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일)로 3일차를 맞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fest)도 이제 막바지입니다. 3일 동안 약 80개의 인디 게임이 전시되었는데요. 정말이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플랫폼도 가리지 않고 엄청난 퀄리티의 게임들이 쏟아졌습니다.

본래 취재를 시작하며 이 게임을 모두 해보겠다! 라는 각오를 다진 기자이지만, 아무리 해도 그건 불가능 했어요. 그래서 미약하게 나마, 플레이 해 본 게임 중에 10개를 추려 여러분께 소개해보기로 했습니다. 모든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못했기에 제가 놓친 명작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것은 본 기자의 부족함입니다.

이 수많은 게임들 중에서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었던 게임은 지극히 취재 기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총 10개 작품을 뽑아 보았습니다. 개중에는 이미 출시된 작품도 있고, 스팀 얼리 액세스 등을 통해 맛보기가 가능한 게임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아직 출시 되지 않은 게임들입니다. 마음에 드는 게임이 있으신가요? 그럼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봅시다.



패러디와 탁월함이 만들어낸 극화, '다이스티니'


다이스티니는 글쎄... 뭐랄까... 그런 표현이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쓸 수 없는 표현인데, 여튼 그러한 '맛'이 납니다. 근데 매우 정제된 맛입니다. 이를테면 백종원씨가 만들어내는 음식 같아요. 흔한 식재료, 어디선가 본거 같은 요리인데, 그게 매우 훌륭하고 컬트적인 맛이 있습니다.

상당히 간소화된 익숙한 보드게임 판이 있고, 그 위에서 내 캐릭터와 악당이 1대1 대결을 펼칩니다. 생김새가 하나같이 비범하죠. 마치 미국의 어느 전 주지사님이 젊었을 적 맡은 캐릭터 같습니다. 이 게임은 그런 식입니다. 패러디가 넘쳐나는데, 그게 참 시의적절합니다. '이게 뭐야!' 하고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 왕왕 나오죠.


게임의 기본은 간단합니다. 대략 카드 배틀 게임과 모노폴리를 섞어놓은 느낌인데, 모노폴리에서 호텔을 세우듯 맵 곳곳에 내 부하를 심거나 함정을 설치해두고, 상대편 캐릭터가 걸릴 때까지 기다립니다. 상점에 들러 캐릭터를 강화하는 카드를 사기도 하고, 스킬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한 번 쯤 상대 캐릭터를 마주치면 바로 싸움입니다. 정해진 공격력과 방어력을 교환하고, 스킬이 있다면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하고 나서 든 생각은, 모바일 플랫폼에 참으로 어울리는 게임이다 였어요. 틈틈히 시간이 빌 때 한 번 씩, '난 죽음을 택하겠다!' 라고 외치는 대신 주사위 좀 굴려가면서, 또 자본주의의 싸움이 아닌 총칼 난무가 보고 싶을 때 고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았습니다.

여담으로, 시연 부스에 놓인 옛날 영화 포스터 컨셉의 게임 아트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감성이 가득 녹아든 것이야 말로 이 게임이 가지는 막대한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요?

▲ '다이스티니' 트레일러


무채색 조형이 주는 아름다움, 'BOKIDA(벗기다)'


사실 처음 'BOKIDA'를 보았을 때는 어떤 게임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시연을 하고 있는걸 보았을 때에도 무채색의 백색 위주의 화면, 가끔씩 나타나는 오브젝트만으론 이게 뭐하고 있는건지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러다 제가 직접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고, 튜토리얼을 플레이하고 나니 하나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블럭을 생성하고, 가공하고, 움직이고, 없애는 네가지 툴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튜토리얼을 깨고 진행해나갈 수록 높은 점프, 활공 등 다양한 움직임을 제공하죠.


개인적인 첫 느낌은 보다 세련되고 모던한 방향으로 만들어진 마인크래프트 같았습니다. 제가 튜토리얼을 깼을 때 쯤 전시자가 다른 사람을 가르쳐주느라 한동안 혼자 플레이 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필드를 마음대로 오가며 여기저기 세워진 멋진 조형물을 구경하고, 비슷한걸 만들어내고 있었더니 "시연자 중에서 당신이 가장 멀리 돌아다녔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필드의 기본 디자인도 매력적이고, 툴을 이용해 블럭을 가공하는 것도 꽤 재미있습니다. 단순히 정육면체 큐브의 집합이 아닌, 모든 각도의 선형 절단이 가능해서, 노력 여하에 따라 세밀한 조각도 가능했습니다. 마인크래프트의 툴이 레고라면, 이 게임의 툴은 조각 하는데 쓰는 정과 끌 같았달까요?

