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은 참 신기한 게임입니다. 다른 게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유난히 하스스톤은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없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밸런스부터 시작해서 세계적인 선수들 이야기까지, 그리고 국내 대회나 팀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수다 떨다 보면 이미 몇 시간이 훌쩍 지나있습니다.

친구들이나 관계자들끼리만 이야기하기에는 뭔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인벤은 유쾌하면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4인방을 만났습니다. SK 게이밍의 '레니아워', 얼마전 디그니타스에 입단한 '크라니쉬', 두유 노 싸이에 이어 세계로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따효니', 그리고 좋은 방송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는 '엔젤7777'까지... 하스스톤만으로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질리지 않은 멤버들을 만난 셈이죠.

사실 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상당히 난감했습니다. 보통 인터뷰 시간은 길어야 한 시간. 그러나 이 4인방과 함께한 시간은 무려 4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하스스톤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았다는 말이죠.

유쾌하고 날카로운 4인방을 만나 맛있는 음식과 맥주가 함께한 자리에서 나눈 하스스톤 '취중 진담' 토크. 그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봅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레니아워' : 안녕하세요. 현재 SK 게이밍 소속이자 골든 코인으로 국내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레니아워' 입니다.

'크라니쉬' : 얼마 전 인벤 인비테이셔널2 에서 눈물의 4위를 차지한 '크라니쉬' 입니다(웃음).

'따효니' : NNA의 '따효니' 입니다. 제 단검 곡예사 플레이 영상이 송출되면서 해외에서는 아시아 서버 모든 사람이 이런 플레이를 하는 줄 알더군요.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엔젤7777' : 현재 개인 방송으로 하스스톤을 즐기고 있는 BJ '엔젤7777'입니다.


Q. 하스스톤 팬들에게 익숙한 4인방이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예를 들어 '레니아워=아이유'라던지...

'레니아워' : 아... 그건 '레니아워'가 어린게 아니라 '아이유'가 나이가 많은 거에요(웃음). 아이유 17~18살 아니거든요? 벌써 23살이에요.

'따효니' : 전 옛날부터 특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다들 특이하고 뭔가 남들하고 생각이 다르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저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학업 때문에 많이 연습을 못 하고 있지만, 여전히 게임을 좋아하고 프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어요.

'크라니쉬' : 현재 카이스트에서 생명공학과를 다니고 있어요. 이상하게 주변에 게임 많이 하는 친구들은 전산과나 전기공학과가 많아요. 선비팀만 봐도 그렇잖아요. 저는 약간 특이한 케이스긴 한데, 학교 자체가 남학생들이 많고 놀만 한 환경도 안 돼서 게임을 많이 해요. 포스텍과 합동 대회를 많이 하는데, 제일 인기 많은 종목이 게임이에요.

그런데 다른 종목들은 동아리에서 대표를 뽑는데, 게임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 ECCA에서 회장하고 있는 친구와 함께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게임 자체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기존에 없는 걸 만드는 데 욕심이 많았어요.

사실 저는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니에요. 컨트롤을 정말 못하고, 제멋대로 플레이하는 성향이 강하거든요. 그런데 하스스톤은 컨트롤이 필요하지 않고, 제 마음대로 덱을 짜서 플레이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한테 잘 맞는 게임 같아요.




'엔젤7777' : 저는 원래 게임을 좋아했는데, 그 점을 집에서 너무 싫어했어요. 피파 프로게이머 하고 싶다고 했다가, 엄청나게 혼났죠(웃음). 그래서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자'해서 건국대학교 법대에 들어갔어요. 너무 특이한 점 하나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것 같네요.

'레니아워' : 저는 집에서 막내에요. 제가 6살 때 스타크래프트1이 나왔어요. 형들이 한창 게임을 많이 할 나이여서, 계속 보면서 자랐죠. 7살 때부터 베틀넷을 하고 그랬어요. 중학교 때는 워크래프트3, 고등학교 때는 와우와 스타크래프트2를 했어요. 삶이 곧 게임이었죠(웃음).

