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하나의 메타가 등장하면, 그 메타를 무너뜨리기 위해 또 다른 메타가 등장합니다. 크고 작은 패치로 인해 새롭게 떠오르는 챔피언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는 챔피언도 있습니다. 신규 챔피언, 신규 아이템의 등장으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전투 양상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격동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챔피언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많이 유저들이 지켜보는 높고 화려한 자리에서 말이죠. 그래서 한때 그가 없는 리그오브레전드를 상상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리그오브레전드의 정글을 지배한 절대 강자이자, 수많은 매드 무비를 탄생시킨 주인공! 수도승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웬만한 변화와 너프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던 전설의 OP 챔피언! 리 신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어디로 가야 하오?



■ 소환사를 꿈꿨던 기묘한 챔피언, 리 신! 출시 초기의 부정적인 평가를 완벽히 걷어내다!

챔피언 스토리부터 남달랐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크게 두 개의 세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챔피언들의 세계. 그리고 마법을 통해 챔피언을 정의의 전장으로 소환하여 조종하는 소환사들의 세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한다면, 소환사들의 세계는 곧 리그오브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세계와 맞닿아 있죠.

그래서 대부분 챔피언들은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소환사에게 조종되는 존재일 뿐입니다. 하지만 리 신의 경우는 약간 다릅니다. 비록 자신의 오만과 실수로 인해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는 소환사가 되기를 꿈꾸는 촉망받는 인재였습니다. 즉, 챔피언과 소환사의 기묘한 경계 위에 리 신이라는 존재가 서 있는 것이죠. 어쩌면 지금부터 이야기될 리 신의 강렬하고도 화려했던 시간은 이러한 챔피언 스토리에서부터 예견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 소환 마법의 실수로 인해 수도승의 길을 걷게 된 리 신
(출처 : 그로녹의 'The Champions- 잭스편' 7화)


리 신은 2011년 봄, 73번째 신규 챔피언으로 출시됐습니다. 출시 직후, 과도하게 약한 스킬 대미지로 인해 많은 유저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라이엇 게임즈는 핫픽스를 통해 패시브의 기력 환원량과 스킬의 AD 계수를 증가시키는 상향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상당히 높은 챔피언 운영 난이도가 여전히 유저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죠.

핵심 스킬인 음파 / 공명의 일격(Q)이 논타겟팅 스킬인 것은 물론, 마나가 아닌 기력을 스킬 자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스킬 배분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또한, 궁극기와 패시브를 제외한 3개의 스킬 모두 두 개의 스킬이 하나로 묶인 형태여서 리그오브레전드를 처음 접한 유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챔피언이 아니었습니다. 사용이 쉬운 광역 CC기가 부재하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용의 분노(R)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아직 많은 것이 어색했던 당시 유저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 챔피언 소개 영상에서조차 리 신 플레이의 난해함(?)이 드러난다!


결국, 리 신은 초반에는 강력한 스킬 대미지와 엄청난 기동성으로 상대를 압도하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위력이 감소하는 챔피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유저들은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 ‘리통기한’이라 불렀죠. 하지만 리 신의 플레이 스타일은 기존 챔피언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었고, 이는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끄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단단한 뚜벅이들이 지배하고 있던 당시 정글 챔피언 라인업에 리 신은 분명 '재미있는 챔피언'이었습니다.

'재미'는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좋은 성능을 가진 챔피언이라 하더라도,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 챔피언은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좌초될 수밖에 없습니다. 화려한 플레이와 그로부터 유발되는 흥미와 짜릿함. 이는 상위 티어 유저들이 리 신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습니다. 랭크 게임에서 준수한 밴픽률을 기록하던 리 신은 롤챔스의 첫 번째 시즌인 2012 롤챔스 스프링에서 59.1%의 밴픽률과 70%의 승률을 기록합니다. 이어진 롤챔스 섬머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시즌2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3경기에 등장해 모두 승리를 거두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최강의 정글 챔피언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기에는 부족한 모습이었지만, 출시 직후 받았던 부정적인 평가는 어느 정도 청산할 수 있었죠.


▲ 리 신의 시작은 산뜻했다!
(2012 롤챔스 스프링 챔피언 통계)



■ '인섹킥'의 등장! 바야흐로 리 신의 시대가 도래하다!

하지만 리 신은 여전히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시즌2의 정글에서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쟁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초식 정글 챔피언과 육식 정글 챔피언 간의 패권 전쟁’이 바로 그것입니다. 무난한 성장을 기반으로 중후반 한타에서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초식 정글 챔피언과 강력한 스킬 대미지를 통한 초반 우위로 경기 주도권을 획득하는 육식 정글 챔피언 간의 거대한 대결. 초반 분위기는 초식 정글 챔피언들이 좋았습니다.