마치 조각같은, 오직 하얀색 뿐인 표면을 이용해 이런 멋을 만들어내었다는 것도 참 대단했습니다. 화려한 치장보다는 단순함이 돋보이는, 그야말로 'Simple is the Best' 라는 말에 어울리는 게임이었습니다.

▲ 'BOKIDA' 트레일러


박자감 있는 액션의 취향 직격, '스매싱 더 배틀'


사실 본 기자는 게임을 할 때 여캐에 그렇게 끌리는 편이 아닙니다. 온라인 게임을 하면 항상 남캐만 했고, 그것도 타우렌이나 늑대인간 같은 우락부락한 녀석들을 하곤 했죠. 처음으로 '여캐를 주캐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건 '메이플스토리2' 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근육남캐를 좋아하는 저에게도 가끔씩 여캐가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데, 바로 '스매싱 더 배틀'이 그랬습니다. SF적 디자인의 장비를 걸치고, 컬러링도 화사하니 멋진 여자캐릭터가, 게임을 시작하면 배경에서 박자에 맞춰 통통 뛰고 있습니다. 뭐랄까, 이런 묘한 박자감은 게임 전체에 녹아있었죠.


사실 이 게임, 디자인적으로는 이미 완벽합니다. 베테랑 현직 아트 디자이너가 개발을 했으니 당연하죠.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조작감도 대단히 만족스러웠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는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가상 패드 조작을 그닥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매싱 더 배틀'은 플레이 하는 내내 별다른 불만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그만큼 조작 최적화도 잘 되어 있었고, UI의 가독성도 매우 좋았습니다.


액션도 상당히 시원합니다. 역시 일정 박자에 맞춰 통통 튀는 캐릭터를 움직여 공격, 회피를 반복하고, 사용하는 기술도 지나치게 복잡하기 보다는 필요한 것만을 갖추어 놓았습니다. 덕분에 캐릭터가 내 의도대로 움직이는, 조작하는 맛이 있었죠. 세련된 그래픽은 효과적이며 개성적이고, 조작감은 여느 게임에 꿀리지 않는 재미를 보장해 줍니다.

여담이지만, 행사장에서는 특별 피규어가 있었는데, 바로 극악 난이도의 스페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받을 수 있는 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극악 난이도의 스페셜 스테이지, 도전 3회차 만에 기자는 GG를 쳤다는 후문입니다.

▲ '스매싱 더 배틀' 플레이 영상



접대용 혹은 우정파괴 게임, 'Arena Gods'


전시장을 돌아다닐 때마다 어느 한켠에서는 계속해서 웃음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그곳은 바로 'Arena Gods'의 부스였는데요. 일군의 무리가 모여 항상 게임을 하고 있었죠. 계속해서 많은 사람이 있었기에 저는 시간을 보다 잽싸게 그 무리에 동참했고, 개발자로 보이는 친구가 바로 패드를 쥐어주었습니다.

재미있던건, 이 게임을 하는데에는 단 한마디의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개발자는 단 3개의 버튼이 그려진 안내판을 가리키며 이걸 참고하면 된다고 했죠. 그리고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지형에 따라 상하좌우가 연결된 전투장에서 네 명의 캐릭터가 등장했고, 이 네 명의 검투사는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는 걸 직관적으로 깨달았습니다.


게임은 정말 간단하지만, 그 재미는 대단했어요. 처음 어리버리 익숙하지 않은 조작 때문에 몇 번 연달아 죽었는데요. 한 두 판 지나고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무참히 적을 피칠갑으로 만들어버리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살아남는 건 단 한 명, 맵에 일정 주기로 생성되는 무기를 주워 싸우거나, 던지거나, 주먹을 휘둘러 하나씩 잡아내야 했습니다.


이 게임도 대단했던 것이, 조작감이 참 훌륭했고, 이런 간단한 게임 속에서도 일종의 슈퍼플레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상하좌우가 연결된 부분이 있어서, 이쪽으로 창을 던져 맵 반대편의 적을 꿰어 죽이기도 하고, 날아오는 창을 낚아 채 역으로 공격하는 등의 플레이도 나왔죠. 이런 순간마다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나오던 거였습니다.