▲ 현재와 전혀 매칭되지 않는 스타크래프트2 게이머 시절의 이정환



■ 4인방이 본 하스스톤 인벤 인비테이셔널과 해설


Q. 또 해야 할 이야기가 있죠. 인벤 인비테이셔널에 대해서 좀 들어보고 싶어요.

'크라니쉬' : 이번 인비테이셔널 정말 많이 준비했는데 결과가 안 좋아서 너무 아쉬웠어요. 사실 하스스톤의 트렌드는 정말 빠르게 바뀌어요. 인벤 인비테이셔널 전까지만 해도 기계 법사가 조금 들어간 느낌이었거든요. 오히려 드루이드를 밴하면서 거인 흑마법사나 전사를 쓰는 경우가 많았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악마 흑마법사를 준비할까 했지만, 이런 트렌드 때문에 거인 흑마법사를 준비했어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Q. 인벤 인비테이셔널2에서 가장 많이 밴 당한 클래스가 드루이드 였어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레니아워' : 이게 사이클이 돌아요. 성기사가 이기는 게 드루이든데, 이런 성기사를 잡는 클래스가 도적이에요. 그래서 내가 도적을 가져왔을 때, '내 성기사가 밴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못 해요. 하지만 내가 도적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성기사가 밴 될시 드루이드를 뭐로 잡아야 하지 라는 생각 때문에 그랬을 거에요.

그런데 인벤 인비테이셔널 하니까 궁금한 게 있는데, 왜 통역을 그렇게 하셨어요? 그냥 그럴 거면 인터뷰하지 말자는 말도 많던데...

기자 : 제가 방송 울렁증이 있어서...(시무룩) 방송만 시작되면 온몸이 떨리고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고요. 시청자분들께 민폐를 끼친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네요.


Q.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이번 인벤 인비테이셔널2에서 가장 인상적인 덱은 '크라니쉬' 선수의 주술사 덱이었어요. 물론 안타깝게 밴 당했지만...

'크라니쉬' : Savjz 선수가 주술사가 핵심이라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그 덱을 살려두면 마법사나 성기사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나 봐요. 도적 상대로는 자신 있었거든요. 그 주술사 덱은 상대 체력이 30이라고 가정하고 만든 덱이었어요. 전사를 사용하지 않을 걸 알았거든요.


▲ 2회 인비 대회를 위해 특별 제작했던 크라니쉬 선수의 주술사덱


'레니아워' : 참 재밌는게, 모든 선수들이 방송에서 이런 저런 덱을 만들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하면 모든 덱이 비슷해요. 제가 참여했던 인벤 인비테이셔널에서 핵심은 탈진 마법사였어요. 그런데 Kolento 선수만 그 덱을 가져왔죠.

해외 선수들 사이에는 네트워크가 있어요. 단체 스카이프 방 같은 거죠. 거기서 많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해요. 그래서 대회에 나오는 덱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하죠. 그리고 그 덱을 관통하는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어요. 1회차 인벤 인비테이셔널에서 유일하게 희귀했던 덱은 Savjz 선수의 마법사였죠. 다들 탈진 마법사라고 생각할 시점에 새로운 덱을 잘 준비해왔죠. 그래서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엔젤7777' : 덱만 따지고 보면 1회차가 더 성공적이었어요. 사실 이번 2회차는 다들 덱이 너무 뻔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성기사, 기계 마법사, 도적, 드루이드가 너무 세요. 제일 강한 4대장을 가져온 셈이죠.

'레니아워' : 그런데 StrifeCro 선수가 정말 머리를 잘 썼어요. 램프가 이 모든 덱을 이겨요. 그래서 도적 밴하고 램프를 쓰니까 최소한 2킬씩은 하는 거죠.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우승한 거에요.


Q. 이번에 StrifeCro 선수의 드루이드 덱이 참 재밌었어요.

'크라니쉬' : 재밌는 게 어떻게 보면 StrifeCro 선수가 콤보 드루이드의 아버지 같은 존재인데, 정작 본인은 그걸 안 쓰더라고요. 한 달 전부터 대회에서 계속 쓰면서 높은 승률을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도 그 덱을 따라 하지 않아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아마 기존 덱들하고 운영이 완전히 달라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마 해설자분들도 StrifeCro 선수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었을 거에요.


Q. 블리즈컨 이후 올해 처음으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치렀는데, 느낀 점이 있나요?

'레니아워' : 해외 선수들은 '카드 배치'하는 능력이 뛰어나요. 상대가 어떤 카드가 나오면 어떻게 대응하고, 이런 점을 다 계산하는 거죠. 처음부터 카드 30장을 다 쓸 때까지 언제 어디에 배치해야 하는 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 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가 Kolento 선수라고 봐요.

기자 : Kolento 선수 인벤 인비테이셔널 1회에서 이겼잖아요?

