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브시스터즈 조길현 운영총괄

"모바일 게임은 길어봐야 3개월이에요"

사람들의 입에서 빈번히 나오는 말이다. 모바일 게임은 유행이 빠르게 변해, 소위 말하는'치고 빠지기 식 게임'이 자주 개발됐다. 특히 캐주얼 장르로 갈수록 이러한 성격은 더욱 심했다.

러닝 게임. 앞으로 달려가면서 타이밍에 맞게 점프나 슬라이딩을 하면서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획득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스테이지별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출퇴근 길이나 심심할 때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장르의 특성상 러닝 게임이 장수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꾸준히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이다. 지난 2013년 4월 2일에 '쿠키런 for Kakao'로 정식 출시됐으며, 약 2년간 누적 다운로드 7,000만 건 이상 기록했다. 누적 매출은 1,500억 원에 달한다.

올해로 2주년을 맞이한 '쿠키런'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 데브시스터즈의 조길현 운영총괄이 NDC를 방문했다. '쿠키런' 개발과 운영에 모두 관여한 그는 "쿠키런을 키운 건 8할이 '운영'이었다"며 장수 비결을 소개했다.


쿠키런 출시 직후 그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모바일 게임은 길어야 3개월이다"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출시 첫 달은 이용자 수(DAU)가 급격히 증가했고. 두 달째 접어들었을 때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3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첫 달의 절반 수준으로 지표가 떨어졌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매주 수십 개의 게임이 새롭게 출시되고요. 인기 있는 장르도 빠르게 변화하죠. 그래서 흥행력이 있으면서 지속력이 있는 완전한 게임을 시기적절하게 출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일단 게임이 성공해야 해서 초반에는 게임의 지속력보다 초기 흥행력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뒷심이 부족해서 지속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출시 이후 게임의 운명을 결정짓는 건 다름 아닌 '운영'이다.


쿠키런의 수명이 다한 시점에 그들은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서 신규 매출을 발생시키는 방법과 쿠키런 운영에 집중해서 지속하는 것이 있었다.

당시 외부의 제안은 대부분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라'라는 쪽에 치중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길어야 3개월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져 있었기 때문에, 쿠키런에 집중한다고 해서 딱히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없었던 것. 인력 부족으로 두 가지를 모두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택한 방법은 '쿠키런 운영 집중'이었다. 그래서 쿠키런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게임 운영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꾸준한 관리와 더불어 대규모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면서 쿠키런의 사용자 수는 다시 회복됐다.

쿠키런 출시 직후 그들이 이행했던 마케팅은 '카카오톡 테마'가 전부였다. 그 외의 마케팅 비용은 0원이었다. 하지만 이 당시만 해도 카카오톡 플랫폼이 대세였기 때문에, 쿠키런은 첫날 가입자 9만 명이라는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6일 만에 120만 명을 돌파했다.




여기서 그들은 첫 번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서버장애'이다. 많은 사람이 출퇴근 시간이나 휴일에 몰리다 보니 서버장애가 매번 발생했던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서버개발자는 1명밖에 없었다.

"서버개발자 분이 굉장히 힘들어하던 기억이 나네요. 서버장애 알림이 울리면 일어나서 대응하고 새벽까지 개선하다가, 쓰러져 잠들면 아침에 또 올리는 식이 반복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제가 서버 개발자가 아니라 클라이언트 개발자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작년 NDC에서 이와 관련해 발표도 했어요. 궁금한 분은 NDC 다시보기를 통해 찾아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각종 로그나 보안 기능 등 없어도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능들은 최대한 제거했다. 그런데 가장 큰 부하를 주고 있는 걸 알면서도 제거할 수 없는 기능이 있었으니, 바로 '생명 보내기' 기능이다.

아무리 서버개선이라고 하지만 기존에 있던 기능을 없앤다면 유저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오랜 고민 끝에 개발팀이 제시한 방법은 이벤트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곧바로 '무한생명 TIME' 이벤트를 적용해 서버 장애를 막을 수 있었다. 유저들은 생명 걱정 없이 게임을 즐겼기에 일거양득의 효과였다.

그는 '무한생명 TIME' 이벤트에서 "운영을 통해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은 "유저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는 있을 수밖에 없다. 게임도 사람이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기에 서버나 버그 문제가 늘 발생한다. 유저들이 이성적으로는 이런 부분을 이해한다. 다만, 개발사에서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를 보여서 유저들의 감정을 잘 달래줄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그들이 직면한 문제는 '초기 콘텐츠 소진'에 대한 대응이었다. 출시할 때부터 흥행성과 지속성을 겸비하기란 쉽지 않다 보니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완벽히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초기 흥행으로 급격하게 몰렸던 유저들이 빠르게 이탈하는 시점이 오는데, 그게 바로 3개월 즈음이다.


