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콤 기술개발팀 소속 '오오이 유키' 디렉터

게임잼(GameJam), 게임업계와 개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임시로 팀을 꾸리고 한정된 시간 동안 게임을 만드는 행사이다. 주로 해외에서 개최된 이벤트였지만, 이제는 한국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게임잼이 열리고 있다.

작년 세덱(CEDEC2014)에서는 반다이남코 스튜디오가 자사에서 개최한 게임잼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올해는 캡콤에서 '캡콤 vs 학생! 캡콤 게임잼에서 형성된 유대감'이라는 주제로 게임잼의 개최와 준비 과정, 교훈 등 행사 개최와 관련된 노하우를 공유했다.

캡콤 기술개발팀 '오오이 유키' 디렉터는 간단한 자기소개에 이어 "저희가 게임잼을 개최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게임업계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죠.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게임 개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라며 게임잼의 개최 동기를 전했다.

캡콤 게임잼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캡콤 인터쉽을 대체하는 행사로 도쿄와 오사카 두 곳에서 진행됐다. 올해가 첫 행사였기 때문에 게임잼을 준비하는 스태프 대다수가 미경험자였다.

게임 제작의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게임잼에서는 번거로운 측면의 부분은 될 수 있는 대로 제외했다. 또한, 결과에 따른 좌절보다는 참가자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 개발자에 대한 동경심이 피어나는 것도 고려했다고.


참가자들이 '즐겁다', '기쁘다', '훌륭하다'고 느끼도록 하는것이 캡콤 게임잼의 메인 콘셉트이다. 이를 바탕으로 캡콤은 행사에 '경쟁' 요소를 가미했다. 본래 게임잼은 '협력'을 기반으로 하며, 경쟁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하지만 캡콤은 참여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대전 형식으로 진행했다.

경쟁만 있다면 참여자들의 마음이 더욱 부담스러울 터. 그래서 캡콤 사원들은 참여자들에 대해 전면적으로 지원했고, 참여자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는 게임잼 참가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자에 대해 더욱 이해할 기회로 작용했다.

운영팀은 크게 '인사담당자' 2명과 '개발 인재 육성 담당자' 2명, 그리고 발표자가 맡은 '기술 담당자'로 구성됐다. 원활한 게임잼을 위해서는 경험이 있는 자가 적어도 한 명 이상은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는 게임잼을 준비하면서 신경 썼던 점을 '사람'과 '사물', '비용' 3가지 분야로 나누어 설명했다. 단, 기재 임대료나 행사장 임대 비용 등에 대해서는 발표자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 부문 설명은 제외되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게임잼에 어떤 사람들이 왔으면 하는지, 타겟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지, 참여자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할지를 정해야 게임잼의 성격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캡콤은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 처음으로 개최하는 행사인데다가 팀을 꾸리다 보면 마지막에 결국 가장 부족한 파트가 프로그래밍이라는 게 이유다.

사내 스태프는 크게 두 가지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학생들을 서포트하는 스태프와 게임잼에 참가하는 그룹으로 나뉜다. 그 중 학생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은 젊은 세대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되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 발표자는 이에 대해 "30세 미만의 사람이 학생을 담당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게임잼에 참가하는 캡콤 사원들은 기술력은 물론이며 지식으로도 학생들을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의 프로그래머들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너무 나이가 많은 '아저씨' 세대가 팀원이 되는 건 피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그래서 캡콤 게임잼에서는 게임 개발 경험이 풍부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전반 개발자 위주로 사내 게임잼 참가팀이 꾸려졌다.

참가자와 캡콤 스태프에 대한 기획을 마쳤다면 다음은 개발환경에 대한 구축에 들어간다. 기기나 소프트웨어는 사내에서 참가자 수만큼 준비한다. 이는 개인기기나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의 기기를 가지고 오면 기종이나 프로그램의 버전 등으로 불필요한 충돌이 발생한다는 것. 나아가 캡콤 게임잼은 콘테스트 형식이기 때문에 공평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지급했다.

