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는 매우 의미 있는 한 시즌이었다. '스타2 위기론'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상당히 인상적인 행보를 보였다. 열심히 노력했던 프로리그 덕분에 결승전 이후에는 '스타2 위기론'이 '스타2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평가로 바뀌기도 했다.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이에 인벤은 프로리그 2014 시즌을 돌아보고 더 나은 차기 시즌을 위해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지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시작이 불안했던 프로리그, 모두 노력으로 반전에 성공하다



결승전을 대흥행시키며 마무리 된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하지만 처음부터 화려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시즌은 불안 요소를 가득 안고 있었다. 지난 시즌, 온게임넷과 스포TV가 병행해서 진행했던 프로리그는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특히 스포TV에서 진행된 프로리그는 열악한 경기장 시설, 편성 시간 및 시청할 수 있는 미디어의 부족 등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뿐만 아니라, 결승에서 만난 STX 소울과 웅진 스타즈는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거두고도 해단을 피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협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업 팀들은 프로리그에서 선전하는 것이 지상 과제나 다름이 없다. 헌데 우승과 준우승이라는 괄목한 성과를 거두고도 해단을 피하지 못한 것은 스타2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팬들은 이와 같은 현실에 함께 아파했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14년 프로리그가 출범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2013년의 프로리그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회에서는 2014 시즌을 통해 재도전에 나섰다. 문턱을 낮추어 연맹 출신의 팀도 프로리그의 품에 안아 이탈한 팀의 공백을 메웠고, 팬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오랜 기간 고수했던 프로리그 방식도 과감하게 개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열악했던 현실이 협회에게는 강력한 진통제를 처방하게 만든 원동력이 된 셈이다. 과감할 정도로 호흡을 짧게 줄인 라운드 방식과 라운드 포스트시즌 도입으로 팬들이 단기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스포TV 역시 스포TV게임즈를 런칭함과 동시에 넥슨과의 강력한 연대로 경기장 여건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프로리그 관계자들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고, 선수들도 양질의 경기력을 선보이자 요지부동이던 팬들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이변은 없었다' 기존 프로리그 강팀들의 활약



이번 2014 시즌 프로리그에는 IM, MVP, 프라임이 새롭게 합류하며 기존 프로리그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가 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원래부터 프로리그에서 활동하던 강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KT 롤스터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테란 라인에 전태양, 그리고 시즌 중반 저그 김성한을 영입한 것이 전부였다. 이영호라는 절대적 에이스가 있긴 했지만 시즌 초반에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1라운드를 소화하며 주성욱의 점재력이 터진 덕분에 1라운드 우승을 차지했고, 테란이 암울한 시기에 이영호-전태양이라는 원투펀치가 정규 시즌에만 30승이 넘는 승수를 챙겨줬다. 차기 시즌에도 저그 선수들의 활약만 조금 더해진다면 2연속 우승도 노려볼만하다.

SK텔레콤 T1은 비시즌 기간 동안 김민철을 영입하며 불안했던 저그 라인을 강화했고, 김도우라는 단단한 프로토스까지 영입하며 정윤종, 원이삭, 김도우로 이어지는 최강의 프로토스 라인까지 구축했다. 이번 시즌 내내 단연 최강 팀으로 손꼽힌 SK텔레콤 T1, 비록 통합 결승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며 SK텔레콤 T1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다만, 계속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테란 라인에 대한 약점이 숙제다. 비시즌 기간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한다면 세 종족 고른 밸런스를 갖춘 팀으로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2014 시즌 다크호스는 바로 진에어 그린윙스가 아닌가 싶다. 주축 선수들의 이적으로 전력이 약화된 8게임단은 진에어 창단과 동시에 조성주와 김유진을 영입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진에어 그린윙스는 실제 정규 시즌에서도 조성주와 김유진 원투펀치와 김도욱, 이병렬, 방태수 등이 서브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유일하게 라운드 2회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통합 포스트시즌 4강에서 KT 롤스터에게 아쉽게 패배했지만 이제 이들은 의심할 여지 없는 우승 후보 중 한 팀이다.

