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챔피언이 등장했다

그동안 수많은 서포터 챔피언들이 쓰레쉬의 아성에 도전했다. 하지만 완벽한 스킬 구성으로 무장한 쓰레쉬는 강력했다. 신규 챔피언의 등장이나 너프 패치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쓰레쉬의 독주는 영원할 것처럼 보였다. 바로 그때 쓰레쉬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챔피언이 등장했다. 신규 챔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스프링 시즌과 섬머 시즌에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롤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쓰레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잔나.

반전의 선수가 등장했다

그가 화려하게 돌아왔다. KT 롤스터의 식스맨이 되었을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한국리그를 떠나 중국리그로 진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소속팀이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을 때도 여전히 그의 이름 뒤에는 물음표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롤드컵 8강을 넘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제 어느 누구도 그를 ‘비운의 식스맨’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는 분명 세계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는 최정상의 선수다. 그의 이름은 바로 ‘Zero’ 윤경섭.

▲ 'Zero' 윤경섭, 그는 더이상 비운의 식스맨이 아니다!


■ 비운의 식스맨?! 'Zero' 윤경섭, 중국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다!

2012년 10월 27일, ‘Zero’는 KT 롤스터의 미드 라이너로 프로무대 데뷔 전을 치른다. 시작은 좋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수준급의 미드 라이너로 인정받았던 그는 2012 롤챔스 원터 12강 조별 예선에서 경기 MVP에 선정되는 등 좋은 평가를 얻는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서포터를 거쳐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하게 된다.

잦은 포지션 변경이 문제였을까? 넓은 챔프 폭을 소유한 실력파 플레이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지만, 이에 걸맞은 성적을 얻는 데는 실패한다. 결국, ‘Zero’는 포지션을 서포터로 또다시 변경하지만 당시 KT 불리츠에는 ‘마파’와 ‘하차니’라는 최정상급 서포터들이 이미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상황. 그는 출전 기회조차 불투명한 식스맨으로 전락하고 만다.

▲ 2014년 롤 챔피언스와 롤 마스터즈에서 'Zero'는 단 6게임에 출전한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Zero’는 자신의 가치를 믿었고, 과감한 선택을 한다. KT 불리츠에서 한솥밥을 먹은 ‘Insec’과 함께 중국 리그로의 진출을 선언. 명문 프로 게임단 로얄클럽에 입단하게 된다. 주전 자리를 얻기 위해 굴욕 아닌 굴욕(?)의 테스트를 받아야 했고,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한 봇 라인에서 동료 ‘Uzi’와의 언어적 격차는 큰 문제였다.

하지만 ‘Zero’의 의지는 강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Uzi’와의 호흡은 좋아졌다. 특히, 경험에서 묻어나는 ‘Zero’의 안정감은 ‘Uzi’의 공격적인 성향과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했고, 이는 중국 넘버 원 봇 듀오라는 타이틀을 획득하는 밑거름이 된다. 그렇게 한국 리그에서 고통 받았던 비운의 식스맨은 롤드컵이라는 무대를 통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 'Insec'와 'Zero'의 중국 진출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 금의환향에 성공한 'Zero' 윤경섭!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Zero’의 활약 속에 로얄클럽은 16강 조별 예선을 1위로 마무리했다. 8강 상대는 같은 중국 팀인 EDG. 분위기 상은 로얄클럽의 우세였지만, 그동안의 상대 전적을 보았을 때 EDG가 유리한 상황. 쉽게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시작은 로얄클럽이 좋았다. 1세트 초반부터 우위를 점한 로얄클럽은 침착하게 스노우볼을 굴렸고, ‘Zero’의 나미가 결정적인 궁극기 이니시에이팅을 보여주며 승리를 가져갔다.

1세트 승리 후 로얄클럽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했고, ‘Zero’는 16강에서 3승 1패라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잔나를 선택한다. 하지만 경기 초반 분위기는 EDG가 좋았다. 1세트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EDG의 추격은 거셌고, 로얄클럽은 2킬을 헌납하고 만다. 그리고 펼쳐진 봇 라인 한타. 무리한 이니시에이팅으로 인해 리 신이 제압당한 상황이었기에 로얄클럽의 패색은 짙어 보였다. 하지만 EDG의 무리한 플레이와 로얄클럽의 끈끈한 조직력으로 'Uzi'의 트위치가 쿼드라 킬을 기록한다.

이제 로얄클럽의 제1 목표는 하나로 좁혀졌다. 바로 'Uzi'의 트위치를 살리는 것. 그리고 'Uzi'의 파트너 'Zero'는 이 목표를 완벽하게 수행한다. 분위기는 로얄클럽 쪽으로 기울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골드는 EDG가 앞선 상태에서,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한타가 열린다. EDG의 타겟은 당연히 트위치였고, 모든 스킬이 트위치에 집중됐다. 하지만 로얄클럽에는 'Zero'가 있었다. 제드의 궁극기를 맞고 곧 죽을 운명이 된 트위치. 그때 'Zero'의 잔나는 점멸을 통해 빠르게 트위치에게 달려가 계절풍을 시전한다. 이 아슬아슬한 플레이는 결국 트위치의 성장을 가속화시켰고, 로얄클럽은 2세트마저 가저간다.

