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크리드3'은 사실 시리즈 중 가장 혹평을 받은 작품이다. 1편의 경우 유비소프트만의 1편 신드롬도 조금 작용했고, 아직 게임 자체가 궤도에 오르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3편의 경우 이미 정상 궤도에 오른 시점에 나온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쌔신크리드3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콘텐츠가 있었다. 바로 개척시대의 미국 근해를 배경으로 하는 '해전' 콘텐츠가 그것이었다. 처음엔 사실 뭔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무척이나 단순했다. 배를 조종하고, 대포를 발사해 상대 배를 침몰시키면 거기서 그만이었다. 다만 눈여겨볼 점은 그 연출이 마치 영화 '마스터 앤 커맨더'를 보는 듯 굉장히 장엄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는 것 정도였다.

묵히긴 아까웠을까? 유비소프트는 어쌔신크리드의 네 번째 시리즈의 코어 콘텐츠를 '해상전'으로 낙점했다. 게임의 무대는 대륙이나 도시가 아닌 카리브 해로 바뀌었고, 귀족 출신 암살자에서 인디언 소년까지 존재했던 주인공은 아예 해적이다. '어쌔신크리드4: 블랙 플래그'. 미니 게임으로만 남을 줄 알았던 해전 콘텐츠가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 코엑스에서 진행중인 KGC2014의 마지막 날에 유비소프트 싱가포르 지사에서 온 '폴 푸'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어쌔신크리드3편때부터 바다와 관련된 콘텐츠를 손봐온 그에게서, 어쌔신크리드4에 적용된 해상전의 뒷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유비소프트 싱가포르, 폴 푸(Paul Fu)



■ 보다 심화된 바다 디자인. 바다는 늘 한결같은 것이 아니다.


먼저 폴 푸는 게임의 배경이 되는 바다에 대한 디자인으로 말을 시작했다. 제대로 해전을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어야 했으니, 바다를 먼저 손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바다는 한결같은 존재가 아니다. 해안가는 사는 이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거다. 한없이 잔잔할 때가 있는가 하면, 무엇이든 파괴할 것 처럼 사나울 때도 있다.

유비소프트는 여러 단계에 걸쳐 바다를 만들어냈다. 일반적인 구조를 짜고, 낮은 정도의 파도를 추가하고, 거품을 만들어낸 후 보다 높은 폭의 파도를 추가하고, 또 거품을 더하는 식으로 입체적인 구조의 유체 디자인을 해냈다. 기상 변동이 심한 카리브 해를 구현해야 하니 사나운 바다를 구현하는 것도 일이었다. 유비는 바다의 단계를 12단계로 구분했고, 그 기준에 맞춰 카리브해를 만들어나갔다.

▲ 마냥 간단하지는 않았던 바다 제작

더불어 바다에서 할 수 있는 활동도 만들어냈다. 어새신크리드3에서의 해상전은 본편과 독립된 미니게임의 느낌이 강했다. 승선도 컷신으로 이뤄지고, 육지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4편은 엄청나게 많은 섬과, 그 사이를 채운 바다가 배경이 되는 게임이었다.

당연히 어떤 지연도 없이 승선과 하선이 이루어져야 했고,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없어져야 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해전이 생겨났고, 바다에서 할 수 있는 각종 사냥 콘텐츠가 등장했으며, 상대 배를 나포해 선단을 꾸리는 등의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 해상전 자체도 3편에 비해 상당히 달라졌다.



■ 영상이 다가 아니다. 물 속의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이어 폴 푸는 어쌔신크리드4의 해상 콘텐츠와 관련된 사운드를 개발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 부분은 설명보다 영상이 더 나을 것 같아 실제로 강연 중 폴 푸가 보여준 영상을 첨부했다.


▲ 어쌔신크리드4: 효과음 녹음 현장




■ 보다 환상적인, 게임스러운 바다. 다이빙 벨, 그리고 전설의 함선.


마지막으로 폴 푸는 어쌔신크리드4가 게임이기에 첨부한 추가적인 요소들을 말했다. 처음으로 살펴볼 것은 바로 '잠수'의 개념이다. 사실 잠수가 어쌔신크리드에서 처음 쓰인 것인 4편이 아니다. 어쌔신크리드2편부터 암살자들은 헤엄을 칠줄 알았고, 때로는 눈을 피하기 위해 잠영도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4편의 잠수는 그 이상의 깊이를 보여주며, 실제로 들어가는 깊이도 더 깊다. 흔히 '다이빙 벨'이라고 불리는 '잠수종'을 이용해 주인공 에드워드 켄웨이는 침몰한 배들의 잔해를 살피고, 자신의 기함인 잭도를 마개조해나간다. 물론 중간중간 만나는 상어나 곰치 등과의 싸움도 이겨내야 한다. 물론 게임이기 때문에 상어와의 맨손격투도 이기긴 하지만 말이다.

▲ 잠수 콘텐츠는 또 다른 무대가 되었다.

덤으로 4종류의 전설의 전투함을 만들어두어 게이머들의 도전욕을 자극했다. 엄청나게 거대하거나, 빠르거나, 혹은 그저 강력한 네 종류의 전설적인 함선들은 게임의 최종 엔드 콘텐츠에 해당되었고, 많은 유저들이 도전했다.

또한 6종류의 사냥 가능한 바다 생물들을 만들어 바다 내에서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었다. 폴 푸는 이것을 Harpooning이라고 말했는데, 말 그대로 작살을 이용한 사냥을 뜻한다. 사냥이 가능한 포인트는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미니맵에 표시되는 등 알아보기 쉽게 되어 있다.

▲ 바다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미션들



■ 암살자, 그리고 바다. 분명 가치있었던 도전.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한번에 하나씩 나오던 선형 구조가 아닌, 다양한 작품들이 나뉘어져 출시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 어쌔신크리드시리즈는 또 다른 두 형제를 맞이한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신작 '어쌔신크리드 유니티', 그리고 템플러의 편에 선 과거의 어쌔신이 북해를 배경으로 펼치는 이야기인 '어쌔신크리드: 로그'가 그 두 주인공이다.

폴 푸는 '어쌔신크리드: 로그'의 출시가 머지 않았음을 알리며 그간 자신이 걸어온 개발의 길에 대한 강연을 마무리지었다.

'어쌔신크리드 유니티'는 여러모로 어쌔신크리드2 트릴로지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잘 만들어진 도시 디자인이 그렇고, 육지를 배경으로 한 점이 또 그러하다. 그리고 어쌔신크리드 3편부터 이어진 해상전, 그리고 심리스 오픈월드의 계보는 '어쌔신크리드: 로그'가 이어가게 되었다.

북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변절한 암살자의 이야기 '어쌔신크리드: 로그'. 이 작품에서 우리는 또 다시 이들이 구축한 해전, 그리고 해상 콘텐츠에 대한 노하우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곧 만나볼 수 있는 '어쌔신크리드: 로그'. 쇄빙선을 다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