게임을 출시하고 난 뒤에도 버그나 해킹, 서버 장애 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한다. 정신없이 문제 해결만 하다 보면 초기 콘텐츠 소진 시점에 대응하지 못하고 유저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를 잊지 말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길현 운영총괄은 강조했다.

지속성 결핍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신규 유저보다는 게임이 마음에 들어 정착한 팬들의 비중이 커진다. 유저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보물 재구매 기능이나 조합을 저장해서 불러오는 기능 등을 추가하면서 유저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러한 부분이 매출이나 DAU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저들과의 신뢰도를 쌓고, 그들이 계속해서 게임에 머물도록 하는 데는 의미가 있다.

오랜 기간 유저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쿠키런에서는 쿠키별로 특징과 개성, 성격이 제각각이다. 그리고 이런 개성을 부각하기 위해 이벤트를 만들 때도 게임의 세계관을 녹여서 기획했다고 한다.


"성년의 날을 맞아 '공주맛 쿠키 장미꽃 이벤트'를 실시했습니다. 그냥 성년의 날을 기념해서 장미꽃을 모으는 이벤트였을 수도 있지만, 일부러 '공주맛 쿠키가 성년이 되었다'라는 스토리를 넣었어요. 게임의 색깔을 짙게 하고 세계관을 녹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발렌타인데이에는 슈크림맛 쿠키가 마법 초콜릿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했습니다. 이 쿠키의 특징은 마법사가 되고 싶어하는 견습생이에요. 능력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덤벙대는 특성이 있어서 자주 실패를 하죠. 그래서 발렌타이데이 선물을 예쁜 초콜릿과 '무언가 잘못된 수제 마법초콜릿' 두 가지로 구현했습니다. 기능은 똑같은데 쿠키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겁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쿠키런의 캐릭터와 세계관은 유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차 창작물도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개발하다가 힘들 때, 팬분들의 작품을 보면 큰 힘이 되곤 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게임 운영을 하다 보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해결법은 한가지가 아니며 정답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의 원칙과 철학이 필요하다. 데브시스터즈의 운영 원칙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눈사람 이벤트'와 '눈설탕맛 쿠키 이벤트'를 사례로 들었다.


작년 겨울에 진행되었던 눈사람 이벤트인데요. 재료를 모아서 필요한 개수를 채우면 눈사람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아기 눈사람, 형 눈사람, 피노키오 눈사람 등 다양하게 있었죠. 모든 재료를 다 모아야 하는 최종병기 눈사람이 있었고요. 문제는 최종병기 눈사람 보물에 있었죠.

보물은 출석 시 일정 확률로 크리스탈 1개가 지급되어야 하는 보물이었는데 크리스탈 100개가 지급되어 버렸습니다. 이미 일부 유저들에게 지급된 상태였고요. 이미 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택한 방법은 '이벤트'였습니다.

이벤트 기간 내에 마지막 눈사람까지 모두 만든 사람들에게 크리스탈 100개를 지급했습니다. 계정당 1회로 제한해서 이미 받은 사람들은 그대로 사용하면 됐고요. 배 아파 하던 유저들도 공평하게 이벤트를 통해 받을 수 있었죠.


두번째 사례는 눈설탕맛 쿠키입니다. 눈설탕맛 쿠키를 출시하고 며칠 뒤 능력치 데이터가 잘못 입력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미 많은 유저들이 구매한 상태라 능력치 하향을 하기에도 모호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이번에도 이벤트를 실시했습니다.

1월 1일부터 13일 사이에 눈설탕맛 쿠키를 구매한 모든 유저들에게 사과의 의미를 담아 구매가인 크리스탈 119개를 보상으로 지급했습니다. 단, 이벤트가 시작된 시점이 13일보다 이전이었어요. 그래서 공지를 보고 구매한 사람들도 동일하게 크리스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들이 쿠키런 운영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유저들이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운영하자"다. 물론 운영원칙별로 장단점이 있다. 데브시스터즈 방식은 유저들에게 이미지는 굉장히 좋게 자리 잡는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운영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다.


중요한 점은 게임의 특성과 팀의 상황에 맞는 원칙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 없이 갈팡질팡하면 신뢰를 잃게 되므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운영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요소로 그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만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게임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그는 강연을 마치며 7가지의 결론을 압축해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 특성상 운영의 역할이 크며, ▲다양한 문제 상황을 운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되짚었다. 나아가 ▲출시 이후 첫 콘텐츠 소모 시점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며,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콘텐츠에 생명력을 부여하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으며, ▲운영에는 정답이 없지만, 원칙과 철학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유저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좋은 게임 운영은 '유저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오랜 시간 동안 즐거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데브시스터즈가 지향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