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즌 파이널 경기, 첫 번째 승전 소식을 알린 팀은 ELONG(이하 일롱)이었다.

3월 8일(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WGL APAC 시즌3 파이널은 아시아 서버에 소속된 대만 팀 HORSEMEN(이하 홀스맨)과 중국 서버에서 아시아 서버로 활동 무대를 옮긴 아시아 유일의 프로 팀 ELONG의 대결로 펼쳐졌다. 중국과 대만, 마치 한일전을 방불케 하는 묘한 긴장감이 이어진 준결승전은 대만 홈 경기라는 무시못할 어드밴티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유일의 월드오브탱크 프로 팀인 일롱의 경험과 조직력 앞에 홀스맨이 완파되는 구도가 연출되면서 대만 현지 팬들의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홀스맨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홀스맨은 일롱과의 난전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를 역이용해 네 번째 세트에서 일롱의 난입을 유도, 건물 등의 엄폐물을 이용해 개활지에서의 난전과는 다른 결과를 얻어내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한 것. 하지만 홀스맨은 일롱의 벽을 넘지 못하고 5:1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그랜드 파이널로의 출전권은 따내지 못하게 되었다.

반면, 일롱은 이 경기로 그랜드 파이널 진출을 확정지었고 ARETE(이하 아레테)를 상대로 지난 시즌2 파이널 당시의 리벤지 매치를 준비하게 되었다.




첫 번째 전장은 프로호로프카. 홀스맨이 북쪽 방어 진영에서, 일롱이 남쪽 공격 진영에서 시작했다. 홀스맨이 시작과 동시에 중앙 능선까지 일제히 진격한데 반해 일롱은 서쪽 숲길을 통해 한 대의 전차를 깊숙하게 찔러넣고 D1~E1에 나머지 전차를 배치해 중앙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팀 모두 초반 포지션에서 별다은 이득을 거두지 못하자 홀스맨은 일단 철로 동쪽으로 몸을 피한다. 이를 확인한 일롱은 서쪽을 남북으로 길게 장악하면서 4번 라인까지 진출, 북서쪽의 점령지에 한 대의 전차를 밀어넣고 홀스맨을 유인했다.

홀스맨이 남쪽으로 길게 돌아 진영 방향을 맞바꾼 채 중앙 언덕까지 진출, 일롱과의 교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홀스맨의 경전차 한 대는 북쪽 철로 끝에서 교전에 참여하지 못했고 수적 열세와 일롱의 정확한 일점사를 견디지 못하고 첫 번째 세트 스코어는 일롱이 가져가게 되었다.

역시 프로호로프카에서 펼쳐진 두 번째 세트, 양 팀 모두 초반 포지션은 1세트와 유사했다. 6번 라인 중앙 근처까지 진격한 홀스맨, 그리고 서쪽 철로로 깊숙히 북진해 중앙과 동쪽을 견제하면서 점령지 진입 기회를 노리는 일롱. 일롱은 다시 한 번 북서쪽 점령지에 전차를 넣어 점령 게이지를 올리고 홀스맨을 유인했다.

1세트와는 달리 남쪽에 한 대의 전차만을 보내 시선을 끈 다음 주력 부대를 북쪽으로 이동해 점령중인 전차를 순식간에 녹여낸 홀스맨은 연달아 일롱의 전차를 잡아내며 전장을 장악하는듯 했다. 하지만 지난 순위 결정전에서도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홀스맨은 난전에 약했다. 전선이 무너지고 전차가 뒤섞이는 상황이 되자 일롱의 치고 빠지기와 일점사 능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것. 홀스맨은 눈 앞에서 세트 스코어를 놓치면서 세 번째 세트를 준비하게 되었다.

