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ip1. 유종의 미를 거둔 KT! 상상만했던 한타를 실현하다

KT 롤스터(이하 KT)의 2015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스프링 성적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KT 롤스터는 직전 시즌 롤챔스 우승팀입니다. 비록 주축 멤버들의 해외 이적으로 전력 약화는 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주며 리그에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KT는 부진의 늪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우승 경쟁은 커녕,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면, 분명 그렇게 나쁜 경기력은 아닌데 승리를 위한 단 한 조각의 퍼즐이 부족한듯한 경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약팀이라고 평가받는 삼성 갤럭시(이하 삼성)외엔,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 패배가 거듭되자, KT를 디펜딩 챔피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색할 지경이 된다


KT가 진에어 그린윙스(이하 진에어)와 만나기 전 기록한 성적은 1승 5패. 진에어와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마저 패배한다면, 득실을 제외한 승점은 최하위 삼성 갤럭시와 동률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진에어는 이번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팀이었습니다.

KT의 승리를 예상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KT는 거듭된 패배로 자신감을 많이 잃은 상태였고, 진에어는 쉽사리 측정할 수 없는 전투력으로 강팀을 연이어 격파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양 팀은 1라운드 최후의 대결을 맞이합니다.

1세트는 KT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KT는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정글러로 변신한 '스코어' 고동빈은,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며 불리한 상황마저 뒤집으며 팀을 승리로 이끕니다.


▲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준 KT! (영상 캡쳐: 온게임넷)


KT는 1세트 승리로 긍정적인 기류를 탑니다. KT는 이 기세를 몰아, 2세트까지 차지하고 1라운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에어는 강했습니다. 괜히 이번 시즌 최고의 다크호스라 불리는 팀이 아니었죠. 진에어는 '갱맘' 이창석과 트레이스 '여창동'을 중심으로, KT를 강하게 압박합니다. 경기 초반부터 연달아 드래곤을 차지하고, 킬도 앞서나가며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KT의 미드라이너, '나그네' 김상문의 오리아나는 고비마다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 나그네의 플레이는 아쉬웠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경기 결과로 이야기하자면, 2세트는 진에어의 승리였습니다. KT는 2세트를 내어주고, 3세트에서 진에어를 잡고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했죠. 하지만 패배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움직임으로 패배한다면, 그것은 다음 경기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KT는 패배한 2세트에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줍니다. 분명 게임 분위기는 초반부터 진에어가 꽉 쥐고 나갔지만, KT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특히, 2014시즌 솔로 랭크 1위를 차지한 나그네는,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동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 긴 부진을 터는 듯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KT 팬들이 원하는, 나그네의 포텐셜이 드디어 터졌다!라고 할 수 있는 경기였죠.

나그네의 각성은, 분명 롤챔스 순위 경쟁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 것입니다. KT 팬들은 2라운드를 기대해봐도 좋습니다!


▲ 그야말로 입롤 한타! 각성한 나그네가, 드디어 KT에 녹아들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 Clip2. 삼성, 최고의 역전극으로 2라운드 희망을 노래하다

사실, 삼성은 롤챔스 스프링 개막전부터 팬들에게 많은 걱정을 샀던 팀입니다. 2014년의 삼성은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는 최강 팀이었지만, 그 주축 멤버가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계를 정복했던 멤버들의 빈자리는 모두 신예들로 채워졌고, 과연 이들이 삼성이라는 명가의 이름을 잘 계승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프리시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잠깐이지만 이러한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기존 삼성처럼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듯한 정교한 운영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챔피언 조합으로 거칠게 상대를 몰아붙이는 플레이스타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습니다. 팬들은 삼성이 비록 압도적이었던 예전의 경기력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롤챔스에서도 기대해봄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프리시즌에서 삼성이 보여준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롤챔스. 삼성에겐 긴 악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은 1승도 거두지 못합니다. 삼성의 부진이 계속되자, 프리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각 팀의 삼성에 대한 분석이 잘되지 않은 상태였을 뿐이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냉정히 말해서 삼성의 전력은 한수 아래였습니다. 삼성은 처절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기기 위해 그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가장 독특한 챔피언 픽을 꺼내드는 것도 삼성이었고, 변수를 만들기 위해 매복같은 도박수를 자주 거는 것 역시 삼성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1승은커녕, 1세트를 따내기도 쉽지 않은 경기들이 이어졌습니다.


▲ 삼성의 전반기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삼성의 부진이 이어지자, 여론 역시 차갑게 변합니다. 롤챔스 해설자들은 삼성의 패배를, '그래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포장했습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삼성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전조차 기대하지 않은 수준까지 가고 맙니다. 프로로서, 이보다 더한 굴욕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맞이한 1라운드 마지막 경기. 상대는 나진 e엠파이어(이하 나진)이었습니다. 나진은 시즌 개막전, 우승 후보로까지 꼽힌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기세는 영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나진의 기세는 좋지 않았지만, 나진 팬들은 삼성전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잡고 들어가는 경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경기 결과는 2:1, 나진의 승리였습니다. 나진은 삼성을 잡고, 1라운드 유종의 미를 거둡니다. 많은 팬들의 예상대로 경기가 흘러갔다고 할 수 있는 결과. 삼성은 이번에도 졌습니다. 이번 패배로 삼성은 단 1승도 따내지 못한 채 전반기를 마감했습니다.


