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친.소 란? - 인벤의 새로운 코너인 "스.친.소"는 "스타트업 친구를 소개합니다!"를 줄인 말이며, 새로운 게임을 개발 중이거나 혹은 개발을 위해 모인 야심찬 개발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보고 그들이 추구하는 꿈과 희망을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게임 업계의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매주 끊임없이 신작 게임들이 출시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소개되지만, 그나마 이름이나마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스타트업들은 운이 좋은 편입니다. 워낙 경쟁이 심하다보니 힘들게 개발한 게임이 제대로 이름조차 알리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일도 많습니다.

다 만들지도 못한 게임을 홍보하자니 게이머들이 관심있어 할만한 자료도 아직 없고, 그렇다고 대형 게임사들과 함께 경쟁을 하자니 자본과 인맥은 더욱 부족합니다. 차근차근 게임을 알릴만한 통로도 부족할 뿐더러 우리가 이런 게임을 만들었다고 자랑스레 내보일만한 장소도 없습니다.

스친소는 이렇게 재야(?)에 묻혀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게이머 및 업계 관계자 분들에게 소개시켜드리고자 준비한 새로운 코너입니다.

게이머들에게 내놓을만한 자료가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이제 막 게임 개발을 위한 첫번째 코딩만 되어 있어도 좋습니다. 게임을 개발하고자하는 열정과 각오만 충분하다면 언제든 부담없이 인벤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메일 - desk@inven.co.kr)


스타트업이 하는 이야기는 늘 똑같다. 실상이 그렇다고 해도 "좋은 오빠 동생 사이에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천편일률적이다.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틀에 박힌 공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라는 말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다만, 조금 식상해졌을 뿐이다.

게임은 흐름을 탄다. 게임의 흐름이 커맨드 앤 퀀커- 워크래프트-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스타크래프트로 이어지던 시절엔 RTS가 쏟아져 나왔다. 충무공전, 쥬라기 원시전, 카운터블로, 판타랏사, 삼국지 천명, 아트록스 등등이 국내 게임계를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발전시킨 것이 좋은 예다.


▲ 좀 더 신선한거 없나.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시대의 흐름과 요구를 배제하고 게임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이 대목에서 스타트업의 창의로움과 자유로움이 발현되는 것이다. 자본의 간섭과 공식을 배제하고 뜻하는 바를 구현하는 게 '만들고 싶은 게임'의 본질이다.

스.친.소의 핵심도 이러한 자유분방함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얼마 전 스친소의 본질에 적합한 업체를 찾아냈다. 왜 게임을 만들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이 시대의 가장은 불쌍하다. 회사에선 격무에 시달리고 가정에선 돈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하기 일쑤다. 돈을 벌어오기 위해 더욱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본인은 물론 가정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개발자라면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랬던 그들이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업체를 설립해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 역시 그들의 대답처럼 아이들과 함께 즐겨도 될 만한다. 신선한 게임, 신선한 사고방식을 가진 신선한 아빠들을 소개한다. '3F Factory'다. 아버지는 위대하다.




팀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진우 아빠, 연아 아빠, 민지 아빠가 함께 하고 있다. 민지 아빠는 애가 넷이다. 각자가 기획, 개발, 그래픽을 담당하고 있다.

팀 안에서 호칭을 누구 아빠로 부르기로 했다. 모두 유부남이고 아이를 가진 아빠이기 때문이다. 이전 회사에서 각자가 다른 직급과 직책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호칭이 필요했는데 모두 아이를 좋아해서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테일즈런너'라는 게임을 처음 만들 때 서로를 알게되었다. 그 때가 8년전이니... 진우 아빠는 그 전부터 개발을 하고 있었고, 연아 아빠는 '프리스톤테일'의 원화를 담당하고 있었으니 모두 8년 차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원래는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인가를 만들다가 작업 중 연아 아빠가 'Page Flipper'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이 아이디어가 재미있어서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Page Flipper'부터 출시하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도 조만간 완성될 예정이다.


