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5가 어떤 게임인지 1분 내에 말로 설명하시오.'라는 시험을 받고 있다고 가정해 보았다. 다른 게임들을 1분 안에 설명하기란 정말 쉽다. 아니 사실 1분이면 설명 마치고 하품 두어번 정도는 할 수 있을 시간이다. 당연한 거다. 거의 대부분의 게임은 각기 내세우는 특장점이 있기 마련이고, 이 점만 잘 꼬집어주면 그것이 어떤 게임인지는 설명하기 어렵지 않다. 근데 게임이 GTA5라면 다르다.

나라면 저 질문에 이렇게 답하겠다. "그걸 어떻게 해요?"

GTA5가 마냥 좋은 게임이냐 묻는다면 그도 아니다. 자막만 떴다 하면 육두문자가 한두개씩은 섞이기 마련이고, 사행성, 폭력성, 약물, 선정성 등 심의등급 그랜드슬램을 가뿐하게 따낸, 어떻게 보면 막장 게임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내게 진짜 재미있고 오래 할만한 게임 하나만 소개시켜달라고 한다면 난 전혀 망설임 없이 'GTA5'라고 말해줄 수 있다. 아 물론 조건은 있다. 상대가 성인이고, 심신미약자가 아닐 때 한정이다.

▲ 딱 봐도 불량하게 생긴 녀석들

그만큼 GTA5가 나에게 준 영향력은 컸다. PS3, XBOX360이 막바지로 접어들 무렵, 콘솔을 몽땅 팔고 한동안 손을 놓던 나는 오로지 GTA5를 하기 위해 PS3를 다시 구매했다. 그리고 엔딩을 보고 중고로 다시 판 지금, GTA5의 리마스터 버전 영상을 보고 PS4를 충동구매했다.

그 정도였다. '어떤 점이 그렇게 재미있었냐?' 하고 묻는다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다 재미있었다. 3명의 주인공이 얽히고 섥혀 풀어나가는 기막힌 인생드라마부터, 로스 산토스라는 도시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활동, 그리고 모든 NPC들과의 상호작용이 모두 재미를 주었다. 한창 GTA5를 플레이하던 작년 가을 무렵, 어머니가 나에게 해주신 말이 생각난다. "게임은 해도 끊을때는 알아서 끊던 놈이 이번엔 왜 정신을 못차리냐."

▲ 더욱 선명하게 미친 트레버 필립스

여튼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그리고 GTA5는 1년 전 그모습 그대로 내 마음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보다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1인칭 시점, 로스 산토스를 보는 또다른 눈을 주다.

시연은 길지 않았다. 미션 하나에 추가적으로 조금 더 조작해볼 수 있는 정도. 짧으니만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패드를 잡자마자 가장 먼저 시도해 본 것은 1인칭 사격 조작이었다. 11월 18일에는 만만찮은 게임들이 많이 쏟아져나온다. 파크라이4,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드래곤에이지 인퀴지션...대작들의 물결에 GTA5도 새 옷을 입고 또 하나의 파도를 만들어낸 격이다.

이 대작들을 제쳐두고 GTA5를 다시 플레이할 가치가 있을까? 그것을 판단하는 것이 급했다. 1인칭 시점이 처음부터 잘 적응된 것은 아니었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웬만한 FPS보다 나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 GTA5의 1인칭 시점이었다. 다만 3인칭으로만 보던 화면을 1인칭으로 본다는게 조금 어색했다. 사격 조작은 훌륭했다. 조준시스템은 1차 조준을 넘어서 가늠좌 조준까지 지원했고, 피사계심도까지 함께 적용되어 있어 진짜 FPS게임을 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 순간 페이데이인줄...

무엇보다 1인칭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이 3인칭으로 볼때와 다르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 전까지 우리는 로스 산토스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조종할 수 있는 3자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우리 자신이 로스 산토스의 주민이고, 그 눈높이에서 이 광활한 세계를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

▲ 근접 무기도 1인칭 시점을 전부 지원한다.


디테일, 참 별에별 쓸데없는데까지 죄다 개조했구나

두 번째로 살펴본 것은 디테일이었다. 락스타는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 계속해서 완벽하게 개선된 주변환경을 언급했다. 예전에는 그냥 흙바닥 텍스쳐에 불과했던 바닥에 잡초가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고, 어설픈 먼지연기로 연출되던 오프로드에서의 공회전은 수 없이 많은 자갈을 튕겨낸다. 굳이 '필요한가?'라고 생각되는 점까지 다 손을 대 놓았다.

▲ 전투기 계기판은 더이상 비행시뮬레이션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기분이 묘해졌다. 예전에 내가 했던 게임도 GTA5이고 분명 만족스럽게 플레이했건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쨋든 게임은 시작했으니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있을 수는 없었다. 앞에 앉은 락스타측 관계자들도 의뭉스러운 눈길로 내가 뭘 할지 궁금한듯이 지켜본다. 본능이 끌어올랐다. 저 얼굴에 미소를 띄게 해 주어야겠다.

바로 무기를 들고 앞에가는 차를 쏘았다. 굉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자동차의 폭발 장면도 과거 버전보다 확실히 개선되어 있었다. 불길은 더 현실적이고, 연기는 더욱 유연했다. 무고한 시민에게 깽판을 쳤으니 바로 별이 달릴 수 밖에 없다. 그 순간 패드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경찰들의 무전이 울린다. 오...죄는 지었으니 경찰이 뜨는 것은 당연한데 뭔가 쫄깃하다.

그 순간 패드까지도 경보가 켜진 듯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점멸한다. 사실 별거 아니긴 한데 진짜 경찰에게 쫓기는 기분이다. 물론 실제로 쫓겨본적은 없지만... 어쨋든 처음에는 잘 안보이던 것들이 게임을 할수록 점점 더 눈에 띈다. 사소한 그림자부터 더욱 선명해진 화면 구성까지. 맞다. GTA5는 완전히 재창조되었다.

▲ 차가운 도시의 중년남자


다시 살거냐고 묻는다면? 당연한걸 왜 물어?

쓰다보니 엄청나게 주관적인 시선에서 본듯한 글이 나와버렸지만, 이번 작품은 확실히 그 가치를 하고 있었다. 그 전에도 오픈월드 게임의 정점을 보여주었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걸 더 심오하게 개조해놓았으니 정신이 팔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요소 하나하나를 독립게임으로 만들어도 될만한 완성도였다.

게임의 내용은 상기했다시피 불건전의 끝을 달린다. 당연히 청소년이용불가 딱지를 당당히 안고 한국에 안착한 게임이 GTA5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로스 산토스라는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사건과, 3명의 주인공이 만들어 나가는 드라마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었고, 끝까지 날 빨아들였다.

그리고 그 게임이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거의 모든 면에서 개선된 상태로. 이쯤에서 나에게 자문해보았다. 이 게임을 또 사야 할까? 대답은 빠르게 나왔다. "당연히 사야지."

물론 개인적인 견해와 감정이 섞여들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건 말하고 싶다. 락스타가 선사한 이 방대한 세계와 그 안에 얽힌 이야기는 게이머에게 포기하기 아까울 정도의 재미를 준다는 것을 말이다.



싱가포르 테이크투아시아 본사, GTA5 아시아 매체 기자 간담회에서
정재훈 기자(Laffa@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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