'대난투' 시리즈나 '갱비스트' 같은 친구들끼리 즐기곤 하는 접대용 게임, 혹은 우정파괴 게임이 생각나는 물건이었습니다. 한 번 쯤 회사에서 동료 기자들과 하면 어떨까 싶기도 했는데, 한 번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 '아레나 갓' 트레일러


그녀는 언제나 정 중앙에, 'Cerulean Moon'


본 기자에게 플랫포머는 언제나 선망의 장르입니다. 굉장히 재미있어 보이고, 멋진 게임도 많이 나오지만, 잘하지 못하거든요. 최근 '삽질 기사'나 '오리' 같은 플랫포머 명작들이 꽤나 나왔지만 사놓고도 어려워서 깨지 못하는 엄청난 슬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조작이 어려워 벽이 되곤 하는 플랫포머 게임들, 하지만 이 조작의 법칙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기존의 플랫포머들은 고정된 맵에서 캐릭터가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 'Cerulean Moon'에서 캐릭터는 언제나 화면 중앙에 있습니다. 물론 그녀는 걷고, 뛰고, 낙하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위치는 언제나 고정되어 있고, 흘러가는건 배경과 맵입니다.


'Cerulean Moon'는 굉장히 독특한 조작감을 가지고 있는데, 플레이어가 얼마나 빠르게, 강하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건너가야 하는데 거리가 멀다? 매우 빠르게 터치 혹은 마우스를 옮기면 됩니다. 그러면 그만큼 빠르게 맵이 밀려나죠. 정말로 '배경을 움직인다'는 조작감이 어떤 것인지 전해져 옵니다.

좌우 스크롤이 컨트롤의 전부인 만큼, 점프키 없습니다. 점프 없는 플랫포머라니, 그게 과연 재미있을까요? 네, 엄청나게 재미있습니다. 귀여운 가면녀 캐릭터는 여기저기 통통 뛰어다니고, 급류를 타고 내려가고, 치마를 펄럭이며 낙하합니다. 그 모든 움직임은 유저가 입력하는 방향과 가속도에 따라 변화합니다.

그래픽도 예쁜데, 조작의 반전이 매우 신선한, 멋진 게임입니다. 무엇보다 터치 인터페이스에 적합하다는게 요즘 게임 추세에서는 큰 매력이 아닐까요. 플랫포머 장르의 팬이라면 한 번 쯤 해봐야되는 게임이 아닌가 합니다.

▲ 'Cerulean Moon' 플레이 영상


역사는 언제나 최고의 이야깃거리,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


개인적으로 역사 속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을 참 좋아하는 편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현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라는 말이 수긍이 가곤 합니다. 그리고 그런 변칙적인 역사들은 대개 전쟁이나 분쟁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나오곤 하는데, 그래서 전쟁사가 교양서적계의 스테디셀러가 아닐까 합니다.

'아미 앤 스트레테지'는 이런 세계사의 주요 순간순간을 활용해 전략 게임으로 풀어낸 케이스입니다. 사실 처음 이 게임을 보면 특유의 미적 감각,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에 혹하게 되는데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시나리오들을 플레이해나가다 보면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게임의 강점 중 하나는 아무래도 실제 역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잘 버무려낸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게임 내에서 패러디를 통해 웃음을 주려고 한 시도는 몇 번 있었어요. 이 게임은 그게 상당히 찰집니다. 대사 처리라는 것이 결코 쉬운 것도 아니고, 이렇게 SD 형태로 데포르메 된 캐릭터로 뭔가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굉장히 스토리에 몰입이 잘되고, 웃음도 몇 번 자아냈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배경이 되는 당시의 정치와 종교 상황을 적절히 활용한 관련 시스템이 아니었나 합니다. 사실 중근세 유럽은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매우 치밀한 갈등관계가 많았고, 실제 전쟁은 겉치레인 경우도 있었죠. 마치 '왕좌의 게임'에서 보는 정치적 갈등을 게임 내에서 보고, 그런 수단을 써서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종교 회의에서 자신의 적을 이단으로 몰아가 투표에 붙이고, 몰래 획득한 성물 등을 활용해 자신의 신성성을 강조, 상대가 반박하지 못하고 바로 이단의 낙인이 찍히도록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정적을 제거해나가며 패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한데요. 스팀 그린라이트도 통과한 이 게임, 현재 가열차게 출시를 위한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른 시일 내에 완벽한 모습으로 만나보길 기대합니다.

