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연말 기사도, 2013년 연말 기사도 항상 서문에 넣었던 한 마디.

"올해는 모바일게임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르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매년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불리며 성장한 건 사실이지만, 매년마다 같은 얘기를 하니 좀 지겨었거든요. 올해 연말 기사는 좀 색다르게 가 보고 싶어 2014년 내내 업계를 매의 눈으로 살펴보며 새로운 멘트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허나 올해도 같은 말로 기사를 시작하게 되는 군요. 하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이번엔 확실히, '모바일게임이 대세'였거든요. 물론, 2012년 초반처럼 하루 지날 때마다 트렌드도 순위도 뒤바뀌던 역동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확실히 안정기에 가까워진 모습을 보여주며 '온라인게임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싶을 정도로 성숙해진 모바일게임 시장을 볼 수 있던 한 해였습니다.

모바일게임의 2014년은 참으로 뜻 깊었습니다.안테나 나고 처음으로 대한민국 게임 대상도 받아봤고, 몇 백억 원 규모 마케팅의 힘도 처음 느껴봤습니다. 국내에서만 어울려 놀던 게임들이 하나 둘 해외로 진출하며 글로벌 게임으로 거듭나기도 한 해였죠. 그러면서도 자본에 휘둘리지 않은 개성만점 인디게임들도 적잖게 등장한 때였고요.

국내, 해외, 초대박, 인디...가릴 것 없이 2014년을 뜨겁게 달군 모바일게임들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한 해를 정리하는 생각으로, 내년에 볼 또 다른 신예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올해 각자의 기록을 써내려간 모바일게임 10선을 추려 보았습니다.







출시 몇 일만에 매출 1위! 쉽게 내기 어려운 성적이긴 하지만, 뭐 그렇게 놀랄 만한 건 아닙니다. 올 한 해만 하더라도 매출 1위 찍자마자 바로 순위권 이탈한 게임이 얼마나 많았다고요. 정상에 오르는 거에 비하면 내려갈 일만 남은 정상에서 사방팔방 몰려오는 라이벌들을 이겨내고 자리를 유지하는 게 더 어렵죠.

그렇게 보면 '블레이드'는 굉장한 기록을 세운 셈입니다. 출시 일주일 만에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찍은 것도 대단하지만, 무려 90일 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거든요. 한국 구글플레이 역사상 최장수 매출 1위, 2014년 최고 매출 게임이라는 대기록도 세웠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날렸죠. 출시 초반 기록한 매출만 따져 봐도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 순위 4위입니다.

이처럼 '딱' 검증받은 게임과 함께한 퍼블리셔 네시삼십삼분도 만면에 웃음꽃이 가득 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어느덧 120명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네시삼십삼분은 '블레이드'를 포함해 다수의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하며 다져왔던 성적을 바탕으로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인데다, '블레이드'의 매출과 게임성에 승부를 걸고 해외 서비스까지 계획했습니다.

훗, 이 정도는 되어야 우리 게임대상답죠! '블레이드'는 올해로 19회 째인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모바일게임이 정식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14년 만에 '모바일게임 최초 대상'의 영광을 거머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최초라는 타이틀로 모바일게임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블레이드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영웅의군단' 역시 올해 업계를 흔든 타이틀로 꼽을 수 있겠네요. 일단 '임진록', '아틀란티카', '삼국지를 품다' 등의 턴제RPG에 도가 튼 김태곤 상무의 모바일 첫 도전작, 모바일게임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던 넥슨의 히든 카드! 이 두 가지만으로도 느껴지는 무게감은 상당했지요.

묵직했던 건 배경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등신 꼬꼬마 캐릭터들이 활개치고 다니던 당시 모바일RPG시장에서 길쭉길쭉한 선남선녀와 우락부락한 야수들, 할머니와 나무괴물까지 다채로운 3D비주얼을 보여준 '영웅의군단'. 처음엔 음...너무 진성 RPG 유저를 위한 그래픽, 그러니까 한 마디로 당시 트렌드에 너무 벗어나진 않았나 싶었죠. 턴제 전투라는 것도 RPG 입문자에겐 좀 낯선 방식이었고요.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당시 유저들에게 익숙한 '강화하고 합성하고 육성하는' CCG시스템을 게임 내에 완벽하게 녹여 내어 여러울 것 같은 턴제RPG에 대한 편견을 확 뜯어 고쳤습니다. 모바일게임 역사 상 존재한 적 없던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의 OST는 '영웅의군단' 특유의 묵직함과 잘 어우러졌고요. '어디 하나 모난 곳 없다'는 말이 적절한 게임입니다.

