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버지.

국내 도타2 유저들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 들어봤을 칭호다. 도타2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유저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리그를 기획하며 불철주야 뛰는 넥슨 박성민 실장 얘기다. 처음 넥슨이 도타2를 퍼블리싱 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유저들은 크게 반발했다. "영웅 능력치 강화시키는 캐쉬 아이템이 나올 것이다", "서버 관리는 안 되고 현질 요소만 잔뜩 들어갈 것이다"는 반응을 보이며 넥슨이 도타2 런칭을 맡았단 사실 자체를 달갑게 보지 않는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넥슨은 우려와 달리 게임의 밸런스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열악한 한국 도타2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적지 않은 금액을 리그 상금으로 내놓으며 오히려 유저들이 넥슨을 걱정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도타2가 한국에 뿌리내린 지 1년, 도타2 유저들에게 넥슨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데 성공한 '도버지' 박성민 실장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 도타2 서비스 1주년,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할 것




Q. 도타2 국내 서비스가 1주년을 맞이했다. 소감이 어떤지?

2013년 10월 25일, 도타2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내외부적으로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MVP 피닉스가 성장해 '디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이하 TI)에 진출하게 된 것, 같은 장르의 게임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도 뿌리를 내려 유저층을 형성한 것 등이 있다. 내부적으로도 도타2를 서비스하며 이 게임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창작마당 등의 독특한 시스템을 학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들을 토대로 프로 팀을 더욱 성장시켜 내년 TI에 진출시킬 정도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존 유저들이 주변 사람에게도 도타2를 많이 알려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Q. 1주년 기념 이벤트 계획이 있는지?

일단 웹 사이트가 전면 개편될 것이다. 기존의 도타버프나 도타맥스 사이트처럼, 웹에 들어오면 한국 서버 내 통산 전적, 사용 영웅, 장인 랭킹, 가장 많이 사용된 영웅, 개인별 매치 레벨과 히스토리 검색 등의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자유게시판, 사진 게시판도 추가하는 등 유저들이 웹에서 더 많은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1주년 기념 이벤트도 시작할 것이다. 가장 크게 준비하는 것은 피시방 혜택 강화다. 11월 중으로 '피시방 기록서'가 추가될 예정이다. 또한, 성장하는 짐꾼처럼 유저들이 게임을 통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할 것이다. 기존의 '배틀 포인트'는 너무 티가 안 났다. 넥슨이 만든 아이템들도 꾸준히 추가할 예정이다. 뛰어난 아이템들을 만들고,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넥슨이 만든 아이템은 퀄리티가 보장된다고 인식시킬 것이다.

또한, KDL이 시작하기 전 12시부터 1시까지 유저 간담회를 열 것이다. 엄청나게 대단한 자리는 아니고 간단한 이벤트처럼 진행할 예정이다. 가능하다면 선수들도 함께하는 자리를 열어 앞으로의 도타2 서비스 계획, 넥슨의 도타2 서비스에 대한 의지와 자세를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Q. 피시방에서 도타2를 하기엔 여러 불편 사항이 있는데?

매번 피시방에 갈 때마다 설치를 하거나 패치를 해야 하거나 패치가 멈추는 등 문제가 있는데, 그런 불편 사항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지난 달에 밸브 개발자들이 출장을 와서 서울 시내 피시방 다섯 군데를 돌아다니며 유저들의 불편 사항을 직접 확인해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 중이다.

대표적으로 패치가 85%에서 멈추는 현상이 있었는데, 밸브 직원들도 이를 보고 당황스러워 하더라. 밸브에서도 게임을 즐기는 한국 유저들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그런 유저들이 힘든 여건 속에서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미안해했다.



■ 세계의 도타2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Q. 도타2 불모지인 한국에서 1년간 여러 마케팅을 했는데 거기에 따른 성과가 어떤지?

한국 팀이 TI에 진출할 정도로 성장한 것 등이 있지만 투자한 것만큼 정비례하는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유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투자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시 접속자(동접자) 수도 TI 이전에 비해 약 30% 늘어났다. 예전에는 도타2 동접자 200명이라는 사진도 돌아다니곤 했는데, 사실 동접자가 200명인 적은 새벽 4~5시일 때도 한 번도 없었다(웃음).


Q. 해외의 도타2 동향은 어떠한지?

해외에서는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특히 중국은 I-리그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 TI 다음으로 큰 리그로 성장해 시즌2도 열릴 계획이 세워졌을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도 TI가 끝나고 동접자 수가 대폭 증가하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으며 유저 수, 동접자 수, 매출 등이 매달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도타2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밸브 또한 TI 말고도 다른 대규모 리그들을 계획하고 있다. 자신들이 그 대회를 주최하지 않더라도 주최측을 후원하는 식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Q. 오는 26일에 KDL 시즌4가 개막한다.

서비스 1주년이기도 하고, 유저들에게 더 재미를 주기 위한 새로운 리그 방식을 보여주고 싶다. 특정 팀의 독주로 인한 리그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일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KDL은 매주 일요일, 주 1회로 변경되어 8주간 경기를 치른다. 그에 따라 티어1 본선 무대는 24경기에서 12경기로 줄어들지만 대신 준 플레이오프가 도입된다. 티어1 3위팀과 티어2 1위팀이 준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를 펼치고 승리 팀은 플레이오프에서 티어1 2위팀과 경기를 가진다. 플레이오프 승리 팀은 시즌 파이널에서 티어1 1위팀과 경기를 한다. 프로야구를 떠올리면 된다.