탑 라인에서는 남자 대 남자의 화끈한 대결이 펼쳐지고, 미드와 봇에서는 무한 CS 섭취 전쟁이 일어났던 당시 판세에서 육식 정글 챔피언의 역동성은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육식 정글 챔피언들은 '초반 주도권을 확실히 잡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진다'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즉, 안정적인 라인전과 후반 5대 5 한타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리 신과 같은 육식 정글 챔피언이 설 자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 당시 최강의 정글러라 평가 받았던 '클템' 이현우 역시 초식형 정글러의 대표 주자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리 신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선수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다이아몬드프록스'입니다. 메타와 유행을 주도하는 선수답게, '다이아몬드프록스'는 한타 기여도가 높은 정글러가 주목받는 상황 속에서도 육식 정글 챔피언을 통해 활약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특히, '다이아몬드프록스'는 '그에게는 리통기한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리 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줬습니다.

깜깜한 어둠이 펼쳐질수록 별은 더욱 빛나 보이는 법. ‘다이아몬드프록스’의 플레이는 많은 팬들을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는 세계 최고의 정글러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펼쳐지는 공격적인 운영과 거의 모든 방송 화면에 잡힐 정도로의 압도적인 맵 장악력 등 ‘다이아몬드프록스’는 육식 정글 플레이의 기초를 닦아 놓습니다. 하지만 ‘다이몬드프록스’의 리 신에 대한 저격 밴과 하향 패치가 이어지면서 리 신은 결국 분위기 전환에 실패합니다.


▲ 리 신의 선구자, 다이아몬드프록스!


다시금 리 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커지기 시작하는 상황! 바로 그때, 한국에서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그의 이름은 ‘인섹’ 최인석. '다이아몬드프록스'가 그랬듯, 그는 기존 정글러와는 달랐습니다. 2012-13 롤챔스 윈터에서 '정글러는 팀을 보조하는 포지션이다'라는 고정관념은 그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캐리형 정글러'라는 개념을 확립했고, 그의 압도적인 플레이에 수많은 팬들은 찬사를 보냈습니다.


▲ 리 신은 '인섹' 최인석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인섹' 최인석의 옆에는 어김없이 리 신이 있었습니다. 결정타는 2013 올스타전이었습니다. ‘인섹’ 최인석은 리 신을 통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을 여럿 남겼고, 음파 - 공명의 일격 – 와드 - 방호 후 상대의 딜러를 아군 진형으로 차버리는 일명 ‘인섹킥’으로 전 세계 유저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더불어 ‘다이아몬드프록스’와의 리 신 대결에서 승리한 ‘인섹’ 최인석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정글러로 거듭났고, 최고의 리 신 플레이어가 최고의 정글러가 되는 흥미로운 공식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 2013 올스타전의 주인공은 '인섹' 최인석과 리 신이었다!


윈터 시즌과 스프링 시즌 그리고 올스타전까지, ‘인섹’ 최인석과 리 신의 활약은 리그오브레전드 판세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우선 초식 정글과 육식 정글 간의 오랜 패러다임 전쟁은 육식 정글의 승리로 종결됩니다. 딱딱하게 진행됐던 경기 흐름은 라인 스왑을 비롯한 변칙 전략의 등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초반 우위를 통해 주도권을 유지하는 스노우 볼링은 더욱 정교해집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기 초반 다소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초식 정글 챔피언들은 갈수록 존재감이 사라졌고, 리그오브레전드 정글에는 리 신을 필두로 하는 육식 정글 챔피언들이 득세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리 신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후반에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챔피언’이라는 부정적 평가는 ‘정글 플레이어라면 반드시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기본 소양 챔피언’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리 신을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는 정글러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는 강팀과 약팀을 구분 짓는 하나의 기준이 될 정도였습니다. 2013 롤챔스 섬머에서 리 신이 거둔 성적은 밴픽률 93.8%이었고, 시즌3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벵기’ 배성웅의 활약을 발판삼아 월드 챔피언십 우승 기념 스킨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 최고의 리 신 플레이어가 최고의 정글러가 되는 공식은 시즌3 롤드컵에서도 통용됐다!
(SKT T1 K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에 등장한 리 신)



■ 리 신이 없는 LoL를 상상할 수 없었던 시간! 리 신의 희대의 OP로 거듭나다!

