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세탁한 몸에 딱 맞는 셔츠를 입었을 때 느낌이랄까? 수 개월 만에 피파 온라인 챔피언십 중계진으로 복귀한 장지현 해설위원의 해설에는 그런 편안함과 친숙함이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신기했다. 스포츠 전문 해설위원이 e스포츠에서 활동한다는 상황이 어색하기도 했고, 강화나 피지컬 등 게임 요소를 언급할 때는 그 상황이 묘하게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금세 자신의 포지션을 찾은 장지현 해설위원은 뛰어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중계의 질을 높였다.

브라질 월드컵 현지 중계를 마치고 복귀한 장지현 해설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듯 하다. 이제는 게임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과 평가도 자신의 해설에 녹였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도, 그리고 넥슨 아레나에서도 장지현은 역시 장지현이었다.




Q. 약 반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 브라질 여행은 어땠나?

여행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거의 매일 경기 중계를 했다. 조별리그는 쉬는 날이 없기 때문에 숙소-현장-IBC(International Broadcast Centre, 국제방송센터)를 왔다 갔다 했다. 조별리그 이후 이틀 정도 휴식 시간이 생겨서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과 코파카바나 해변만 살짝 둘러본 정도였다.


Q.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월드컵 현지 분위기가 궁금하다.

브라질이 곧 축구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4개의 클럽을 방문했었다. 우리들 머릿속에 브라질과 축구를 떠올리면 넓은 바닷가 앞 해변, 척박한 땅 등에서 축구공 하나로 뛰어놀며 축구를 하는 그런 모습을 많이들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듯 브라질은 축구를 배운다. 리우데자네이루가 대도시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축구를 배울 수 있는 인프라 시설도 굉장히 좋아 보였다.

브라질은 어릴 때부터 축구를 접하는 인구가 워낙 많고 지도자들 또한 뛰어나다. 한 마디로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배우고 있다. 축구를 어릴 때부터 접한 인구가 워낙 많아서 축구를 잘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브라질에서 축구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우리나라는 축구 외에 프로야구나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가 있지만 브라질은 축구 하나로 통일된다. 그나마 축구 다음으로 이종격투기나 농구 정도가 인기 있는 편이다.



Q. 축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브라질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이 부럽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약간 무섭기도 했다.(웃음) 브라질 대표팀 경기 중 중계를 맡지 않은 날이 있어서 잠시 외출을 했는데 거리에 차도 없고 마켓들도 모두 문을 닫고 다 축구를 보더라. 부러우면서 무서운 느낌도 받았다. 브라질과 축구는 한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Q. 장지현 해설이 중계한 경기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나이지리아-이란전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선 '수면 축구'라는 말까지 나오며 질타를 받았다. 현지 분위기는 어땠는지?

월드컵은 이긴 팀만 기억되는 대회다. 경기 내용보단 결과가 중요한 대회란 뜻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란이 이번 월드컵에서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수비가 정말 뛰어났고 역습도 좋았다. 결과적으론 아쉬웠지만 이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줬던 것 같다. 그런데 현지 관중들은 수비적인 축구를 싫어하더라. 야유도 꽤 심했다.



Q. 하지만 역시 가장 충격적인 경기는 브라질의 4강 경기가 아닐까 싶다. 현지 반응은 어땠나?

다행스럽게(?) 8강이 종료되고 한국으로 귀국해서 현지 반응을 볼 수 없었다(웃음).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조별리그 때부터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다. 현지 사람들도 과거 브라질 대표팀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체로 콜롬비아나 칠레 정도의 레벨이라고 느끼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브라질의 축구 스타일은 이번 피파온라인 3 챔피언십 팀전에 출전한 Visual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Visual과 S클라스 간의 4강전 경기에서 Visual팀이 후방에서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높였고 서서히 분위기를 가져왔다. 실제 축구에서 브라질이 그런 스타일을 즐겨하는 편이다. 하지만 전혀 그런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홈그라운드여서 오히려 약점이 작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브라질 대표 팀은 어린 선수들도 많았고, 경기 직전 국가가 울려 퍼질 때부터 너무 흥분한 것이 보였다. 자신들의 축구 색깔을 조금 잃은 느낌을 받았다. 그게 4강 독일전에서 제대로 말렸고, 1:7이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했던 것 같다. 오히려 브라질이나 독일이 아닌 제 3국가에서 열린 경기였으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Q. 이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나 독일과 같은 유럽 팀이 선전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네덜란드 같은 경우 반 할 감독이 월드컵 직전 전술을 많이 바꿨다. 기존의 4백 시스템에서 변화를 줘서 5-3-2 전술로 변경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주목받진 못했지만 네덜란드 페에노르트 클럽팀 중심의 수비 선수들의 활약과 갑자기 바뀐 전술에 대한 상대 팀들의 분석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반 할 감독의 철저히 실리적인 운영이 통한 것이다.

