, 만수르에게는 맨시티가 있으며 SK텔레콤에겐 T1이 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그만큼 T1의 전력이 지구방위대 수준이란 사실을 부정할 팬이나 관계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개인리그 16강의 절반을 자신의 팀원으로 장악하는 전율적인 팀 앞에서는 사실 이러한 호칭도 결코 과분하지 않다. 이런 팀을 프로리그에서 만나 이겨야 할 계획을 짜야 하는 진에어의 코칭스태프의 심경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리그가 단순 전력만으로 모든 것을 다 가져갈 수 있는 리그였다면, 진작에 문을 닫았어야 했다. 이런 최강의 전력을 가진 T1도 1라운드에서는 이렇다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2라운드에는 아예 포스트시즌에 진출조차 못했다. 결국 진에어에게도 승산은 있는 셈이다. 부족한 전력을 메울 용병술과 선수의 자신감이 뒤따른다면 말이다.

그런 점에서 조성주를 선봉에 기용한 것은 매우 대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최선의 선택이다. 진에어는 김유진-조성주의 에이스카드와 방태수-김도욱-이병렬로 이어지는 중견 카드들의 실력 격차가 있는 편이다. 준PO에서 삼성을 상대할 때도 하재상을 내세워 조성주까지 넘어올 시간을 벌어보고자 했지만 1승도 거두지 못했고, PO에서도 CJ의 이재선에게 방태수와 이병렬이 연파 당했다.

이쯤되면 답이 나온다. SK텔레콤이 진에어를 상대로 낼 카드는 어윤수, 원이삭, 김도우, 정윤종, 김민철 이 다섯 장이 전부다. 뻔해도 너무 뻔한 카드들이다. 하지만 진에어의 입장에서는 모두가 괴물과도 같은 선수들이다. 어디하나 쉬운 상대가 없다. 강민수나 이재선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이들에게도 공략당하는 진에어의 중견들로 SKT 5총사를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러한 배경이 결국 진에어의 코칭스태프가 조성주를 선봉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한 이유가 된다.


■ 2. 선봉 분석 - 조성주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 최소 2킬은 거둬야 안정적



진에어의 조성주 선봉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노리는 최선이자 최후의 선택이 된다. 조성주가 만약 어윤수에게 무너지면? 김유진이 저 나머지 다섯을 홀로 막아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조성주가 어윤수를 잡는다면? SK텔레콤 T1의 다음 카드는 김민철이 될 것이다. 최근 개인리그에서 조성주가 김민철을 잡아낸 것이 부담된다면 김도우, 원이삭 둘 중 하나를 먼저 내서 조성주의 힘을 빼놓고 가기로 해도 좋다. 어차피 칼자루는 선택권이 다양한 T1이 쥐고 있는 싸움이니 말이다.

SK텔레콤 T1은 정윤종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다. 그렇기에 T1 최후의 카드는 정윤종이 확실해 보인다.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카드는 조성주와 김유진 뿐인데, 진에어는 여기서 조성주를 낼 것이냐 김유진을 낼 것이냐에 대한 선택권은 포기했다. 조성주를 선봉에 기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성주의 임무는 김유진이 최종보스 정윤종으로 향하는 길을 닦는 것이며, 김유진이 정윤종에게 막타를 넣고 팀에게 우승을 안기는 것이 진에어의 우승 시나리오가 된다.

즉, 조성주 선봉 작전의 첫 분수령은 어윤수고, 그 다음 최대 분수령은 김민철이다. 일단 이 둘을 잡는 것이 조성주에게 1차적으로 부여된 임무이며, 진에어 우승의 첫 조건이다. 중간에 프로토스를 잡는다면 좀 더 좋은 일이 될 것이고, 프로토스에게 잡힌다면 좀 더 나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가장 최악은 어윤수에게 잡히는 것이다.

방태수나 김도욱, 이병렬 등이 조성주의 뒤를 이어 T1의 카드를 한 장이라도 제압한다면 김유진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카드는 단연 방태수다. 개인리그에서 자신만의 플레이로 주성욱을 크게 당황시키며 선전을 펼쳤기에 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조성주와 김유진의 비중이 큰 진에어인 만큼 이 두 선수의 활약이 모든 것을 결정지을 것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3. 기세 분석 - 공허함 가득한 어윤수, 마음의 빈 자리를 메워야 팀의 승리 기여할 수 있어



그렇다면, 기세는 어떨까? 우선 조성주는 기세와 상관없이 한결같은 강함을 자랑한다. 조성주는 항상 자신이 주도권을 먼저 쥐는 플레이를 선호하기 때문에 지더라도 정신력까지 흔들리는 경우가 없다. 상대가 잘 찾아냈거나, 잘 막아내서 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성주는 이겨도 그렇게 들뜬 내색을 하지 않는다. 조성주의 승자 인터뷰는 돌부처 같기로 정평이 났다.