출시 이후 17주 이상 매출 10위권 유지, 카카오버전까지 출시되어 본래 버전의 매출이 분할되었음에도 지금까지 매출 20~30위권에 들고 있는데다 해외로도 쭉쭉 벋어나가고 있죠. 지난 10월엔 북미와 유럽지역 서비스가 실시되었고, 추콩과의 계약을 통해 중국 진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과도 손을 잡았죠. '게임대상 빼곤 다 받아봤다'라는 김태곤 상무의 오랜 숙원을 달성해 줄 주인공으로 점쳐졌으나 아쉽게 대상은 타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실망하지 마세요. 많은 사람들의 믿음을 한 몸에 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으니까요!




비록 결과는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2014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유력 후보 타이틀로 인정받았던 '세븐나이츠'를 빼놓고 2014년을 이야기할 순 없죠. '세븐나이츠'는 넷마블게임즈의 2014년을 확실하게 책임져 준 타이틀입니다. 형 뻘 되는 '몬스터 길들이기'와 함께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죠.

캐릭터 수집 및 육성 콘텐츠에 충실한 '세븐나이츠'의 게임시스템은 출시 전부터 이미 검증되어 있었죠. 심장어택 제대로 하는 귀여운 SD캐릭터로 원래 RPG를 즐기던 남성 유저 뿐만 아니라 여성 및 아동 유저에게도 확실히 어필했고요. 자체 엔진을 통해 저사양 기기에서도 문제 없이 구동되도록 최적화에도 공들인 덕에, 초반부터 상당히 많은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검증된 재미요소와 꽉꽉 눌러담은 콘텐츠,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최적화를 통해 유저층 확보에 성공한 '세븐나이츠'는 3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매출 10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잘 나가고 있습니다. 비슷비슷한 캐주얼RPG가 우후죽순 쏟아져나왔던 그 때에도 출시 4일만에 매출 9위를 기록하면서 '될 성 부른 나무'의 떡잎을 보여줬죠. 거기다 두 달간 매출 1위 자리에 장기집권 중이었던 클래시오브클랜까지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국내 흥행에 힘입어 넷마블은 '세븐나이츠'의 해외진출까지 실행했습니다. 현재 '세븐나이츠'는 올해 넷마블과 손을 잡은 중국 거대 게임사 텐센트 및 보유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중국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외로 진출하기에 여념이 없을 터인데도 10개월 내내 국내 버전 업데이트도 꾸준히 진행해주며 게임성을 확실히 다져나가는 기특함마저 보여준 '세븐나이츠'. 야무진 2014년 성적표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죠.





중국, 대만, 싱가폴 등 아시아를 넘어 호주,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및 브라질 등 전세계 60개 이상 국가의 애플 앱스토어와 40개국이 넘는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타이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2천만 건을 기록한 타이틀. 어느 나라 게임 이야기냐고요? 대한민국의 게임사, 컴투스가 개발한 '서머너즈워' 랍니다. 이미 42개국 구글플레이에서 '2014년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된 타이틀이죠. 국내 및 대만, 홍콩의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2014년을 빛낸 최고게임'에 뽑혔고요.

'서머너즈워'의 성공은 지난 해 3분기 매출 161억 원, 영업이익 겨우 1억 원정도 밖에 안 되던 컴투스의 실적을 1년 만에 확 바꿔버렸습니다. 듣고 놀라지 마세요. 컴투스의 2014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8% 성장한 868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45,980%(오타 아닙니다) 성장한 46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409억 원의 당기순이익도 2013년에 비해 3,165%(오타 아니에요) 증가한 수치죠.

컴투스의 어마어마한 매출 중 80%는 무려 해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또한 국내 매출은 2013년 대비 106% 상승해 175억 원을 기록한 반면, 해외 매출은 무려 806% 증가한 69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을 보면 '서머너즈워'가 국내 매출 성장 견인과 함께 해외에서 어마어마한 성적을 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서머너즈워'의 대박으로 컴투스 역시 한껏 고무되어 있습니다. 원래도 글로벌 퍼블리셔로 입지를 다져온 컴투스지만, '서머너즈워' 출시 이후 전세계가 주목하는 퍼블리셔로 거듭났습니다. 컴투스 역시 대세를 타며 '서머너즈워'의 흥행 가속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최대한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심, 글로벌 통합 플랫폼 '하이브'를 통한 글로벌 원빌드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하며 주요 거점 시장 공략을 위한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이 성과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4명의 개발자가 옹기종기 모여 만든 액션게임 '다크어벤저'가 이룩한 글로벌 흥행을 따라잡기 위해 후속작도 세계로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소규모 개발사 불리언게임즈가 만들고 게임빌이 서비스하는 '다크어벤저2'는 글로벌 다운로드 1,700만을 기록한 전작에 이어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일본과 북미로 영역을 확장하며 현지유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출시 일주일만에 17개 국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액션장르 1위를 기록, 특히 수많은 유저를 품고 있어 게임계의 금광이나 다름 없는 중국에서까지 잘 나간다네요. '다크어벤저2'의 중국 다운로드 및 매출이 상위권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게임빌의 주가를 껑충 뛰어오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아시아를 넘어 북미까지 사로잡았고요.

