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비션' 강찬용 선수는 한국 LoL 1세대 프로게이머로 국내 리그와 함께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MiG 블레이즈, 아주부 블레이즈, CJ 엔투스 블레이즈까지 스폰서의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팀의 이름만큼은 블레이즈로 이어졌었죠. 팀의 이름 때문일까요? 블레이즈의 선수들은 유독 승부욕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찬용 선수는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패러디의 대상이 되며, 무서운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만나 본 강찬용 선수는 누구보다 프로의식이 강하며, 자기 관리가 철저하면서도 적당한 유머 감각을 갖춘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오랜 경력만큼 수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꺾이지 않고 한 번 더 우승에 도전하는 강철과 같은 의지를 갖춘 강찬용 선수는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은 진짜 프로였습니다.

지금은 CJ 엔투스 통합 팀으로 경기에 나오지만, 여전히 '블레이즈'의 의지를 이어 승부욕을 활활 태우고 있는 블레이즈의 마지막 불꽃 '앰비션' 강찬용 선수와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인벤 독자 여러분께 인사 한 말씀 부탁합니다.

프로게이머 생활한 지 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인벤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설레기도 하네요. 안녕하세요, CJ 엔투스에서 정글러를 맡은 '앰비션' 강찬용이라고 합니다.


Q. 시즌 끝나고 잠시 쉬는데, 뭐하면서 보내고 계신가요?

시즌 끝나고 일단...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롤 말고 다른 게임도 하고, 잠깐 여행도 다녀오고,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푹 쉬었어요.


Q. 이번 시즌 성적에 대해 만족 하시나요?

솔직히 만족하지는 못해요. 팀원 중에서는 만족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제 기준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MSI가 진행 중인데, 우리 팀이 나갔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대회 끝나고 오랫동안 아쉬움이 남았어요.


Q. 프리 시즌 성적이 저조했는데, 이유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프리 시즌때나 1라운드 때나 연습 때 결과는 비슷했어요. 오히려 프리시즌때 더 잘했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기는 방법 같은 것들을 까먹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연습 때는 잘되는데 대회만 나오면 잘 안 풀리니까..팀원끼리도 서로 답답해하고, 그러다가 1라운드 딱 시작했는데, 오히려 상대가 SKT T1이라서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상대가 강팀이니까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뭔가 내려놓았다고 할까요?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어요.

프리시즌때는 팀원 모두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약체라고 평가받던 팀들에게 절대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팀원 모두가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연습 때보다 안정적으로 하고,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챙기지 못하고, 그 때문에 스크림때의 실력이랑 차이가 났던 것 같아요. SKT T1에게 이긴 게 정말 큰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팀원 모두가 확실하게 깨달았거든요. 이후엔 자신감을 되찾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정글러로 정말 완벽히 변신했는데, 포지션 변경이라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미드라이너로써 기량 또한 뛰어나셨는데 불만은 없었나요?

처음엔 정글러를 할 생각이 아예 없었어요.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엔 너무 긴 이야기라 핵심만 말하자면, 감독님이 먼저 제의를 하셨어요. 팀에 정글러도 없었고, 그 당시에 마땅한 정글러를 영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어요. 여러 가지가 맞물렸었던 상황이었어요.

제가 미드라이너로 잘하다가 다른 선수들에게 밀린다는 평가도 받았었고, 저는 블레이즈라는 팀이 다른 팀에 비해서 미드라이너의 중요함이 컸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까 부담감도 컸었고요. 하지만 그런 모든 부담감을 짊어지더라도, 극복하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어요. 어쨌든간에 너무 오랫동안 달려서 미드라이너 직을 내려 놓고, 정글러를 해봐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물론 정글러를 잘할 자신은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마음을 결정하는데 가장 컸던 이유는 그 당시에 '루키' 송의진 선수와 '폰' 허원석 선수를 이기기가 힘들었어요. '페이커' 선수도 물론 잘하지만, 신인은 아니었잖아요.

