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빅리그(이하 HBL) 결승을 통해 [BJ]익곰 팀이 최종 우승자로 결정되었습니다. 프로지향팀은 물론 히어로즈 전문 BJ들까지 참가한 대회였던 만큼 [BJ]익곰 팀의 우승은 이변이라고 할만했습니다. 2주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치러진 HBL, 반전이었던 대회 결과만큼이나 참가팀들의 영웅 선호도 역시 당시의 상식을 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HBL에서 참가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영웅과 그렇지 못했던 영웅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의 조합 방향성과 영웅 선호도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32강 영웅 픽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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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영웅

역시나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보입니다. HBL 32강 경기가 있었던 2월 15~21일 hotslogs 승률 통계를 살펴봤더니, 당시 승률 상위권을 유지하던 영웅들이 HBL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발라와 우서는 각각 승률 5위, 6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요, 양팀 중복 픽이 가능한 자유 선택룰이다보니 최대한 안정적이고 손에 익은 영웅들을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다만, 당시 승률 60.6%로 2주째 1위를 지키고 있던 '길 잃은 바이킹'의 픽이 단 2회에 그쳤다는 점은 특기할만합니다. 길 잃은 바이킹은 출시 첫 주부터 승률 60%로 hotslogs 승률 1위를 달성하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는데요, 아무래도 신규 영웅이다보니 대회에서 바로 기용하는 것은 부담이 됐던 것 같습니다. 또한 바이킹은 라인 관리가 철저한 상대에게는 큰 힘을 쓸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어, 경쟁팀들이 상당한 경기력을 보유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바이킹 픽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 선수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영웅

기본적으로 hotslogs에서 고승률을 자랑하는 영웅들이 선수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만큼, 반대로 승률이 낮은 영웅들은 HBL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대표적으로 2월 15~21일 hotslogs 승률 30위에 자리하던 '아바투르', 그리고 소냐와 함께 공동 꼴찌에 빛나는 승률 31위 '머키'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hotslogs에서 고승률을 자랑하고 있음에도 HBL 32강 경기에서는 최저픽을 달성하게 된 비운의 영웅도 있습니다. 그는 바로 '아즈모단'인데요, 2월 15~21일 hotslogs 승률 8위임에도 불구하고 32강 전체 경기 중 단 한 번밖에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아즈모단은 공성 전문 영웅 정도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대회용으론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아즈모단과 같이 2월 15~21일 hotslogs 승률 공동 8위에 있었던 '가즈로'도 마찬가지로 32강 전체 경기에서 단 두 번 픽되는 경향을 보여줬습니다. 평소 가즈로의 열성팬이었던 김성회 선수의 영향으로 2경기 연속 가즈로를 기용한 DevKIM김성회 팀은, 훗날 결승전까지 진출하게 되는 BJ프렌지 팀을 상대로 시원하게 2연패를 했습니다.



▣ 16강~결승전 영웅 픽 경향



☞ HBL 16강~결승전 전체 픽률 보러 가기(링크)



■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영웅

16강부터는 32강과 달리 교차 픽 방식으로 영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양팀이 동일한 영웅을 보유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곧 영웅 선호도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자유 픽 방식이었던 32강과 비교했을 때 우서와 제라툴이 픽률 순위권에서 밀려나고, 대신 정예 타우렌 족장과 해머 상사가 올라왔다는 점입니다. 누더기를 선점 당했을 경우엔 차선책으로 정예 타우렌 족장을 가져오고, 발라 대신으론 해머 상사를 기용했다는 걸 유추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지원가인 '태사다르'가 32강에 이어서 16강 이후에도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태사다르는 16강 경기가 있던 주인 2월 22~28일 hotslogs에서 승률 21위를 기록한 중하위권 영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강 이후 경기에서 무려 픽률 3위를 차지한 이유는, 고유 능력인 '계시'를 통한 시야 확보와 은신 영웅인 제라툴 견제, 특성으로 획득할 수 있는 '치유의 수호물'과 '지게로봇'의 유틸성인 것으로 보입니다. 궁극기 '집정관'을 통한 무시 못 할 화력 역시 영향을 끼쳤겠죠.

