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에게 중국은 선택이 아닌 필수 옵션이 됐다.

한국 시장의 규모와 비교했을 때 중국 시장의 규모는 수 십 배에 달한다. 유저 수도 방대하다. 그렇기에 중국 시장에서 무난하게 성적을 기록한다 할지라도, 한국에서 흥행했을 때의 매출 그 이상의 성적을 보여준다. 매력적인 목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게임을 출시하고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계획하지 않는다. 게임을 기획하는 초기 단계부터 중국 시장이라는 요소를 끼워놓고 개발에 착수한다. 모든 게임사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한국에서 흥행한 게임을 중국 시장에 내놓아도 그다지 큰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는 점에 있었다. '전민기적'과 같이 한국 게임의 IP를 활용한 타이틀이 성공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을 거둔 한국 모바일 게임은 그다지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모바일게임 퍼블리셔인 '레쿠(Rekoo)' 패트릭 대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국 현지에서 다양한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레쿠는 현재 한국과 더불어 일본, 미국, 유럽, 홍콩/마카오/대만 및 동남아 등 다수 국가에 지사를 두고 있다.

패트릭 대표는 한국 개발사들이 중국 진출에 실패하는 이유로 '부족한 현지화'와 '잘못된 마케팅', '출시 3일 후 매출에 대한 비중 간과' 등을 꼽았다. 아울러 그는 한국 모바일 시장과는 달리 중국에는 다양한 마켓이 존재하며 '올인'식 마케팅은 중국에서는 먹히지 않기에 분산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중국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레쿠(Rekoo)' 패트릭 대표




Q.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레쿠의 CEO 패트릭이라고 합니다. 북경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서 일리노이 대학(UIUC)에서 컴퓨터 석사 학위 획득, 노스웨스턴대학 캘로그 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쳤습니다.

2003년 11월 eFriendsNet Entertainment라는 회사를 친구들과 함께 창업하여 2006년 프랑스의 상장기업과 인수합병에 성공하였습니다. 다년간의 SNS와 무선인터넷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레쿠를 설립해, 현재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레쿠'라는 회사는 어떤 곳인가요?

'레쿠'는 우수한 모바일 게임들을 퍼블리싱하는 회사 위주로 투자하여 현재는 중국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중 TOP10에 꼽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중국 내 소셜 서비스와 게임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레쿠는 소셜 및 육성 장르 게임으로 급부상했지요. 현재 한국, 일본, 미국, 유럽, 홍콩/마카오/대만 및 동남아 등 다수 국가에 지사들을 두고 있습니다.

2013년, 레쿠는 '투자+퍼블리싱'을 병행하는 경영전략을 세우고, 레쿠사회문화기금프로젝트를 조성하며, 레쿠 컴퓨터교실을 후원하는 등 기업사회책임의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2014년 레쿠는 수십 조 단위의 해외 모바일시장에 적극적으로 포석을 시작하며, 글로벌 전략에 가속을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레쿠는 해외시장 진출의 가속을 위해 100% 현지 팀을 구성하여, 현지의 운영 전략을 따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맹장', '어니스트', '월드오브다크니스', '왓쳐' 등의 게임을 성공리에 론칭하였고, 선도적 위치를 지속적으로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최근 '판타지 드라이브(Fantasy Drive)'를 론칭하여 iOS 및 안드로이드 모두 Top 50안에 들어갔습니다. 이로써 아시아, 유럽, 북미 3대 퍼블리싱 라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Q. 레쿠는 한국에 '레쿠코리아' 지사가 있는데요. 한국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출시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 왜 지사를 설립하셨나요?

레쿠의 입장에서 한국은 가장 중요한 해외 게임시장 중 한 곳입니다. 레쿠는 중국의 우수한 게임들을 한국과 일본시장에 출시해, 한국과 일본 유저들에게 중국 게임만의 차별화된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반대로 한국과 일본에서 선전하는 게임을 중국에서 운영해 보고 싶기도 했죠.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우수한 CP를 발굴하여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할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습니다.


