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디 인터내셔널5(The International5, 이하 TI5)'까지 불과 약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16개 팀이 한 자리에 모이는 TI. 인벤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TI를 위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부 팀들을 조명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 두 번째 순서는 절대적인 북미 원탑, 신구 조화가 잘 어우러진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EG다.




■ '쓰로잉'의 팀에서 신구 조화가 어우러진 최강 팀으로! 역사와 전통의 EG



도타2 EG 팀은 2011년도부터 활동하며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전통의 명문 팀이다. 세월이 오래된 만큼 수없이 많은 선수들이 EG를 거쳐갔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요', '데몬', '섹시뱀보'는 2013년도에 전원 EG 소속으로써 함께 플레이한 경력이 있고, 현 오프레이너 '유니버스'의 경우 2012년 5월부터 9월까지 잠시 EG에서 활동하다 팀을 떠난 후 2013년 9월에 다시 EG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 외에도 '벌바', '미저리', '파이캣' 등 수많은 선수들이 거쳐가기도 했다.

EG는 2012년 10월, 창단 후 1년이 되기까지 상당히 자주 멤버를 교체했다. 원년 멤버인 '피어'와 '데몬'을 필두로 '제요', 'Bdiz', 등이 합류하면서 로스터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력을 들쭉날쭉이었고, '쓰로잉'이 심하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2013년 5월, '섹시뱀보'가 합류한 뒤에는 '제요', '데몬', '섹시뱀보'를 일컬어 'EG 쓰로워'라고 칭하기도 했다.


▲ 큰 파장을 몰고 왔던 '데몬'의 GG 실수 사건.

마우즈스포츠와의 프리미어 리그 시즌5 패자전 결승 당시 '데몬'이 전채 채팅으로 GG를 잘못 입력해 황당한 패배를 당하면서 EG는 '쓰로잉'의 대명사가 됐다. 2013년 9월, '데몬'과 '섹시뱀보'를 포함한 3명의 인원이 EG를 떠났으나 '쓰로잉'의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에 11월 출시된 EG 팀 짐꾼의 영문 명칭조차 던진다는 뜻의 'Throw'의 말장난인 'Throe' 였다.

'포그드'와 'MSS' 등 새로운 멤버들을 받았으나, 이마저도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던 2014년 2월, '아티지'와 '자이'가 EG에 합류하면서 EG는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우승의 맛을 보지 못했던 EG는 '아티지'와 '자이'가 합류하자마자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더 서밋1, 조인도타 리그, 스타래더, 드림리그 모두 EG의 우승으로 끝났다. 팀의 주축인 '피어'가 손목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메이슨'을 급히 투입한 상태에서도 TI4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① 2011. 10. 24 EG 창단 ('피어', '데몬', '플레이메이트', '미저리', '파이캣')

