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판 달려볼까!

오래 기다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시네마틱 영상을 보고 전율하며 군침을 흘린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평소에 FPS 게임만 보면 환장을 하던 터라, 블리자드에서 처음으로 FPS 장르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 열두 명의 멋지고 아름다운 영웅들. 그리고 픽사의 애니메이션 뺨치는 근사한 시네마틱을 다시 보고 또 보며 4개월을 참았다.

그리고 PAX East 2015에서 오버워치를 시연할 기회를 맞이했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FPS 초짜인 앞 시연자의 답답한 플레이를 보며, 이 낯선 땅 미국에서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인의 매서움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더욱 들뜰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차례가 왔다. 생각보다는 짧은 시간 제한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 할 만한 영웅들을 위주로 플레이해보기로 했다. 바로 두 명의 신규 영웅인 '맥크리'와 '자리야', 그리고 오버워치가 출시되면 즉시 큰 인기를 끌며 소위 '충'이 양성될듯한 민첩하고 스타일리쉬한 영웅들로 '한조', '리퍼', '위도우 메이커', '트레이서'를 짧게나마 체험해 보았다.

쉴새없이 움직였던 마우스, 거칠게 눌러댄 키보드의 저항감과 무기를 난사하던 손맛이 채 몸에서 떠나가기 전에 오버워치에 대한 감상을 서둘러 메모장을 켜 옮겨 보았다.




시연장에서는 6 대 6으로 두 번의 승부를 겨룰 수 있었다. 내친 김에 다른 매체 기자들과 최종 점수 내기를 한 상황. 이름은 'INVEN'으로 지어 자존심을 걸고 더욱 열심히 시연에 참여해 보았다. 시연장에 전시된 오버워치는 매 리스폰마다 영웅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에, 부지런히 죽어가며 각 영웅들을 빠르게 교체하며 플레이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각각의 간단한 체험기를 적어보도록 한다.

■ 맥크리

맥크리 소개영상

새로 등장한 영웅인 맥크리. '레드 데드 리뎀션'이나 리그오브레전드의 '그레이브즈'를 연상시키는 쿨한 외모를 가진 전형적인 서부극 카우보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미 인벤 기사에서 짚어보았듯, 맥크리는 '피스키퍼'라는 6연발 리볼버 한 정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이 리볼버는 비록 권총이지만 상당히 거리가 길어, 마우스 컨트롤만 정교할 수 있다면 먼 거리의 적들도 견제하는 동시에 필요시엔 저격까지 해낼 수 있는 성능을 지니고 있다.

맥크리는 특히 콤보가 상당히 훌륭했다. 짧은 시간 플레이를 하며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즉석으로 만들어 낸 콤보가 있다. 먼저 먼 거리에서 적에게 접근하며 한 발씩 리볼버를 발사한다.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면 재빨리 굴러 모든 총알을 즉시 장전한다. 그리고 오른쪽 클릭을 통해 6발을 빠르게 발사하는데, 가까운 거리라도 중구난방으로 발사되는 총알 덕분에 상대방이 쉽게 죽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E를 눌러 잠시 기절시킨다. 그 사이에 빠르게 장전을 한 뒤 다시 6연발로 남은 체력을 바닥내는 콤보였다. 장거리 저격에 능한 '위도우 메이커'나 '한조'를 상대로 거리를 좁히긴 쉽지 않지만, 중거리에서의 승부는 화려한 콤보를 활용하여 일 대 일 승부에서 유리한 모습을 보일 것 같았다.


영상을 보며 가장 궁금했던 궁극기 '황야의 무법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출부터 성능까지 아주 인상깊었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상대방 공격수가 체력이 다해 철수하고 있었고, 옆에는 공격 위주가 아닌 힐러 '메르시'가 어떻게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기회를 봐서 궁극기 버튼을 과감하게 눌렀다. 그 순간 화면에 오래된 서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랜 느낌이 감돌았다. 조준 표시는 천천히 '메르시'에게 멈춰졌고, '빵!' 소리와 함께 어쩔 줄 몰라 망설이던 '메르시'의 날개는 맥없이 부러지고 말았다.