이번 게임잼에는 '유니티'가 채용되었다.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점과 학생이라도 무료로 입수할 수 있어서, 본 행사에 참여하기 전에 사전 준비를 해볼 수 있다. 인터넷상에 관련 정보가 많아, 공부하기에는 최적의 엔진이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버전 관리'이다. 모든 기기에 같은 버전의 유니티가 설치되어 있는지 미리 살펴보아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게임을 만드는 행사이기 때문에 다른 버전으로 말미암은 충돌은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개발환경을 구축하고 난 뒤에는 자료와 안내서를 만든다. 게임잼 규칙을 제정하고 이를 사전에 참가자들에게 배부하여, 원활한 행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한다.

행사 당일에는 '기술부문 강연 노트'를 참가자들에게 배포해, 버전 관리의 필요성이나 유니티를 잘 사용하는 방법, 게임 개발의 요령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각종 툴의 설치 및 설정과 관련해 절차를 적은 '셋업 안내서' 역시 행사 당일 배포된다.




캡콤 게임잼의 규칙은 간단하다. 3~4명이 한 팀을 만들면 된다.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 최소한으로 필요한 인원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개인 참가나 집단 참가 모두 관계없지만, 집단으로 게임잼에 참가하는 경우 해당 그룹의 인원들이 하나의 팀을 꾸려야 한다.

팀 편성은 실력 있는 사람들끼리 편중되어 구성되지 않도록, 캡콤에서 사전 앙케이드 결과를 기반으로 진행한다. 게임잼은 이틀 동안 진행되는 행사이나 실질적으로 게임개발에 할애하는 시간은 약 15시간에서 18시간 정도(1일 차 11시간+ 2일 차 7시간)이다.

결과 발표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이 아닌, '게임 시연'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방식은 개발자들에게 플레이하는 사람의 반응을 볼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소개할 기회를 부여받는다. 발표 형식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10분이라도 개발에 전념하라는 의미로 시연방식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로써 기본 준비는 끝났다. 하지만 처음으로 게임잼을 개최하는 것이었기에, 행사를 서포트하는 스태프 대부분이 '게임잼 미경험자'였다는 점에서 그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참가자들이 유니티는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스태프들이 확실하게 학생들에게 지도를 할 수 있을까, 규칙이나 개발환경에 부족한 부분은 없을까 등 머릿속을 스치는 불안 요소가 정말 많았습니다. 하지만 백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예행연습을 했어요"

그래서 게임잼이 열리기 전에 캡콤에서는 본 행사와 같은 환경 속에서 예행연습이 이루어졌다. 같은 시간표, 참가자들과 비슷한 인원수, 동일 기재와 환경 등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위해 스태프들은 자신의 주 업무를 모두 중단하고 시뮬레이션 작업에 집중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게임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나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미있는 행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도쿄 게임잼에서는 총 129명이 응모했으며, 그 중 43명이 12개의 팀으로 추첨 되었다. 오사카에서는 83명의 응모자 중 46명이 13개의 팀으로 선발됐다. 참가자 상당수가 이미 한차례 이상 게임잼을 경험해본 이들이었다고 한다. 오사카 참여자 중에는 30%에 해당하는 이들이, 도쿄에서는 50% 이상의 사람들이 유경험자였다.

12~13개의 팀을 서포트하기 위해 총 7명의 스태프가 붙었으며, 한 명의 스태프가 1~2개 팀의 지정 서포터로 배치되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스태프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게임잼이 열렸고,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대성공을 거뒀다.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며 모든 팀이 무사히 게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벤트 종료 후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시행, 전원이 게임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참가자들은 게임잼을 통해 게임업계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명확하게 할 수 있으며, 실제로 게임을 만들면서 게임 개발에 대해 배워갈 수 있다. 나아가 짧은 시간 동안 팀원들과 협업을 하면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시간배분의 중요성 역시 게임잼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스태프들도 게임잼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트랜드나 관심 분야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본인이 평소에 일하고 있는 개발환경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면서 본인이 배워가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올해도 게임잼을 준비할 겁니다. 이제 슬슬 기획에 들어갈 시기네요. 게임잼을 통해 배운 노하우를 사내에서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아까우니깐요. 기회가 된다면 사내뿐만이 아니라 타사와의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게임잼을 열어보고 싶습니다. 게임업계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