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다'는 말 한 마디로는 부족한 시즌이었다. 단 1승을 하기위해 미칠 듯이 노력하고 땀흘리는 팀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최강의 자리에 군림하고있는 팀도 있었다. 또 그 최강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날을 갈고있는 팀들의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 이번 롤챔스 섬머. 여름에 걸맞는 뜨거운 팬들의 응원과 화끈한 명경기들이 있었기에 이번 시즌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인벤팀에서는 이렇듯 뜨거운 열기의 2015 롤챔스 섬머 시즌을 팀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덟 번째 주인공은 KOO 타이거즈 (이하 쿠)다.
■ 보여줄건 보여줬다, 이제 그것을 이어나갈 뿐!
2015년은 롤챔스의 대격변이 일어난 해다. 대회 방식이 풀리그제로 변경되고, 2팀 체제의 프로팀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졌다. 또한, 각 팀의 주력 선수들이 대거 해외 리그로 이탈하여, 리그 전체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달라진 롤챔스는, 시즌2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러한 변화의 폭풍 속에, 한 프로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팀은 전 나진 e엠파이어(이하 나진) 소속 선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도깨비같은 팀이었다. '프레이' 김종인, '고릴라' 강범현과 같은 선수는, 나진의 과거와 현재를 이끌었던 선수였고, 이들이 뭉친 것 만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은 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경기력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다. 그도 그럴게, SKT T1과 나진의 전력이 엄청났고 이 둘이 리그를 집어삼킬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프리 시즌에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양강 체제를 예고했다. 워낙 임팩트가 강했기에, 다른 팀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작된 스프링 시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모인 쿠였기에 어느정도의 성적은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들은 기대 이상을 보여줬다. 쿠는 스프링시즌 1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치고, 최강 SKT T1과 대적했던 유일한 팀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쿠는 항상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IEM9이 그랬고, 스프링 시즌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다 보니, 팬들의 쿠에 대한 평가는 그들의 경기력에 비해 박했다. 분명 강팀이지만, 강팀이 갖는 위압감은 느낄수 없는 팀, 그것이 팬들이 생각하는 쿠의 이미지였다.
아쉬움을 남긴 쿠의 봄, 이로써 쿠의 이번 여름 과제는 정해졌다. 이미 보여주었던 경기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줘, 봄의 기세가 일시적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그리고 만약 이것에 성공한다면 그들이 목표로 하는 롤드컵 진출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쿠는 아쉽게 못찍은 봄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여름의 불볕으로 뛰어들었다.
■ 비틀거리는 쿠 타이거즈, 여기까지가 한계?
비장함으로 시작한 쿠의 섬머 시즌. 하지만 기세 좋게 시작한 것과는 달리, 쿠는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개막전에서 나진을 상대로 패했다. 경기 내용도 좋지 않았다. 이 팀이 과연 직전 시즌 준우승팀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후, SKT T1과 CJ 엔투스(이하 CJ)를 상대로도 패하며, 승점 쌓기에 실패했다.
상대적으로 약체에 분류되는 팀은 확실히 잡아내며 승점을 쌓았지만, 이정도로는 부족했다. 그들은 지난 시즌 준우승자 팀, 따라서 쿠의 목표는 오직 우승뿐이었다. 그 길로 가기 위해선 강팀들을 확실히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쿠는 그러지 못했다.
쿠의 강점은 분명하다. 경험많은 선수들과, 그 선수들이 펼치는 안정적인 운영이 그것이다. 거기에, 지략가 '노페' 정노철의 날카로운 밴픽은, 시작부터 그들의 출발선을 상대방의 출발선 보다 앞으로 당겨주었다. 밴픽 우위를 안정적인 운영으로 승리까지 연결시키는 팀, 그것이 바로 쿠의 팀컬러였다.
그러나 이러한 플레이 스타일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무난하게 간다면야 그 어떤 팀과도 맞상대할 수 있지만, 그들은 작은 변수에도 크게 흔들렸다. 불리한 경기를 뒤집는 힘도 부족했다. 쿠는 분명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그러나 홀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슈퍼 에이스'를 보유하지 못했기에 변수 창출 능력이 떨어졌다.
그렇게 쿠는 상위권과 멀어져 갔다. 분명 강한 팀이었지만, 쿠를 우승 후보로 까지 생각하는 팬들은 많지 않았다. '강팀인데, 이상하게 강팀처럼 느껴지지 않는 팀.' 스프링 시즌부터 팬들의 가졌던 이러한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고해져 가는 듯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쿠에게 결코 좋지 못한 흐름이었다.