'다수의 게임을 글로벌로 출가(?)시킨 덕택에, 같은 식구 컴투스와 더불어 게임빌의 3분기 실적도 역대 최대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게임빌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02% 상승한 425억 원, 당기 순이익은 449%나 상승한 9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한 번도 세워보지 못했던 연간 매출 1,000억 원의 벽도 뚫고 1,035억 원이란 누적 매출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다수의 업계관계자는 '다크어벤저 2'의 실적이 합해진 4분기 매출은 더욱 엄청난 수치를 기록할 거라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크어벤저 2'는 앞서 설명한 '서머너즈워'와 함께, 그간 내세울 만한 글로벌 흥행작이 딱히 없던 국내 모바일게임업계에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만 생각했던 다른 게임사에게 글로벌 성공이 얼마나 달콤한 지도 일깨워 줬고요. 11월 출시 이후 멈추지 않고 글로벌 점령을 진행 중인 '다크어벤저 2'의 흥행 돌풍, 2014년 국위선양 타이틀에 뽑힐 자격은 충분히 갖춘 셈입니다.





월 평균 매출액 2백억 원, 추산 마케팅 비용도 최소 1백억 원! 공중파와 케이블 TV광고와 지하철 스크린도어, 버스 광고, 영화관, 웹페이지 배너 광고, 하다 못해 영등포 대형 쇼핑몰 타임스퀘어까지...! 일상에서 보는 모든 풍경에 다 뒤덮여 있어 보고 또 보고 두번 보고 계속 보게 되는 익숙한 그 이름, '클래시오브클랜'은 올 한 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흔든 초강력 흥행 타이틀입니다.

'소규모 자본으로도 승부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이란 말도 '클래시오브클랜' 이전에나 고개를 끄덕였지, 이젠 옛말입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및 전 아시아 지역에 핵폭탄처럼 투척되는 '클래시오브클랜'의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 앞엔 장사가 없었죠. 아무리 유명한 해외게임이라도 성공하기 힘들었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까지 매출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클래시오브클랜'의 흥행이 단순히 대형 마케팅만 진행해서 얻어낸 건 아닙니다. 게임성 자체도 훌륭합니다. 침략하고 방어하는 치열한 경쟁 요소, 유저 응집력을 한층 높여주는 클랜 시스템, 다양한 유닛과 아이템을 활용한 전략 등 게임 전체에 중독성 넘치는 재미 요소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죠.

넘치는 재미와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클래시오브클랜'은 전세계 초대박 흥행 타이틀이 되었고, 핀란드의 소규모 회사였던 '슈퍼셀'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렸습니다. 얼마나 가치가 상승했는지, 작년 10월 소프트뱅크가 슈퍼셀 주식 51%를 매입하기 위해 15억 달러(한화 약 1조 6467억 원)의 거금을 들일 정도였으니까요. 이처럼 어마어마한 마케팅과 확실한 게임성이 어우러졌으니, 국내에 늦게 진출했다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안 됐습니다. 애초에 100% 성공 전략을 확실하게 세워놓았던 거죠.




클래시오브클랜이 휩쓸고 간 자리, 몇 백억 원이라는 금액이 주는 위압감으로 다시는 이런 마케팅은 없을 거라 싶었습니다. 특히 여기는 다수의 유명 해외게임이 힘도 제대로 못 써보고 사라졌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얼마 남지 않은 2014년 동안 툭 튀어나올 해외게임은 없다 싶었습니다.

그런 기자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한 듯, 압록강 건너 찾아온 중국 모바일 게임 '도탑전기'의 이름이 온누리에 뒤덮였습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대형 전광판과 더불어 웬만한 웹페이지에 크게 광고되는 '도탑전기'의 행보는 흡사 과거에 클래시오브클랜이 행했던 마케팅방식이 연상될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메신저의 힘을 이용하지도 않았고, 퍼블리셔의 도움도 받지 않았는데도 초반 성적이 아주 좋습니다. 이미 유저들이 체득한 CCG의 시스템과 진성유저를 위한 RPG의 표현 및 감성을 담은 콘텐츠 설계로 게임성을 잘 짜놨거든요. 대중성있는 IP를 활용한 점도 입소문을 타게 한 원동력이 되었죠. 물론, IP 활용의 적절성 논란도 한 몫했고요.