▲ 삼성, 전패로 1라운드를 마감하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이 패배는, 삼성이 그동안 당했던 패배와 같진 않았습니다. 삼성이 따낸 2세트는, 삼성의 프로로서의 오기와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2세트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삼성이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또 한번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한채, 나진에게 승기를 내어줍니다. 삼성은 이번에도 이렇게 무력한 패배를 당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렇게 쓸쓸하게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듯했죠.

하지만 삼성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상대 선수마저 이겼다는 미소를 흘렸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단 하나남은 승리의 길을 개척합니다. 해설자들이 말하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단 하나의 길을, 삼성은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믿을 수 없는 역전으로 이어집니다.


▲ 삼성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믿을 수 없는 역전극을 쓰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분명 삼성이 가진 지금의 경기력은 다른 팀에 비해 한 수 아랩니다. 하지만 삼성은 나진과의 2세트를 통해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자신들은 프로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승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죠. 그것은 팬들에게 던지는 삼성의 외침이었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말이죠.

그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팬들 역시 삼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프로로서의 긍지와,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다면, 실력은 언제든지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삼성이 써내려갈 2라운드는, 분명 1라운드와는 다를 것입니다.


■ Clip3. 1라운드의 절정에서 나온 놓칠 수 없는 장면들!

1라운드의 마지막에, LoL 팬들이라면 결코 놓쳐선 안될 매치업이 펼쳐집니다. 바로 GE 타이거즈(이하 GE)과 SKT T1의 맞대결이 그것입니다. GE는 현 롤챔스 스프링 최강팀입니다. 지금껏 단 1패도 기록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SKT T1만 넘으면 전승으로 1라운드를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GE를 상대하는 SKT T1에게도 이 경기는 중요했습니다. SKT T1의 목표는 오직 우승. 어떻게 해서든 GE를 잡고 GE와의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양 팀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최강의 팀인 만큼, 이 대결은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경기에서도 엄청난 명장면이 속출하여,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 그야말로 빅뱅! 1라운드 막판에 펼쳐진 최고의 대결!


많은 명장면이 있었지만, 팬들이 주목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SKT T1의 정글러, '벵기' 배성웅이 보여준 첩보 작전과 같은 기밀한 움직임이 그것입니다.

벵기는 누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SKT T1의 2세트 승리를 견인합니다. 벵기는 누누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지만, 팬들의 뇌리속에 남은 장면은 갱킹이나 한타에서의 활약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벵기 임파서블(impossible)'로 불리는 벵기의 침투 작전이 그것입니다.

벵기의 누누가 경기 초반 상대 정글로 카운터 정글링을 할 때, 칼리스타의 '감시하는 혼'의 사정거리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침투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심장에 해로울 만큼 두근거리는 장면이었습니다. LoL에서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두근거림이었죠. 임파서블한 미션을 해낸 벵기! 기행에 가까운 명장면이었습니다.


▲ 벵기 임파서블! (영상 출처: 온게임넷)


'혐도'라는 말을 아십니까? '혐오스럽다'의 앞글자인 '혐과' 문도 박사의 뒷글자를 따 합성시킨 말입니다. 혐도, 즉 '혐오스러운 문도 박사'를 뜻합니다.

문도 박사의 탱킹 스타일은 독특합니다. 사실 문도 박사는 높은 방어력을 가진 챔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엄청난 양의 HP와 회복력으로, 끈질기게 버티는 탱킹을 게임내에서 보여줍니다. 따라서 문도 박사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은 상대방 입장에선 혐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혐도고, GE와 SKT1의 맞대결에서도 이 혐도가 등장합니다. GE의 탑 라이너, '스멥' 송경호가 보여주죠.


▲ 스멥은, 이 플레이를 통해 문도 박사의 팬을 여럿 만들었다. (안티 역시 여럿 만들었지만!)


GE와 SKT T1의 1세트. 양 팀은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펼칩니다. 그 중에서도 스멥의 활약은 빛났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3킬을 쓸어담으며 빠르게 성장하게 시작합니다. 혐도 전설의 시작이었죠.

경기가 진행될수록, 문도의 성장세는 가속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SKT T1이 손쓸 수 없을 지경까지 문도가 성장하고 맙니다. SKT T1은 더블 AD 캐리 조합을 갖췄기에, 결코 약한 화력의 조합이 아니었지만, 이즈리얼과 루시안 모두 문도 박사를 잡기 좋은 챔피언은 아니었습니다. 성장한 문도 박사는, 혐도가 되었습니다.

혐도의 절정은 경기 막판에 나옵니다.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는 문도 박사. 대회장의 모두가 입을 모아 '죽어! 죽어!'를 외쳤지만, 쓰러지지 않는 문도 박사. SKT T1의 입장에선 혐도, 그 자체였고, 나머지 팬들의 입장에선 너무나 재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 이게 바로 혐도! 이건 진짜 놀랍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