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를 개발한 '스즈키 유(Suzuki Yu)']

버추어 파이터의 아버지 '스즈키 유(Suzuki Yu)'가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2014)를 방문했다.

'스즈키 유'는 1983년 세가에 입사하면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행온'과 '스페이스 해리어', '애프터 버너' 등 다양한 아케이트 게임을 개발했으며, 최초의 3D 격투 게임인 '버추어 파이터'를 선보이면서 게임업계에 큰 획을 그었다. 동양인으로서는 미야모토 시게루와 사카구치 히로노부에 이어 세 번째로 AIAS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70억 엔이라는 거금을 들여 '쉔무' 개발에 전념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그 당시 70억 엔은 지금보다도 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기에, 쉔무의 실패는 세가와 '드림캐스트'의 입지를 흔들기까지 했다.

어찌됐든 '버추어 파이터'가 게임업계에 큰 의미를 남긴 건 자명하다. 시대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게임이었던 '버추어 파이터'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까? '스즈키 유'는 KGC2014에서 '버추어 파이터의 탄생과 진화'라는 주제로, 90년대 초의 시대배경과 시장 상황, 기술의 진화 등을 설명했다.

80년대는 2D의 시대였다. 대학생이었던 스즈키 유는 3D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3D 기술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그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게임업계에 입문하면서 3D 격투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3D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버추어 파이터'에 앞서 그가 3D 기술을 도입해 제작했던 최초의 게임은 '버추어 레이싱'이다. 30프레임으로 모든 것을 구현해야 했으며, 타이어가 육각형 형태로 구현되는 등 당시의 퍼포먼스가 낮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버추어 레이싱'에서 구현됐던 '정비작업(Pit Work)' 부분에서 인체를 3D로 움직이게 만드는 작업이 어려웠으며, 보다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이 '버추어 파이터'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


3D 기술을 도입해 어떠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지를 두고 개발팀 내부에서 많은 논의가 진행됐다. 축구게임의 경우 최소 22명의 사람이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3D기술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당시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2명 등장해도 게임이 돌아가는 격투 장르를 택했다고 스즈키 유는 전했다.

하지만 그 당시 격투게임 분야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터2'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격투게임이 성공할까를 두고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심지어 스즈키 유는 이전에 격투게임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3D 격투게임을 개발한다고 발표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단념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충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즈키 유는 포기할 수 없었다. 너무나 만들어보고 싶었던 마음에 일단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먼저 장르를 결정하고, 다음으로 여러가지 게임 시스템을 구상했다.

그는 '버추어 파이터' 개발 당시 5가지 체크포인트를 설정해 두고 게임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시장가치'를 고려했고 기존의 게임과는 다른 '차별성'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그 외에도 '평균 게임시간'을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게임경험을 선사할 것인지, '인터페이스'와 '반응 속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면서 게임을 개발했다.


격투게임이 전세계 시장에 퍼져있었기에 시장 가치는 좋은 편이었다. '차별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세계 최초의 3D 격투게임이기 때문에 충분했다. 격투 게임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스트리트 파이터2'를 밀어내기 위해서는 게임 시스템 요소인 '평균 게임시간'과 '인터페이스' 그리고 '반복성'에서 승부를 보아야 했다.

'버추어 파이터'의 평균 게임시간은 3분이 넘지 않도록 디자인됐다. 정확히는 1분 20초였다. 3분이라는 시간 역시 철저한 계산 하에 도출된 수치다. '버추어 파이터'를 출시하면서 내부적으로 잡았던 목표 매출이 하루에 8만엔이었다.

게임 플레이 한 판을 3분으로 잡고, 아케이드 게임기가 하루에 10시간 돌아간다고 생각해보자. 하루에 200게임이 돌아가는 것이며, 2명이 플레이하기 때문에 총 400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 판당 비용이 200엔이기 때문에 하루 총 매출 8만엔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목표치는 달성이 됐다.