② 2012. 2. 3 '파이캣' 탈퇴 & '라코스테', '맬크' 영입

③ 2012. 5. 8 '라코스테', '플레이메이트', '미저리' 탈퇴 & '유니버스', '벌바' 영입

④ 2012. 9. 12 '유니버스', '벌바' 탈퇴 & 2012. 10. 19 '제요', 'Bdiz' 영입

⑤ 2013. 5. 1 '맬크' 탈퇴 & '섹시뱀보' 영입

⑥ 2013. 9. 19 'Bdiz', '데몬', '섹시뱀보' 탈퇴 & '유니버스', '포그드', 'MSS' 영입

⑦ 2014. 2. 11 '제요' 탈퇴, 2014. 2. 21 '포그드', 'MSS' 탈퇴 & 'ppd', '아티지', '자이' 영입

⑧ 2014. 6. 2 '메이슨' 영입 & 2014. 7. 28 '메이슨 탈퇴

⑨ 2015. 1. 5 '아티지', '자이' 탈퇴 & '수메일', '아우이2000' 영입



약 1년이 지나 팀에 날개를 달아줬던 '아티지'와 '자이'가 팀 시크릿으로 떠난 후, EG는 C9의 멤버였던 '아우이2000'과 함께 전혀 알려진 바 없던 파키스탄 국적 소년 '수메일'을 영입했다. 수많은 도타2 팬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마추어였던 이 소년이 '아티지'만큼의 기량을 떨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수메일'이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러야 했던 대회는 바로 도타2 아시아 챔피언쉽(DAC). TI5의 전초전으로 불리며 30억 원이 넘는 상금을 기록한 역대급 규모의 대회였던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수메일'은 데뷔전이라는 압박감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15살 밖에 되지 않은 '수메일'은 세계의 기라성같은 미드 선수들을 상대로 밀리기는 커녕 오히려 압도했고, 게임을 완전히 휘어잡으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88년생 노장 '피어' 역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하면서 캐리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최연소 게이머와 최고령 게이머가 한 데 모인 EG는 중국 최강 VG를 3:0으로 꺾고 DAC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그 후에 펼쳐진 여러 대회에서는 라이벌인 팀 시크릿에게 계속 발목을 잡혀 주요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현재 EG 로스터의 강력함을 볼 때, 언제 누구를 꺾고 우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강팀인 것만은 확실하다.


■ 구멍이 없는 탄탄함! 화려함과 안정감이 어우러진 EG의 전력



EG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도타2 프로계에서 잔뼈가 굵은 '피어'같은 노장과 패기 넘치고 젊은 '수메일'같은 신예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피지컬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자칫 넘치는 패기 때문에 무모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위축되어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는 신예를 EG의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잡아주면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수메일'은 데뷔전을 DAC라는 큰 무대에서 치르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EG의 핵심 전력은 누가 뭐래도 '수메일'이다. 그 전까지 미드를 맡았던 '아티지'가 마치 MVP 피닉스의 '큐오' 김선엽처럼 미드와 캐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캐리형 미드' 영웅을 플레이 해왔다면 '수메일'은 폭풍령, 제우스 등 좀 더 전통적인 미드 영웅을 선택한다. 그 어떤 미드레이너를 만나고 위축되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중반부에 혼자서 게임을 쥐고 흔들기 때문에 상대 입장에서는 반강제적으로 '수메일'을 견제해야만 한다.

▲ '수메일'은 데뷔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EG 전력의 핵을 맡고 있다. (출처 : 리퀴드도타)

'수메일'이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은 피해 복구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이다. EG의 플레이를 본 팀은 '수메일'이 전력의 핵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고, 이는 곧 미드 집중 갱킹으로 이어졌다. 제아무리 '수메일'이 뛰어난 플레이어라 해도 3인 갱킹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법. '수메일'은 초반부터 계속해서 사망하면서 성장이 꼬일대로 꼬인 상황에서도 중립 크립을 잡아먹고 한타를 거들면서 피해를 복구한다. '이 정도면 되겠지' 정도의 피해로는 '수메일'을 말릴 수 없다. 상대에게 미드 집중 갱킹이라는 특정 운영을 강제하는 것부터 '수메일'의 존재감을 입증하는 셈이다.

1번 캐리 '피어'는 EG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창단한 뒤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고 EG에 남아있는 유일한 창단 멤버다. TI가 끝난 후 온갖 팀들이 로스터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도타2 프로계에서 4년이나 한 팀에 몸담았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가 팀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피어'는 동서양 도타2 프로게이머 전체를 통틀어서 첫 손에 꼽힐 정도로 나이가 많은 선수지만 그에게 나이는 전혀 걸림돌이 아닌 것 같다.

▲ EG는 '수메일' 원맨팀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는 백전노장 '피어' (출처 : 리퀴드도타)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많다는 것. '피어'는 그 경험을 살려 1번 캐리로서 파밍을 해야할 때와 싸움에 참여할 때를 기가 막히게 캐치한다. 싸움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면서도 '피어'의 cs와 수입은 단연 독보적이다. cs 먹는 기계란 소리를 듣는 나투스 빈체레의 '흐보스트'나 VP의 '일리단'과 비교해도 파밍 속도에서 밀리질 않는다. 그 덕분에 '피어'는 캐리가 참여할 타이밍이 아닌 한타에서도 아이템을 갖추고 나타나 상대의 그림을 망쳐놓는다. '수메일' 견제에만 힘을 싣던 팀들이 중후반부터 나타난 '피어'를 막지 못해 패배하는 그림도 자주 나타난다.

오프레이너 '유니버스'가 가진 가장 뛰어난 장점은 칼 같은 갱킹과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받아치는 카운터 능력이다. '유니버스'는 얼음폭군, 태엽장이 등 갱킹 특화 및 전투개시형 영웅으로 한타를 열거나 미드를 찔러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을 선호한다. 때로는 어둠현자나 불사조 등 한타형 영웅을, 때로는 현상금 사냥꾼 등 갱킹형 영웅을 가져간다. '아우이2000'과 영웅풀을 많이 공유하기 때문에 밴픽 단계에서 상대에게 심리전을 걸기도 용이하다.

