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발사 '아틀러스(ATLUS)' 하면 많은 사람들이 '페르소나'와 '진여신전생', '세계수의 미궁' 등을 떠올릴 것이다.

국내 게이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타이틀, 하지만 분명 아틀러스의 개성이 담겨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오는 26일 발매되는 '데빌 서바이버2 브레이크 레코드'이다.

데빌 서바이버 시리즈는 인간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내려온 악마들로부터 생존해야 하는 내용의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2009년 1월 DS 타이틀로 발매된 '데빌 서바이버'를 필두로 차기작인 '데빌 서바이버2' 역시 DS 플랫폼으로 2011년 7월에 출시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데빌 서바이버2 브레이크 레코드'가 시리즈 최초로 한국어화 되어 출시된다는 것이다. 3DS 타이틀로는 2011년 9월 츨시된 '데빌 서바이버 오버 클락' 이후 두 번째 발매다.


'데빌 서바이버2 브레이크 레코드'에서는 '데빌 서바이버2'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기존 작품의 이식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후의 새로운 이야기도 추가됐다. 기존 스토리에도 스킬 추가 및 난이도 변경 등의 요소가 새롭게 도입됐다.

플레이어의 앞에는 2개의 길이 열려 있으며, 인류를 덮치는 종말의 7일을 다룬 '셉텐트리온'과 종말 너머에 있는 세로운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트라이앵글럼' 중 선택해야 한다.

셉텐트리온이 기존 '데빌 서바이버2'의 이야기이며, 트라이앵글럼이 이번에 새로 추가된 부분이다. 따라서 처음 게임을 해보는 유저라면 '셉텐트리온'부터 클리어하는 것이 좋다.


난이도는 총 2가지이다. 노멀 난이도인 '복음'과 하드 난이도인 '묵시록'으로 구분되어 있다. 난이도에 따라 전투시 주어지는 패널티나 획득 경험치 등이 상이하다.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난이도를 선택해야 하지만, 플레이하면서 언제든지 '옵션'에서 변경할 수 있다.

평화로웠던 세계 속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던 고등학교 3학년 주인공은 친구 '다이치'와 함께 방과 후 쇼핑을 즐긴다.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역,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닛타 이오'와 만난다.

그들의 핸드폰에 동시에 메일 착신음이 울리는데, 그 속에는 자신들의 죽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있었다. 장난이라며 넘기려는 찰나 브레이크가 고장난 지하철이 역 안으로 돌진한다.

지하철 차체가 그들을 덮치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악마가 주인공 앞에 등장한다. '오발리욘'이라는 이름의 악마로부터 도망치고자 하지만 그들 앞에는 '폴터가이스트'와 '픽시' 등 또 다른 두 마리의 악마가 출현한다. 그렇게 첫 전투가 시작된다.

[▲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핵심 주인공 3인방]

첫 전투이기 때문에 소환할 수 있는 악마도 없고 스킬도 없다. 그냥 맨손전투를 펼쳐야 한다. 맨손으로 악마를 이길 수 있겠나 싶었지만 처음 등장한 3마리의 악마는 상당히 약하다. 악마들은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데미지를 입힌 이에게 귀속된다.

지하철 참사에서 생존한 주인공들은 서둘러 지상으로 올라가지만, 위쪽 상황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든 건물과 도로가 부서져있었다. 속보가 나오던 방송도 갑자기 끊겨버렸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던 주인공들은 자신의 핸드폰에 '악마 소환 앱'이라는 이상한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악마소환사로서 7일동안 인류의 종말에 맞서 싸우게 된다.

전투는 택틱스류 턴제 방식이다. 아군 캐릭터를 이동해서 각 캐릭터마다 어떠한 공격을 구사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며, 플레이어의 턴이 지나면 적군이 공격을 하는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된다.


비슷한 장르를 즐겨하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방식은 '페르소나'와 상당히 유사하다. 적군 개개별로 취약한 원소가 있으며, 이를 노리면 추가 공격의 기회를 얻기도 한다.

악마들의 이름이나 모습, 사용하는 스킬도 페르소나에 등장했던 이들과 상당히 비슷하다. 악마끼리 합체시켜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내고, 기존 악마의 특성 중 일부를 계승하는 시스템 역시 '페르소나'에서 보아왔던 것이다. 페르소나 시리즈를 즐겨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데빌 서바이버2 브레이크 레코드'는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그런 타이틀이다.


다만 다른점도 많다. 우선 '데빌 서바이버2 브레이크 레코드'에는 물약이나 소모품 등의 아이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상점도 없다. 대신 경매를 통해 악마를 구할 수 있는 '데빌 옥션'이 있다. 이를 통해 원하는 속성의 악마를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다.

'데빌 옥션'에서는 5초라는 시간을 두고 3명의 NPC와 가격 흥정을 벌이게 되며, 가장 높은 금액으로 산정했을 경우 해당 악마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악마의 성격에 따라 경매 낙찰 이후에도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각 악마들의 성격에 따라 말하는 방식이나 취하는 태도가 모두 다르며, 이러한 부분의 묘사가 상당히 디테일하다. 어떤 악마는 추가 금액을 주면 고맙다고 더 많은 돈을 주는 경우도 있고,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 역시 이 게임 속에 담긴 소소한 재미 요소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멀티 엔딩 시스템'이었다. '데빌 서바이버2 브레이크 레코드'에는 약 13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데, 어떠한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진다.

각 인물별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가 존재하며, 클리어시 해당 캐릭터와의 '인연포인트'가 축적된다. 인연포인트를 모아 새로운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인연이 깊은 NPC 역시 새로운 스킬이 해금되기도 한다.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수 많은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야 한다. 2개 혹은 3개의 답변 중 답변을 선택해서 자신이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페르소나'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은 존재했지만, 여기서는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해당 캐릭터와의 인연도가 달라진다. 나아가 결말이 달라지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의 스토리 전개 비중은 '페르소나'에 비해 상당히 높다.

무엇보다 '데빌 서바이버2 브레이크 레코드'의 스토리 부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건 바로 '풀보이스 대응'이다. 스토리 전개와 관련련 모든 대사에 일본 성우들의 음성을 포함해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선택의 즐거움과 소소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 풀보이스 대응으로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음성지원에 대해 민감한 이들에게는 더더욱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올 것이다.


전작을 플레이해보지 않았기에 첫인상은 다소 생소했다. 그러나 전투 시스템이 '페르소나'와 상당히 유사하며, 등장하는 악마 역시 비슷해 페르소나 유저의 입장에서는 게임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쉬웠다.

반대로 페르소나에서는 불가능했던 부분이 '데빌 서바이버2 브레이크 레코드'에서는 가능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가령 주인공 외의 캐릭터들도 수 개의 악마를 보유 및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유저가 원할 때 돈을 지불하고 악마를 구매할 수도 있다.

전투 외에도 스토리 전개가 흥미진진하며,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엔딩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데빌 서바이버2 브레이크 레코드'는 충분히 매력적인 타이틀이다. 이에 더해 모든 대사에 일본어 음성이 지원되기 때문에, 게임의 즐거움은 배가 됐다.

아틀러스의 장인정신이 담긴 '데빌 서바이버2 브레이크 레코드'. 페르소나와 진여신전생 팬들은 물론이며, 인물 간의 스토리 감상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