리 신의 시대는 견고했습니다. 잠시 엘리스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엘리스가 하향되면서 리 신은 독보적인 정글의 지배자로 거듭났습니다. 이후 카직스와 이블린 등이 리 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리 신의 시대를 종결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준수한 정글링 속도와 리그오브레전드 최강의 기동성을 바탕에 둔 기상천외한 갱킹 루트 그리고 강력한 스킬을 통한 1대 1 능력 등 리 신은 랭크 게임과 프로 경기 모두에서 어떤 챔피언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 '클템' 이현우가 리 신 코스프레를?! 그만큼 리 신은 대세였다!
(출처 : 온게임넷)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왜 라이엇 게임즈는 리 신을 하향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 말이죠. 물론, 라이엇 게임즈는 다양한 패치를 통해 리 신의 스킬 위력을 낮췄습니다. 하지만 리 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동성 부분에는 좀처럼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OP라고 인정하는 챔피언을 하향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아마도 리 신이라는 챔피언이 가진 상징성과 화려함 그리고 흥미성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인섹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리 신은 플레이하는 유저는 물론 게임을 지켜보는 관객까지도 흥분시키는 매력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리 신이 보여주는 멋진 플레이에는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죠. 따라서 리그오브레전드를 상징하는 챔피언으로 거듭난 리 신에 대한 라이엇 게임즈의 접근은 신중했고, 그 결과 타 챔피언들에 비해 치명적인 하향은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이는 라이엇 게임즈의 코멘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 "리 신을 너프하면 유저들의 난동(?)이 예상된다?!"
(리 신 패치에 대한 모렐로의 코멘트)


리 신에 대한 인기와 관심은 타 챔피언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치솟습니다. 랭크 게임에서는 플레이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밴율을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프로 경기에서의 리 신의 입지는 타의 추종을 거부했습니다. 2014 롤챔스 스프링에서 리 신은 91.8%의 밴픽률을 달성했고, 이어진 2014 롤챔스 섬머에서는 밴픽률 100%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지금까지 롤챔스 정규 시즌에서 100%의 밴픽률을 기록한 챔피언은 단 3개입니다. 2012 롤챔스 섬머의 쉔과 2013 롤챔스 스프링의 트위스티드 페이트 그리고 2014 롤챔스 섬머의 리 신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죠. 이로써 리 신은 1티어를 넘어선 ‘갓티어’ 챔피언으로 등극하게 되었고,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챙겨가야 하는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합니다.

이 흐름은 2014 월드 챔피언십에도 그대로 이어졌으며, 리 신은 밴픽률 92.3%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특히, 궁극기로 한 명을 걷어차 나머지 4명을 모두 띄워 버리는 엄청난 리 신 컨트롤을 보여준 적이 있는 삼성 화이트의 ‘댄디’ 최인규가 세계 최고의 정글러로 등극. 리 신을 잘 다룰 수 있는 정글러가 있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는 기존의 공식이 다시 한 번 입증되게 됩니다.


▲ 당시 큰 이슈가 되었던 '댄디' 최인규의 댄디킥!
(출처 : 온게임넷)


리그오브레전드에는 리 신 이외에 많은 OP 챔피언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전략을 쓸 것인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밴 창에 올라갔던 챔피언도 있고, 상대의 작은 실수 한 번을 발판삼아 경기를 터트려 버리는 강력했던 챔피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간 OP로 평가받았던 챔피언과 리 신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강함의 시간’. 앞서 언급했듯이, 리그오브레전드는 상당히 짧은 패치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즌 중에도 주류 챔피언들의 세대교체가 진행되었고, 시즌 초와 시즌 말의 밴픽 구도를 비교했을 때 과연 이것이 같은 시즌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OP 챔피언은 한때의 유행으로 사그라졌죠.

하지만 이러한 풍파 속에서도 리 신은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리그오브레전드의 정글을 지배했고, 그의 강함의 시간은 그 어떤 챔피언보다 길었습니다. 리 신이 없는 프로 경기와 리 신이 밴픽되지 않는 랭크 게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리 신의 강력함에 익숙해져 갈 무렴, 시즌 5 프리 시즌이 개막하게 됩니다.


▲ 시즌 4까지 압도적인 통산 밴픽률을 자랑한 리 신
(2012 롤챔스 스프링부터 2014 롤챔스 섬머까지 통산 성적)



■ 영원한 것은 없었다! 그것이 리 신이라 하더라도!

시즌 5 프리 시즌으로 넘어오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됩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리 신을 비롯한 육식 정글 챔피언 죽이기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정글 몬스터가 이전보다 강력해졌고, 이는 육식 정글러 챔피언의 체력 관리 난이도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육식 정글 챔피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빠른 정글링 후 빠른 라인 개입이 삐걱되기 시작한 것이죠. 실제로 시즌 5 패치 직후, 많은 유저들이 정글 몬스터 사냥 과정에서 챔피언이 죽어버리는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척후병의 사브르’와 ‘마법 부여 – 포식자’의 등장이 컸습니다. 강타를 승부의 강타로 업그레이드시켜 기본 공격에 추가 피해를 줄 수 있게 해줬던 척후병의 사브르와 기본 공격 적중 시 마법 피해를 주는 마법 부여 – 포식자는 위윅과 케일과 같은 평타 중심의 정글 챔피언에게 과도한 힘을 실어 주었고, 결국 솔로 랭크에서는 대격변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리 신이 밴을 당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죠.