거기다 또 하나, '도탑전기'의 과금시스템도 꽤나 큰 이슈가 되었죠. '월 정액제'라는 온라인게임에서나 봐왔던 유료 결제 시스템은 기존 모바일게임엔 없었거든요. 5,500원에 매일 3,000원의 캐쉬를 제공하는 혜택은 과금의 유혹에 철벽방어하던 유저도 혹 할 정도로 파격적이었습니다. '평생 무과금 유저는 있지만, 한 번만 과금한 유저는 없다'라는 말이 있죠. 이를 잘 활용한 덕택에, 구글플레이 60위권에서 시작한 '도탑전기'의 매출 순위는 어느덧 10위권 중반에 안착하며 국내 시장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두달 전 쯤, 돌연사!!!라는 문구로 도배되었던 SNS 타임라인을 보고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팔로우하고 있던 터라 분명히 게임과 관련이 있을 터인데....도대체 이게 뭔데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나 싶어 찾아보니, 나카하타 코야라는 일본의 개발자가 만든 조그만 볼륨의 인디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이 뭐 그렇게 화제인가 싶어 잠깐 해봤다가 깨알같은 재미에 푹 빠져 한동안 허우적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살아남아라! 개복치'. 이 게임은 정말 간단합니다. 분양(?)받은 개복치를 아껴주고 잘 먹여서 몸무게를 불려 성장시키면 됩니다. 이게 끝이죠. 방법은 정말 간단한데 난이도는 아닙니다. 터치 좀 했다고 죽고, 스크린샷 좀 찍었다고 죽고, 밥 좀 잘못 먹었다고 또 죽고 죽고 계속 죽고...근데 이게 정말 묘하게 중독성 있습니다.

별 시덥잖은 이유로 애지중지 몸무게를 불려나갔던 개복치가 자꾸 죽는 요상함, 나중에는 '다음은 어떤 어이없는 사연으로 죽으려나' 싶어 계속 하게 되는 기묘함. SNS를 뒤덮었던 개복치 돌연사 유행은 이렇게 참신한 소재와 언제 어디서 비극을 당할 지 모르는 긴장감이 맞물려 만들어진 재미 때문인거였죠. 모바일게임도 성공하려면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던 당시, 별다른 자본 없이도 번뜩이는 기발함과 게임의 필수요소 '재미'만 잘 살리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확실한 사례입니다.




지난 7월, 1인 개발자가 만든 '용사는 진행중'이란 아주아주 작은 인디게임이 출시되었습니다. 한 시간 이내의 짤막한 플레이타임과 8-bit 사운드, 고전 향취 가득한 도트 그래픽, '공주, 구한다! 용, 잡는다!'로 정리되는 단순무식 목표까지...처음부터 끝까지 오밀조밀했죠. 방대한 콘텐츠와 수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이토록 작은 인디게임이 생존하긴 힘들어 보였습니다.

근데, 오히려 이 '작음'이 특별 포인트로 작용했습니다. 도트그래픽와 8비트 사운드가 불러오는 레트로 느낌은 고전게임을 즐겨 했던 게이머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요소였죠. 무료버전과 함께 광고가 없는 유료버전도 동시에 출시한 것도 특별했습니다. 대기업이 만들어 낸 수많은 모바일게임이 밀집된 무료카테고리에 비해, 유료카테고리는 비교적 경쟁에서 자유롭기 때문이죠.

틈새시장을 잘 노린 결과, '용사는 진행중'은 출시 2주 만에 유료 게임 인기순위 1위 달성, 구글플레이 피처드 '힘내라 인디'코너에 이름을 올리는 등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에 힘을 받아 10월엔 글로벌 버전도 출시,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를 지원하며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거기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인디게임상까지 수상, 2014 국산 인디게임 중 가장 성공한 타이틀이라 인정받으며 수많은 인디개발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객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이 완성되는 유동적인 예술, '인터랙티브 아트'. 이 관점에서는 게임 역시 예술의 대상이 됩니다. 유저가 플레이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어 유저의 선택에 따라 결론으로 이어지니까요. 인벤 모 기자의 말을 빌리자면, USTWO게임즈의 '모뉴먼트 밸리'는 '게임은 예술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렬한 대답이라네요.

2차원 평면 속의 3차원 공간.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작품을 보는 듯한 '모뉴먼트 밸리'는 정말로 아름다운 퍼즐게임입니다. 면과 면을 이어 마치 뫼비우스의 띠 마냥 배배 꼬은 기하학적인 퍼즐과 부드러운 색감, 플레이 속에서 이뤄지는 움직임을 하나하나 담아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기분마저 드는 사운드까지. 유저가 행동하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예술로 승화되는 몽환적인 작품이죠.

"게임은 당연히 예술이 될 수 있으며, 그럴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작품 '모뉴먼트 밸리'로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자신있게 말하던 USTWO게임즈. 다른 이의 마음에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게임이 되고 싶었던 개발진의 소원 대로, '게임은 예술이다'라는 사실을 확연히 알게 해준 아름다운 작품 '모뉴먼트 밸리'. 엄청난 흥행을 거두진 않았지만, 게임성 하나만으로도 오래오래 기억 될 환상적인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