'레니아워' : 으허허허허(웃음) 어쨌든, 그때도 Kolento 선수는 배치를 생각 한 거에요. 당시 카드가 5장 남았었는데, 그중 2장이 안 좋은 카드였어요. 그래서 만약 다음 턴에 2/5 확률로 그 카드가 나온다면 눈보라를 쓰기 위해 아껴둔 거죠.


▲ 호방한 웃음의 레니아워 선수


'엔젤7777' : 확실히 보면 차이가 난다고 느껴지는 게, 이 선수들은 두 세수 뒤를 봐요. 클래스별 대결에서 원칙이 있어요. 그 원칙을 생각하면서 한 턴이 아닌 몇 수 앞을 보는 거죠. 전투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느꼈어요.

'따효니' : 저는 아직 그 선수들과 경기해보지 못해서 이럴 수도 있지만, 충분히 한국 최고 수준 선수들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물론 같은 덱으로 싸우면 연습량이 엄청난 그 선수들을 이기기 힘들겠죠. 그러나 배치하는 능력이나 판을 넓게 보는 능력은 충분히 갖췄다고 봐요.

'크라니쉬' : 이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블리즈컨부터 시작하는데, 사실 제가 블리즈컨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메타의 흐름이 저랑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자신 있는 클래스가 드루이드와 사냥꾼인데, 당시에 그 클래스가 메타의 핵심이었죠. 한국 상위권 선수들 역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클래스로는 뒤처지지 않는다는 뜻이죠.

하지만 여기서 차이가 나요. 메타는 빠르게 변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스스로 고집하는 스타일과 클래스가 있어요. 반면, 해외 정상급 선수들은 끝없이 탈바꿈해요. 예를 들어 StrifeCro 선수가 블리즈컨에서 위니 흑마법사를 가져온 것이 그런 의미죠. 이 차이가 저는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따효니' : 그렇다면 우리가 자신 있는 클래스로 메타를 저격하는 덱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지난번 HCC에서 제가 전사를 썼을 때, 저는 드루이드와 위니를 저격하는 덱으로 준비했어요. 계속 카드를 바꿔가면서 최적화된 변칙 덱을 만든 셈이죠.

'크라니쉬' : 물론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석에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칙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른 e스포츠 종목을 자주 보는데, 이영호 선수가 좋은 예에요. 초창기에는 특이한 빌드로 높은 승률을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석이 탄탄한 선수가 된 거에요. 선수로서 오래 잘하려면 메타의 흐름에 맞는 정석에 능숙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따효니' : 물론 변칙만 쓰자는 이야기는 아니죠. 정석도 중요해요. 저희 NNA 팀 같은 경우도 덱을 준비할 때 변칙덱 2개 정도만 준비해요. 이건 저와 '코둘기' 선수가 맺은 협약 같은 거에요.

'크라니쉬' : 3~4 변칙은 하는 거 같던데...

'따효니' : 진짜 아니에요!

'엔젤7777' : 본인들은 2 변칙이라고 하지만 상대 팀이 느끼기에는 3~4 변칙 정도 될걸요?

'레니아워' : '코둘기' 선수의 정석이 뭔지 설명 좀 해줘 봐요(웃음). 어쨌든 저는 두 선수 생각 모두 좋다고 느껴요. 하스스톤에 틀린 길은 없어요. 정석이 아닌 길을 걸었을 때는 흐름을 바꾸는 1승만 그 덱으로 해도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코둘기' 선수의 볼트론 덱 같은 거죠(웃음).


▲ 공식 대회에서 최초로 볼트론 소환에 성공한 코둘기 선수의 덱


'크라니쉬' : 요즘 저는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느낌이에요. 제가 아는 메타나 클래스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높은데, 숙련도가 낮은 클래스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져요. 반면, 해외 최상위권 선수들은 모든 면을 준비하고 적응하면서 메타에 따라가죠. 저는 그 차이에서 클래스를 느꼈어요. 말이 조금 셌는데, 하나 확실한 점은 아직 세계 최고 수준과 한국 선수들 사이에는 벽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레니아워' : 경험의 차이죠. 제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Kolento 선수가 현재 3만 승이에요. 국내에서 그 정도 승수를 쌓은 선수 혹은 유저가 없어요. 하스스톤은 결국 경험이거든요. 많이 해보면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몸으로 배워야 해요.

