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게임잼이라고 하면 2박 3일 혹은 3박 4일 동안 게임을 만드는 행사로 알려졌다. 그런데 게임 개발 정보 공유 커뮤니티인 레벨제로에서 주최하는 홍익인간 프로젝트는 그 시간이 더 짧다. 주어진 시간은 단지 13시간 남짓. 2박 3일만 해도 완성을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반도 안되는 더 짧은 시간이다. 주제도 상당히 까다롭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이념인 홍익인간을 게임으로 표현해야 한다. 과연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크라우드 펀딩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이 프로젝트를 직접 취재해보기로 했다.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 총 20시간의 일정을 기사로 담았다.


▣ 홍익인간 프로젝트. 20시간 밀착취재


■ 20시간의 시발점. 행사의 시작.

[▲ 홍익인간 프로젝트를 알리는 밤이 찾아왔다]

30일 PM 6시 45분.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홍익인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장소를 찾았다. 도로 사이를 헤매던 중 행사 장소인 마루 180을 발견했다. 이 장소를 택한 이유를 들어보니, 마루 180은 아산나눔재단에서 스타트업 지원 공간으로 창업 생태계 관련 콘텐츠의 행사를 할 경우, 지하 이벤트 홀을 무상으로 대관 가능하다고. 홍익인간 프로젝트도 마루 180의 도움을 받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행사장 입구에 가까워지자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걸어가면서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수많은 음식. 그중 유독 눈에 띈 것은 수십 개의 에너지 드링크였다. 밤을 지새울 때면 꼭 필요한 친구가 아닐까 싶다.

행사장에 도착하고 전체적으로 훑어보니, 아직 행사 시작 전 이미 많은 개발자가 이야기 중이다. 레벨제로 커뮤니티에 속한 이들이 모였기 때문일까. 어색할 수 있음에도 벌써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로 게임 개발에 대한 이야기.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되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는 마치 경쾌한 음악처럼 들렸다.

행사의 시작 시각 7시. 정시가 되자 송용성 개발자의 진행과 함께 행사가 시작됐다. 마치 유재석이 빙의했달까. 아이디어에 관한 설명부터 자기소개, 팀 설정까지 물이 흐르는 것과 같았던 그의 진행은 모두를 즐겁게 했다. 간단한 아이디어 설명과 함께 운명의 가위바위보로 5팀이 정해졌고,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돌입했다.

[▲ 운명의 가위바위보]

※ 홍익인간 프로젝트에서 진행된 5가지 아이디어

1. 악플 게임 - 악플로 인하여 누군가는 상처받는다. 게임으로 악플러와 대화를 하면서 악플이 왜 나쁜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2. 아이스 멜트 서바이브 - 지구 온난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3. 정신나간 드라이브 - 드라이브를 하다가 목표에 도착하니 경찰에 체포된다는 반전으로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깨닫도록 하고 싶었다.

4. 바이시클 라이더 - 싸움이 없는 게임은 없을까 해서 고민했다. 자전거를 타며 쓰레기를 줍는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5. 스마트 짐 - 게임으로 재밌게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 한재영 매니저]

개발하기 직전에 등장한 피자는 참여자들이 미소를 띄게 했다. 어떻게 등장했나 수소문해보니 한재영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커뮤니티 매니저에게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는 레벨제로와 같은 많은 개발자의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고 언제든지 국내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고. 실제로 한재영 매니저는 본인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중에 기술 문제에 관한 지원을 직접 해주기도 했다.

이후에도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의 지원이 있었다. 20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그만큼 체력도 중요하다. 곧 기나긴 밤을 지새울 프로젝트 참여자에게 따듯한 음식은 큰 에너지원이 되지 않았을까. 폭풍 흡입과 함께 체력 충전 완료.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 맛있었던 피자]

[▲ 개발자들의 부족한 에너지를 채워준 에너지 드링크]


■ 시작은 기획부터! 제출까지 10시간 전


아이디어가 바로 게임으로 나오지 않는다. 생각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게임으로 만들지 필요하다. 게임에 사용해야 할 정보를 모으고, 하나씩 정리하는 기간이 있어야 하는 법. 비록 짧은 기간에 모든 특성을 갖춘 게임은 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그 모습은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게임 기획. 어떤 기능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았다.