▲'Zero'는 확실한 상황 판단을 통해 트위치를 보호!
로얄클럽의 핵심이었던 'Uzi'를 지켜낸다!

하지만 EDG는 역시 중국 최강자였다. EDG는 승리에 취해 다소 방심한 로얄클럽의 허점을 집요하게 노린다. 결국, 로얄클럽은 3세트와 4세트를 내리 내주게 되고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흐름은 완전히 EDG로 넘어갔다. ‘Zero’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5세트를 앞둔 로얄클럽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너진 멘탈이었다. 한중 연합팀이라는 특성상 대화를 통한 멘탈 수습은 쉽지 않은 상황. 예상대로 5세트 초반은 로얄클럽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EDG의 파도를 막을 방파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바로 그때, ‘Zero’의 잔나가 또다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경기 20분경, 미드 부시에서 EDG의 트위치는 다소 무리하게 암살을 시도한다. 로얄클럽은 이를 놓치지 않고 한타를 연다. 초반의 손해를 만회하는 동시에 무너진 멘탈을 복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로얄클럽은 빠르게 트위치를 제거하고 옆에 있던 럼블까지 노린다. 그러나 트위치를 잡기 위해 많은 스킬을 쓴 상황. 딜이 부족했고 럼블은 탈출에 성공하는 듯 했다. 그 순간, ‘Zero’의 슈퍼 플레이가 나온다. 마치 인섹킥처럼 계절풍(R)을 이용해 럼블을 자신의 팀원들에게 배달한 것.

▲ 잔나도 인섹킥이 가능하다?!
'Zero'의 플레이는 멘탈이 부서진 로얄클럽을 다시금 불타 오르게 한다!

'Zero'의 플레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1어시스트였지만, 실제 가치는 그 이상이었다. 부서진 멘탈 속에서 시작된 경기, 그리고 또다시 불리하게 진행되는 5세트 초반.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우리가 이길 수도 있다'는 희망이었고, 'Zero'의 플레이는 이 희망의 기폭제로 작용하게 된다.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한 로얄클럽은 이어진 탑 한타에서도 짜릿한 승리를 거둔다.

자르반이 빠르게 잡히면서 시작한 한타 였지만, 오리아나의 궁극기가 정확히 적중하면서 체력 상황은 로얄클럽이 유리했다. ‘Uzi’의 트리스타나는 이 상황을 포착, 앞 점프를 시도한다. 'Zero'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Zero’ 역시 적극적으로 ‘Uzi'의 믿음에 보답하며 적극적으로 그의 움직임을 서포팅한다. 결국, 한타를 승리로 이끈 로얄클럽은 전술상 핵심 목표라고 할 수 있는 ‘Uzi’가 성장에 성공하면서, 승리를 거머쥔다.

▲ 'Uzi'라는 주인공을 만든, '보이지 않는 주인공'은 분명 'Zero'였다

‘비운의 식스맨’으로 한국을 떠나야 했던 ‘Zero’는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더 이상 그는 식스맨도, 비운의 실력파도 아니다. 그는 이제 롤드컵 결승, 더 나아가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는 정상급 선수다. 이 모든 것은 모두가 끝을 떠올렸을 때, 새로운 시작을 바라봤기에 가능했다. ‘Zero’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곧 펼쳐질 롤드컵 4강전, 과연 그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돌아온 그녀, 잔나

잔나. 빼어난 외모와 가녀린 몸매, 몽환적인 목소리. 인기 있는 여성 챔피언의 모든 것을 갖췄다. 실제로 몇몇 유저들은 서포터를 하게 될 때마다 잔나를 선택할 정도로 애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으로 방송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려 1년 반 전, 롤챔스 스프링 2013시즌이었다.

왜 잔나는 이토록 오랫동안 대회에서 선택받지 못했을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이유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프로 팀들 간의 경기에서는 초중반에 이미 경기 결과가 어느 정도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이 승부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잔나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힘든 챔피언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되받아 치는 플레이에는 능숙하지만, 먼저 무언가를 하기는 힘들다.

▲ 무언가 먼저 해보기엔 살짝 아쉬운 스킬 구성

그렇다면 최근에는 왜 잔나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을까? 이번 롤드컵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기의 주인공은 양 팀의 원거리 딜러다. 어느 팀의 원거리 딜러가 잘 성장했는지가 승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원거리 딜러로 후반 하드 캐리가 가능한 챔피언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미드 라인에는 암살자 챔피언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 잔나가 등장하기 시작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잔나는 아군 보호에 최적화된 챔피언이다. 상대를 공중에 띄우거나 돌진기를 끊을 수 있고, 적의 이동속도를 감소시키며, 아군에서 보호막도 걸어준다. 심지어 궁극기는 순간적으로 상대방을 밀칠 수 있는 동시에 체력까지 회복시켜준다. 종합해보면, 잔나는 승패에 중요한 요소인 아군의 원거리 딜러를 정말 잘 보호할 수 있는 서포터이기에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바람을 다루는 콘셉트의 챔피언답게 잔나는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기 시작할 때 다시 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롤드컵에 무려 37회 등장해 62.2%의 승률을 보이고 있는 그녀. 최근 가장 '핫'한 챔피언은 아마 잔나일 것이다.