'크라니쉬' : 여담이지만, 블리즈컨에서 Kolento 선수하고 연습량 이야기를 했는데, 그 선수가 '요즘 월드오브탱크 하느라 하스스톤 자주 못한다고... 하루에 9시간밖에 연습 못 한다'는 말 듣고 기겁했어요. 그때 이미 만오천 승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아직 해외 최고 선수들과 격차는 꽤 크다고 느꼈어요.


Q. 이번 대회 해설에 관한 이야기도 많아요.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따효니' : 해설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저는 그래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게임을 보는 눈은 꽤 좋아요. 하지만 아쉬운 점은 팬들이 해설자에게 원하는 부분은 그런 점이 아니라는 거에요. 뭔가 추임새 부분이 부족해요. 종종 입 드로우를 할 때가 있는데, 아무런 리액션이 없어요. 그러면 보는 입장에서도 해설자가 반응이 없으니 흥겹지 않은 거죠. 톤이나 게임을 보는 눈은 시간이 지나면 늘어요. 하지만 리액션은 본인이 생각을 안 하면 늘지 않아요.

'레니아워' : 저는 리액션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조금 달라요. 사실 리액션은 알아야 나오는 거에요. 만약 이번 턴에 절개가 나오면 킬 각이에요. 그럼 그걸 미리 계산하고 있어야 리액션이 나오는 거죠. 카드가 나온 뒤 생각하면 리액션이 나올 수가 없어요. 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게임을 빠르게 보고 있느냐 차이죠.

'엔젤7777' : 레니아워님의 말에 조금 부연 설명을 하자면, 확실히 해설이 열정도 있고 노력하는 것도 보여요. 실제로 가까운 사이니까 그걸 더 잘 알고 있죠. 게임판을 보는 눈도 좋아요. 단지 아직 해설 입장에서 반응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봐요. 만약 3 대미지가 나오면 이번 턴에 끝나는데, 땜장이의 뾰족칼 기름이 나왔어요. 그럼 바로 '게임 끝났어요!'라는 반응이 아닌, '이 카드가 몇 대미지였지? 3 대미지. 끝났네'라는 생각 절차가 먼저 있으므로 반응 속도가 살짝 느려서 리액션이 안 나오는 거 같아요.

또 한 가지 있어요. 이건 성향 차이인데, 사실 하스스톤에는 여러 가지 수가 있어요. 물론 최고의 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선수마다 생각하는 건 다르죠. 해설자가 생각하는 수가 아닌 다른 수를 선택하면, 최악의 수가 아닌 이상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게 좋다고 봐요. 오히려 칭찬해주는 게 좋죠. 그렇지만 선수가 해설자 본인 생각과 다른 수를 선택하면 '이 선수 왜 이러한 수를 두죠?'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쉬워요. 그러면 시청자가 보기에 선수는 '아만보'가 되잖아요. 조금 더 선수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포장해주는 면이 있었으면 해요.




'크라니쉬' : 사실 저는 해설을 많이 듣지 않아서 자세한 말을 하기 힘들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어요. 대부분의 해설 위원들은 클래스 대결에만 집중해요. 만약 제가 전사고 '따효니' 선수가 드루이드면 전사대 드루이드 구조만 보죠. 선수마다 특징이 있으니, '크라니쉬'대 '따효니' 성향을 파악하고 해설을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정말 어려운 일이죠. 또, 해설하는 분들도 대부분 선수였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 중심으로 게임을 볼 수밖에 없어요. 명치나 어그로를 중심으로 하던 선수는 컨트롤 스타일의 경기를 해설하기 힘들겠죠. 정말 어려운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한 스타일을 잘 보는 눈이 아니라, 깊이는 부족하더라도 다양한 선수의 성향과 스타일을 잘 파악하셨으면 좋겠어요.

'레니아워' : 역대 어떤 게임보다 해설이 어려운 게임 같아요. 다른 게임들은 어떻게 보면 결과론적인 것을 두고 해설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하스스톤은 1분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정해진 답을 찾고, 선수의 심리를 파악하고, 또 상대 패를 모른다는 가정하에 낼 수 있는 답을 찾아야되요.


Q. 만약 인벤 인비테이셔널 3회를 한다면 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참고로 2회 때 출전한 선수들은 '레니아워' 선수가 요청한 라인업이에요.

'크라니쉬' : (레니아워를 보며) 그런 거였어...?

'레니아워' : 진짜 그대로 섭외해주실 줄은 몰랐다고!

'크라니쉬' : 전 회차 출전한 선수가 섭외 리스트 요청 권한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StrifeCro, Xixo, ThijsNL이 출전하는 걸 보고 싶네요.