처음에 KT 롤스터와 8강전에서 송의진 선수와 붙었고 이겼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번 지기 시작하니까, 솔로 랭크에서도 잘 안 풀리고, 스크림에서도 잘 안되다 보니까, 미드라이너 직을 내려놓게 됐어요. 제가 허원석 선수나 송의진 선수를 노력을 통해 극복하더라도, 내년엔 또 다른 선수가 나올 것이고, 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Q. 원래 솔로 랭크에서 정글러를 잘 다루기도 하셨는데, 포지션 변경에 도움이 많이 됐나요?

그때는 깊이 없이 정글만 먹고, 정글 먹으면 레벨이 오르니까 그 레벨로 다 죽이고 그랬죠(웃음). 그것보다는 제가 다른 정글러들 보다 경쟁력이 있는 건 미드라이너로서의 경험이 많고, 이해도도 높다 보니까. 우리 미드 라이너가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상대 미드 라이너를 짜증 나게 할 수 있는지 잘 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코코' 신진영 선수가 원하는 게 많은데, 오히려 없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이것저것 주도적으로 해달라고도 해야 발전할 수가 있는 것 같아요.


Q. IEM 당시 컨디션 조절이 힘든 환경이었다는데, 확실히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가 진행됐나요?

그때 팀원 모두가 몸 상태가 별로였어요. 도착했을 때 밤이었는데, 자고 일어나자마자 경기를 치렀어요. 잠도 잠이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전에 한 번 와봤던 곳이기에 음식점도 없고, 음식도 안 맞는 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미리 준비하지 못했어요.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라도 힘든 상황을 극복해내는 것도 실력인데, 저희 실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Q. IEM에서 겪었던 실패 이후, 팀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나요?

네. IEM을 기점으로 큰 변화가 있었어요. 그전에는 솔직히 해외 대회를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 시간에 잘하는 선수의 방송을 본다거나, 솔로 랭크를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IEM 이후에는 팀원 모두가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인 자세가 됐어요. 예전엔 비주류의 어떤 챔피언이 좋다고 하면 그냥 이야기로만 상의하고 장단점들을 나열해보고, 안 좋다는 쪽으로 결과가 나오면 연습을 하지 않았어요.

근데 IEM 뒤로는 어떤 챔피언이 좋다고 하면 일단 써봐요. 신선한 픽들에 대해서 비주류니까 안 좋을 거라는 선입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해외 대회 같은 것도 공부하듯 집중해서 보지는 않더라도, 어떤 챔피언을 쓰는지는 꼭 확인해요. 특히, 유럽 대회를 많이 봐요, 새로운 픽들을 많이 쓰더라고요.


Q. 이번 시즌 가장 아쉬웠던 경기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SKT T1전이죠. 지금 생각해도 마오카이를 무시했다면 이겼을 것 같아요. 그때 팀원 모두가 "이거 끝났다 가자"고 했는데, 마오카이가 텔을 타서 그쪽으로 어그로가 끌렸어요. 근데 어차피 마오카이를 잡고 가면 더 확실하게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마오카이가 생각보다 오래 버텨서 낚였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에서 지고, 그냥 생각 없이 갔다면 이겼을 텐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한 번의 판단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돼서 너무 아쉬웠어요. 결승전에 진출했다면 우승할 자신이 있었어요. 당시에 팀의 기세가 너무 좋았거든요.


Q. 이번 롤챔스 스프링 최고의 경기로 CJ vs SKT T1의 경기로 꼽는 사람이 많은데,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보는 입장에서는 재밌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힘들었어요. 이것저것 말리면서 5경기까지 오니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정말 한없이 무너지더라고요. 우리 팀의 기세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상대 팀의 기세가 너무 좋았어요. 막을 수가 없었어요.



Q. MSI에 대한 아쉬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근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저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냥 대회 떨어졌구나, 생각하고 말아요. 롤챔스도 탈락 이후 안 봤어요. 저는 제가 떨어진 대회는 안보거든요. 롤드컵도 안 봤어요. 괜히 떨어진 대회를 보면...뭉클하다고 해야 할까요? 가슴이 아릿해요. 그래서 잘 못 보겠더라고요.


