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스프링도 이제 막바지로 치달았다. 이제 남은 경기는 대회의 피날레라고 할 수 있는 결승전뿐. 대진은 스프링 시즌 1라운드 전승을 거둬 신흥 강호로 거듭난 GE 타이거즈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매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SKT T1이다. 국내 최강 팀의 영예는 과연 어느 팀으로 돌아가게 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팬들의 관심은 결승전에 집중되고 있지만, 무대 뒤에서 다음 시즌을 위해 칼을 가는 팀들이 존재한다. 비록 스프링 시즌 결승 진출은 실패했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결승'을 치렀고, 그 결과를 받아들였다. 결과에 만족하는 팀들도, 그렇지 못한 팀들도 있다.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그들은 과연 어떤 시즌을 보냈을까? 인벤 팀에서는 스프링 시즌이 가기 전, 각 팀이 지낸 봄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세 번째 주인공은 나진 e엠파이어(이하 나진)이다.


▲ 6위로 시즌을 마감한 나진 e엠파이어


■ 나진 '퍼펙트' 실드의 영 좋지 않은 출발

나진 게임단은 한국 LoL의 역사와 함께하는 팀이다. 롤챔스 우승 경력도 있고, 꾸준히 진출하여 준수한 성적을 올려왔다. 그리고 롤챔스를 넘어 LoL 월드 챔피언십 국내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진이 최정상에 올랐던 기억은 꽤 먼 과거로 돌아가야 만날 수 있다. 나진의 롤챔스 우승은 나진 소드가 달성했던 2012년의 겨울이다. 이젠 먼 과거다. 이후, 나진은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려왔지만 정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안정적이면서 꾸준한 팀, 그것이 나진의 색깔이었다.

하지만 나진은 2014년 롤드컵 진출권을 건 롤드컵 진출전에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 나진의 롤드컵 진출을 예상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가장 아래서부터 강력한 상대들을 차례차례 무너트리며 롤드컵에 진출했다. 특히, 롤드컵 선발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SKT T1 K를 꺾고 롤드컵에 진출하는 순간엔, '우리 나진이 달라졌어요'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였다.


▲ 나진의 롤드컵 진출은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한 편의 드라마를 쓰며 롤드컵에 진출한 나진. 나진의 기세는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그리고 롤드컵 무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별 예선 초반엔 말이다.

하지만 잘 나가던 나진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발생한다. 찬물을 끼얹은 것은 바로 얼라이언스. 나진은 얼라이언스와의 조별 경기에서 패한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나진은 얼라이언스를 상대로 단 1킬도 빼앗지 못한 채 퍼펙트 게임을 내주었다. 충격은 두 배로 왔다.


▲ 나진은 이 경기에서 한 개의 킬과 한 개의 타워 및 오브젝트도 획득하지 못했다.


이후, 나진은 순위 결정전을 치러 간신히 8강에 진출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나진은 8강에서 OMG를 상대로 3:0 스코어로 셧아웃 된다. 경기 내용 역시 일방적이었다. 나진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주었다.

드라마틱한 롤드컵 진출전을 펼쳐 롤드컵에 진출했지만, 나진의 마지막은 쓸쓸했다. 이 무력한 패배의 여파는 꽤 오래 지속될 것 같았다.


▲ 나진의 쓸쓸한 퇴장. 이 여파는 오래갈 것으로 보였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 롤드컵의 부진, 그러나 봄은 나진에게 있어 우승하기 딱 좋은 타이밍!

모든 일엔 '타이밍'이라는 게 존재한다. 자신의 능력이나 기량과 관계없이 말이다. 기회는 불현듯 찾아오는 법.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진에게 있어 2015 스프링 시즌은 우승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었다. 롤드컵의 부진으로 나진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 스프링 시즌은 기회였다. 시즌 시작에 앞서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한국을 떠났기 때문이다. 삼성 갤럭시가 대표적인 경우다. 나진 역시 전력 누수를 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른 팀과 비교한다면 괜찮은 상황이었다.