'따효니' : 와... 진짜 너무하다... 출전하는 한국 선수 어떡하라고...



■ 하스스톤의 밸런스, 원흉은 무엇?


Q. 이렇게 모였는데 밸런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죠. 본인이 생각하기에 현재 OP 카드는 무엇인가요?

'크라니쉬' : 일단 저는 기계소환로봇이 사기라고 생각해요. 다른 기계 카드들은 사기까지는 아니에요. 기계소환로봇 때문에 사기가 된 거에요. 솔직히 장의사 때문에 죽음의 메아리 카드들이 떠올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계소환로봇만큼 사기는 아니었다고 봐요. 그래서 장의사 너프된 게 많이 아쉬웠어요. 제가 사냥꾼을 많이 해서 이런 말 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엔젤7777' : 전 고블린 폭발법사가 너프 되야 된다고 봐요. 솔직히 4 코스트에 그런 능력치를 가지고 필드 정리에 도움까지 주는 카드는 아무리 봐도 사기죠. 공격력을 조금 낮춰야되요.


▲ 선수들이 꼽은 대표적인 OP 카드들


'레니아워' : 박사 붐이 문제죠. 무엇보다 그 폭탄들은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야 되요. 공격력을 0으로 만들던지, 아니면 현재 능력치에서 폭탄이 본인에게도 날라올 수 있도록 완전히 무작위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아요.

'따효니' : 난 박사 붐보다 고블린 폭발법사가 사기같은데... 박사 붐은 그래도 나 이런 사냥꾼이야 한 방이면 정리되잖아요.

'레니아워' : (따효니를 보며) 형, 그럼 세나리우스는 신성화 한 방이면 정리되니까 약한 카드라고 말할 거야?

'따효니' : 아니 그게 아니라, 고블린 폭발법사는 4 코스튼데 그나마 박사 붐은 7 코스트잖아(웃음). 박사 붐도 사기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블린 폭발법사가 더 사기라고 생각해요.

'크라니쉬' : 박사 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나 이런 사냥꾼이야 카드를 강요한다는 거에요. 박사 붐이 현재 너무 좋아서 모든 덱이 들어가고, 그에 맞춰 모든 덱에 나 이런 사냥꾼이야가 들어가죠. 30 장 중의 2장이 정해진 느낌이에요. 이 점이 덱 제작의 창의성을 깨는 느낌이어서 너무 싫어요.

'엔젤7777' : 랜덤 대미지도 문제에요. 1~4는 너무 커요. 필드 싹 정리했는데 본체에 4+4 들어오면서 상대방이 '감사합니다' 이후에 자연의 군대와 야생의 포효 꺼내면서 게임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폭탄 대미지가 1~2면 딱 적당할 것 같아요.


▲ 박사 붐의 경우, 본체보다 폭탄에 초점이 맞춰졌다


Q. 그럼 상향돼야 하는 카드 몇 개도 들어볼까요? 개인적으로는 거대 화염전차...

'따효니' : 아뇨, 마법사는 좀 안 좋은 카드 하나 줘도 되요(웃음).

'레니아워' : 거대 화염전차는 아무리 생각해도 블리자드에서 쓰지 말라고 만든 카드 같아요.

'엔젤7777' : 저는 노움 실험가! 대체 왜 그런 카드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가요.

'크라니쉬' : 예전에 블리자드 개발진에서 '새로운 메카니즘의 카드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는데, 그 카드가 왠지 거대 화염전차랑 노움 실험가 같아요(웃음).

'레니아워' : 저는 하스스톤의 모든 카드는 어느 정도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분명 하스스톤의 개발진이 '어딘가에 쓰일 수 있게 카드를 만들거다'고 생각했죠. 심지어 용암 광전사도 나중에 '체력 1 카드는 돌진합니다' 이런 효과를 주는 카드가 나오면 사용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노움 실험가는 도저히 어디에 쓸지 모르겠어요. 심지어 닭 코스트가 0도 아니고 1이야. 제 생각을 완전히 깨뜨린 카드에요.


▲ 생성 이유를 모르겠다는 두 카드



■ 한국의 하스스톤, 나아가야할 방향


Q. 어떻게 보면 한국 하스스톤 선수들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안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엔젤7777' : 지금 한국 하스스톤 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생계보다는 취미로 생각하고 모였으니까요.

'크라니쉬' : 저희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의외로 내전을 정말 많이 안 해요. 하지만 골든코인은 실제로 해외 팀들처럼 기업이 아닌 팀에서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구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팀이 되는 게 목표에요.