Q. 평소 팀원들에게 재밌는 형이라고 들었는데,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무서운 이미지로 알려졌는데...해명하고 싶은 점은 없나요?

그게 처음에는 이러다 말 거라고 생각 했거든요? 근데 계속 나오고 이미지가 굳어지더라고요. 근데 보면 저도 재밌어요. 그런 컨셉도 없는 것보다는 좋은 것 같아요. 무관심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저는 만족해요(웃음). 요즘 '벵기' 배성웅 선수가 뜨거운 감자인데, 정말 재밌어요. 그리고 저 진짜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


Q. 어떤 선수가 숙소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나요?

지금은 진지하고 과묵한 선수들만 남았어요. 예전 블레이즈 때는 팀원끼리 티격태격하고, 공격하고 받아치고 이런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어요. 다들 과묵하고 진지해서... 예전엔 '건자' 정건희 선수와 '엠페러' 김진현, '데이드림' 강경민 선수까지 다 재밌었어요. 특히 정건희 선수가 재밌었죠. 요즘 종종 (선)호산이를 놀리는데, 리액션이 좋아서 재밌어요.


Q. 블레이즈 때 강찬용 선수 본인도 티격태격했던 적이 있나요?

네. 물론 있죠. (이)호종이랑 저랑 동갑이다, 보니까 제가 공격하면 호종이가 받아치고 그때 재밌었죠.


Q. 공개 연애를 하는 입장에서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장점은 여자친구가 SNS를 하는데, 기념일에 주변에서 축하를 많이 해줘서 행복해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2주년이었는데, 많이 축하해주셨어요. 여자 친구가 기뻐해서 좋은 것 같아요. 단점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공개 연애를 하면 딴 남자들이 대쉬 안 할 줄 알았는데, 하는 사람은 하더라고요!!


Q. 프로게이머에게 연애라는 것이 항상 좋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닌데, 앰비션 선수를 보면 사랑은 사랑대로, 게임은 게임대로 잘 하는 것 같아요. 비결이 있나요?

저는 연애 때문에 무너지는 선수도 봤고, 연애하면서도 잘하는 선수를 봤는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여자친구의 배려가 필요해요, 직업이 프로게이머다 보니 평일에는 절대 못 만나고, 연락도 정해진 시간에만 할 수 있거든요. 대회가 코앞이면 일주일에 하루도 못 볼 때도 잦거든요. 잠을 좀 덜 자더라도, 남들이 잘 때 연습을 더 해요. 그래야 다른 선수들이 주말에 게임을 하는 걸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Q. 원래 잠이 좀 없는 편이에요?

그건 아니었는데,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전에는 너무너무 피곤하면 지나치게 많이 잘 때도 있었는데, 이젠 절대 과하게 안 자요. 너무 많이 자면 자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더라고요. 한 일주일 전부터 불면증이 와서 잠을 자고 싶어도 못 자고 있어요. 어제도 한 시간 정도 잔 것 같아요. 컨디션 조절 잘해서 대회에 지장 없도록 해야죠.


Q. 게임 말고 다른 취미 생활이 있나요?

게임 보는 걸 좋아해요. 스타크래프트 1, 2랑 하스스톤도 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스타크래프트 1은 오랫동안 했어요. 예전에 (강)민이 형과 한 번 붙은 적이 있는데, 솔직히 제가 다 이긴 경기였는데 민이 형이 디스커넥트가 떴어요. 그 뒤로 2판 연속 졌어요. 첫판을 이기고 안 했으면 평생 민이 형을 놀릴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웃음). 방송에 나와서 제가 졌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진 건 맞는데, 솔직히 첫판은 제가 이겼다고 생각해요.


