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포츠 종목이건 성적과 관계없이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는 팀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도타2의 경우엔 나투스 빈체레(이하 나비)가 그러하다. 디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이하 TI) 초대 챔피언인 나비는 TI2, TI3 결승에 개근하며 도타2 역사에 길이 남을 온갖 명장면을 제조하며 어마어마한 팬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TI3 이후부터 나비는 쇠퇴기를 겪었고, TI4에는 별다른 성적도 내지 못한 채 탈락했고 TI5에서도 그룹 스테이지 A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비의 팬들은 거의 종교에 가까울 정도로 나비의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비의 미드레이너 '덴디'는 해외 커뮤니티 데일리닷에서 선정한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프로게이머 탑10 중 7위에 들 정도로 도타2에서 영향력이 큰 선수다. 자신의 플레이로 사람들을 광란의 도가니에 빠뜨리며 꾸준히 좋은 기량을 유지한 '덴디'. 선수 연습실이 있는 웨스틴 시애틀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탁구를 치며 놀던 '덴디'는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했다. 팀은 비록 그룹 최하위지만 '덴디'의 밝은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Q. 반가워요, 우리의 슈퍼스타!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웃음)안녕하십니까, 모두 정말 반가워요!


Q. 그룹 스테이지는 안타깝게 됐어요. 경기에 대한 소감을 말해줄 수 있나요?

정말 슬퍼요. 팀이 꼴등을 했으니까요. 팀 전체가 정말 아쉬워하고 있어요. 하지만 패자전에서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도록 다들 준비하고 있어요.


Q. 그룹 스테이지에서 최고의 경기와 최악의 경기를 뽑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우리가 스노우볼을 잘 굴린 게임도 있었지만 반드시 그 경기가 최고라고 뽑기는 힘들어요. 졌지만 아쉬움이 없는 그런 경기도 없는 것 같아요. 초반에 우리가 유리하다가 후반에 역전당한 경기들이 많거든요.

우리가 판단 미스나 정말 바보같은 실수를 한 경기가 아주 많아요. 개인적으로 최악의 경기는 iG와의 대결이었던 것 같네요.


Q. 한국의 나비 팬들이 '나비는 이미 TI5 챔피언이며 패자전은 그저 재미를 위해 갔을 뿐'이라는 등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이고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폭소) 그럴 수도 있죠 뭐. TI처럼 관중이 많은 큰 무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해요. 패자조 1라운드가 단판제인데 여기서 이기면 쭉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기서 승리한 우리는 상승세를 탈 것이고, 반대로 우리와 상대할 팀은 이미 진 상태기 때문에 또다시 올라가기 힘들 테니까요.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네요.


Q. 패자전 첫 상대가 VG에요. 가장 강한 중국 팀 중 하나인데, 자신 있나요?

당연히 자신 있어요. VG를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VG는 정말 잘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그런 팀을 이긴다면 그만큼 TI를 우승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아니겠어요? VG만 이길 수 있다면 어느 팀을 만나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번 TI5 목표는 어디까지인가요?

최선을 다 하는 게 제 목표에요. 당연한 말이지만 우승하는 것이 제 바람이고요. 우리가 승자전에 갔다면 우승이 목표라는 게 꽤 현실적인 대답이었겠지만 패자조라서 조금 힘들 것 같긴 해요. 그래도 목표는 목표잖아요?(웃음)


Q. 만일 TI5 우승을 한다면 다시 낚시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웃음) 프리 투 플레이 때문에 제가 낚시광인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낚시에 굉장히 푹 빠져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래도 TI가 끝나면 다시 낚시를 하지 않을까요?


Q. 좋은 인터뷰 정말 고마워요. 한국의 많은 팬 여러분께 한 마디 해 주세요!

한국에 제 팬들이 있다는 점이 정말 기쁘네요. 특히 우리가 이미 TI5 챔피언이라는 말로 장난을 친다는 게 우리에겐 사실 큰 힘이 돼요.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도 우리 팀을 많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