CJ 엔투스는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에이스 김준호를 필두로 김정우, 신동원 저그 라인과 테란 정우용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저그 라인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1라운드 6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김준호와 정우용이 제 몫을 해냈고, 변영봉과 이재선이 승수를 챙기며 분전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정규 리그에서 연패를 거듭하던 '불사조' 김정우가 큰 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냈고, 깜짝 카드 고병재도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얼마 전, 불안한 저그 라인에 한지원이라는 카드를 영입하면서 다음 시즌을 도모하고 있다.

■ 동기부여의 문제? 아쉬웠던 연맹 출신 팀들의 성적



삼성 갤럭시 칸은 시즌 후반부에 기적을 꿈꿨으나 결국 통합 포스트시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중반 2, 3라운드가 아쉬웠다. 삼성은 1라운드에서 신노열과 강민수 등 저그 라인의 활약으로 2위까지 차지했지만 2, 3라운드를 7, 5위로 끝낸 탓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중반에 찾아온 신노열의 슬럼프도 아쉬웠다. 비록 송병구가 프로리그 13연패를 끊어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으나 팀의 핵심인 저그 라인의 활약이 부족했다. 그래도 최근 백동준을 영입하며 프로토스에 힘을 준 삼성 갤럭시 칸의 다음 시즌 비상을 기대해 본다.

2014 시즌 첫 프로리그에 참여했던 IM, MVP, 프라임은 기존 프로리그 출전 팀들에게 크게 밀리며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가장 큰 문제는 동기부여였다. 새롭게 합류한 세 팀은 기존 팀들과 달리 프로리그 올인 체제가 아니었고, 적응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기업 팀 소속 선수들에게 비해 넉넉한 연봉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은 프로리그보다 자신의 개인리그, 또는 해외 대회 출전이 더욱 중요했을 것이다.

특히 전력상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IM은 매라운드마다 1승 혹은 득실 차이에서 밀리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MVP는 2라운드에서 기적을 일으키며 준우승까지 차지했으나 이후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3, 4라운드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하고 만 것. 하지만 MVP는 비시즌 동안 가장 큰 리빌딩을 거쳤다. 기존 선수들이 모두 빠지고 이형섭 감독 체제로 새롭게 돌아온 MVP는 차기 시즌 다크호스로 손꼽히고 있다.

얇은 선수층으로 최약체로 평가받던 프라임. 이들은 약체임이 분명했지만,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팬들은 프라임의 1승, 1승에 환호했고 특히 4라운드에서 최강 SK텔레콤 T1을 3:1로 꺾을 때는 큰 감동이 전해졌다. 최근 프라임은 메인 스폰서도 생기며 좋은 일이 생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팀의 간판 '해병왕' 이정훈의 MVP 이적으로 에이스 카드를 잃었다. 다음 시즌까지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거나 제대로 된 리빌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프라임의 약체 탈출은 쉽지 않을 것이다.

■ 협회-스포TV-넥슨의 삼자연대, 프로리그 운영 '합격점'



이번 시즌 프로리그는 협회와 스포TV게임즈, 넥슨의 삼자연대가 가능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프로리그가 열렸던 ‘넥슨 아레나’라는 경기장의 목적성을 생각해 볼 때, 넥슨이 프로리그를 위해 경기장을 제공할 의무는 없었다. 하지만 넥슨은 대승적 차원에서 경기장 제공을 결정했다.

네 개의 라운드마다 라운드 포스트 시즌을 도입해 호흡을 짧게 만든 판단도 주효했다. 호흡이 길었던 프로리그에서는 후반에 들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있는 팀과 없는 팀의 명운이 크게 갈렸었다. 하지만 이번 개선으로 프로리그는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역동성을 갖추게 되었다. 비록 경우의 수가 막판까지 지나치게 복잡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지만,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았던 개선이었다.

