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월드 챔피언십 (이하 롤드컵) 중계 중 온게임넷 김동준 해설위원은 이런 말을 했다. "북미와 유럽은 서로 '다른 지역한텐 다 져도 너희한텐 안 진다'며 싸운다"고. 첫 승부는 북미의 판정승이었다. TSM과 SK게이밍은 1:1 동률을 기록했지만, 결과적으로 TSM은 8강에 진출했고 SK게이밍은 탈락했다.

남은 북미와 유럽 팀은 각각 2팀. 그중 가장 강한 전력을 가진 Cloud9(이하 C9)과 Alliance(이하 얼라이언스)가 첫날 격돌한다. 두 팀 간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는 라인업은 단연 미드다. C9의 Hai(이하 하이)와 얼라이언스의 Froggen(이하 프로겐)의 맞대결은 전 세계 LOL 팬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매치다.


■ 미드를 제압하는 자가 게임을 제압한다!

▲ '하이'는 한국 전지훈련 중 최초로 챌린저 등급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이'는 전형적인 만능형 미드 라이너다. 특히 서포터 형태의 미드 라이너 운영에서는 정점에 달한 선수로, 미드 소라카를 창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거기에 현 메타에 잘 맞는 AD 미드 챔피언 역시 수준급으로 다루기 때문에 딱히 약점을 찾아볼 수 없다.

LCS NA 섬머에서 '하이'는 제드와 야스오에 빙의한 듯 두 미드 AD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18승 10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한 1등 공신이다. 현 미드 메타가 '하이'의 주력 챔피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그에게 있어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 예전에도, 지금도 세계 최고의 미드인 '프로겐'

캐리형 미드의 상징과도 같은 '프로겐'은 LCS EU 섬머에서 팀이 21승 7패, 승률 75%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프로겐'은 챔피언 폭이 넓은 선수로도 유명하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총 8경기를 펼치는 동안 피즈, 질리언, 제라스,아리 등 전통적인 AP 챔피언과 암살자형 챔피언을 골고루 사용했다. 더불어 미드 AD 트리스타나라는 독특한 카드를 꺼내 전부 승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프로겐'의 활약에 힘입어 Alliance는 LCS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됐다. 최근 미드에서 유행하는 제드, 야스오 등 AD 암살자 캐릭터를 롤드컵에서 선보일지도 기대를 하게 한다.


■ 그 밖의 키 플레이어는?

▲ 북미 캐리형 정글러의 대표주자 Meteos

C9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는 역시 정글러 Meteos(이하 메테오스)다. 북미를 대표하는 공격적인 정글러이자 캐리형 정글의 표본과도 같은 선수다. LCS NA 섬머 기간 중 그의 모스트5는 리 신(9회), 이블린(7회), 엘리스(5회), 렝가와 카직스가 각각 2회로 총 28경기 중 25번의 게임에서 공격적인 정글러를 선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단 한 번의 누누 활용을 제외하면 엘리스와 카직스만을 사용했다.

이런 그의 공격적 성향은 상대 정글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언제 킬을 만들어 내고 cs를 획득해 라이너 급으로 성장할지 모르는 선수다 보니 신경 쓸 곳이 많아지게 된다. '하이'의 몸이 안 좋을 때는 팀을 캐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캐리형 정글러 스타일만 고집해 팀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서포트형 정글러도 곧잘 소화해 내고 있기 때문에 차차 공수 균형이 잘 맞아가고 있다.

▲ 기막힌 스킬 적중률을 보이는 서포터 'Nyph' (사진은 SK게이밍 시절)

얼라이언스의 다른 주요 선수는 서포터 'Nyph'다. SK게이밍에서는 Candypanda와 함께 뛰어난 모습을 보였지만 얼라이언스 이적 직후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팀에 잘 융화되어 이제는 원딜러 'Tabzz(이하 탭즈)'를 가장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LCS EU 섬머를 통틀어 쓰레쉬 11승 2패, 모르가나 6승 1패라는 무시무시한 승률을 보여준 바 있다. 스킬 적중률과 활용이 매우 뛰어나 아군을 구조해 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한다. 'Nyph'는 특이하게도 단 한 차례도 잔나를 사용한 적이 없다. 최근 잔나가 '밴 아니면 픽' 급으로 선수들에게 사랑받는 챔피언인 만큼 롤드컵 무대에서 활용할지도 기대된다.


■ 각 팀의 약점은 무엇인가?

C9은 최근 플레이 방식이 꽤 정형화되어 있다. 지나치게 안정성을 추구하다 보니 플레이가 단조로워진 것이다. 때문에 상대의 예상치 못한 전략에 말려들어 픽밴이 꼬이거나 할 경우 생각 외로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또 팀원 대부분의 픽이 매우 제한적이다. 잘할 수 있는 챔피언만 고르려다 보니 픽이 항상 비슷비슷해졌다. LCS 플레이오프 8경기를 치르는 동안 탑 라이너 'Balls'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단 3명의 챔피언만으로 경기를 펼쳤다. 이에 파훼법을 찾아낸 상대에게 약점을 잡혀 역전패를 당하기도 했다. '하이'가 초반에 말리면 그 격차를 뒤집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나오곤 한다.

▲ 평소 쓰던 챔피언만 고집한 결과 C9은 LCS NA 섬머 우승컵을 놓쳤다. (출처 : 리그피디아)

얼라이언스는 '프로겐'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는 경향이 있다. '탭즈'도 만만찮은 캐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을 발휘하기 위한 판짜기를 전적으로 프로겐에게 의지한다는 것. 그렇기에 미드를 집중공격 당해 '프로겐'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게 되면 '탭즈'의 캐리력이 폭발할 시간을 벌지 못할 수 있다.

또 탑 라이너 Wickd(이하 윅드)의 챔피언 스타일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윅드'는 현재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캐리형 탑 라이너다. 나진 실드의 '세이브'와 비슷한 플레이 성향을 띄는 선수다. 그러나 현 메타에서 캐리형 탑 라이너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기 때문에 '윅드' 역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세이브가 그랬듯 '윅드'도 자신의 성향을 버리고 메타에 맞는 탑 라이너로서 변신할 필요가 있다.

▲ 변화에 적응하려는 '윅드'의 움직임. 롤드컵에서의 성과는? (출처 : 리그피디아)

LCS 다전제에서 패배를 모르던 C9은 TSM에게 일격을 당한 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얼라이언스는 최초로 프나틱의 아성을 무너뜨린 바 있다. C9은 LCS NA 스프링에서, 얼라이언스는 LCS EU 섬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각 지역 챔피언이자 북미와 유럽의 최고 전력인 두 팀이 곧 격돌한다.

1주차에 이어 또다시 벌어지는 북미와 유럽의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하는 팀은 누가 될 것인가? 그들의 경기에 북미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 LOL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