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조차 쉬기 어려운 엄청난 습도로 땀이 육수처럼 흘렀습니다. 취재 중 유일한 위안은 잠깐의 휴식 시간뿐이었죠. 페이먼트월과의 만남은 그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막 스무 살을 넘은 것 같은 청년이 연신 땀을 닦고 있었어요. 옆에서 잠깐 쉬는데, 대화 언어를 들어보니 한국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한국어가 반가워 몇 마디 말을 건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미국의 결제 시스템 '페이먼트월'에서 근무하는 '이찬주'라는 이름의 청년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페이먼트월'은 게임 기업을 주 고객으로 두고 있었고, 이에 흥미가 돋았습니다. 각국을 돌아다닌 만큼,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중국 시장을 이해하리라 보았고, 그에게 대표 인터뷰를 정중하게 요청했습니다.

페이먼트웰의 '어너 건데이(Honor Gunday)' 대표를 만난 것은 바로 다음날이었습니다.


▲ 페이먼트웰 CEO 어너 건데이(좌)와 직원 이찬주(우)


- 페이먼트월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우리는 글로벌 결제 회사이며, 동시에 결제 시스템을 의미한다. 각국의 게임사가 좋은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면, 유저들은 그 게임을 즐기면서 결제 버튼을 누른다. 바로 그 결제 시스템이 우리 회사의 기술이다. 즉, 유저들에게 결제를 받으면 우리는 게임사에게 금액을 전달하는 역할이다.


- 각 나라마다 결제 스타일이 다를 텐데, 페이먼트월 측에서 게임사에게 조언도 해 주는지.


물론이다. 자세한 부분은 사업적인 이야기이기에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각 나라의 사용자 특성을 분석한 뒤 이를 게임사에게 전달한다. 조금 더 말하자면 국민들의 평균 소득,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연령대, 그리고 자신의 수입 중 어느 정도를 게임에 투자하는지 등이다. 게임사는 해당 자료를 통해 빠르게 해당 국가의 결제 특성을 이해할 수 있으며, 바로 이런 부분이 페이먼트월의 경쟁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현지 문화를 파악하는 부서를 따로 둔 건가.


그렇다. 현지 유저의 성향이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팀이 있다. 상품 가격대를 평가하고, 무엇이 잘 팔리는지 그 비율을 보고, 고객사에게 조언을 준다. 이를 토대로 그들이 어떤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되는지도. 가령, 중국의 경우 '새해를 중요하게 생각하니 그때 어떤 이벤트를 하는 게 효과가 좋다.' 라던가. 부분유료화를 하려고 한다면, 어떤 아이템을 어떤 식으로 팔아야 하는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로 잡는 게 좋은지 조언을 한다.


- 이곳이 차이나조이 현장인 만큼, 중국 게이머의 특징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다.


좋은 질문이다. 일단 한국, 중국, 일본의 게임 문화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단 한국은 중국과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모바일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또 인기도 많다. 한국은 콘솔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고, 중국은 최근까지 정부에서 콘솔 게임 유입을 막고 있었다. 모바일이 대세라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이동 중 간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PC 게임의 보급률이 특히 높은데, 이는 중국의 가정 문화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중산층의 중국 가정은 보통 학구열이 굉장히 높고, 이에 따라 자연히 한 가구당 한 대 이상의 PC가 보급되어 있는 상태다. 또, 중국인은 게임 내에서 공동체를 구성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MMORPG의 인기가 특히 높다.

중국 게이머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하자면, 일단 대부분의 중국 게이머는 한국 게이머보다 평균 소득 및 게임에 돈을 쓰는 양도 적다. 우리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대다수의 게이머가 소득 중 5% 정도를 엔터테인먼트에 사용하지만, 중국은 이보다 낮은 축에 속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서 전체 매출 규모를 크면 거의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 문화적인 시각으로 볼 때 중국에서 게임의 입지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중국은 대략 10대에서 40대까지가 게이머 라인이라고 보면 된다. 그 이상의 연령대 사람들도 많이 만나 보았는데, 게임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또, 중국은 콘솔이 보급되어있지 않은 상태라 온 가족이 TV 앞에서 게임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같이 즐긴다기보다는, 자녀가 하는 것을 바라보는 정도일 것이다.

반면, 한국은 50~60대 분들도 스스로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게임 종류도 상당히 많이 알더라. 이렇게 각 나라별로 다양한 결제 비율을 보인다는 것은 나에게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 업체와의 미팅도 굉장히 많았을 텐데, 개인적으로 바라본 중국 게임사의 이미지는 어떤가.