'레니아워' : 골든코인은 한국에서 하스스톤을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우리가 더 잘해보자는 의도로 모였어요. HCC 로스터 룰에 연연하지 않고 실력 상승을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어요. 그런데 문제는 서로 너무 수줍어해요. 다들 말도 없고, 혼자 게임만 해요. 우리 왜 모인거야?(웃음)

'크라니쉬' : 이번 인벤 인비테이셔널 연습하려고 '레니아워야 좀 도와줘'라고 말하려 했는데, 딱 클라이언트에서 나가는 거에요. 그러니까 또 괜히 말하기 뭐하고... 저희 팀의 가장 큰 문제점이죠(웃음).

'레니아워' : 일단 대회가 많아야된다고 생각해요. 대회가 많아야 서로 경쟁하고, 지식도 공유하는데...

'엔젤7777' : (레니아워를 보며) 아니 너는 좀 줄일 필요가 있어.

'레니아워' : (웃음) 어쨌든 서로 틀린 점을 지적하고 공유해야 발전하는데 그런 환경이 안 만들어져 있는 거죠. 정확히 말하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팀 같아요. 다른 e스포츠 종목들처럼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다른 걱정 없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필요한 거죠.

'크라니쉬' : 저와 '레니아워' 모두 해외 팀에 들어간 게 좋은 조건은 아니에요. 하지만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해외 팀에 입단하게 됐죠. 한국에서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면, 직접 해외 팀에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추천해요. 저희 둘도 스스로 팀을 찾아간 케이스거든요. '잘하면 어디에서 연락 오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직접 나서야만 하스스톤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적극적인 활동으로 프로 게이머가 된 크라니쉬 선수


Q. 그렇다면 왜 아직 국내에 체계적인 하스스톤 팀이 없을까요?

'엔젤7777' : 하스스톤이 카드 게임인 이유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가장 싫어하는 말 중 '운빨 게임'이라는 말이 있어요. 카드 게임이기 때문에 그러한 요소가 크다고 생각하는 유저나 게임 관계자들이 많죠. 그 생각을 버려야만 하스스톤이 진정한 e스포츠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레니아워' : 하스스톤을 e스포츠라고 인식해야만 팀이 창단될 것 같아요. 재미있는게 '운빨 게임'이라고 하지만, 모든 스포츠에는 운이 존재해요. 물론 하스스톤에도 운때문에 지는 경우가 있고, 이기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이건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에요. 하스스톤에 전적 200판이 넘는 선수들이 있어요. Kolento나 TidesofTime같은 선수들이죠. 그런데 그 선수들이 아직도 승률 70%가 넘어요. 그럼 이 선수들은 운이 특출나게 좋은 선수들일까요?


Q. 말이 나온 김에 더 듣고 싶네요. '운빨 게임'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레니아워' : 모든 e스포츠에도 '운빨'이 존재해요. 스타크래프트에는 맵 위치가, 워크래프트3에는 첫 사냥에서 나오는 아이템에 따라 승패가 결정 날 수도 있죠. LoL에도 마찬가지예요. 치명타라는 것은 어느 정도 운도 따라야 하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왜 모든 게임에 '운빨'이 존재하느냐. 못하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약간의 기회나 희망이 있어야 많은 사람이 그 게임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유독 하스스톤만 '운'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돼요. 이건 정말 잘못된 인식이에요.


Q. 슬슬 마쳐야 할 시간 이내요. 오늘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부탁해요.

'크라니쉬' : 올해 프로게이머로 전향했는데, 벌써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느꼈어요. 제가 동경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처럼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게요. '운빨'마저 극복하는 멋진 선수가 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엔젤7777' : 작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게임을 보는 눈이 좋아졌다고 자부해요. 그만큼 많은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공부했죠. 현재는 BJ지만, 선수 욕심이 있어요. 꼭 선수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레니아워' : 최근에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하스스톤이 많이 알면 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하면 할수록 경험 게임이라고 느껴요. 그런 부분 깨우치고 더 노력할 테니 앞으로도 좋은 모습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따효니' : 아직도 제 이름을 '타효니'라고 헷갈리는 사람도 많아요. 헷갈리지 않게 제 이름을 알리고 예전에는 제 색깔을 여러분께 보여드렸다면, 이제는 그 색깔을 더욱 진하게 만들겠습니다. 꼭 언젠가는 '따효니 덱'이라는 덱이 나올 수 있도록 분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