Q. SKT T1이 식스맨 체제를 잘 적용했다는 평이 많은데, 5인 체제와 6인 체제 모두를 겪어본 입장에서 어떤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으로는 지금 SKT T1만이 식스맨 체제를 효용성 있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드라이너를 예로 들어 이지훈, 이상혁 선수잖아요. 보통은 두 선수 다 최정상급으로 잘하기가 힘들어요. 근데 SKT T1은 최정상급 선수 둘을 가지고 있으니까, 대회에서도 한 경기 해보고 첫 경기에 나온 선수가 상태가 안 좋아 보일 때, 다른 선수를 투입할 수가 있잖아요.


그런 장점을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SKT T1을 뺀 다른 팀이 쓴다면 오히려 식스맨 체제가 단점이 될 것 같아요. 주전 경쟁에서 밀려서 경기를 구경만 한다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요.


Q. LoL에서 피지컬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 하는 분들이 많은데, 앰비션 선수 생각에 어떤 부분들이 승리에 크게 작용하나요?

피지컬이 뛰어난 게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피지컬이 좋은 선수가 운영을 잘하는 선수를 따라잡기는 쉽거든요. 근데 운영을 잘하는 선수가 피지컬이 좋은 선수를 따라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피지컬이 가장 무서운 것 같아요. 물론 자신만의 노하우로 극복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위험부담의 차이라고 할까요? 피지컬이 좋은 선수는 실수하더라도 기회를 계속해서 잡을 수 있지만, 운영을 잘하는 선수가 실수한다면 그건 극복하기가 좀 더 어렵거든요.


Q. 사실 국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들 대부분이 해외로 나갔는데, 끝까지 팀에 남아있게 된 이유가 있나요?

크게 꼽자면 2가지 이유가 있어요. 일단 사람이 변화를 두려워하잖아요? 제가 어떻게 해외에서 살 수 있을지 걱정돼요. 그리고 제가 목표를 정해놨었어요. CJ 엔투스에서 그것도 미드라이너로 국내 대회에서 우승을 꼭 하겠다고, 이후에 해외를 가더라도 가는 거라고, 미드라이너로는 이루지 못하게 됐지만, 정글러로 우승을 한 번 더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얼마를 준다고 하더라도 안 갔을 것 같아요. 딴 곳으로 가더라도 꼭 지금 소속 팀에서 정점을 찍고 가고 싶지, 우승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해외로 가고 싶지 않아요. 자존심 상하잖아요. 내가 국내 리그에서 자신이 없어져서 나가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Q. 이제 LoL 프로게이머치고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게 됐는데, 불안함이라던가 피지컬에서 내가 밀린다는 생각이 혹시 든적이 있으신가요?

아까도 했던 이야기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데, '루키' 선수와 '폰' 선수가 아마 97년생일 거에요. 그래서 나이가 큰 역할을 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제가 포지션을 정글러로 옮기면서 실력이나 피지컬에서 밀린다는 걱정은 없어요.

그것보다 제가 혹시 우승을 못 하고 은퇴를 하게 될까 봐 그게 제일 큰 걱정이에요. 이른 시일 내 우승을 해야 이 불안함이 좀 가실 것 같아요. 이번이 진짜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잡지 못해서 너무 아쉬워요. 우승한다면 언젠가 은퇴를 하더라도 좀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1세대 프로게이머로써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일단 아쉬운 게 많았어요. 뭐라고 할까요. 저희 팀이 조금 변화가 없었던 같기도 해요. 다른 팀처럼 자가평가를 잘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었으면 어땠겠느냔 아쉬움도 있고, 외부적으로 우리 팀이 변화가 좀 부족하다는 평을 자주 듣기도 했어요. 그런 것도 있고, 대회마다 기회가 한 번씩 있었어요. 제가 이번 대회에서 지기 전에 정말 괴로웠던 적이 있어요. 작년 스프링에서 나진 쉴드에게 4강전에서 졌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2 : 3으로 졌는데,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졌어요. 그때가 프로게이머 하면서 가장 힘들었어요. 대회 때마다 기회가 찾아왔던 것 같은데, 그 기회를 우리가 잡지 못했을 때마다 아쉬움이 남아요. 한시즌 한시즌 지나다 보니까 벌써 3년 지났고, 그사이에 우승할 수 있었던 시즌이 많았는데, 그 기회들을 잡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Q. 프로게이머 생활하면서 가장 좋았던 때가 언제에요?

