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오브오리온'
아마 나이가 지긋한 게이머가 아니라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라고 다를 바 없다. 마스터오브오리온 첫 편이 등장한 시기가 1993년.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첫 등장 당시, 마스터오브오리온은 일종의 혁명과도 같은 게임성으로 컬트적 인기를 끌었다. 수많은 별을 무대로 하는 '스페이스오페라'의 느낌. 그리고 하나의 종족 자체를 다루며 은하의 패권을 다룬다는 우월감까지.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굳어진 "4X : eXplore(탐험), eXpand(확장), eXploit(개척), eXterminate(섬멸) 게임"의 시초가 바로 '마스터오브오리온'이다.
하지만 유명한 IP가 꿀과 동시에 독을 품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 팬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은 유명한 IP가 가진 장점이지만, 동시에 그 팬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을 때 도리어 좋은 IP는 독으로 작용한다. 그냥 독자적인 게임으로 나왔으면 그럭저럭 성공할 작품들도 말이다.
게다가 '마스터오브오리온'은 너무 오래된 IP이기도 하다. 이미 4X게임의 대세는 '문명 시리즈'가 장악했고, 그 뒤를 '신스 오브 솔라 엠파이어'나 '엔들리스 시리즈'등이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조선시대 명장이 현대의 전장에 등장했다고 해야 할까? 총 없이 칼을 들고.
때문에 '워게이밍'이 '마스터오브오리온'의 IP를 구매했고, 차기작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조금 놀라긴 했지만 이내 시큰둥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미 새 시대의 강자들이 넘나드는 시장에 굳이 조상님을 부활시켜가며 데려온 이유가 무엇일까.
'게임스컴2015'의 두번째 날. B2B관의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워게이밍 부스에서 '마스터오브오리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대상은 한국 나이로 52세를 맞은 원숙한 개발자이자, '마스터오브오리온' 차기작의 총괄 프로듀서인 '랜디 킹'. 자리에 앉은 그는 시연을 위해 게임을 시작했고, '마스터오브오리온'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옛날 느낌 그대로. 하지만 더 멋지고, 더 쉽게.
랜디는 워게이밍이 '마스터오브오리온'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20여년 전, 마스터오브오리온 첫 편이 등장했을 당시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을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 했다. 게임 내에서 나오는 정보의 양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따로 종이와 펜을 들고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고, 자신 및 적 진영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들을 기록해가며 게임을 플레이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워게이밍의 CEO인 '빅터 키슬리'도 있었다. 빅터는 마스터오브오리온을 굉장히 감명깊게 플레이했기에, 마스터오브오리온의 IP가 경매에 올라왔을 때 굉장히 강력하게 주장해 IP를 구매했다.
이후 워게이밍이 구상한 '마스터오브오리온'의 모습은 오리지널의 향수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만들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편함을 융합하는 것이었다. 워게이밍 개발팀은 딱 이에 맞게끔 게임을 제작했다. 2015년의 수준에 알맞게 그래픽을 끌어올리고, 구작에서 반복작업밖에 못하던 인공 지능은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똑똑해졌다. 도트에 찍힌 그래픽으로 구현되던 외계 종족들도, 이제 멋진 외모를 띄게 되었다.
이어 랜디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며 '마스터오브오리온'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스터오브오리온'은 일반적인 4X게임의 룰을 따라간다. 게임을 시작하면 본인의 종족을 고를 수 있는데, 명예와 의무를 중시하는 새를 닮은 종족인 '알카리', 겉으로는 온화한척하면서 음모를 잘 꾸미는 고양이를 닮은 '미르샨', 그리고 전통의 외계인 '그레이'를 닮았으며 기술 개발에 이점을 가진 종족 '싸일런' 등 10개 종족이 등장한다. 이어 주 무대가 될 은하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은하는 여러가지 변수가 융합되어 약 10만가지 경우의 수를 갖게 된다. 이때 마음에 드는 은하는 시드 번호를 기억해 그 번호를 넣음으로서 다시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각 종족별로 준비된 인트로 영상이 나온다. 단순한 스틸컷이 아닌, CG로 구성된 이 영상은 이미 게임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성우들을 동원해 만들어졌다. 이 성우들은 이후 게임 진행을 돕는 조언가나 각종 이벤트 신에서 또 등장한다.
