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디 인터내셔널5(The International5, 이하 TI5) 그룹 스테이지가 진행되는 동안 모두의 주목을 받은 다크호스가 있었다. 바로 북미의 컴플렉시티 게이밍과 중국의 CDEC였다.

사실 양 팀은 그룹 스테이지가 시작되기 전에는 모두의 무시를 받으며 '1승 상대'로 여겨질 정도였다. CDEC의 경우 와일드카드전에서는 무난히 1위를 하겠지만 잘 쳐줘야 중국 1.5티어 정도인 그들이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긴 힘들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컴플렉시티 역시 모두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당당히 북미 예선을 1위로 통과하며 본선에 합류했지만 진정한 북미 1위인 EG와의 격차가 그간 워낙 심했던 탓에 '북미는 EG 빼면 볼 것도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 출처 : TI5 공식 트위터

하지만 막상 그룹 스테이지가 시작되자 양 팀은 A, B조를 휩쓸면서 돌풍의 핵이 됐다. 컴플렉시티는 첫 상대에서 MVP 피닉스를 2:0으로 제압하면서 국내 도타2 팬들의 원망이 대상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컴플렉시티는 평가절하되고 있었기에 많은 팬들은 '고작 컴플렉시티'에게 진 MVP 피닉스에게 분노를 표했다. 컴플렉시티가 다음 상대인 LGD에게 무기력하게 0:2로 패배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실상은 LGD가 너무 강했을 뿐. 컴플렉시티는 2일 차에서 나비를 꺾고 iG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차근차근 승점을 쌓았다. 3일 차에 팀 시크릿에게 패했으나 4일 차 상대인 C9과 프나틱을 모조리 2:0으로 꺾으며 4승 1무 2패로 승점 13점을 기록했다. EG 빼곤 볼 것도 없다는 북미 도타2의 대 반란이었다.

컴플렉시티는 서포터 '플라이'를 제외하면 모든 선수들이 도타2 프로 활동 경력 1년 남짓의 신인들이다. TI같은 초대형 리그는 물론이고 ESL, 스타래더, 더 서밋 등 쟁쟁한 오프라인 대회 참여 경험도 거의 없다. 하지만 신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패기로 무장한 컴플렉시티는 대회 내내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프레이너 '문민더'의 판을 주도하는 능력이 발군이었고, 특히 4번 서포터 '지프릭'은 처음 나서는 TI에서 기술단을 꺼내는 등 과감한 픽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 팀의 이름값에 겁먹지 않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선보인 덕에 컴플렉시티는 팀 생성 이래 첫 TI 그룹 스테이지에서 3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 출처 : TI5 공식 트위터

한편, B조에서는 CDEC가 대활약하며 만년 1.5티어라는 평가를 완전히 깨부쉈다. CDEC는 와일드카드전을 1위로 통과했지만, 대진상 그정도는 당연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CDEC가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와일드카드전 같은 강한 모습을 보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CDEC는 첫 상대인 MVP 핫식스에게 승리를 거두고 엠파이어, 뉴비, VG를 모조리 꺾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2일 차에서 VP에게 0:2로 패했지만 3일 차까지 4승 1패로 독보적인 B조 1위였다. 4일 차에서 EG에게 패하고 이홈과 비기는 바람에 승자승 원칙에 따라 EG에게 1위를 넘겨주긴 했지만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CDEC는 '시키'와 '어그레시프'라는 걸출한 미드, 캐리를 기용하면서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중국 내 리그에서는 LGD를 비롯한 각종 중국 1티어 팀들에 밀리며 1.5티어라는 낙인이 찍힌 탓에 평가절하 됐지만 CDEC의 절대적인 실력 자체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CDEC는 자로 잰 듯한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상대의 연막 물약 타이밍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피해를 없애는 반면 자신들의 연막 물약 갱킹 때는 항상 상대에게 큰 피해를 안겨줬다. 이 타이밍에 무엇을 하면 상대가 가장 대처하기 힘든지를 알고 기계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플레이만을 골라 했다. 수 백 번의 연습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실전에 적용시키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중국형 도타였다.

한국 시각으로 오는 8월 4일 새벽, 컴플렉시티는 언제나 자신들이 위에서 군림한 EG와 맞붙게 됐고 기계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CDEC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팀 C9을 상대한다. 컴플렉시티와 CDEC의 돌풍은 키 아레나까지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