▲ 최강자는 없다. 스프링 시즌은 나진에게 있어 기회다


최강팀의 와해와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리그 이탈. 나진으로서는 기회였다. 이제 나진에게 필요한 것은 주어진 기회를 움켜쥐는 악력이었다.

그리고 그 악력은 충분했다. 나진은 본격적인 롤챔스 개막에 앞서 펼쳐진 프리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진이 프리 시즌에서 기록한 순위는 2위. 우승 경쟁을 하기 충분한 순위였다. 경기력도 좋았다. 탑 라이너 '듀크' 이호성은 이제야 포텐셜이 터진듯했다. '꿍' 유병준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간발의 차이로 펜타킬 달성은 실패했지만, '최단 시간 비공식 펜타킬'을 달성하기도 했다.

롤드컵의 부진은 과거일 뿐. 2015년의 봄은 나진의 것이 될 것만 같았다. ...라고 나진 팬들은 생각했다. 적어도 이때까진 말이다.


▲ 마치 나진의 경쾌한 출발을 알리는 것과 같은 느낌 좋은 플레이! (영상 출처: 온게임넷)



■ 나진의 팀컬러: '무색무취'

프리 시즌의 선전으로 롤드컵의 악몽을 떨쳐버린 나진. 시즌 전의 우려는 이제 기대로 바뀌었다. 프리 시즌 2위를 달성한 나진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었다. 그리고 롤챔스 정상에 도전할 자격을 프리 시즌 경기를 통해 충분히 보여주었다.

준비는 완벽하다. 판은 짜여졌다. 그렇게 나진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 롤챔스 개막! 2015년의 봄은 나진의 계절이 될 것인가?


하지만 야심 찬 출발과 달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다. 나진은 팬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로 1라운드를 마무리한다. 나진의 색깔은 그야말로 무색무취에 가까웠다.

나진의 경기엔 뚜렷한 색깔이 없었다. 화끈한 한타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빈틈없는 운영을 펼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경기를 펼치고도 팬들을 만족시키려면 성적이라도 좋아야하는데, 그렇지도 못했다. 나진의 1라운드 최종 성적은 5위. 우승 후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감한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듀크의 맹활약 정도였다. 하지만 그나마도 작은 위안에 불과했다.


▲ 듀크의 맹활약만이 나진 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을 뿐이었다.


나진의 문제는 어느 한 곳에 국한 되지 않았다. 가져가야 할 경기를 못잡는 경우가 반복되었다. '와치' 조재걸은 불안했고, 봇 듀오 역시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꿍' 유병준은 시즌 초반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좁은 챔피언 풀이 계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총체적 난국의 나진. 딱히 어느 한 곳을 '구멍'이라고 말하기 어려웠기에,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 나진은 '반격의 2라운드'를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 전쟁은 머릿수로 하는 게 아니다. 결국 독이 된 식스맨 체제.

1라운드의 성적은 분명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잘 정비하여 2라운드를 준비한다면, 나진에게도 분명 기회는 있었다. 나진은 반격을 위한 새로운 카드를 준비한다.

나진이 준비한 반격의 열쇠는 선수 수혈. 정글러에 '피넛' 윤왕호를, 미드라이너에 '탱크' 박단원을 엔트리에 포함시킨다. 새로운 멤버는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즉시 전력'이 되는 선수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도 치열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여 팀의 기량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 나진에 합류한 새로운 전력, 피넛과 탱크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새로운 나진을 이끌어갈 두 신인 선수의 기량은 나쁘지 않았다.

피넛은 정글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비록 아직 많은 경험을 쌓지 않아 운영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했으나 그가 가진 피지컬적 능력은 보통 이상이었다. KT 롤스터와의 맞대결에서는 뛰어난 플레이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하며 MVP를 따내기도 했다.

새로운 미드라이너인 탱크의 등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탱크는 데뷔전에서 펜타킬을 따내는 괴력을 보여준다. 그는 흔히 수비형 챔피언으로 알려진 제라스를 활용하여, SKT T1을 상대로 펜타킬을 달성한다. 비록 팀이 패배하여 그의 펜타킬은 빛이 바랬지만, '탱크'라는 자신의 이름을 팬들의 뇌리에 깊숙이 새기기엔 충분했다.