Q. 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레쿠 게임의 성적은 어떠한가요?

레쿠코리아는 당시 최고의 현지 인력으로 팀을 구성, 2013년에 설립됐습니다. 그 후 1년 간 한국시장에 대한 조사, 연구 및 분석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였고, 2014년 정식으로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맹장'과 '어니스트', '월드오브다크니스'까지 3개의 게임을 론칭했고, 모두 한국 통신사 마켓의 매출 순위와 인기 순위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였습니다. 구글 매출에서도 높은 순위권에 머물렀으며, 작년에는 지스타에도 참가했습니다.

올해에는 '월드오브다크니스 for kakao'와 '왓쳐'를 출시했습니다. 각 마켓들에서 Top 50위 안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죠.

그리고 현재 레쿠코리아는 차기작 라인업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 더 좋은 게임을 통해 유저들에게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더 멋진 성과를 이룰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Q.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서비스를 제공해 본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과 중국 게임시장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시나요?

게임소재에서 한국과 중국의 유저들이 선호하는 부분은 상당히 비슷합니다. 다만, 한국은 좀 더 코어한 RPG나 ARPG 장르의 게임이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어요. 중국과 일본은 카드 기반 RPG의 성적이 더 좋더라고요.

한국과 중국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랫폼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안드로이드와 iOS 시장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90%가 안드로이드 마켓에 집중되어 있죠.

특히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굉장히 중요한 플랫폼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는 소셜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과 각종 광고, 연예인을 이용한 홍보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운영해야 할 시장의 리소스가 너무 방대하고 복잡합니다. 웨이신, 웨이보, 광고, 지면 이벤트 등이 있죠. 어느 방법이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집행하기 전에 예상하는 결과와 실제 효과에서는 비교적 큰 차이가 납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 수도 차이가 있는데요. 중국과 일본은 게이머 수가 매우 방대해서, 신규 유저를 기반으로 한 수익창출이 대단히 큽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존에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이 수익 창출의 잠재 고객으로 집계되죠.


Q. 시장 성격이 다른 만큼 국가마다 핵심으로 내세우는 콘텐츠 특성이 있을 것 같은데요. 게임 콘텐츠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의 모바일 게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한국 게임은 통상적으로 디자인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시각적 효과와 조작감도 매우 좋고요. 이 때문에 한국 모바일 게임의 빌드 용량은 비교적 큰 편이죠.

중국 모바일게임의 대부분은 중국인에게 친숙한 IP를 토대로 개발됩니다. 예를 들면 선협과 무협, 삼국지 식의 소재가 그러합니다. 반대로 한국 모바일게임은 상대적으로 IP 개념이 다소 약해 보이며, 소재 역시 판타지 류가 많은 것 같고요.

중국의 모바일게임은 콘텐츠가 다양하고 게임 내 과금 포인트도 더 많이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과금의 깊이가 더 깊습니다.

소셜 요소는 중국보다는 한국게임이 더 강력하게 가미되어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을 연동시킬 수 있어서, 친구들끼리 서로 초대할 수 있죠. 심지어 순위공유도 가능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소셜 기능 개발이 비교적 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르의 차이도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육성 시뮬레이션 식의 게임과 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이러한 장르가 전체 모바일 게임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Q.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국내 모바일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는 힘을 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요?

제 생각에는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적응을 잘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현지화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플레이 방식이 신선한 것도 아니고요. 마케팅도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법한 방식을 채택하곤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네요.

중국 시장의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한국 시장보다 분산되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만 놓고 봐도 제조사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유형의 플랫폼, 안드로이드 제3자 플랫폼 및 통신사 플랫폼 등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죠. 플랫폼마다 마케팅 효과도 다릅니다. 그래서 마켓별로 특징을 파악해서 전략적인 마케팅을 구사하는 것 자체가 한국 퍼블리셔로서는 큰 도전이기도 합니다.