"차선을 어떻게 할까? 4차선으로? 그럼 편도로? 왕복으로?"

가령 '정신나간 드라이브'를 만들던 팀의 경우, 차선을 결정하는 것부터 일이었다. 편도로 할 것인가, 왕복으로 할 것인가. 그리고 움직이는 방향도 좌우만 가능할지, 대각선도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했다. 정해진 짧은 시간안에 구현할 수 부분은 분명 한계가 있다. 자신이 가능한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 게임을 정시에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인 데이터도 모아야 한다. 가령 '악플 게임' 팀에게는 뉴스에 관한 정보가 중요했다. 실제로 어떤 댓글들이 달려있는지 자료가 필요했던 것. 이 데이터는 누가 제공해주지 않는다. 직접 찾아다니며 원하는 내용의 자료를 하나씩 구해야 했다. 그래야 의도대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은가.

꼭 게임 개발에 관한 이야기만 오간 것은 아니다. 서로의 근황을 묻기도 했다. "내가 즐기는 게임은 말이지"라며, 자신이 즐겼던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이루어졌다. 게임잼이지만, 게임잼스럽지 않은 분위기랄까. 개발에만 몰두하기보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홍익인간 게임잼 프로젝트는 개발자의 대화와 함께 서서히 무르익어갔다.

레벨제로 커뮤니티 운영자도 개발자다. 그래서인지 서로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이 개발하는 게임에 맞는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그 고민에 대해 애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쉽게 만들어볼 수 있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한 탓일까. 여러 의견을 교환하면서 슬금슬금 지쳐 보이는 모습을 띤 참여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졸음을 쫓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를 마셨다. 서서히 줄어드는 에너지 드링크. 하나씩 사라져가는 에너지 드링크는 개발자의 열정을 태우는 에너지원이었다.


■ 제출까지 8시간 전. 기획은 슬슬 마무리 단계. 이제는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의 시간.

[▲ 많았던 에너지 드링크는 이제 3개 밖에 남지 않았다]

어느덧 기획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돌아다니면서 훑어보니 5팀 모두 전체적인 틀은 잡아둔 모양이었다. 기획이 마무리되자 서로 역할을 나누어 분담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코드를 작성하거나, 디자인을 구성했다. 슬슬 어떤 형태의 게임인가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윤곽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꽤 많이 진행된 만큼 더 피곤한 상황. 더 이상의 에너지 드링크는 없었다. 잠시 쉬어가면서 서로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이야기할 무렵, 새로운 에너지원 치킨이 등장했다. 피곤한 탓에 슬슬 가라앉던 분위기도 활력을 되찾았다. 소곤소곤했던 목소리가 떠들썩해졌다.

[▲ 치킨은 적절한 에너지원이었다]

한 골방에서는 음성 녹음을 하기 위해 사람들을 한 명씩 납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따로 성우를 구할 수도 없기에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불러 녹음에 도와달라고 설득했다. 분명 제대로 녹음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기자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개발자들은 성우의 역할까지도 톡톡히 해냈다. 처벌이라도 받았던 것일까. 기자도 골방으로 끌려가 발연기를 했다.

발표 PPT를 준비하는 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원하는 게임을 정시에 선보이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 문제가 되었던(?) 골방]


■ 제출까지 6시간 전. 경험의 공유와 하나둘 생기는 문제점.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면 학원을 가길 추천한다. 자신이 최대한 해보는 것도 좋지만,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은 다르다. 특히나 원화 쪽은 경쟁이 치열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앞으로의 장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현업 개발자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조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이루어진 이야기가 정답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나아갈 길을 판단하는 데 하나의 자료로 쓰이지 않을까. 게임을 만들면서 중간중간 나누는 대화는 서로 좋은 경험이 되어가고 있었다.

[▲ 대화를 나누기도]

부지런히 사진을 찍으러 다녔음에도 '아이스 멜트 서바이브' 게임 사진을 찍지 못할 무렵, 처음으로 인 게임 화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의 기쁨과는 달리, 개발팀에서는 코드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 코드 필요 없는 것 같은데. 괜히 추가한 것 같네. 이거 지우고 다시 정리하자."고.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간결한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다. 그렇게 부족했던 부분을 하나하나 수정하면서 개발 노하우를 차곡히 쌓아가는 것이 아닐까.