고통받는 포지션인 오프레인에서 플레이를 하면서도 '유니버스'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얼음폭군이나 태엽장이같은 갱킹형 영웅을 선택했을 때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갱킹은 물론, 자신의 스킬을 활용한 아군 세이브 또한 일품이다. 에니그마나 어둠현자 등 아이템이 없어도 상대적으로 한타에서 활약하기 좋은 영웅들로는 아군과의 완벽한 스킬 연계를 선보인다. '유니버스'가 강제로 한타를 여는 데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는 자신들의 그림대로 운영을 제대로 짜기가 힘들어진다.

▲ 태엽장이를 잡으면 더 무서운 '유니버스' (출처 : 리퀴드도타)

서포터이자 EG의 캡틴인 'ppd'는 그 드래프팅 능력으로 수많은 팀들을 울렸다. 특히 오프레이너와 서포터 간의 영웅풀 연계를 이용해 상대에게 심리전을 걸면서 상대 캡틴의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 EG가 밴픽 단계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는 장면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선수들의 영웅풀이 넓은 것도 있지만 'ppd'의 드래프팅이 세계 최고 수준이란 뜻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5번 서포터인 ppd는 라이온, 지진술사, 대즐 등 유사시 아군을 쉽게 살려줄 수 있는 영웅들을 선호한다. 맵리딩이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다른 레인의 아군이 위기에 처하면 곧바로 포탈을 타고 날아와 아군을 구조하거나 역으로 킬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맵 장악, 상대방 위치 예측 능력이 좋아서 단신으로 와드를 설치하러 가면서도 웬만해서는 잘 끊기지 않는다. 'ppd'가 중요 위치에 와드를 설치하면 EG의 코어 영웅들은 와드에서 얻어지는 정보를 바탕으로 파밍 동선 효율을 극대화한다.

▲ EG에게 판을 만들어주는 '아우이2000'과 'ppd' (출처 : 리퀴드도타)

'아우이2000'의 특징은 서포터이면서도 에니그마, 첸, 현상금 사냥꾼 등 상당히 '오프레인스러운' 픽, 혹은 혼자 돌아다니는 영웅들을 자주 기용한다는 것이다. 상대하는 입장에선 밴픽 화면에서 에니그마가 나타나도 이걸 '유니버스'가 쓸지, '아우이2000'이 쓸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또 '아우이2000'은 나가 세이렌, 레슈락 등 경기가 길어질 때 여차하면 캐리로 전환할 수도 있는 영웅을 최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아우이2000'의 특징은 현상금 사냥꾼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타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영웅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아우이2000'을 제대로 마크하지 못한 팀은 무시무시한 한타 기여도를 자랑하는 그의 영웅들에게 밀려 결국 싸움에서 대패하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경우가 많다.

EG의 강점은 아무리 초반에 꼬여도 단번에 상황을 뒤집어버리는 기묘한 한타 능력에 있다. 초중반 EG를 상대로 킬 스코어에서 우위를 가져간 팀들은 많이 있지만 그것을 승리까지 연결시킨 팀은 매우 적다. '피어'를 말리면 '수메일'이 날뛰고, '수메일'을 잡으면 '피어'가 활개친다. 어떨 때는 '유니버스'가 초중반부터 게임을 터뜨리면서 종횡무진 활약하기도 한다.

'수메일'이 폭풍령이 아닌 다른 영웅을 잡았을 때 존재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는 '수메일'이 다른 영웅을 못해서가 아니라 폭풍령을 너무나 완벽하게 다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빛이 바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팀워크를 선보이는 EG를 꺾는 것은 어느 팀에게나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절대부동의 북미 원탑이자 최근 팀 시크릿의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란 평가까지 받는 세계 랭킹 2위 EG. '프리 투 플레이'의 주인공이자 손목 부상으로 TI4에 참가하지 못했던 '피어'가 TI5에서 그 한을 얼마나 풀지도 관건이다.

북미에서 열리는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북미 출신 우승 팀이 없는 TI. 역대 최강의 전력을 갖춘 EG가 4년 묵은 한을 TI5에서 풀고 조국에 우승컵을 안겨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 1:13 스코어를 뒤집는 EG의 한타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