'디테일', 그리고 '다문화'라는 말로 설명 가능하다. 일단, 중국 게임사는 대체로 규모가 굉장히 큰 편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조그마한 회사 같은데, 막상 가보면 직원 수가 천 명을 훌쩍 넘는 기업도 다수다. 인력이 워낙 많다 보니 대부분의 게임들이 디테일 측면에서 무척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중국 게임은 카피캣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만들면서 원작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아울러 중국 게임이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중견 게임 기업이라면 중국 외 다른 나라 직원을 고용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업무상 한국 게임사도 많이 만나보았는데, 미팅 자리에 나오는 한국 게임사 사람들은 거의 전부 한국인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그 부분은 조금 놀라웠다. 한국 게임사는 다른 나라에 게임을 출시하려고 한다면, '어느 마켓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와 같은 꼼꼼한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반면, 중국 게임사는 직원도 많고 리소스도 많기 때문에, 물량공세를 주 전략으로 사용한다.


- 중국의 전자결제 시장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중국은 쉽다. 일단, 중국 정부가 초기부터 해외 결제회사가 들어오는 걸 아예 금지시켰기 때문에 층 구분이 쉽다. '알리페이(AliPay)'가 최고, '유니온페이(UnionPay)'가 두 번째다.


-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정말 독특한 결제 방식을 가진 나라가 있다면 어디인가.


음... 일단 브라질. 그곳은 대부분의 물건이 미국보다 3배는 비싸서 방문하자마자 놀랐다. 또, 브라질에는 '볼레토'라는 은행 결제 시스템이 있는데, 집에서 컴퓨터로 결제 버튼을 누른 뒤, 각 지역에 있는 결제기에 직접 방문하여 결제를 진행해야 된다. 거기서 끝이 아니고 다시 컴퓨터로 돌아와 이를 확인해야 비로소 결제가 완료된다.

두 번째로 러시아가 있다. 러시아도 브라질처럼 그 나라의 전용 ATM 기계에서 결제하고 싶은 게임 아이템을 구매한 뒤 돈을 넣는다. 거기서 받은 영수증 정보를 집 컴퓨터로 입력해야 완전히 결제가 마무리된다. 또, 한 나라가 있다면 필리핀. 우리는 보통 휴대폰 요금 같은 것 나중에 내지 않나. 그런데 필리핀은 먼저 결제를 한다. 결제하면 특정 통화 시간을 주는데, 그 통화 시간이 일종의 화폐로서 결제에 이용된다. 즉, 우리 페이먼트웰로 통화 시간이 들어오는 것이다. 우린 그것을 받고 필리핀 퍼블리셔에게 돈을 주는 거라고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특이한 나라 중 하나를 더 꼽으라면 '한국'이 있다. 액티브엑스 때문에(웃음). 그냥 내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정부와 공기관을 상대로 영업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만약, 정말 그렇다면 정말 비즈니스 잘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웃음). 한국은 엄청나게 발달한 IT 강국이고, 거의 모든 국민이 신용카드와 휴대폰을 갖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 액티브엑스 때문에 제대로 결제를 못 한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다.


- 결제 방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개선되고, 또 새로운 결제 모델이 나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결제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


역시 '비트 코인'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비트 코인이 미래의 결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 가격 변동이 무척 심하다. 또, 수많은 나라의 정부가 이 화폐의 유통을 막고 있다. 불안정한 면도 있어서 대중적인 결제 수단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지닌 기업이 곧 미래의 결제 수단을 창조할 것이라 본다.

또, 한 가지로 미국의 '페이팔'을 언급할 수 있겠다. '페이팔(PayPal)'은 몇 년 전에 전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결제 수단으로 성장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만 집중한 결과,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이룩하진 못했다. 만약 페이팔이 세계 시장을 목적으로 좀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면, 알리페이도 지금 같은 규모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페이팔이 한 실수를 꼼꼼히 분석하고, 이를 보완한 시스템을 갖춘다면 글로벌한 결제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사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중국 게임업계로 진출할 때 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으로 어떤 게 있을까.


중국 게임업계 진출이 목적이라면, 중국인 고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의 게임사업이나 마케팅에 능통한 사람이 좋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 교감한 부분이 많아 비슷한 점이 많다. 단지 언어가 달라 그것이 제대로 통하지 못할 뿐이다. 언어 장벽을 부수고, 중국 문화를 먼저 이해하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차이나조이2014 인벤 특별취재팀
박태학(Karp), 박종면(Moch)
양영석(Lavii), 박 순(Elc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