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 게임단 중 하나이다. e스포츠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SKT T1과의 라이벌 구도는 10년 가까이 되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끝나고, 롤이 새로운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두 팀의 라이벌 구도는 이어졌다.

하지만 서로 주고받던 스타크래프트 때와는 다르게 롤에서는 SKT T1이 압도적으로 높은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다. 2013년도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던 잠실. kt 롤스터는 SKT T1에게 역스윕을 당했다. 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지만, kt 롤스터에겐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다. 많은 제도가 바뀐 뒤 새롭게 문을 연 롤챔스. kt 롤스터도 SKT T1도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여전히 SKT T1이 압도적인 상대 전적을 자랑하고 있다.

SKT T1의 폼은 현재 하늘을 뚫을 것 같다. 정규 시즌 17승 1패, 승률 94%. 2013년도 SKT T1의 전성기를 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2014년도 롤챔스의 왕조를 이끌던 삼성 블루를 잡았던 그때도 kt 롤스터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시 한 번 주인공이 될 기회가 왔다. 우승했으나, 롤드컵 진출은 좌절됐던 그때와는 다르다. 확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맴버들 역시 실력에 물이 올랐다.

먼저, kt 롤스터의 기둥인 '썸데이' 김찬호는 못 했던 적이 없다. 이번 시즌 kt 롤스터의 세트 승리는 28승, 김찬호의 MVP 포인트는 1400. 절반의 경기를 김찬호가 캐리 했다. '마린' 장경환은 최고의 선수이지만, 김찬호도 마찬가지다. 기량이 정점에 달했다는 평을 받는 두 선수의 대결인 만큼 탑 라인의 승부는 치열할 것이다. 장경환을 대표하는 챔피언 럼블과 마오카이. 김찬호는 럼블을 리븐으로, 마오카이는 피즈로 대응할 수 있는 넓은 챔피언 폭과 강력한 라인전 실력을 갖췄다.

다음은 미드 싸움이다. '페이커' 이상혁, '이지훈' 이지훈 누가 나와도 SKT T1의 미드는 든든하다. 하지만 '나그네' 김상문도 밀리지 않는다. 빅토르와 아지르는 두 팀 미드라이너의 공통분모다. 여기에 김상문은 kt 롤스터의 호전적인 색깔을 더욱 진하게 만드는 다이애나라는 카드를 추가해놨다. 최근 미드는 라인전 보다는 한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공격적인 이상혁의 스타일 상 김상문이 어떻게 무난하게 라인전 페이지를 넘기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섬머 시즌 kt 롤스터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과언이 아닌 '피카부' 이종범은 굴러 들어온 호박이다. 이종범 투입전 1라운드 kt 롤스터의 승률은 11승 10패로 52%. 투입 후 승률은 17승 6패로 73.9%다. '픽서' 정재우가 못한 것은 아니나, 이종범은 팀 전체의 시너지 효과 만들어냈다.

전투를 좋아하는 kt 롤스터의 성향을 더 수준 높은 팀으로 만들었다. 이종범 투입 이전에도 이니시에이팅만큼은 일품이던 '스코어' 고동빈과 함께 들어가는 전투개시는 완벽하다. 상대팀에게는 발 빠른 로밍과 시야 장악으로 강한 압박을 준다. SKT T1 출신인 만큼 상대 팀의 성향 또한 잘 알고 있어, 이번 결승전의 핵심 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애로우' 노동현. 단언컨대 노동현만큼 팀 전체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원거리 딜러는 없다. kt 애로우 시절 정글과 미드 중심으로 풀어져 서포터의 케어를 받지 못했다. 당시 폼이 좋지는 않았으나, 그것을 인정하고 팀의 승리를 위해 자존심을 접을 줄 아는 것이다. 머리로는 알아도 좀처럼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팀의 승리가 없으면 나의 승리도 없지만,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은 많은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현의 또 다른 장점은 '노력'이다. 사람들의 혹평에도 무너지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자신의 단점을 조금씩 없앴다. 현재 노동현의 기량은 최고조다. 이를 방증하는 것은 얼마 전 극적인 승리를 거둔 수능 대박 코그모가 있다. 화려하게 돋보이지는 않지만,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기회를 줬을 땐 제대로 수행할 줄 안다.


마지막으로 kt 롤스터의 주장 '스코어' 고동빈. '앰비션' 강찬용과 함께 정글러로 포지션 변경을 했으나, 스프링 시즌과 섬머 시즌 1라운드까지는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이니시에이팅과 시야 장악만 잘하는 정글러가 고동빈의 이미지였다. 이종범 투입으로 가장 많은 기량 상승을 이뤄낸 포지션은 정글러다. 최근 초반 스노우 볼의 핵심은 서포터와 정글러의 호흡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둘의 합은 롤챔스 최고라고 해도 될 정도다.

후반 한타에서도 마찬가지다. 각이 나오면 주저 없이 함께 들어가 팀의 승리를 이끈다. kt 롤스터의 스마트한 운영의 중심에는 kt 불릿츠 시절부터 고동빈이 있었다. 판은 이미 깔렸다. 졌을 때 잃는 것은 kt 롤스터가 훨씬 많지만, 이겼을 때 얻는 것도 kt 롤스터가 많다. '여름' 강자 kt 롤스터가 다시 한 번 여름을 제패할지 기대된다.


2015 스베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시즌 결승전 경기 일정

SKT T1 vs kt 롤스터(8월 29일(토) 오후 5시)
5판 3선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