■ 잔나와 함께 돌아온 '제로' 윤경섭. 그는 파트너를 어떻게 꾸몄을까?


1. 그녀의 매력은 의외의 공격성! 윤경섭이 선택한 룬 세팅

잔나의 단점은 여느 보조형 서포터 챔피언들과 마찬가지로 허약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통 보조형 서포터 챔피언들은 대단히 방어적인 룬을 사용해 이를 보완하고자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표식에도 고정 방어력 룬을 넣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제로' 윤경섭의 잔나는 뭔가 달랐다. 생각보다 잔나의 평타가 강력해 보였다. 거기에는 윤경섭이 표식에 넣어준 고정 공격력 룬 8개와 치명타 확률 룬1개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잔나는 긴 사정거리와 준수한 평타 모션을 활용해 라인전에서 평타 견제를 자주 해주는 챔피언이므로 윤경섭의 선택은 주요하게 작용했다.

나머지 룬은 큰 변화 없이 무난하게 갔다. 인장에는 잔나의 약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고정 체력 룬을, 문양에는 고정 마법 저항력 룬고정 마나 회복 룬을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정수에는 고정 방어력 룬을 넣어 최대한 단단한 잔나를 만들어줬다.


2. 보조형 서포터의 정석적인 특성

사실 각 포지션 별로 특성은 정형화되어 있다. '제로' 윤경섭 역시 보조형 서포터 챔피언들이 대부분 활용해주는 0/9/21 특성을 선택했다. 2:2 라인전이 주를 이루는 봇 라인에 맞춰 최소한의 방어 특성에 포인트를 투자했고, 나머지 포인트는 모두 보조 특성으로 몰아줬다.

잔나는 마나를 많이 소모하는 챔피언이다. 윤경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룬과 특성에 마나 회복과 관련된 투자를 보여줬다. 또한, 평타 견제를 위해 룬으로 공격력을 올려준 것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산적' 특성 (상대 챔피언을 평타로 때릴 때마다 골드가 수급됨)을 찍어줬다. 마지막으로 아군을 최대한 보호하기 좋으려면 소환사 주문이나 사용 효과가 있는 아이템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중요하므로, 그에 대한 투자 역시 아끼지 않았다.



3. 보조형 서포터는 아이템 트리를 이렇게 가세요!

'제로' 윤경섭이 경기에서 보여준 아이템 트리는 모든 보조형 서포터들이 사용해주는 아이템 트리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시야 장악을 위해 다수의 와드를 구매해야 하는 서포터의 특성상 아이템 트리에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다.


최근 고대 주화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보조형 서포터들은 주문 도둑검을 첫 아이템으로 선택한다. 최소한의 주문력을 얻을 수 있으며 골드 아이템답게 깨알 같은 골드 수급을 도와준다. 상위 아이템인 서리 여왕의 지배 역시 사용 효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 3부터 서포터의 기본 소양은 시야 장악 능력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아이템은 단연 시야석. 서포터가 와드 구매에 사용하는 골드량을 줄이기 위해 라이엇게임즈에서 개발한 아이템이다. 실제로 시야석이 나타난 이후, 서포터들은 중후반을 위한 아이템 구매가 가능해졌다. 또한, 맵 전역을 구석구석 빠르게 누비기 위한 기동력의 장화 역시 서포터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주문 도둑검을 최종 진화시켜 서리 여왕의 지배로 만들어준다. 이 아이템은 사용 효과로 상대에게 광역 이동속도 저하 효과를 줄 수 있어 한타 시에 매우 유용하다. 아군 한 명에게 사용해 체력 회복 능력과 각종 디버프 효과를 해지시켜 주는 미카엘의 도가니 역시 빠질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시야석을 루비 시야석으로 교체해 와드 개수와 체력에서 약간의 우위를 점했다.


※ 서로 닮아 있는 '제로' 윤경섭과 잔나

'제로' 윤경섭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국내 무대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식스맨이 됐다. 그 이후 중국 팀인 로얄클럽으로 넘어가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이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제 그는 팀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선수가 됐다.

잔나 역시 '제로' 윤경섭과 비슷한 입장이다. 시즌 1부터 꾸준히 사랑받으며 대회에도 몇 번 모습을 드러냈던 잔나는 어느 순간부터 선수들과 유저들에게 외면받아 게임 내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 했다. 하지만 메타의 변화에 따라 잔나가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됐다. 잔나는 이제 1티어 서포터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챔피언이 됐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비슷한 선수와 챔피언이 만나 최강의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제로' 윤경섭은 잔나를 활용해 팀 내에서 캐리력이 가장 좋은 'Uzi'를 보살펴 팀 승리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윤경섭과 잔나의 호흡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로얄클럽의 앞길은 분명 창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