심지어 조성주는 이번 4라운드 포스트 시즌에서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 CJ전을 모두 마무리 지으면서 기세가 오를대로 올랐다. 반면 어윤수는 GSL에서 3연속 준우승에 그친 후 정신적 방황을 숨기지 못하면서 크게 동요했다. 워낙 정점의 실력을 자랑하는 정상급 저그라 출전한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진 않았지만, 최근의 어윤수에게는 공허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두 선수는 서로를 극복해야 한다. 이미 두 팀은 통합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기 때문에 바라보고 있는 무대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리는 최종 결승전이다. 여기서 두 팀이 다시 만난다면, 지금 같이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다.

즉, 이 대결은 실험의 장이다. 조성주는 기세를 앞세워 SKT의 무적 엔트리에 홀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안길 수 있을까? 공허한 선봉장 어윤수의 마음은 승리의 성취감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양 팀의 코칭스태프는 동상이몽에 잠겨있다.

어윤수의 공허함과는 반대로 생애 우승을 차지한 김도우의 기세는 높다고 볼 수 있다. 큰 무대에 강한 김유진을 상대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이는 이유다. 팀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정윤종 역시 심리적으로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원이삭도 삼성과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해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조성주와 김유진은 오를대로 오른 T1의 기세를 초월하는 패기와 포스를 선보여야 첩첩산중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 4. 맵별 분석 - 양팀 모두 유감없이 총력전 발휘할 수 있는 상태



사실 승자연전 방식에서는 맵 밸런스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이 맵에서는 어떤 종족으로 상대를 카운터하기 좋다의 정도일 뿐, 패배 팀이 선수를 선택할 수 있는 만큼 개인간의 특성이나 기세 등 계량화 할 수 없는 변수들이 더욱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성주나 어윤수의 선봉 기용은 모두 데이터에 기반해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해비테이션 스테이션에서 어윤수는 1패, 조성주는 2승 1패에 그치는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래도 맵별 성적이 선수의 출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세트 맵이 회전목마인 것도 하나의 이유다. 조성주는 회전목마에서 4승 4패를 기록하며 진에어가 회전목마에서 거둔 5승의 80%를 가져왔다. 즉, 조성주의 전담 맵을 2세트에 배치하여 멀티킬의 의도를 더욱 공고히 한 셈이다. SK텔레콤의 선봉 어윤수는 회전목마에서 1패에 불과해 결국 이는 적절한 판단이 됐다.

3세트 만발의 정원에서는 양팀 모두 전담맨을 만들어두지 않았다. 따라서 맵이 승부에 영향이 갈 수 있는 변수가 제일 적은 세트가 될 것이며, 4세트 세종과학기지에서는 김도우(6승 2패), 어윤수(6승 1패), 원이삭(2승 0패) 순으로 강세를 보여 SK텔레콤에게 나쁘지 않은 전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진에어에서는 이병렬이 3승 3패를 기록했기 때문에 4세트에 출전 기회가 있다면 이병렬의 기습 기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5세트 프로스트에서는 조성주(8승 2패)와 김유진(4승 0패)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는 전장이다. 김도우 역시 3승 1패를 기록해 아쉬울 것이 없는 맵이다. 양 팀이 총력전에 나서게 될 분수령이라 경기가 여기까지 왔다면 김유진이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6세트 아웃복서는 정윤종(5승 2패)과 김민철(4승 1패)의 성적이 뛰어나다. 김유진(4승 1패)의 성적도 나쁜 편이 아니라서 김유진의 멀티킬 가능성 역시 열려있는 상태다.

처음이자 마지막 세트의 맵인 해비테이션 스테이션에서는 김유진(4승 3패), 정윤종(4승 0패), 김민철(4승 1패)의 성적이 뛰어나다. 첫 세트 맵이 해비테이션 스테이션인 이유가 나름 있었던 셈이다. 각 팀의 최종 에이스가 모두 선호하는 전장인 만큼 우승을 목전에 두고 치열한 전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항상 그래왔듯이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세트에서는 중압감을 이겨내는 선수가 승리하는 법이다.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4라운드 결승

SK텔레콤 T1 VS 진에어 그린윙스

1세트 어윤수(Z) VS 조성주(T) 해비테이션 스테이션
2세트 회전목마
3세트 만발의 정원
4세트 세종과학기지
5세트 프로스트
6세트 아웃복서
7세트 해비테이션 스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