티어2는 15경기에서 6경기로 변경되고, 대신 9경기가 온라인 리그로 진행된다. 경기 수나 일정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것 같지만, 이 일정이 모두 끝나면 곧바로 KDL 시즌4 파이널 위크를 진행할 것이다. KDL 시즌4 결승 진출 팀과 초청된 중국 2개 팀이 3판 2선승제 경기를 가진다.

파이널 위크는 9주차 금, 토, 일요일에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되며, 초청할 중국 팀은 섭외 중에 있다. 너무 강팀만 섭외하면 격차가 심할테니 강팀 하나, 중간급 팀 하나를 보고 있으며, 후보는 거의 모든 중국 팀이다. 연말이라 일정 문제도 있겠지만 최소 하나 정도는 IG나 뉴비 등의 팀을 초청하고 싶다.

KDL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글로벌 요소를 도입해 서구권 팀도 초청해 한국 팀의 현 실력을 가늠해 볼 예정이다. 상금 규모는 전체적으로 큰 변함은 없다. 정규 시즌 기간이 줄었으니 시즌 내 상금은 줄겠지만, 파이널 위크가 있으니 전체 상금은 기존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Q. KDL 특정 팀의 독주에 대한 우려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한국 팀의 급성장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미 TI때 가능성을 보지 않았나. 가장 좋은 그림은 모든 한국 팀이 그 정도로 성장해 주는 것이지만 사실상 그걸 바라기는 힘들다. 반면, 한 팀이 너무 성장하고 리그에서 독주하면 다른 팀의 사기가 꺾이고 경기력이 저하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실망스런 경기가 나오게 돼 걱정이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들 중 하나가 프로 팀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타 팀들도 해외 리그에서 해외 팀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려고 한다.


Q. 정식 프로 팀이 MVP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고민은?

걱정을 한다. 특정 팀만 급성장하고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우리가 특정 구단에 찾아가 인수를 해 달라는 것이 앞뒤가 안 맞기도 하고, 강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e스포츠로써의 도타2가 계속 활성화되고 있고, 거기에 맞춰 우리가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다보면 그 가치를 알아보고 프로 팀의 모습을 갖추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선수들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다. 도타2라는 게임의 유저층이 넓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리그에 도전하고, 그들을 관리해 줄 사람이 함께 참여해야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 갖춰지는 것이다. 지금처럼 선수층이 좁고 유저와 프로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는 선수들 자체도 프로 의식을 가지기 힘들다. 유저층이 늘면서 KDL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도타2, TI에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글로벌적인 안목




Q.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

역시 TI 지역 예선 아닐까.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기존에 이름도 잘 모르던 무명 팀만 간신히 이기고, 슈퍼 인비테이셔널 때는 상대 팀 병영 구경했다고 좋아할 수준이었던 한국 도타였다. 그런데 전 세계 모든 팀들이 가진 전력을 전부 쏟아붓는 TI에 한국 팀이 진출했다는 것이 엄청난 의미를 가졌다. 앞으로 한국 팀이 어떤 성장을 이루게 되더라도 그 순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Q. TI 상금이 크게 화제가 됐는데, 이 때 기업들이 손을 내민 적이 없었는지?

TI 전에 그런 움직임이 약간 있기는 했다. 앞으로 TI5 등에서 한국 팀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유저층이 더 늘어난다면 그런 움직임이 더 있지 않을까 한다.


Q. 한국 팀이 TI 본선에 가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글로벌적인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타 지역의 메타만 배우자는 것이 아니다. 도타2는 피지컬보다 철저하게 계산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임이다. 상대가 이 타이밍에 뭘 쓸 것이고, 그 때 이렇게 대처하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험 많은 '섹시뱀부'가 한국에 왔을 때 그렇게 강한 모습을 보인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들도 그런 제퍼를 상대하며 경험을 쌓으니 그들을 이길 수 있게 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마치' 박태원같은 선수가 많았으면 한다. 뛰어난 피지컬보다는 판을 읽고 팀을 진두지휘하는 능력을 갖춘 선수가 많아야 한국 도타2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Q. 최근 AOS 장르 경쟁이 심하다. 앞으로의 전략이나 투자 방향은?

처음 오픈할 때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도타2는 도타2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다. 다른 게임이 어떤 마케팅을 펼치고 어떤 신작들이 나오더라도 우리는 변함없이 우리의 마케팅을 펼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피시방에서 설치가 안 돼 있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1년간 꾸준히 게임을 즐겨주신 도타2 유저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우리가 도타2의 게임성에 대해 의심이 없기 때문에 밸브와 협업해 이를 유지해 나가고 한국의 유저들이 좋아할만한 부분을 계속 고민하며 보답하도록 하겠다. 서비스 1년이 지났는데 앞으로 다가올 1년, 그리고 그 후로도 도타2를 계속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 사실 1년 동안 많이 힘든 부분도 많았다(웃음). 하지만 유저들 덕분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더 힘내서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