8년 이상의 경력, 이름만 대면 아는 게임 참여. 나름 탄탄대로를 걸어온 듯한데 창업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민지 아빠: 회사에 다니며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딸의 책상 위에서 딸이 유치원에서 만든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 작품들을 보면서 "난 왜 아이와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고 돈만 벌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인데 과연 지금 행복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야근이 없는 회사,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가능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더불어 원래 게임 업계에 들어오기 전에 했던 일이 만화를 그리는 일을 했었는데, 그 때 그린 만화를 지금 우리 아이들이 좋아한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한 마디로 애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창업하게 되었다. 큰 회사 규모에서 진행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기도 했고...


▲ 민지 아빠


연아 아빠: 민지 아빠와 아이들과 놀기 위한 게임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합류했다. 그 무렵 내 아이는 아직 돌도 지나지 않았지만, 좀 더 크면 어떻게 놀아줘야하나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비슷한 시기에 회사에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을 위한 의미 있는 앱을 만드는데 동참하게 됐다.

진우 아빠: 처음에는 게임 만드는 일이 재미있고 즐거워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즐겁지만은 않아졌다. 매일 퇴근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이제 겨우 시작단계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어 만족스럽다.


회사이름이 3F Factory다. 회사이름에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가

3F Factory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무실을 3층에 만들어서 3F라고 했다. 그런데 3F라고 하니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더라. 3명의 아빠가 시작했으니 '3 Father'라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고 '3 Fun'이라고 해서 3가지 즐거움이란 의미도 가질 수 있겠다 생각했다. 아빠 3명이서 3층에 사무실을 얻었고 3가지의 즐거움을 추구하겠다는 거니 정체성을 확실히 표현하다고 볼 수 있겠다.


▲ 진우 아빠


처음 시작할 때 자본금은 얼마나 들었나

사무실을 얻는 비용 그리고 책상과 간단한 인테리어 비용 정도만 들었다. 그 외에는 딱히 들어가는 비용이 없었다.

밥은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다. 정말 매우! 매우! 매우! 좋은 것 같다. 지난 8년 동안 이 주변 모든 식당은 다 가봤던 거 같은데, 역시 밥은 마누라가 싸주는 밥이 제일 좋더라. 세명이서 함께 도시락을 까놓고 먹는 즐거움도 남다르다.


나도 애인이 싸주는 도시락을 좋아한다. 그런데 애인이 없어서 어떤 맛인지 모르겠다. 후... 그럼 게임 이야기를 해보자

플래피버드처럼 단순한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지만 비슷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뭔가 다른 재미를 주고 싶었다.

그 와중에 커다란 영화세트 벽이 무너지는데 주인공이 창문 위치에 서 있어서 살아남는 장면이 떠올랐다. 조금만 위치를 잘못 잡아도 다치게 될 때의 긴장감을 게임으로 옮기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민지 아빠, 진우 아빠의 좋은 생각들이 추가되면서 지금의 '페이지 플리퍼'를 완성하게 됐다.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간단한 조작과 게임룰 그리고 단순한 그래픽을 활용했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한 장씩 넘어오는 페이지마다 한 개의 구멍이 뚫려있다. 게이머는 캐릭터를 이동시켜서 해당 구멍의 위치로 옮기면 된다. 게임이 끝나지 않도록 캐릭터를 이동하며 최대한 많은 큐브를 획득해 점수를 올리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플레이하면 긴장감이 느껴짐을 알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긴장감을 더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바닥의 그리드 개수가 늘어나거나 가이드선이 없어지는 등의 다양한 변화를 겪게 된다. 또한, 일정 큐브 이상을 획득하면 시민부터 왕, 황제까지 15개에 이르는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다. 추후 좀 더 재미난 장치들을 추가할 예정도 가지고 있다.


▲ 게임에서라도 신분상승을...



잠깐 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신선했다.