게임은 식민지를 넓히고,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독립 행성들과 관계를 맺으며 결국 다른 종족들을 누르고 5가지 승리 조건 중 하나를 달성하면 이기는 방식이다. 점점 넓어지는 식민지는 AI에게 맡겨 균형있게 발전시킬 수 있으며, 하나하나 모든 조작을 하기 싫어하는 게이머들도 무리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타 종족과의 관계에서도 다양한 분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서로 국경을 개방하길 바라는 종족이 있을 때, 상대가 명예와 의무를 중시하는 '알카리'라면 큰 탈 없이 관계를 이어갈 수 있지만, 위장과 기만의 명수들인 '달록'일 경우 기술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도둑맞을 수 있다. 내정에 있어서도 너무 높은 세금을 걷으면 행성 내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여 생산 활동이 중지되는 등 장애를 겪게 된다. 결국 플레이어는 통치자로서의 마음을 가지고, 종족을 대표하는 이의 마음으로 외교를 진행해야 한다.
■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
랜디 킹의 시연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궁금한 사항들을 질문할 수 있었다.
Q. 기존의 구작들은 나름의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나오는 작품은 기존 작품들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게 되는가? 아니면 독자적인 스토리를 갖는가?
스토리는 기존 구작들에서 이어진다. 정확한 서사적 시점은 2편의 마지막에서 조금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Q. 보통 게임을 한판 한다고 치면, 어느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요구하는가?
플레이어가 어떤 종족을 선택했고,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플레이타임은 천차만별로 변한다. 내가 경험했던 게임 중 짧았던 게임은 두 시간이 되지 않았을 때 끝났고, 긴 게임은 10시간을 넘어간 적도 있다. 별도로 '마스터오브오리온'에는 타임라인 기능이 있다. 이는 따로 세이브하지 않아도 게임을 진행해온 구간 중 원하는 구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다. 때문에 과거의 실수를 크게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
Q. 과거 구작의 경우 직접 함선의 부품들을 지정해 조립할 수도 있었다. 이번 작품 역시 가능한가?
물론이다. 게임 내에서 테크트리 연구를 통해 다양한 부품들을 해금할 수 있고, 이를 조합해 게이머만의 함선을 만들어낼 수 있다.
Q. 구작의 콘텐츠 중에서도 굉장히 흥미로웠던 기능이 바로 뉴스 방송인 'GNN(은하 상황을 뉴스의 형식으로 들려준다.)'이었다. 이번 작품에도 등장하나?
아. 내가 시연 중 GNN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 보여주겠다.
- 실제로 본 GNN 화면은 두 로봇이 나와 실제 뉴스를 진행하듯 은하의 동향이나 정세에 대해 토론을 나누었다. 확실히 GNN은 상상 이상의 퀄리티를 갖추고 있었다.
Q. 마스터오브오리온의 배경은 은하와 수많은 태양계로 이뤄지는데, 최대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
네 종류의 맵 사이즈가 준비되어 있다. '작음, 중간, 넓음, 거대'로 나뉘어지는데, 넓음 크기의 맵이 약 100여개의 태양계를 갖는다. 그리고 각각의 태양계에는 여러 개의 행성들이 있고, 이 행성들을 다 식민지화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은하 단계에서 보이는 태양계의 모습을 보고, 대략적인 태양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태양계로 가야 비교적 살만한 별을 찾을 수 있을지 찾아낼 수 있다. 물론 행성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기술 연구를 통해 테라포밍 등의 기술을 개발해 해결할 수도 있다.
Q. 워게이밍의 대표인 '빅터 키슬리'에게 이 게임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본인에게도 마찬가지인가?
내 나이가 51세다.(웃음) 나 역시 굉장히 오랜 시간 '마스터오브오리온'을 플레이했고, 이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다. 때문에 워게이밍 내부에서 마스터오브오리온의 차기작을 만들기로 했을 때 적극적으로 같이 하고싶다고 어필했다.
Q. 워게이밍의 최근 작품들은 콘솔로도 진출하고 있다. '마스터오브오리온'은 어떤 플랫폼으로 나오게 되는가?
일단은 스팀과 GoG를 통해 PC용으로 공개될 것이다. 그 외의 모든 안건들은 아직 책상 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아직 말해줄 수가 없다.(웃음)
Q. 과거와 다르게 이제 4X게임은 더 이상 보기 드문 장르가 아니다. 게이머들이 이 많은 게임들 중 '마스터오브오리온'을 플레이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첫 번째 이유는, 이 게임은 최고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 마스터오브오리온이 유저들에게 준 느낌을 모두 살려냈다는 점이다. '마스터오브오리온'에서 게임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은 빅터 키슬리 대표는 본인의 아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길 바란다. '마스터오브오리온'은 그 옛날 게임을 즐겼던 이들에게 주는 헌정이며, 동시에 게이머들의 추억을 되새기게끔 하는 열쇠가 되고, 나아가 젊은 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