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디 인터내셔널5(The International5, 이하 TI5)'까지 이제 1주일도 남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16개 팀이 한 자리에 모이는 TI. 인벤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TI를 위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부 팀들을 조명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 세 번째 순서는 TI4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중국 1티어 팀들이다.


■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여전히 강력한 VG



TI4가 끝난 후 우승 팀 뉴비가 급속도로 몰락하면서 VG는 명실상부한 중국의 절대자가 됐다. 중국 최강은 곧 세계 최강. 전 세계의 모든 팀이 타도 VG를 목표로 연습했지만 VG는 난공불락이었다. VG는 TI4 준우승 이후로도 i-리그, ESL One 뉴욕, 더 서밋 시즌2 등 굵직한 대회에서 전부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들의 시대임을 알렸다.

하지만 팀의 1번 캐리를 맡던 독일인 '블랙'이 의사소통 문제로 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항상 들려왔다. 도타2 아시아 챔피언쉽(이하 DAC) 결승전에서 EG에게 충격의 0:3 패배를 당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VG는 '블랙'을 내보내고 뉴비의 캐리를 맡던 '하오'를 영입했다.

'하오'를 영입한 뒤 VG는 스타래더 시즌12에서 iG를 3:1로 꺾고 우승하면서 전성기를 이어나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VG의 성적은 이 때를 기점으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타2 챔피언스 리그와 i-리그 시즌3에서는 각각 엠파이어와 LGD에게 밀려 준우승을, 더 서밋3에서는 EG에게 지면서 3위를 하더니 마르스TV 도타2 리그에서는 C9에게 당해 4위를 했다. 가장 최근 공식전인 ESL One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토너먼트 첫 단계에서 또 EG에게 발목을 잡혀 소위 말하는 '광탈'을 했다. 처참한 성적까진 아니었지만 VG란 이름값에 비하면 분명히 초라한 결과였다.

▲ VG의 가장 큰 힘, 'iceiceice' (출처 : 리퀴드도타)

중국 랭킹 1위이자 세계 랭킹 1위였던 VG는 어느덧 중국 랭킹 2위, 세계 랭킹 5위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VG는 여전히 TI 우승을 할 만한 능력을 지닌 팀이다. VG의 중심에는 'iceiceice'가 있다. 전 세계 오프레이너는 물론이고 모든 도타2 선수들을 포함해서 실력으로 첫 손가락에 꼽는 'iceiceice'는 VG의 가장 든든한 대들보라고 할 수 있다.

오프레이너로서 고통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상대 레인을 압도하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실제로 리빌딩 전의 MVP 피닉스는 i-리그 시즌2에서 'iceiceice'의 에니그마 하나에게 트라이 레인이 터지면서 18분 GG를 선언하기도 했다. 영웅풀이 너무나 넓어 도저히 저격밴이 불가능한 수준이고, 여차하면 미드로 돌릴 수도 있을 정도로 실력이 좋기 때문에 'iceiceice' 하나를 저지하지 못해 VG에게 무너진 팀이 많다.

최근 EG에게 연달아 발목을 잡힌데다 중국 내 위상도 LGD에게 밀리고 있지만 VG라는 이름값, 그리고 선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VG가 TI5 우승컵을 따낸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 같다.

▲ 블랙홀도 막지 못한 VG의 파괴력!



■ 돌아온 'xiao8', 돌아온 LGD!



LGD는 항상 중국 1티어 팀 중 하나로 꼽혔지만, 그렇다고 '최강'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여러 대회를 우승했지만 1티어 대회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는, 중국 지역 내 리그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LGD는 DAC에서 7승 8패로 아슬아슬하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패자전 경기에서 iG를 만나 0:1로 패하면서 곧바로 탈락해버렸다.

DAC가 끝난 후 약 1개월 뒤, LGD는 캡틴을 맡고 있던 'Faith'를 내보내고 은퇴한 TI4의 영웅이자 2011년부터 2014년 초까지 LGD에서 활동했던 'xiao8'을 다시 영입했다. 며칠 후, '인줄라이'까지 '메이비'로 교체한 뒤 LGD는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더 서밋 시즌3에서 4위를 기록했고, 마르스TV 차이나 리그와 i-리그 시즌3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LGD는 중국 리그를 휩쓸다시피했고, 그 결과 VG를 밀어내고 중국 랭킹 1위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한 가지 LGD에게 걸리는 점은 서양권 강팀과의 경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xiao8'과 '메이비'가 합류한 후 LGD는 공식전 117경기를 치렀으나, 그 중 서양권 팀과의 경기는 불과 11번, 그 중 나투스 빈체레에게 1:0, 낫투데이에게 2:0으로 이긴 것을 제외하면 전부 졌다. 마르스TV 도타2 리그에서 엠파이어에게 한 세트를 따냈지만 결과는 1:2 패배였다. 팀 시크릿, EG 등 서양권 팀이 초강세를 떨치고 있는 현재 프로계에서 서양 팀과의 경기가 거의 없다는 점은 의외로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 돌아온 TI4의 영웅, 'xiao8' (출처 : 리퀴드도타)