또한 관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강화한 것도 성공적이었다. 다른 종목에서는 매 경기마다 관객들을 대상으로 아이템 증정, 상품 추첨 이벤트 등을 공격적으로 진행했지만, 프로리그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항공권 등의 경품을 제공하면서 집객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다. 말하자면 다양한 이벤트가 관객들로 하여금 ‘직관할 맛’이 나는 리그를 만들어내는데 큰 일조를 한 셈이다.

리그의 역동성 부여에는 해설진들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인 고인규의 성장세가 단연 돋보였다. 정확한 판단력과 상황 설명 능력으로 고인규는 짧은 시간 내에 스타2 정상급 해설로 발돋움했다. 고인규의 데뷔가 2013 프로리그 시즌 중간이었던 점을 회상한다면, 고인규의 초고속 성장이 프로리그의 흥행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펼친 것은 자명하다.

■ 더 나은 차기 시즌을 위한 고민, 무엇이 있을까?

앞서 살펴 본 것처럼 프로리그 2014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협회-스포티비게임즈-넥슨아레나의 협력이 '삼위일체'를 이뤘고, 리그 방식, 출전 선수들의 노력, 다양한 이벤트, 멀티 플랫폼 등 칭찬할 만한 많은 요소들이 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스타2 프로리그는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2014 시즌은 성공적이었지만, 차기 시즌에 더 의미있는 성과를 올려야 한다.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리그 방식이다. 물론, 2014 시즌의 리그 방식은 굉장한 몰입도를 자랑했다. 8개월 동안 이어진 장기 리그였지만 네 개의 라운드를 배치해 각 라운드마다 우승 팀을 가리는 방식은 그 어떤 프로리그 때보다 박진감 넘쳤다. 큰 변화 없이 같은 방식으로 차기 시즌에 임해도 무방할 것 같지만 보다 직관적인 대회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는 있겠다. 출전 팀의 숫자나 출전 팀들의 선수층이 어떻게 변화하느냐 하는 변수도 고려할 만한 부분이다.

또 하나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은 '신인 선수 수급'이다. 과거 스타1으로 프로리그가 진행될 때에는 커리지매치를 통해 준프로 자격을 주고 1년에 두 번 진행되는 드래프트를 통해 신인 선수를 수급했다. 하지만 스타2에서는 각 게임단들이 알아서 선수를 수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1 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유저들도 적고 스타2의 유저층도 얇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인 선수를 수급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필요하다. 아무리 유저 숫자가 적더라도 '프로 시장'이 있다면 프로 선수를 지망하는 유저들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프로리그라는 크고 안정적인 팀 단위 대회가 있다면 이들이 프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는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프로게임단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선수들의 노력은 언제나 기본이다. 지난 2014 시즌을 거치며 '부활한 총사령관' 송병구, '여전한 우승 아이콘' 이영호, '도발의 화신' 원이삭, '죽지 않는 불사조' 김정우 등 다양한 스타 선수들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차기 시즌에는 이러한 화제거리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꾸준히 경기를 치러야 하는 프로리그 덕분에 선수들의 전반적인 경기력은 상향 평준화됐다. 경기력 뿐 아니라 다른 요소로도 팬들을 즐겁게 해줄 만한 노력은 언제나 중요하다.

차기 시즌을 앞두고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은 출전 게임단의 확보 및 비기업팀들의 운영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IM의 경우는 주력 선수들이 모두 이탈하며 차기 시즌 스타2 프로리그 출전이 불확실하다. 프라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스타테일이 프로리그 참가를 희망하고 있고, MVP가 리빌딩을 통해 담금질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8개 게임단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차기 시즌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KT 롤스터, SK텔레콤 T1, CJ 엔투스, 삼성 갤럭시 칸, 진에어 그린윙스 5개의 기업 팀 이외에 출전할 만한 팀들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프로리그가 최근 해외 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해외 팀들에게 출전할 만한 길을 열어주는 것 또한 고려해 볼 만한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