제일 좋았던 때는 2013 WCG 국가대표전 때인 것 같아요. 그때 팀분위기도 좋았고, 모두가 자신감에 차있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롤챔스 우승한 거라고도 볼 수 있어요, 모든 팀 중에 가장 잘한 거니까. 그런 의미부여 같은 것도 돼서 좋았어요.


Q. 프로게이머 생활을 오래 했는데, 아까웠던 선수나, 같이 하던 선수들이 그만두는 것을 보면 아쉬움이 드나요?

아쉬움이 많죠, 초창기 멤버 5명 있잖아요? 사실 그 시절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정말 가족 같았어요, 성적이 안 나오면서 그런 것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그랬는데, 아쉬움이 많아요. 오래 같이하고 싶었던 애들이었어요. 불확실한 미래에도 다 같이 게임 하나만 보고 덤벼들었거든요. 그 공통점에서 오는 유대감이 정말 깊었어요. 근데 성적이 안나왔고...프로게이머니까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시절이 그립긴 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블레이즈 선수 중에서는 '데이드림' 강경민이 제일 아쉬운 인재였던 것 같아요. (강)경민이가 정말 가능성이 있었는데, 우리 팀이 확실한 케어를 못 해준 것 같아요. 그 당시 블레이즈 선수들도 그렇고, 코치님도 그렇고 우리가 좀 더 게임 외적으로 돌봐줬다면 나진 쉴드에게 이기고 우승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워요.


Q. 다음 시즌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얼마 안 남았더라고요? 좀 많이 남은 줄 알았는데, 준비한 거는...열심히 쉬었어요. 휴식도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웃음). 이제 다시 열심히 해야죠. 솔직히 저는 SKT T1전에서 지고 정신 못 차렸거든요. 5경기만 가면 지니까, 제가 약간 트라우마 같은 게 생길 것 같아서 다른 선수보다 멘탈이 좀 더 흔들렸던 것 같아요, 팀원들은 다들 금방 멘탈을 회복하더라고요, 문제없이 연습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다음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네. 전 자신 있어요. 코치님이 2명이 됐잖아요? 이전보다 훨씬 연습에 집중할 수 있고, 이전에는 집중 선수 관리가 힘들었다면 이제는 가능하거든요. 또, 게임을 했을 때 어느 정도 감이 오잖아요, 저는 자가평가를 할 때 철저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만약에 못한다고 느끼면 될 때까지 연습하고, 잘한다고 느끼면 만족하고 실력 유지를 위해 연습하거든요.

롤챔스 스프링 시즌 하면서 제 실력에 만족했어요, 실력에 만족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시즌 중에도 저는 이대로만 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어요. 지금 팀 전체가 실력에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현상유지만 하면 계속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이 있나요?

제가 이제 블레이즈에서 혼자 남았잖아요, 혼자가 돼보니까 지금까지 블레이즈였던 선수들의 소중함을 정말 많이 느끼고 있어요. 당시에는 미안한 부분도 있고, 조금 원망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원망스러웠던 부분은 다 사라졌어요. 원래 블레이즈와 프로스트가 유니폼이 다르거든요. 근데 제가 블레이즈 팀복을 입다가 프로스트 팀복을 입게 된 날에 뭔가 찡하더라고요.

이제 블레이즈에 나밖에 없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쓸쓸하기도 했어요. 블레이즈 소속이었던 선수들이 모두 잘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지금 팀원들과 CJ 엔투스에서 꼭 우승하고 싶어요. 이번 시즌이 좋은 기회였는데, 놓쳐서 아쉽지만, 다음 시즌에서라도 우승할 자신 있거든요. 다들 열심히 노력해서 꼭 우승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잘 나올 때도 변함없이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과 CJ 엔투스 사무국, 감독님 코치님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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