▲ 데뷔전에서 달성한 펜타킬. 탱크는 물건이었다. (Youtube 'Team Highlights')


피넛과 탱크의 합류로 나진은 총 9인의 엔트리를 구성하게 되었다. 탑 라이너인 '듀크' 이호성을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두 명의 선수가 있게 된 셈이다.

식스맨 체제는 분명 잘 활용한다면 팀의 선택지를 넓히고 상대의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SKT T1이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잘 못 활용한다면 최악의 수로 작용한다. 우선 팀 플레이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선수가 많을수록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는 있지만, 깊이 있는 조합이 나오긴 힘들다. 식스맨 체제를 팀에 완벽하게 녹여내지 못하나면, 상대 팀에게 혼란을 주기 전에 자신들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나진은 후자에 속했고, 팀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낳을 것으로 예상했던 엔트리 증대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 총 9명의 팀원. 팀원이 많은 만큼 호흡이 나빠졌다.


나진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에도 실패했다. 나진은 최하위 삼성을 상대로 패한다. 시즌 시작 전 SKT T1과 양강 체제를 형성 할 것으로 보였던 나진. 결과는 승강전만을 겨우 면한 6위였다.

나진 하면 떠오르는 말인 '이걸 나진이'는, 적어도 2015 스프링 시즌 동안은 팬들의 탄식이었다.


▲ 이걸 나진이... (영상 캡쳐: 온게임넷)



■ 예상 외의 부진. 하지만 희망은 보았다.

2015년의 봄, 나진에겐 실패의 계절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나진의 총력이라고 보긴 힘들다. 나진은 살아남았고, 다음 시즌도 롤챔스에 참가한다. 그리고 다음 시즌의 긍정적인 요소는 분명 존재한다.

먼저, 듀크의 포텐셜 폭발이 첫 번째 희망 요소다.

나진은 부진했다. 하지만 듀크는 아니었다. 부진한 나진이 롤챔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듀크의 '하드 캐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획득한 MVP 포인트가 그것을 증명한다. 듀크가 기록한 MVP 포인트는 1000점. 단독 선두다. 듀크는 부진한 나진을 이끄는 '소년 가장'과 같은 느낌이었다.


▲ 소년 가장 듀크의 헉 소리나는 MVP 포인트 (영상 캡쳐: 온게임넷)


두 번째는 식스맨 체제가 가진 잠재력이다.

나진의 식스맨 체제는 지금까진 분명 독으로 작용했다. 아직 이 체제가 팀에 완벽하게 녹아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들은 9인 체제로 롤챔스를 치렀다. 나진이 쌓은 롤챔스의 경험치는 그들을 분명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진 선수들의 피지컬적 능력은 결코 낮지 않다. 게다가 선수 고유의 스타일도 달라, 식스맨 체제를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식스맨 체제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SKT T1은 두 명의 미드라이너를 운영한다. 공격적인 미드라이너인 '페이커' 이상혁과 안정적인 미드라이너 '이지훈' 이지훈이 상황에 맞춰 출전한다. 둘의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고, 상대하는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진 역시 가능하다. 나진엔 안정적인 AD 캐리, '제파' 이재민과 공격적인 AD 캐리인 '오뀨' 오규민이 있다. 나머지 선수들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에, 선수가 많은 만큼 더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지고, 이는 상대에게 더욱 위협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제파-오뀨의 로테이션도 페이커-이지훈과 같은 효과를 내기 충분하다.


프리 시즌에서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나진의 봄. 냉정하게 말해, 이번 시즌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시즌이 되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이 열리기까진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 다가올 섬머 시즌엔, 팬들의 기분 좋은 '이걸 나진이!'를 자주 들을 수 있는 여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섬머 시즌에 달라질 나진의 모습을 기대하시라! (영상 캡쳐: 온게임넷)



롤챔스 스프링 팀 별 결산 기사 모아보기

팀 별 결산 ① : 삼성이 쌓은 경험치. 레벨업으로 이어질까?
팀 별 결산 ② : 부족한 한 끗을 채워라, Incredible Mira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