월드컵이란 대회가 기본적으로 수비와 조직력, 기복이 없는 팀이 강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팀이 바로 독일이다.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다. 독일 같은 경우 어떤 상황에서도 밸런스를 항상 유지하며 지지 않은 경기를 추구하는 팀이다. 사실 월드컵 직전에 라인업이 화려한 아르헨티나와 안정적인 독일이 결승에 간다고 밝힌 적이 있다. 우승은 아르헨티나를 점쳐서 틀리긴 했지만 결승 진출팀은 모두 맞췄다(웃음).



Q. 장지현 해설의 공백 기간에 개막한 이번 챔피언십은 참 많은 것이 바뀌기도 했다. 그동안 김동완 해설이 중계진에 합류했는데, 원조 챔피언십 해설진으로서 평을 하자면?

큰 걱정은 없었다. 김동완 해설위원이 피파온라인3 중계에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김동완 해설위원은 센스가 있고 예능감도 뛰어나서 피파온라인3 해설에 적합하다고 느꼈다. 오히려 내가 복귀해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실제로 복귀한 이후 첫 중계는 살짝 헤맸다.


Q. 대회 방식 역시 달라졌다.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같은 선수카드를 중복으로 가질 수 없게 됐고, 보다 실제 축구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인데 지난 대회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 대회를 많이 해보지 않은 상태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는 과도기같다. 일단 공정한 방식으로 해야겠지만 게임 방송이라 엔터테이너 적인 요소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여러 강화 카드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그것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스포티비 게임즈 내부에서도 있지 않을까 싶다.


Q. 한승엽 해설위원과 성승헌 캐스터와 호흡은 어떠한가?

솔직히 내가 살짝 묻어가는 느낌이 있다. 한승엽 해설은 워낙 이 분야의 전문가고 성승헌 캐스터 역시 캐스터로 정말 뛰어난 사람이다. 각각 도움을 많이 받아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님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 내가 피파온라인3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내 목소리가 실제 축구 중계에 많이 나왔기 때문에 평소보다 톤을 높이고 게임 중계에 맞게 해설하면서 실제 축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경기 중간중간 축구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한승엽 해설위원과 성승헌 캐스터와 함께 즐거운 해설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두 시즌 연속 피파온라인3 리그를 맡고 있어서 이제 선수들과 친분도 생겼을 것 같다.

선수들에게 대기실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물어본다. 나이 차이도 거의 조카뻘이라 편하게 대하려 한다. 실제 축구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경기에 대한 얘기를 잘 안 하고 말수도 적다. 반면, 피파온라인3 선수들은 리액션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아직 프로게이머로서 확실한 기반이 있다기 보다 준프로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스타성 부각이 중요하다.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리액션도 좋아지고 무대에서 떨지 않는 것은 굉장히 좋은 것 같다.




Q. 이번 시즌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승 후보들이 탈락하면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데 눈여겨보는 선수나 팀이 있나?

팀전에서 컴온의 경기가 인상적이다. 굉장히 장원 선수가 좋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스쿼드가 엄청나다고 소식도 들었다. 이번 대회에선 강화되지 않은 선수들로 플레이하는데, 정말 실제 축구처럼 조직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더라.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나도 피파를 많이 할 때 상대방들이 화려한 개인기 중심의 플레이를 하면 당시 '얍삽이' 플레이라고 불렀다(웃음). 나는 그때부터 전술이나 조직적인 축구를 선호했다. 내 스타일과 비슷한 선수 같다.


Q. 피파온라인3에 추가되었으면 하는 방식이 있나?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선수들의 특수 기술이나 개인기를 최소화하고 '11명 전원을 사람이 한 명씩 다 컨트롤하고 실제 축구 시간으로 해보면 어떨까' 라고 상상했었다. 실제로 그런 컨셉의 게임이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잘 안 됐다고 알고 있다. 여러 문제점이 있겠지만 이벤트성으로라도 가끔 이런 컨셉의 매치가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Q. 이번 시즌부터 팀전 같은 경우 1:1 승자연전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이에 대한 생각은?

3:3과 다른 확실한 재미가 있다. 방식이 바뀐 이유도 아직 리그 자체가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재밌는지에 대한 테스트 중인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피파온라인3 리그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이벤트 적인 요소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안정화가 이뤄지면 도전적인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Q. 혹시 다음 시즌에도 합류할 계획도 있는지?

원래 축구 게임을 즐겨했고 좋아한다. 불러주셔서 방송하는 것에 정말 고맙고 기쁘다. 또 좋은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Q. 이제 곧 챔피언십 두 시즌 해설을 마무리하게 되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팬들에게 혹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들이 스스로 게임에 대한 재미를 다각도로 커뮤니티를 통해 활성화시켰으면 좋겠다. 대회를 여는 게임사에서 꾸준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저들도 게임과 방송 리그에 많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축구와 피파온라인3 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축구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나 관전 포인트를 집어줄 수 있나?

피파온라인3를 보면 선수들이 능력치나 가치의 변화가 지난 시즌 활약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의 활약을 눈여겨보면서 축구를 즐기면 더 재밌지 않을까? 내가 보유한 선수들의 실제 축구를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재밌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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