맥크리는 비록 연사가 느린 리볼버 사격과 무빙을 동시에 하기 어려운, 숙련자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손을 타는' 영웅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려한 콤보 사용와 기동력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절한 엄호를 바탕으로 자리를 잘 잡아 다수의 적들에게 '황야의 무법자'를 사용할 수 있다면, 적들에게는 엄청난 공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자리야

자리야 소개영상

새로 등장한 또 하나의 영웅은 탱커 '자리야'다. 여성이지만 뭇 남성 못지않게 듬직한 모습과 그에 걸맞는 과거 역도 선수라는 이력까지! 멋진 헤어스타일과 함께 탱커로서 더없이 믿음직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자리야는 기본 무기에서 두 가지 형태의 발사 모드를 지원하는데, 왼쪽 클릭으로는 중/단거리의 빔 형태가, 오른쪽 클릭으로는 유탄을 발사하듯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입자 폭탄 형태의 공격을 할 수 있다. 영상에서 굉장한 섬광을 내뿜는 모습을 보았기에 기본 빔 형태의 공격을 위주로 상대방을 공격해 보았다. 하지만 상대는 하필 '트레이서'. 빔은 중거리라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지어는 근접 무기에 가까울 정도로 사정거리가 짧았다. 공격력도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 거의 바로 앞의 상대방을 지져대는 수준으로 오랜 시간 공격을 해야 겨우 쓰러뜨릴 수 있었다.

기본 공격에 실망을 했으나 오른쪽 클릭의 발사 형태는 만족스러웠다. 소싯적 '포트리스'를 썩 괜찮게 하던 감각으로, 이런 포물선을 따라 발사되는 형태의 무기의 컨트롤에는 자신이 있었다. 비록 바닥에 넓은 스플래쉬 대미지를 입히는 로켓 런처 수준의 폭발은 아니지만, 입자포의 묵직한 폭발은 상대방을 쉽게 제압하기에 모자란 수준은 아니었다.


평소 힐러나 탱커 역할의 캐릭터는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자리야의 쉴드는 성능이 꽤나 괜찮은 편이었다. 비록 1인용이지만 '윈스턴'의 쉴드처럼 설치형도 아니라 이동에 제약이 없다. 또한 쉴드가 피격당하면 입자포가 강해지는 '이상한(?)' 옵션을 가지고 있다. 그 덕에 앞서 나가는 패기있는 플레이어에게 쉴드를 걸어주고 강력해지는 공격력을 바탕으로 입자포를 뒤에서 펑펑 발사하다보면 꽤 쏠쏠한 점수를 낼 수 있었다. 게다가 킬 스코어도 올리면서 쉴드를 잘 쳐서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아군을 바라보고 나니, 왠지 벌써 오버워치의 대가가 된 느낌마저 주기도 했다.

적들을 한 곳에 모아주는 궁극기는 생각보다 범위가 넓진 않다. 하지만 좁은 통로에서 막무가내로 몰려오는 적들 사이로 잘 파고들게만 할 수 있다면 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돈가스 시식 코너에 몰린 어린이들처럼 뭉쳐진 적들에게 오른쪽 클릭으로 입자포를 여러 차례 발사하고 나니 짧은 시간동안 적들에게 큰 광역 대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자리야의 클래스는 탱커지만 완전한 탱커의 역할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보다는 적들의 동선과 간격을 잘 보고, 궁극기를 통해 아군이 한 번에 덮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극적인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공격형 서포터의 느낌을 주는 영웅이었다.


■ 한조

한조 소개영상

유일한 동양 캐릭터이자 활을 사용하는 영웅으로, 비록 한국이 아닌 일본을 배경으로 하기는 하지만 나름의 뚜렷한 스타일을 가져 눈에 띄는 영웅이다.

한조는 활을 사용하기 때문에 총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영웅들과 조준점의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 거리계와 같은 모양을 한 한조의 조준점은 처음 보면 상당히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거리에 큰 관계 없이 약간만 위로 조준을 올려 발사를 해보니 생각 외로 타격 판정이 좋게 나타났다.

위도우 메이커처럼 저격수의 역할을 하는 한조는 매우 어울리는 특수 이동기를 가지고 있는데, 닌자처럼 벽을 빠르게 타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저격수에게 자리를 잡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한조의 벽타기를 통한 위치 선정 능력은 위도우메이커의 줄타기에 비해 간편하고 빠른 느낌이었다. 심지어는 오르는 속도가 평소 걸음보다도 빠르니, 어떻게 보면 도주기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한조의 호쾌한 액션과 타격으로(그나마 타격감이 살아있는 편이다) 이번 시연에서 점수를 많이 딸 수 있었다. 어지간한 체력을 가진 영웅들은 한 방에서 두 방만에 천국으로 보내버릴 수 있었고, 아군에게 시야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순간적인 이동기까지 뛰어나 신출귀몰 나타나며 상대방을 농락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나은 중/장거리용 영웅이 있을까 싶었다.