▲ 시즌 5 프리 시즌 초반, 리 신에게 도전했던 워윅!


하지만 리 신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솔로 랭크에서는 다소간의 위기를 겪었지만, 프로 경기에서는 여전히 탑 티어의 정글 챔피언이었습니다. 과거보다 정글링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리 신의 압도적인 기동성과 변수 창출 능력을 대체할 챔피언은 아직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4.21 패치에서 워윅이 크게 하향되면서 리 신의 존재감은 솔로 랭크에서도 회복하기 시작합니다. 2015 롤챔스 코리아 프리 시즌에서 리 신이 거둔 성적은 밴픽률 97.2%. 밴픽률 100%를 기록한 나르에게 1위 자리를 내놓기는 했지만, ‘정글의 지배자’, ‘OP 정글 챔피언’이라는 명성에 딱 어울리는 성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리 신은 또다시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리 신은 죽지 않았다!
(2015 롤챔스 코리아 프리시즌 통계)


그러나 리그오브레전드에 영원한 것은 없었고, 리 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4년 12월 12일, 렉사이라는 괴수가 등장했습니다. 기존 챔피언의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이 챔피언은 리 신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많은 유저들의 흥미를 끌었고, 연구되었고, 그리고 솔로 랭크의 정글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격히 높아지던 렉사이의 밴픽률은 어느새 리 신의 밴픽률을 추월했고, 90%을 넘겨버리는 데까지 이릅니다.

이러한 현상은 프로 리그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렉사이는 2015 롤챔스 코리아 스프링에서 83.6%의 밴픽률을 기록했고, 리 신은 60.9%의 밴픽률에 머물게 됩니다. 특히, 리 신의 승률은 39.4%에 그쳤고, 많은 유저들의 조심스럽게 정글 지배자의 정권 교체를, 리 신의 몰락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 렉사이의 등장은 리 신에게 큰 위기로 다가왔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어 보였습니다. 렉사이의 고공행진은 과거 OP라고 평가받았던 챔피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시적이 유행이고, 다시 리 신이 떠오를 것이라는 희망 말이죠. 하지만 희망은 희망일 뿐, 현실은 달랐습니다. 여러 차례의 하향에도 불구하고 렉사이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고, 리 신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5 패치의 적용은 리 신에게 치명타를 안겨줍니다. 바로 '마법 부여: 잿불 거인'이 등장한 것. 이 아이템은 기존 초식 정글러가 사용하던 돌격병을 대체한 아이템으로, 주변 적에게 마법 피해를 주는 동시에 체력을 대폭을 상승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 선수들도 '마법 부여: 잿불 거인'의 인정할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로 인해 탱키함을 장점으로 한 초식 정글 챔피언들의 반란이 시작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주아니와 누누 등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무엇보다 리 신에게 직접적 타격을 준 것으로 여겨지는 챔피언은 바로 그라가스였습니다. 궁극기를 통한 진영 파괴와 벽을 넘나드는 유틸성 그리고 광역 슬로우까지. 리 신의 장점을 모두 갖춘 그라가스는 '마법 부여: 잿불 거인'의 등장으로 ‘단단한 리 신’이라 불리게 되었고, '그라가스는 리 신의 상위호환이다'라는 평가 속에 리 신은 입지는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 '마법 부여: 잿불 거인'의 등장과 그라가스의 약진은 리 신에게 치명타였다!


그렇게 리 신의 시대는 저물어 갔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2015 롤챔스 섬머에서 리 신의 밴픽률은 13.3%. 이제 누구도 최고의 OP 챔피언에 리 신을 거론하지 않습니다. 프로 경기에서 리 신이 만들어 낸 수많은 명장면은 지난 일이 되었고, 리그오브레전드의 한 시대를 상징하던 리 신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이제 과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리 신이라는 챔피언을 빼고 오늘날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와 흥행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죠. 수많은 유저들이 리 신의 화려함에 매료되었고, 이는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아직까지도 50%에 가깝게 형성되는 리 신의 픽률에서 알 수 있듯이, 리 신을 선택하며 ‘인섹킥’을 상상하는 설렘은 여전히 리그오브레전드를 상징하는 하나의 재미 요소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강함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선보였던 챔피언, 리 신! 그의 화려했던 시간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이야기되고, 기억될 것입니다. 그의 부활을 바란다면, 오늘 랭크 게임은 리 신과 함께 하는 것이 어떨까요?


▲이쿠! 리 신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출처 : '오크의삼각근'님 팬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