정신없이 녹음하던 '악플 게임' 팀은 목소리를 누가 했었는지 기록되지 않아 고생했다. 한 명씩 찾아가며 어느 파트를 녹음했는지 확인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 것. 자료를 수집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찾아놓은 자료를 정확히 사용하기 위해 표시를 해두는 습관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 상기시키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 제출까지 4시간 전. 사상자 속출.

[▲어느새 날이 밝았다]

[▲ 살아서 돌아오리다!]

어둠이 걷히고 어느덧 해가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할 때, 한두 명씩 사상자(?)가 발생했다. 밤새 고된 작업으로 지쳐 한쪽에서 잠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잠을 청하는 참여자가 조금씩 늘었다.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바이시클 라이더' 팀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게임 개발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팀의 손은 더욱 바빠졌다.

박수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바이시클 라이더' 팀은 제작이 끝났다. 기쁨도 잠시. 광주에서 온 프로그래머는 갈 길이 바빠 현장을 떠났다. 혹시 1등을 하게 된다면 연락을 꼭 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프로그래밍을 마친 뒤 당당히 떠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영웅과 같았다. 완성한 소감이 궁금했다. 비록 프로그래머에게 직접 듣지 못했지만, '바이시클 라이더' 팀에 있는 현업 개발자에게 간략한 소감을 물었다.

"완성하고 보여주니 지스타에서 게임을 시연하는 느낌이다. 세계 랭킹 같은 것을 담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전부 끝난 것은 아니다. 완성된 뒤에는 소소한 버그 하나까지 수정해 나가야 했다. '바이시클 라이더' 팀은 마지막까지 버그 수정에 열을 올렸다.

[▲영웅의 모습과 같았다]


■ 제출까지 2시간 전. 버그가 무엇이오! 끝없는 코드와의 전쟁.

[▲ 모두 곡소리를 냈던 체조 시간]

코드를 쓰느라 타자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질 무렵. 갑자기 송용성 개발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침체조를 하자는 것이었다. 건강도 신경 써야 되지 않겠냐고. 슬슬 마감 시간도 다가와 참여자 모두 정신없었기 때문에, 장난 삼아 운동과 관련된 게임 '스마트 짐'을 만드는 팀에서는 반대하기도 했다. 우여곡절(?)끝에 스트레칭을 하자마자 곡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모두 피곤했었던 모양이다.

짧은 체조 후 이어지는 프로그래밍의 시간. 기자는 알지도 못하는 여러 코드의 용어가 난무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에서 마지막으로 제공한 음식인 햄버거와 함께 게임 개발 마무리에 모두 집중했다. 제출까지 남은 시간은 길어야 3시간 남짓. 크레딧을 넣거나 다른 기능을 추가하고 싶어도 이제 시간은 허락하지 않았다.

"왜 기획자와 프로그래머가 밤을 새우는지 알겠다."

그만큼 담고 싶은 내용도 많지만, 시간에 맞추기 위해 빼야 하는 내용도 있다. 지나가다 보이는 모습은 전부 코드를 수정하는 모습밖에 없었다.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끝없는 타이핑하고 있었다.


[▲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 제출까지 1시간 전. 마지막 불태우기.

마무리된 팀도 있지만, 버그 수정에 열을 올리는 팀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며 최종 점검을 하는 모습이 다수였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하기 위해 아직도 열중해서 개발하는 팀도 있었고, 잠시 지쳤던 몸을 쉬는 팀도 있었다. 어떤 팀이 울든 웃든, 노력을 다 쏟아 부은 13시간.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의미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 마지막 최종 점검]

[▲ 필요하면 도움을 받기도]


■ 주사위는 던져졌다. 여한이 없었던 16시간의 여정.

[▲ 심사위원이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었다.]

어느덧 16시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최종 심사 결과. 유티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김진환 팀장, 오픈크레이터즈 강민혁 대표, 산돌 커뮤니케이션즈 이영민 에반젤리스트,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 여럿이 참석해 채점과 시상을 했다.

