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열기가 서서히 가시고 쌀쌀한 가을바람이 찾아올 무렵. 아직 VIPL의 플레이오프 무대는 한여름보다 뜨겁다. 치열한 열기 속에서 살아남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각 팀만의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영웅 컨트롤이 뒷받침되는 팀들이라 해도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지 못해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는 것이 바로 VIPL의 무대이다.

이렇듯 뜨거운 이번 VIPL 플레이오프의 4강 B조 무대. VWI 우승의 주역 무적함대와 중국의 강호 헌터즈가 만났다. 특히 2세트에서는 결승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엄청난 '꿀잼' 경기가 나왔고, 치열한 접전 끝에 헌터즈가 결승으로 가는 티켓을 손에 쥐었다. 과연 헌터즈는 어떻게 해서 무적함대를 꺾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파헤친다.


▲ 결승전이라 해도 믿을 법한 멋진 경기를 보여준 두 팀.



■ 완벽한 '운영' 능력을 보여주다!

헌터즈의 팀 특성상 1레벨부터 강력한 정글 압박을 넣는 것이 일상이지만, 평소 만큼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진 않았다. 때문에 레인에서는 무난하게 CS를 챙기는 그림이 나왔으나 무적함대는 3레벨 갱킹이 매우 강력한 '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갓파더' 입장에서는 분명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갓파더'의 링고는 라인을 애매하게 당기기보다는 쭉 밀고 상대 레인 하단 부쉬에 미리 들어가 시야를 확보했고, 정글 듀오의 경우 계속해서 맵 중앙을 넘어다니며 무적함대의 신경을 건드렸다.

게임 시작 4분. 헌터즈의 플레이는 확실히 '준비한' 플레이였다. 약간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갓파더'는 금광부가 나오자마자 라인을 더욱 강하게 밀기 시작했다. 만약 갓파더가 CS 섭취를 원활하게 하고 싶었다면 라인을 밀지 않았겠지만 헌터즈의 목표는 바로 '금광부'였다. 헌터즈의 정글 듀오는 라인을 밀고 빠르게 합류한 갓파더와 함께 기습 금광부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


▲ 무적함대의 허를 찌른 신의 타이밍!


하지만 상대는 무적함대였기 때문에 이점 하나만으로는 확실한 승기를 잡기 힘들었다. 기습적으로 금광부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대응으로 위기를 넘긴 무적함대였다. 어느덧 골드까지 무적함대가 앞서가기 시작했으나, 헌터즈는 위축된 플레이를 펼치지 않고 금광부 싸움을 집요하게 걸었다. 골드 차이가 나는 상황에 금광부 주도권까지 빼앗겨 버린다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헌터즈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정글 싸움을 유도했다.

무작정 싸움을 한 것은 아니다. 항상 레인이 상대 쪽으로 밀려있는 상태에서 한타를 열었기 때문에 싸움에서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가장 중요한 포탑을 내주진 않았다. 미니언 광산도 진작에 점령해놓았기 때문에 레인은 계속해서 무적함대 쪽으로 밀렸고 헌터즈가 한타에서 조금만 이득을 보아도 바로 크라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첫 번째 크라켄 포획에 성공한다.

이후로는 모든 것이 헌터즈의 그림 대로였다. 계속되는 미니언 웨이브+크라켄에 의해 포탑 3개가 밀린 무적함대였기 때문에 정글 주도권을 완전히 내줘 마음이 급한 상태였고 결국, 마지막 정글 싸움에서 큰 실수가 나오며 결승 티켓을 헌터즈에게 내줬다.

극후반에 해당하는 20분이 지난 시점에도 타워하나 밀리지 않은 것을 보면 헌터즈가 얼마나 빡빡하게 운영을 했는지 알 수 있었으며, 미니언 광산 활용의 정석이 무엇인지 또한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운영의 승리였다.


▲ 극후반에도 타워 하나 밀리지 않은 헌터즈



■ 반사의 완갑은 선택이 아닌 필수!

헌터즈가 오프젝트 컨트롤을 빡빡하게 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 하나만 잘했다면 무적함대를 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헌터즈가 금광부를 끼고 싸운 한타에서도 무적함대는 저력을 보여주며 번번이 승리했고 초반의 차이를 역전해냈다.

하지만 헌터즈는 가장 중요할 때 침착했다. 핵심 군중 제어 역할을 수행해야 할 '와인'의 쥴을 '반사의 완갑'을 통해 무력화시킨 것. 한 명만 짤려도 에이스를 당하며 대패를 할 수 있던 타이밍에 갓파더 링고와 완즈 셀레스트의 순간적인 '반사의 완갑', '도가니' 활용은 단연 빛났다.


▲ 만약 이 시점 갓파더가 끊겼다면 최소 에이스+금광부.


화력에서는 무적함대가 전혀 밀릴 것이 없었지만 CC기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압도적인 싸움을 할 수는 없었고 결국, 미니언 광산을 잘 챙겨놓은 헌터즈 쪽이 이후의 운영에서 훨씬 편했다.

만약 팀의 핵심 딜러 역할을 해야할 갓파더와 완즈가 반사의 완갑을 제 때 사용하지 못하고 '로켓 점프'나 '무자비한 추격'에 의해 계속해서 허무하게 잘렸다면 이렇듯 명승부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무적함대가 골드는 크게 앞선 상태였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헌터즈의 집중력이 잘 발휘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자동 반사급 완갑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