순위권 밖에서 강세를 보인 것은 지원가인 '레가르'로, 75.47%의 픽률을 보이며 16강 이후 픽률 64.15%를 기록한 우서를 앞섰습니다. 32강에서 레가르의 픽률은 27.27%, 우서는 112.12%로 큰 차이를 보였는데요, 16강 이후 레가르의 선호도가 급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교차 픽 방식으로 인한 영웅 조합의 불확실성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32강에서는 영웅 중복 선택이 가능하여 '최적화 조합'을 항상 꾸릴 수 있었지만, 16강 이후부터는 주요 영웅을 선점 당하거나 영웅 간 상성을 이용한 카운터를 당할 수 있으므로 범용성이 좋은 레가르를 선호하게 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 태사다르 못지 않게 범용성이 좋은 지원가, 레가르









■ 선수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영웅

32강과 마찬가지로 16강에서도 여전히 아바투르, 제이나, 머키 등의 영웅들은 거의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인기가 없었던 영웅'들의 공통점은 생존기가 빈약하다는 점입니다. 16강부터 결승까지의 통계인 만큼, 상대 팀의 기량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소위 '잘리기 쉬운' 영웅들은 비선호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여기에서 특이점이 하나 있다면, 탈출기는 물론 다양한 군중제어기를 보유한 '아눕아락'이 총 53경기 중 픽된 횟수가 2회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2월 22~28일 당시 hotslogs 승률을 보면 '정예 타우렌 족장'(HBL 16강~결승전 픽률 4위)보다 '아눕아락'의 승률이 2단계 높았는데요, 막상 대회 경기에서는 아눕아락 대신 정예 타우렌 족장이 선호됐죠.


▲ 다양한 군중제어기를 보유한 아눕아락, 왜 선택받지 못했을까?


아눕아락의 최대 약점은 체력이 낮다는 점입니다. 20레벨 기준 체력이 4,200 밖에 되지 않는 탓에 사실상 근접 전사로 보기가 어려울 정돕니다. hotslogs 승률은 낮지만 대회에서는 선호되었던 정예 타우렌 족장의 경우, 20레벨 체력이 5,600으로 아눕아락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HBL 16강부터 결승전까지의 영웅 조합 경향을 보면, 근접 전사 1명과 지원가 둘, 암살자 혹은 전문가를 포함한 원거리 딜러 두 명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체력이 낮은 아눕아락은 메인 탱커로 부적합했죠. 실제로 아눕아락을 선택한 두 경기의 영웅 조합을 보면 누더기를 메인 탱커로 세우고, 아눕아락을 원거리 딜러 대신 가져온 상황이었습니다.

대회에서 선호된 근접 전사의 특징은 강력한 군중제어기를 가졌으면서도 체력이 매우 높아, 혼자서 탱킹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부합하는 영웅이 바로 '잡아먹기' 기술을 보유한 누더기와 '광란의 도가니'로 광역 군중제어가 가능한 '정예 타우렌 족장'이었던 것입니다.



▣ 2지원가 조합 모델을 제시한 HBL

지금까지 HBL 32강 경기와 16강부터 결승전까지의 영웅 선호도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2지원가 조합 등장과 이에 따른 영웅 픽의 쏠림 현상이었는데요, 2월 12일에 있었던 딜러와 탱커의 너프 패치 이후 대안을 찾던 끝에 등장한 것이 2지원가 조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지원가 조합은 이미 유럽과 북미 대회에서 흔히 쓰이고 있었던 만큼 어느 정도 검증된 조합이기죠 하죠.

따라서 HBL에서의 영웅 쏠림 현상은, 2지원가를 이용한 장기전 형태의 전투에서 효율적인 영웅이 누구인지 엿볼 수 있는 좋은 지표이기도 합니다. 주요한 지원가로는 태사다르, 레가르, 우서가 꼽혔고, 이 조합에 있어서 근접 전사는 누더기와 정예 타우렌 족장, 원거리 딜러로는 발라와 해머 상사가 선호됐습니다. 해머 상사와 마찬가지로 '전문가'이면서도 강력한 원거리 딜을 자랑하는 나지보는 16강 이후 픽률 22.64%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HBL에서의 영웅 선호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안정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딜러 계통은 도주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지속적인 교전 참여가 가능한 영웅들이 선호됐고, 근접 전사 역시 높은 체력을 통해 장기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면서 강력한 군중제어기를 보유한 영웅이 선택됐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대두되었던 지원가 계통의 경우 단순히 아군 치유뿐만이 아니라 딜러 역할도 겸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콘셉트의 영웅들이 선호되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최근 hotslogs의 승률 통계를 보면, HBL에서 선호되었지만 당시에는 hotslogs 승률 하위권이었던 영웅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HBL에서의 영웅 픽 경향이 2월 12일에 있었던 딜러와 탱커 너프의 대안성을 띠는 만큼, 일반 유저들의 플레이 결과가 나타나는 hotslogs의 통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hotslogs 승률 최하위권에서 현재 14위까지 올라온 정예 타우렌 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