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발전한 기술이다. 우리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모뎀'을 이용했고, 느릿한 속도와 어마어마한 요금에 '온라인 게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과학은 생각보다 빨랐다.

지금은 누구나 편하고 빠르게 인터넷을 이용한다. 심지어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휴대용 기기로 실시간 스트리밍 영화를 볼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인류는 이런 빠른 과학의 진보에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기술적인 면이 아닌, 윤리적인 면에서 말이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대화와 교류가 잦아진다. 그리고 그들은 새롭게 '문화'를 만들어낸다. 인터넷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생겨난 문화. 하지만 새로 생겨난 인터넷 문화는 바람직한 부분만 있는 건 아니었다.

[ 라이엇 게임즈의 제프리 린(Jeffrey Lin) ]

이를 오랜 시간 연구한 라이엇 게임즈의 '제프리 린'(Jeffrey Lin)은 현재 인터넷 문화에 대한 원초적인 문제점부터 시작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했던 여러 가지 방법을 공유했다.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교훈도 들을 수 있었다.

빠르게 발전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온라인 게임에 어느 순간부터 비매너 행위가 당연하게 여겨졌다. 처음에는 이 수단을 저지하기 위해 유저가 상대를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비매너 행위는 심해졌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고.

여기서 제프리 린이 가장 큰 문제로 삼은 것은 바로 '침묵'이었다. 그 누군가가 나서서 그들의 행동을 지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에서 비매너 행위는 '당연'하다는 듯이 여겨졌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 제프리린은 '침묵'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 익명성이 보장되면 비매너 행위가 '당연'하다는 듯 증가했다.

그는 이와 관련된 많은 현상 중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어떤 글 혹은 어떤 상황에서 첫 반응에 다른 유저들도 따라간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현상을 분석하기 위한 실험은 40년 전에 이미 진행됐다.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한 아이가 사탕을 훔치면 다른 아이들도 그 행동을 따라 했다. 반대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제프리 린은 이 현상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첫 댓글 혹은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LoL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행동을 하는 99%의 유저 가운데, 소수의 비매너 행위를 보이는 유저가 나타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비매너 행위를 하는 유저들이 늘었다고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독이 퍼지는 듯했다.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는 모든 비매너 행위의 중심이 되는 유저를 중심으로 처벌했다. 제프리 린은 독의 핵심을 지우면 한층 깔끔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가 시도한 방법은 신고 기능과 배심원제도다. 사실 이 방법에 대해 주변에서 말이 많았다. '너희 인터넷 유저를 믿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는 유저와 함께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게임 내의 모든 대화를 공개해 일반 유저가 이를 보고 처벌 수위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심원 제도는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70%의 유저들은 자신이 처벌당하는 증거를 보여주면 다시는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배심원 제도가 효과적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배심원 제도는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무엇보다 속도가 관건인 유저의 피드백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치명적이었다."

신고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 제프리 린은 신고 시스템이 초창기에는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게임이 끝난 직후 비매너 유저를 신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이 터졌다. 한 유저가 다른 유저들의 단합에 의해 피해자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를 자세히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를 파헤쳐본 결과, 항의한 유저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LoL에 배심원과 신고 기능을 도입했다. 효과는 있었다.

▲ 그러나 신고시스템으로는 완벽하지 않았다.

결국, 제프리 린은 신고 시스템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는 자동 채팅 필터 시스템을 만들었다. 자동으로 채팅 로그를 확인한 뒤, 적절하지 않은 단어로 입력된 단어를 유저가 사용할 경우 처벌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도 역시 문제가 존재했다. 제프리 린은 한국 서버를 가장 좋은 예로 들었다. 한국 서버의 모든 욕설을 이 시스템에 입력할 수 없었다. 지역마다 문화의 차이가 있다. 한국 서버에서는 '어머니'를 의미하는 여러 단어가 있고, 그 단어들은 모두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또,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한국은 유난히 실버 등급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제프리 린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입장에서도 모든 지역의 부적절한 언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자동 채팅 필터 시스템을 통해 랭크 게임에서 40%의 비매너 유저가 사라졌다. 분명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많은 시도를 통해 노하우를 쌓고 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커뮤니티와 게임 내의 비매너 유저들이 사라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레딧과 손을 잡아 커뮤니티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잘못된 언행을 보고 있지만은 않을 계획이다,"

강연이 끝난 뒤, 제프리 린과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한국 서버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 서버에 대해 "분명 관리가 쉽지 않은 지역이다. 하지만 한국 서버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알고 있고, 우리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지금도 한국 서버에 자동 필터링 시스템을 계속 개선하는 중이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유럽과 북미 서버에만 집중한다고 오해하는 유저들이 많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 서버와 커뮤니티 모두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유저들이 즐겁게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