■ 부진에 빠진 쿠 타이거즈, 그러나 할 건 확실히 한다!
쿠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정규 시즌이 마무리되었다.
어? 근데 이게 웬일인가, 최종 성적표를 보니, 쿠가 4위에 위치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중위권 다툼에서, 나름의 성과를 낸 것이다. 시즌 초반, 돌풍을 몰고 왔던 진에어 그린윙즈도, 롤드컵 시즌 버프로 무장한 나진도 쿠의 밑에 있었다.
쿠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쿠가 가진 '안정감'이 풀리그제에 잘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분명, 쿠의 스타일은 변수 창출이 힘들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안정감은 따야할 승점은 확실하게 가져왔다. 리그 1위인 SKT T1을 잡는 거나, 최하위인 스베누 소닉붐을 잡는 것이나 모두 똑같은 1승이다. 쿠는 얻어야하는 승리는 확실히 챙겨왔고, 그것이 가능했기에 극심한 부진속에서도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성과만을 달성했다는 것. 스프링 시즌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스프링 시즌에는 결승전에서 도전자를 기다렸던 쿠가, 이젠 가장 밑바닥인 와일드 카드전부터 차곡차곡 올라가야 하는 도전자의 입장이 되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상대는 나진이었다. 여름의 나진은 그냥 나진이 아니다. 롤드컵 시즌만 되면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하는, 다른 시즌과는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여름의 나진'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제 2의 나진이라고 불리는 쿠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였을까? 쿠는 나진을 제압하는 것에 성공한다. 승리라는 성과도 성과지만,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쿠의 강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페의 지략이 빛났다. 쿠는 밴픽 단계에서 나진이 판 함정을 훌륭하게 받아쳤다. 빅토르를 풀어주고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가져간다는 나진의 작전은, 쿠가 준비한 말파이트 카드에 의해 완벽하게 무너졌다.
나진을 쓰러트린 쿠, 그 위엔 CJ 엔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CJ의 최근 흐름이 좋지 않았다곤 하나, 쿠 역시 그렇게 좋다고는 말할 수 없었기에 접전이 될 것으로 보였던 승부. 그러나 경기는 팬들의 예상과 달리 싱겁게 막을 내렸다. 쿠가 3: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CJ를 제압한 것이다. 원래 쿠는 CJ를 상대로 강했다. 두 팀 모두 정석 대 정석 싸움을 즐기는 팀인데, 이러한 변수가 적은 경기에서 쿠는 무적에 가까웠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고, 쿠는 손쉽게 CJ를 잡아냈다.
이제 리그의 흐름이 변했다. 쿠의 정규 리그 부진은 이미 과거의 일. 파죽지세로 포스트 시즌을 돌파해나간 쿠였기에, 기세 좋은 KT 롤스터(이하 KT)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KT는 강했다. 그러나 쿠도 만만치 않았다. 두 팀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블라인드 모드까지 경기를 끌고 간 쿠. 두 팀은 외나무 다리위에 섰다. 그러나 상황은 KT에게 유리했다. KT는 블라인드 픽의 강자고, 쿠는 변수에 약한 팀이었다. 모든 요소가 KT에게 유리하게 흘러갔고, 결국 경기는 KT의 승리로 끝난다. 그렇게 쿠의 섬머 시즌은 마무리 된다.
■ 진인사대천명. 그 자격이 충분한 팀, 쿠 타이거즈
그들의 최종 순위는 3위. 준우승을 차지했던 스프링 시즌과 비교한다면, 이번 시즌이 큰 성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한 걸음 나아갔다. 그들은 스프링 시즌의 선전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고, 다전제에서 연승을 따내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팀 자체의 색깔이 화려하고 요란하지 않았을 뿐, 그들은 소리없이 강한 팀이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후에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사실,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것만을 떼어놓고 보자면,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자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쿠 타이거즈는 이제,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
쿠의 롤드컵 직행은 SKT T1과 KT 롤스터 간의 결승전 결과에 달려있다. 후회없이 모든 걸 쏟아낸 쿠였기에, 그들은 당당하게 '진인사대천명'의 마음가짐을 가질 자격을 얻었다. 과연 쿠의 다사다난했던 여름은, 어떠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
■ 쿠 타이거즈, 섬머 시즌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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