다만 근거리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나는데, 한조는 조준을 할 때 이동속도가 대폭 느려진다. 이는 근거리에서 도망을 가는 상대방의 뒤를 추격하며 화살을 발사할 때 상당히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기관총을 주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위도우 메이커에 비해 근거리를 대비하는 무기가 전무하여, 거리를 좁히면 쉽게 공략당할 수 있는 한계가 드러나는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 두 마리가 회전하며 나아가는 다소 적나라한 효과의 궁극기는 느린 탄속이 더욱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피격 판정과 대미지가 굉장히 좋았다. 용의 부피는 생각보다 굉장히 컸다. 용들이 다 지나간 줄 알고 살짝 고개를 내밀다가 꼬리에 머리 끝을 부딪힌 '트레이서'가 순간적으로 중환자가 되어버릴 정도였다. 지형에 관계없이 관통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좁은 골목에서 자리야의 궁극기와 같은 스턴기와 최고의 시너지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 리퍼

리퍼 소개영상

생각보단 스타일리쉬한 맛이 적었다. 판정이 좋은 샷건을 양 손에 쥐고 쏘지만 연사가 느리고 장탄수가 적어 크게 위협적이진 않았다. 전투나 스킬에서 제법 묵직한 느낌은 주지만 트레일러 영상에서 보여준 '갑작스러움'은 별로 없었다.

리퍼만의 이동기인 순간이동은 시전 속도가 굉장히 오래 걸려 갑작스러운 갱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 줌의 연기가 되어 움직이는 스킬은 상대방에게 리퍼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이는 바람에 되려 저격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궁극기는 마치 디아블로의 악마사냥꾼이 사용하는 난사와 비슷한 모양인데, 성능은 좋으나 적진 가운데에서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는 만큼 위치 선정이 몹시 중요하다. 하지만 순간이동을 비롯한 이동 스킬의 기동성이 떨어지다보니 자리를 잡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짧은 시연에 몹시 흥분한 관람객들이 그저 맹렬하게 앞만 보고 쏘곤 했기 때문에, 리퍼는 엄호해 줄 사람 한 명도 없이 쓸쓸히 검은 연기만 내뿜으며 적진 한 가운데 떨어져 사망하고 말았다. 결국 고심하여 고른 리퍼는 별로 재미를 보여주지 못한 채 새 영웅으로 교체되고 말았다.


■ 위도우메이커

위도우메이커 소개영상

무심한 듯 시크한 외모와 슬픈 과거, 스쿼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탄탄한 몸매, 그리고 FPS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저격수라는 컨셉까지. 출시 후 많은 인기를 끌 것 같은 위도우메이커를 선택해 보았다.

저격수라는 컨셉 상 한조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조에 비해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되는 것은 연발 기관총을 기본으로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대개 FPS에서 저격수라 하면 커다란 저격총에는 가벼운 권총 등의 보조무기 정도로 무장을 끝마치지 않는가? 빠른 연발과 강력한 단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위도우 메이커만이 가진 매력일 것이다.

저격수는 언제나 장거리 견제에 강력한 면모를 보이기에 수많은 적들의 제거 타겟 1순위가 되곤 한다. 그래서 트레이서나 파라와 같이 거리를 좁히는 속도가 뛰어난 영웅에게 취약해 보일 수 있기 마련인데, 위도우메이커는 그에 충분한 대비를 하고 태어난 느낌이었다.


한조의 벽타기에 비교되는 기술로 위도우메이커는 가까운 발판에 줄을 매달아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사용이 생각보다 간편하여 저격 위치 선정에 굉장히 뛰어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게도, 성가신 정도의 쿨타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치 '웜즈'의 그것처럼 민첩하게 이리 저리 이동하여 자리를 잡거나 뒤를 치는 활약을 보여주긴 힘들었다. 사용할때마다 쿨타임이 생기는 것이 아닌, 트레이서의 순간이동처럼 충전식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격총의 성능은 미래를 다룬 FPS답게 정교하고 뛰어난 편이다. 다만 아주 약간의 탄속이 존재하며, 영웅들의 체력이 각기 다르기에 반드시 원 샷 원 킬이 나오진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저격 모드가 유지된 상태에서 한 발 한 발의 간격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빗맞혔다 해도 바로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어 편리한 사냥을 즐길 수 있다.