▲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 트레일러


언제나 To be Continued, '용사는 진행중2'


사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완전한 신작이 아닌 시리즈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다수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처녀작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용사는 진행중2'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반대로 돋보였습니다. '용사는 진행중' 1편은 1명의 개발자가 상용 아트 리소스 등을 활용해 만들어낸 1인 개발 게임이었고, 기자가 인디 게임 개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게임이기도 합니다.

게임의 기본 구조는 1편과 비슷합니다. 용사는 언제나 앞으로 전진하고, 우리는 이 무대뽀 용사를 살리고, 적을 처치하기 위해 바쁜 컨트롤을 해주어야 하죠. 다만 용사가 총 네 명이 되었고, 또 각각의 용사는 제각각의 라인을 맡게된다는게 차이점입니다. 사실 처음 시연 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손으로만 플레이 했는데요. 왠걸, 난이도가 쑥쑥 올라가니 두손 다 쓰는 것은 물론이고, 각 용사의 특징, 또 용사 교체의 쿨타임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했던게, 뭔가 성장을 시킨다 하더라도 단순히 수치만 올라가는 것과 보다 많은 조합이 생기는 것은 큰 차이가 있죠. 처음 제공되는 용사들을 포함해 약 20종의 용사가 준비될 예정인데, 누구는 관통하는 원거리 공격을 하고, 누구는 근접공격을 해 상대를 밀어내며, 누구는 빠른 속사를 퍼붓습니다. 스킬도 제각각 다릅니다.


결국 '용사는 진행중2'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용사죠. 다양한 특징의 용사는 이 게임이 특별할 수 있는 최대의 강점입니다. 간단하지만 파고들 수 있는 플레이, 그리고 다양한 용사의 조합이 섞여들어 간다면 한시간 쯤 잡아먹는건 쉽겠더라구요.

여담으로, 한가지 깨알 같았던 것은 용사별로 스토리가 있고, 스토리 스테이지를 통해 이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인데, 하트 육두문자를 내뱉는 군인 용사가 특히나 인상(?) 깊었습니다.

▲ '용사는 진행중2' 플레이 영상


정통파를 위장한 신선함, '문 헌터'


행사장 입구를 지키고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던 게임, '문 헌터(Moon Hunters)'는 사실 처음에는 그 미려한 그래픽만 보였습니다. 뭐랄까, 2D 그래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묘한 파스텔 톤의 색감과 도트 그래픽으로 레트로 게이머들을 붙들었죠. 저도 멍하니 플레이 장면을 지켜보곤 했습니다.

플레이를 하다보면, 언뜻 평범한 RPG 같아 보입니다. NPC에게 대화를 걸면 정통 JRPG 처럼 일러스트가 포함된 대화가 진행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임무를 받아 들어줍니다. 익숙해요. 하지만 점점 더 나아가다보면 뭔가 하나씩 다릅니다. 전투는 정통 RPG보다는 오히려 '매지카' 가 생각나고, 각 지역에는 뭔가 숨겨진 요소들이 있어, 보물찾기 퍼즐을 하는 느낌이 들죠.


성장 방식도 독특합니다. 전투가 끝나고 밤에 파티가 휴식을 취할 때 누구는 요리를 하고, 누구는 장비를 고치는 식으로 나가면, 그에 맞춰 능력치가 오릅니다. 글쎄, 절대 미각이라도 생기는걸까요? 이런 성장은 생각보다 직관적이고,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그냥 레벨업해서 포인트를 얻고, 그 포인트를 분배하는 식보다 훨씬, 훨씬 사실적이죠.


'매지카' 생각이 나는 전투는, 최대 4인 멀티플레이까지 지원해서 우정파괴 게임으로서의 가능성이 언뜻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방식의 전투죠. 어찌되었든 네 명의 캐릭터는 겉모습에서 부터 '나는 다른 놈들과 다르다!'를 외치고 있었고 그런 개성 또한 매력적이었습니다.

'문 헌터'는 영문판이 전시되었지만, 현재 한글판도 진행중이고, 내년 1월 중으로 영문, 한글 버전을 동시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꼭, 친구들을 모아서 같이 해보고 싶은 게임이었습니다.