다음은 '인터페이스' 이다. 스즈키 유는 기존 게임과는 다른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평균적으로 사용되는 버튼 수보다 현저하게 줄어들거나 혹은 대폭 늘어나도록 하는 방식 중에 고민을 했다. 많은 버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버튼 하나하나에 커맨드를 넣기 보다는 버튼을 쓸어내리는 방식으로 입력이 되도록 하고자 했다고. 그는 이에 대해 "지금의 스마트폰 터치 기능과 유사한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십 개의 버튼을 넣는 것은 어려웠으며, 결론적으로 펀치와 킥, 방어를 시전할 수 있도록 3개의 버튼을 채택했다. 나아가 기존에는 레버에 할당되어 있던 가드를 전용버튼으로 분리하는 등 새로운 발상을 통해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버튼과 조작이 심플하다고 해서 게임 내 커맨드까지 단순화 되어서는 안된다. 간단한 조작으로도 다채로운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버추어 파이터'에서는 동일한 커맨드여도 근거리에서 누르는 것과 원거리에서 누르는 것이 서로 다른 액션으로 구현되도록 했다. 다채로운 기술을 심플한 커맨드로 구현되도록 하는데 스즈키 유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반복성'이다. 게임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람들이 반복해서 이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버추어 파이터'에서는 일방적으로 참패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오락실에서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플레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들 보는 앞에서 참패를 당하면 게임을 기피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여기에 우연성을 가미해 요행으로라도 이길 수 있도록 확률을 높였다. 랭킹 하위인 사람도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 열세에 몰리더라도 승리할 수 있도록 찬스를 제공했다. 이를 위해 어린이와 직장 여성, 청소부 아주머니 등을 모아두고 게임 플레이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초보자들에게 공통적인 조작 패턴이 있음이 확인됐으며, 이를 토대로 조작 커맨드가 설정되었다. 그래서 초보자가 고수를 이기는 경우도 발생했으며, 게임에서 지더라도 간발의 차이로 졌다는 느낌을 플레이어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

그는 게임개발을 마치고 나서도 "3D 격투게임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게임 성공 여부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로케이션 테스트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아파!"라고 외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며, 스즈키 유는 자신이 만든 게임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1993년 12월, 세계 최초의 3D 격투게임인 '버추어 파이터'가 정식으로 아케이드 시장에 출시됐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버추어 파이터'가 크게 흥행하면서 1994년에는 후속작인 '버추어 파이터2'가 출시됐다. '버추어 파이터2'는 전작에 비해 그래픽 퀄리티가 월등히 향상됐으며, 모션이 더욱 정교하게 묘사됐다. 1에서 2로 오면서 초당 18만 폴리곤에서 30만 폴리곤으로 퍼포먼스가 상승했으며, 게임업계 최초로 모션 캠쳐 기능이 도입됐다.


캐릭터마다 체구나 키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액션을 취해도 판정이 다르게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버추어 파이터2'에서는 최초로 '인버스 키네마틱' 기능을 도입했다. 인버스 키네마틱이란 손이나 발과 같이 몸의 바깥부분부터 애니메이션을 계산해서 사람의 전체 움직임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능을 통해 체구가 달라도 동일 판정이 들어가도록 설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즈키 유는 신규 캐릭터에 적용할 다양한 스킬들을 위해 여러 지역을 여행다니며 각종 무술 및 움직임 등을 관찰했다. 그래서 중국 소림사에서 팔극권을 직접 배우기까지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등장했던 것이 바로 '슌디(Shun Di)'였다.



1996년에 발매된 '버추어 파이터3'에서는 초당 30만 폴리곤에서 100만 폴리곤으로 상향되었으며, 시리즈 최초로 컬러 텍스쳐가 가능해졌다. 또한, 주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전투가 가능해지면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게임업계 최초로 눈이나 비 등의 환경을 계산해서 게임 속에 적용했다.

이후 2001년에는 '버추어 파이터4'가 나왔으며, 2006년에는 '버추어 파이터5'가 출시됐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버추어 파이터'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발표를 마치며 스즈키 유는 '파이 챈(Pai Chan)'의 버추어 파이터1와 버추어 파이터5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당시에는 미인 캐릭터였지만 지금보면 쇼크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뛰어난 기술력을 동원했던 타이틀이었다. 버추어 파이터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진화가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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