■ 트레이서

트레이서 소개영상

이 쾌활하고 매끈한 몸매의 귀여운 영국 소녀를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징그러울 정도로 적은 체력을 보면 원망의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오버워치에는 강한 점과 약한 점이 뚜렷하게 공존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듯, 트레이서는 체력을 커버할만한 민첩한 움직임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인 근거리 텔레포트는 트레일러 영상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속도감있는 이동을 가능케 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상대방 뒤에서 나타났을 때 우왕좌왕하는 상대방을 보며 쾌감을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재충전 속도도 빠르고 이동 거리도 꽤 길기 때문에 적진을 순간적으로 헤집어놓고 스킬을 빼놓기에 가장 좋은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점으로는 역시나 낮은 체력인데, 한조의 용 꼬리에 후두부를 얻어맞은 뒤 20 정도가 남은 체력을 보며 '난 안될거야 아마...'라며 구석에서 절망했던 기억이 시리도록 또렷하게 느껴진다. 또한 체력이 낮기 때문에 이동에 관계없이 대미지를 주기 좋은 파라나 자리야의 광역 공격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근거리 순간이동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것에 상관 없이 넓게 퍼지는 피해를 주는 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다.

주인공처럼 비춰져 쉽게 보일 수 있지만 민감한 이동성으로 인해 은근히 손을 많이 타는 영웅이 될 듯 하다. 기본 공격도 공격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라, 내가 어디로 이동해서 고개를 얼마나 틀어야 상대방에게 조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순전히 경험에 달린 문제가 될 것 같다. 끊임없는 이동과 끊임없는 공격만 받쳐준다면 트레이서는 가장 무서운 영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대방이 플레이하는 트레이서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FPS에 자신이 있었으나 너무 패기를 부리고 팀원 모두가 각자의 욕심만을 채우려 했던 것일까? 단단한 구성으로 영웅을 자주 바꾸지 않은 상대방에 두 판 모두 비참하게 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나마 아군 중에선 1등, 2등을 하며 인벤의 이름을 건 채 최소한의 자존심을 건져낸 점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오버워치는 밝은 배경과 영웅들의 이미지처럼 타 FPS에 비해 가볍고 캐쥬얼한 조작감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에 가까운 밀리터리를 구현하는 목적을 가진 '배틀필드' 등의 FPS와는 확연히 다른 조작감이다. 어떻게 보면 '언리얼 토너먼트'나 '퀘이크' 처럼 조작에서 비현실적 속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영웅들에 따라 조작감은 확연하게 다르다. 이미 유명인사가 된 '트레이서'의 벌새와 같은 가벼운 발놀림은 '리퍼'의 미끄러지듯 묵직한 움직임과는 사뭇 다르듯 말이다. 물론 탱커 영웅들과의 비교라면 그 차이가 더욱 확실히 느껴질 것이다.


타격감은 아직 그다지 개선이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맥크리'나 '리퍼'의 묵직한 한 발 한 발에는 발사시의 커다란 반동과 화약 냄새가 느껴지는듯한 거친 연출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을 제대로 맞췄는지, 혹은 내가 어디서 얼마나 큰 피해로 피격을 당했는지에 대한 감은 잘 오지 않았다.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각 영웅들의 무기는 각각 다르며 개성이 넘친다. 리볼버, 기관총, 거치형 미니건 외에도 입자포, 거대 망치 등 다양한 종류의 타격 형태가 존재한다. 블리자드는 게임 제작을 마무리짓는 단계에서 타격감의 디테일을 손보기도 한다니,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충분한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버워치를 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오버워치만의 스킬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는 점이었다. 개성이 다른 영웅들에 맞게 구성된 모든 스킬들은 FPS보다는 AOS에 그대로 등장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각 클래스에 특화된 중요한 능력들이었고, 영웅 간 서로의 스킬을 바꿔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각 영웅들이 가진 고유의 스킬 조화가 매우 조화롭다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짧은 시연이 끝나고, 오버워치를 완전히 파악하기엔 몹시도 짧은 순간이었으나 마치 두 시간을 즐긴 듯 몰입한 느낌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기자들과 다른 외국인 관객들도 불리한 전투를 거칠게 끝낸 패잔병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승패에 관계없이 그토록 바라던 오버워치 시연을 끝마쳤다는 행복감이 얼굴에 감돌았다.

블리자드의 첫 FPS이자 17년만에 등장한 새로운 세계관을 가진 오버워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나, 완전히 숙달하기는 힘들도록 의도하는 블리자드의 방향성이 크게 와닿는 시연 체험이었다. 영웅 밸런스나 전장 등에서 아직은 갈 길이 먼 개발 단계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로만 봐도, 몇 시간이고 기다려 줄을 서는 관객들을 보고 있으니 새 프랜차이즈를 오랫동안 기다려 온 블리자드 팬들에게는 확실히 멋진 경험을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가을에 예정된 공식 CBT에서 많은 블리자드와 FPS 팬들이 이 즐거운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