▲ '문 헌터' 트레일러


Less is More, '딤 라이트'


기자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건축가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Less is More'라는 말로 유명한 모더니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인데요. 저 스스로 일종의 사명처럼 여기는 말이기도 합니다.

부산에 오기 전, 하나씩 게임의 라인업을 살펴보다가 동영상을 보고 기대를 왕창 가지게 된 게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모바일 게임 '딤 라이트(DIM LIGHT)'죠. 영상을 보고 혹한 것은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깔끔함 그 자체인 게임 플레이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다할 UI도 없고, 조작도 굉장히 단순한데, 뭔가 멋있습니다. 느낌이 확 옵니다.


그래서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었을 때, 헤드폰을 끼우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로 플레이를 했습니다. 사실 개발자 분들이 무어라 조언을 해주셨는데, 헤드폰 너머라 잘 들리지 않았고, 일단 혼자 부딪혀보자 했어요. 당연히 조작도 직관적입니다. 한 번 누르면 그 방향으로 걸어가고, 두 번 탭하면 달려가고, 살짝이라도 드래그를 하면 플래시라이트를 비춥니다.

좀비 비슷한, 뭔가 괴물들을 피해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동하는데, 왜 이런 상황인지, 저들은 무엇인지 하는 설명은 주어지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챕터 시작전 나오는 한줄의 멘트로 충분하죠. 가장 먼저 깨닫게 해주는 감각은 청각입니다. 어디선가 괴성이 들리고, 긴장한 캐릭터의 심장박동이 들리면 절로 긴장이 됩니다. 여기저기 플래시라이트를 비추다 괴물이 나타났다! 가 되면 달립니다. 살아남기 위해서요.


참 대단한 것은, 이 작은 화면, 이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굉장한 몰입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는 점입니다. 다른게 아쉽지 않아요. 약간은 부족한 그 느낌이 오히려 더 공포스럽고, 긴장되게 합니다. 일단 확실한건, 이 게임을 할 때는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이어폰을 끼고, 혼자 해봐야겠다는 거였죠.

'딤 라이트'는 현재 안드로이드로 출시되었고, iOS도 조만간 출시될 예정입니다. 슬프게도 iOS 이용자인 기자도 어떻게든 이 게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느낌을 좋아하신다면 아무래도 최상의 게임이 아닐까요?

▲ '딤 라이트' 트레일러


완벽한 기본기가 바로 비결, '서브테레인'


'서브테레인(SubTerrain)'은 본 기자가 가장 마지막에 체험해 본 게임이었습니다. 사실 그만큼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죠. 올드스쿨 타입의 2D 그래픽인데다, 제가 참 좋아하는 호러분위기의 좀비물이었으니 말이죠.

게임은 상당히 직관적이었습니다. 사용하는 키는 딱 적당한 수준이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 이동하고, 시야를 돌리죠. 게임은 주인공이 갇혀있던 우주 감옥에 모종의 사건이 터지고, 좀비들이 창궐한 화성 우주 기지에서 주인공은 홀로 남아 이 생지옥을 해쳐나가야 합니다. 아, 얼마나 매력적입니까.


처음에는 그저 스토리 드리븐 방식의 일직선형 게임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웬걸, 이 게임, 오픈월드입니다. 그것도 굉장히 디테일 높게 맵을 구현해놓았습니다. 바닥에는 시체, 벽에는 피가 가득, 아무도 없는 우주 기지에, 사람이 살던 흔적은 그대로고, 전력이 끊긴 문,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어떤가요? 막 절로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고 싶지 않나요?


게임을 하면서 뭔가 진짜 이 장소를 내가 탐험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곳저곳 탐색하고, 가끔씩 출몰하는 적을 해치우고, 오브젝트를 발견해서 작동시키기도 하고, 아이템을 구하러 돌아다니고. 흔히 던전 크롤(Dungeon Crawl)이라고 부르는 장르가 생각났죠. 사실 이 게임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만, 이 던전 크롤 게임으로서 탄탄한 기본기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다만 굉장히 배드 애스 다운 주인공 대사가 한글 번역이 좀 많이 부드러워서 적응이 잘 안되었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지만요. 이 게임, 만약 각잡고 플레이하기 시작한다면 서너 시간은 거뜬히 잡아먹을 것 같았습니다. 2D로 구현된 오픈월드 던전 크롤이라, 흔치 않지만, 정말 강력한 조합이 아닐까요?

▲ '서브테레인'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