'페이지 플리퍼'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다른 게임에서 잘 사용하지 않았던 플레이 스타일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신선할 수도 있을 거라 판단한다. 게임에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은 딱 하나다. 세로 칸의 경우 넘어오는 팩의 페이지가 바닥에 도착할 때는 반대편이라는 것. 이것만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 몇 판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몇 일전 패치를 통해 정확한 위치에 갔을 때 바닥에 별을 생성해서 자신의 위치가 정확한지 알려주는 요소를 도입했다. 또, 일정 큐브를 획득하면 캐릭터가 변하는데 변한 캐릭터로 플레이할 때 그 캐릭터가 가진 큐브의 기록부터 시작하게 했다. 그래서 좀 더 높은 기록과 새로운 캐릭터를 가지기 쉽게 수정이 된 상태다.

아내가 게임을 전혀 안 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게임을 많이 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기록을 뛰어넘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일정 구간을 넘어가면 높은 점수의 큐브가 등장하기 때문에 쉽게 점수를 올릴 수 있다. 참.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 터치로만 게임을 플레이해서 큐브 획득을 힘들어하는데, 우리 게임... 드래그도 된다. 한번에 주르르~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 드래그를 주우욱~ 애들도 할 수 있다.


개발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자제하는 것이 힘들었다. 개발과정에서 게임에 깊이를 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페이지 플리퍼'의 이미지도 처음에는 현재와 달랐다. 더 멋있었고, 도트도 아니었다. 각자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더 많은데 기획의도에 따라 자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일부 특정 그룹을 타겟으로 잡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게임의 동선, 그래픽, 플레이 방식을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인가를 더 해야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하고 포기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조금만 정신줄을 놓으면 어느새 복잡해지고 디테일해지고...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들이 재미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반응, 통계로 배우는 새로운 사실들은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다.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우리가 만드는 결과물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 플레이 영상



회사를 나오고 나서 새로운 회사를 꾸렸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말해달라. 근데, 진짜 야근이 없는가

민지 아빠: 좋은 점이라고 하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신뢰가 깔렸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침에 아이들 등교를 챙겨주고 집 청소를 도와주고 기분 좋게 출근한다. 의견을 빠르게 조율할 수 있고 우리의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는 점이 또 다른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나쁜 점은 현재까지는 없다. 다만, 불안한 점은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다 보니 수익에 대한 걱정은 있다. 그래도 회사에서 뛰쳐나온 나의 결정에 흔쾌히 동의해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있다.

연아 아빠: 민지 아빠와 비슷하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 만족스러운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수익 부분은... 조금 걱정스럽다.

진우아빠: 하루하루가 기대된다. 즐겁게 일을 하는 지금이 참 좋다.


▲ 연아아빠


온라인 개발을 하다가 모바일 스타트업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경험자로서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우리도 이제 시작한 입장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두 각자의 방식이 있다. 성공하면 그 때부터 정답이 되는 거다. 스타트업을 꿈꾸거나 모바일 개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너무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믿으라고 조심스레 말하고 싶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조언하는 것은 일단 우리가 게이머들이 모두 알만큼의 게임을 만들고 난 다음부터 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정답이 무엇인지 모르고 아직 이 길을 걸어본 경험이 없으니 경험이 쌓이고 난 다음에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우리도 조언을 들어야 할 입장이다. 굳이 우리가 경험한 부분에서 말해야 한다면 "한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해 보라"라고 말하고 싶다.


첫 게임이 출시됐고, 원래 의도했던 게임도 곧 나온다고 했다. 앞으로의 포부를 듣고 싶다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모범사례가 되고 싶다. 게임회사는 원래 야근을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가족과 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따르지 않아도 방법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사람마다 우선시하는 가치가 다르겠지만, 우리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스타트업은 기존 회사에 있을 때보다 더 악착같이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럴 것 같았으면 회사를 관두지 않았을 거다. 회사에 몸담을 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되 그 장소가 반드시 책상 앞일 필요는 없다.

다시 말해 가족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팀이 되겠다. 게임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만들어 부모가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


▲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를 만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