LGD의 키 플레이어는 4번 서포터 'xiao8'이라고 할 수 있다. 'xiao8'은 절묘한 밴픽으로 TI4 당시 누구도 막지 못했던 VG의 푸쉬 메타를 가볍게 맞받아치는 능력을 선보인 바 있다. 맵리딩 능력은 물론이고 특히 상대의 움직임을 눈에 꿰고 있는듯한 오더가 일품이다. '이 타이밍엔 상대가 무엇을 할 것이다'란 'xiao8'의 예측은 거의 틀리는 법이 없을 정도다.

'xiao8'의 밴픽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DAC 플레이오프 당시 레이브는 'xiao8'이 속했던 빅 갓을 상대로 대역전 끝에 1세트를 따냈다. 그러나 'xiao8'은 2세트 상대 픽의 허점을 간파하고 4, 5픽에서 거의 사장된 영웅인 루나와 용기사를 꺼내 극악의 푸쉬를 선사, 15분 만에 승리를 가져가기도 했다.

과연 LGD가 중국에서 세계로 무대를 옮긴 후에도 그 강력함을 과시할지, 'xiao8'은 TI4에 이어서 TI5에서도 영웅담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만하다.

▲ 항마사를 철저히 무력화시키는 LGD의 조합



■ '클래스는 영원하다'의 산 증인, 완벽한 재기를 꿈꾸는 iG



iG는 TI2 당시 온갖 명장면을 연출하며 나투스 빈체레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항상 중국 1티어 팀 중 하나로 군림해온 iG였지만 TI3, TI4를 치르면서 성적이 조금씩 떨어졌다. TI4 직전 진행됐던 2014 ESL One 프랑크푸르트에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iG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아직 부족했다.

자신들의 안방에서 열린 DAC에서도 레이브에게 1:2로 패해 공동 7위에 머무른 후, iG는 팀 리빌딩을 단행했다. 3년 간 팀에 머물렀다가 약 6개월 가량 LGD에서 활동하던 'Faith'를 다시 팀으로 데려왔고, TI4 이후 은퇴했던 동부 최강의 캐리 '버닝'을 영입했다.

iG는 '버닝'을 영입하자마자 메이저 올스타즈 토너먼트에서 엠파이어를 잡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iG는 그토록 강한 선수들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대회에서 이후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더 서밋 시즌3, i-리그 시즌3, 마르스TV 도타2 리그에서 모두 공동 5위를 기록했고, 2015 ESL One 프랑크푸르트에서도 기세 좋게 4강까지 올라갔으나 팀 시크릿에게 발목을 잡혔다.

▲ 자타공인 동부 최강의 미드 '페라리430' (출처 : 리퀴드도타)

iG의 핵심 선수는 미드레이너 '페라리430'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선수들이 iG를 거쳐가고, '츄안'마저 탈퇴 후 재입단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페라리430'은 데뷔 이래 한 순간도 팀을 떠나지 않으며 그 자리를 지켰다. '페라리430'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자체로 iG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세계 최강의 암살 기사, 원소술사 플레이어란 칭송도 받고 있다.

iG가 아무리 폼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을 때에도 '페라리430'만은 모든 팀의 경계를 샀다. 상대 레이너가 조금만 허점을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숨통을 끊어버리는 매서운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상대는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게 된다. '페라리 430'은 상대를 겁먹게 한 뒤 교전이 벌어질 때마다 나타나 싸움을 승리로 이끈다. DAC에서 레이브에게 지긴 했지만 게임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원소술사로 레이브의 쌍둥이 타워를 백도어해 전원을 강제 귀환시키는 판단력까지 겸비했다.

압도적으로 강한 미드 '페라리430'에 이어 세계 최고의 캐리 '버닝'까지 갖춘 iG. 비록 '버닝'의 폼이 전성기 시절만은 못하다고 하지만 iG의 선수들은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3년 전의 챔피언이 이번 TI5에선 얼마나 성적을 낼지 기대된다.

▲ 팀 차원의 한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iG의 한타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