세 번째 세트는 진영이 바뀌어 홀스맨이 공격 측에 서게 되었다. 북쪽 방어 진영의 일롱은 시작과 동시에 전장 중앙 능선과 남쪽 철도 건널목까지 넓은 지역을 장악, 상대를 찾았다. 반면 홀스맨은 모든 전차가 동남쪽의 언덕을 넘어 북동쪽 철도 건너편을 차지하고 곧바로 점령을 시작하며 철도 건너 머리를 내미는 일롱을 견제해 나갔다. 하지만 먼저 전차를 잃은 것은 홀스맨이었다, 철도 건너편에서 날아오는 견제샷에 워커불독 한 대를 허무하게 잃은 탓에 일롱이 과감히 철도를 건너 난전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순식간에 모든 전차가 파괴되면서 일롱에게 세트 스코어 하나를 더 내어주게 되었다.

네 번째 세트, 홀스맨은 다시 한 번 언덕으로 6대의 경전차를 올리고 한 대의 전차를 7번 라인 철도 건녀편으로 빠르게 찔러넣어 북동쪽 점령지 인근을 장악하기 위해 달렸다. 이를 고려한 일롱은 B5번 엄폐물 근처에 한 대의 전차를 배치해 북쪽 철도 건너에서 머리를 내미는 상대를 감시하고 전장 중앙을 넓게 가져가며 견제를 계속했다. 점령 게이지가 30여 초를 남긴 시간, 일롱은 일제히 중앙 건널목을 지나 동쪽으로 진입했고 다시 한 번 시가지를 낀 난전이 시작되었다. 홀스맨도 같은 패턴에 여러 번 당하지는 않았다. 일롱이 건널목을 건너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곧바로 포화를 쏟아내면서 순식간에 두 대의 전차를 먼저 잡아내면서 승기를 잡은 것. 엄폐물이 많았던 만큼 한 발 쏘고 숨어가며 체력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 이 경기로 홀스맨은 일롱을 상대로 첫 번째 세트 스코어를 따 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듯 했다.

스탭에서 열린 다섯 번째 경기, 홀스맨이 북쪽 방어 진영에서 북동쪽에 방어선을 펴고 일롱이 넘서쪽을 우회하여 C 라인과 E라인을 장악해 대치했다. F5번 중앙 수풀에 초반 스팟을 간 일롱의 R37이 블라인드샷에 적잖은 피해를 입으며 후퇴, 일롱은 A3 최북단에 한 대의 전차를 남기고 북서쪽 점령지 주위에 두 대의 전차를 배치한 채 4대를 남쪽 깊숙히 우회하여 홀스맨을 완전 포위하는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일롱도 홀스맨의 견고한 방어진에 무모하게 뛰어들지는 않았다. 먼저 북서쪽 점령지에 전차를 넣고 홀스맨이 이를 막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남쪽에서 대기중인 전차를 투입시킨 것. 일롱은 점령 게이지가 몇 차례 끊어졌음에도 점령지 내의 전차 잔해를 이용, 한 대의 전차를 계속해서 게이지를 올리며 홀스맨을 압박했다. 결국 홀스맨은 생존 전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올라가는 점령 게이지를 제 시간에 끊지 못했고 일롱은 세트 스코어 1점을 더 가져가게 되었다.

4:1 홀스맨에게는 이제 마지막 기회다. 앞선 경기와 마찬가지로 북서쪽 점령지 인근에 방어선을 편 홀스맨을 상대로 일롱은 C1과 E2에 우선 전차를 배치했다. 하지만 일롱은 중앙 정찰 중이던 T37 한 대만을 북서쪽 점령지 인근으로 올리고 블라인드 사격을 가하면서 시선을 끔과 동시에 모든 전차를 남쪽으로 우회시켜 중앙으로 진입했다.

T37의 점령이 시작되고 중앙을 장악한 일롱이 홀스맨을 기다렸다. 홀스맨은 한 대의 전차를 철로 너머로 보내 점령을 끊는데는 성공했지만 8번 라인 최북단까지 내몰린 방어병력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사방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일롱의 포화를 버텨내지는 못했다. 결국 본대가 무너져내린 홀스맨은 5:1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시즌 파이널 준결승전에서 패배하고 3위를 기록, 그랜드 파이널로의 진출은 무산되었다.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일롱은 아레테와의 결전을 준비하게 되었으며, 결승전 결과와 무관하게 홀스맨이 3위를 기록함으로써 자동으로 그랜드 파이널 진출을 확정짓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