1등은 '바이시클 라이더', 2등은 '악플 게임', 공동 3등은 '크레이지 드라이브', '아이스 멜트 서바이브', '스마트 짐'이 수상했다. 점수에는 아주 큰 차이가 없었다. 1, 2, 3이라는 숫자로 표현됐지만, 아주 근소한 차이로 나뉘어졌을 뿐이다.

짧고도 길었달까. 홍익인간 프로젝트는 송용성 개발자의 멘트와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레벨제로의 첫 번째 오프라인 제작 행사였다. 다른 게임잼에 비해 13시간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게임을 제작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무사하고 즐겁게 행사가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해준 제작팀 전원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끝까지 함께한 참여자 모두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더 다양하고 재밌는 행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국내 개발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단체 사진 촬영으로 마무리!]

※ 홍익인간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게임은 9월 중 공개될 홍익인간 프로젝트 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단, 스마트짐의 경우 영상으로 공개될 계획이다.)



▣ 레벨제로 커뮤니티 운영자 송용성 개발자의 이야기


[▲ 레벨제로 커뮤니티 운영자이자, 순순디자인 스튜디오 블로그 운영자. 송용성 개발자]

"처음부터 게임 개발자가 목표는 아니었다. 다양한 일을 하다가 게임이 좋아 게임 개발자가 됐다. 성격이 외향적이다 보니 어떻게 게임 업계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달까. 많은 사람이 막연히 게임 업계에 들어오고자 해도 쉽지 않다.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만큼은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블로그도 시작했고.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강좌를 했다. 이런 콘텐츠를 돈 받고 팔 수도 있겠지만, 무료로 공개하기로 선택했다. 여러 사람이 많이 게임 개발에 관한 정보를 접할 수 있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질문을 블로그에 보내주시더라.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레벨제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상업적이지 않은 정보 공유의 장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 애초에 이런 커뮤니티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어려워 초보자가 다가가기 힘든 점이 있었다. 혹은 지나치게 한쪽 취향에 치우쳐져 있기도 했고. 초보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모든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룰 수 있는 개발자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레벨제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레벨제로 커뮤니티에서는 서로 개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하지만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세미나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세미나를 통해서는 들을 수 없었다. 일방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홍익인간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실질적으로 홍익인간 프로젝트는 게임잼이라기보다 오프라인 제작행사 정도다. 그래도 부담이 많이 된다. 이런 행사를 해본 적이 없으니. 주제를 홍익인간으로 잡은 이유는 개인적으로 공모전보다 착한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다. 봉사활동을 가서 학부모와 면담을 해보니 게임을 안 좋게 보더라. 어머니가 학교 선생님인데 의견은 같았다.

'Dumb ways to die'라는 게임이 있다. 처음에 캐릭터가 귀여워 플레이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인앱결제가 없더라. 조사해보니 호주 정부에서 했던 캠페인이었던 거다. 전철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을 게임으로 만들어 캠페인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홍익인간이란 주제로 그 의견에 반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또한, 게임 산업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리고 싶었다. 1인 개발자가 쉬운 길이 아님에도 무턱대고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할 수 있다고 달려들지만, 인생을 걸기에는 수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게임잼이나 홍익인간 프로젝트는 그 과정을 짧은 시간에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다. 맨땅에 헤딩하듯 무턱대고 창업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도 행사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얻고 싶으면 남들에게 베풀어야 한다. 그게 성숙한 개발 문화가 아닌가 싶다. 혹자는 돈이 안 되는 일이라 질타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다. 앞으로 이런 종류의 커뮤니티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성숙한 개발 문화를 만들고 싶달까. 당장 모두 이루기는 힘들겠지만 하나씩 해나갈 계획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즐거운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



▣ 게임 스크린샷 및 발표 모습


[▲ '스마트 짐' 발표 모습]

[▲ '스마트 짐' 게임 화면]

[▲'아이스 멜트 서바이브' 발표 모습]

[▲'아이스 멜트 서바이브' 게임 화면]

[▲ '정신나간 드라이브' 발표 모습]

[▲ '정신나간 드라이브' 게임 화면]

[▲ '악플 게임' 발표 자료 중 일부]

[▲ '악플 게임' 발표 모습]

[▲ '악플 게임' 게임 화면]

[▲ '바이시클 라이더' 발표 모습]

[▲ '바이시클 라이더' 게임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