중국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유저들이 선호하는바 역시 다양하고요. 충성도도 그다지 높지 않죠. 그래서 이런 시장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게임 자체만으로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한국 개발사에는 난관일 겁니다.

아울러 중국에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온/오프라인으로 모든 매체에 프로모션 진행비가 들기 때문이죠. 중국에서 론칭을 하려면 한번에 '올인'하는 건 피해야 합니다.

만약 예산이 충분하다면 초반에 충분히 게임을 노출하고, 후반에도 지속적으로 매체를 통해 빈번하게 노출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한국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충분한 자금 지원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중국 시장과 개발사는 게임 론칭 3일 후의 매출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매우 중시합니다. 하지만 한국 개발사는 이를 중요시 하지 않더라고요. 이러한 차이가 결국 게임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게 아닌가 싶네요.


Q. 본인이 생각하기에 한국 게임회사가 가장 고민해야 할 요소는 무엇이라고 여기시나요? 어떤 요소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키워드라고 보는지?

콘텐츠와 과금요소, 그래픽 현지화, 협력 파트너사 등 총 4가지의 키워드를 꼽고 싶습니다.

첫째, 게임 플레이에서 더욱 풍부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와 결합한 과금 요소를 갖추어야 하고요.

둘째, 중국과 한국의 유저들은 과금 습관이 전혀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중국 유저들에게 맞춘 과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다양한 과금 이벤트를 적용해야 합니다. 한국 게임회사는 중국에 게임을 내보내기 전에 과금률에 중점을 두고 콘텐츠를 다듬어야 합니다.

셋째,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원화와 3D, 애니메이션, 특수효과 등 그래픽 측면에서 현지화를 해야 합니다. 이는 게임의 시각적인 효과 외에도 많은 부분과 연관되어 있으니깐요.

넷째, 퍼블리셔와 협력파트너의 올바른 선택입니다. 중국 현지의 퍼블리셔 및 플랫폼 등과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게임을 론칭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Q. 올해 차이나조이에 참가한다고 들었습니다. 참가하는 주요 목적이 무엇인가요? 차이나조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요?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다양한 퍼블리싱 경험을 한 업계 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협력 가능한 파트너를 찾아, 그들과 함께 한국과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취지로 '차이나조이2015'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우수 CP를 찾아서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중국과 한국, 일본에 론칭하고 싶습니다.



Q. E3나 동경게임쇼, 게임스컴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게임쇼가 열리고 있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차이나조이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차이나조이는 이미 10여 년간의 발전 과정을 통해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애니메이션 전시회 중 하나로 성장하였으며, 게임 산업에서 국제적으로 매우 큰 영향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차이나조이는 중국과 근접한 아시아시장의 많은 업체가 참여하는 행사로 그들과의 다양한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아시아 게임산업의 동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으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의 게임사들에게 조언 부탁합니다.

중국 시장에 게임을 출시하려면, 이에 앞서 시장을 충분히 연구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중국 시장은 트렌드의 변화가 매우 빠르고 변화무쌍하죠. 그래서 출시 직전에도 중국 최신 게임 시장의 상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사의 게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디자인 설계도 매우 중요하죠. 개발사가 어느 나라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잘 만들어진 게임은 어디서든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 클래시오브클랜이나 붐비치와 같은 게임들은 중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고요.

중국의 과금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유저들은 과금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성향이 있지만, 중국 게이머들은 과금에 대해 비교적 인색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워낙 크기에, 잠재적인 과금 유저들도 많이 있다고 봅니다.

게임을 출시하는 과정에서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역시 성공적인 론칭을 위해 신경 써야 할 부분이죠.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서 자신의 게임을 기억하게 하는 것, 이를 위한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창의적인 마케팅을 통해 성공한 게임도 있고요.

한국 게임사가 빠르게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운영 능력이 출중한 중국 현지의 퍼블리셔를 찾아야 합니다. 그들이 한국 게임의 현지화를 진행하고 수 많은 플랫폼에 대응하는 마케팅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니깐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파트너사를 찾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