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반다이 남코 부스에서 익숙한 그림체의 소년들이?

반다이 남코 부스를 돌다가 유난히 눈이 부셔 발길을 멈추게 하는 타이틀을 만났습니다. 타이틀 명은 '세인트 세이야 솔져스 소울'로 그야말로 번쩍번쩍 광휘가 나는 금빛 갑주를 입은 성투사들이 서로의 명예와 사명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대전 액션 게임이었습니다.

물론 원작은 워낙 어릴적 본 만화이기 때문에 한 눈에 봐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눈이 부실정도의 광택을 자랑하는 갑주와 시리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세이야가 "페가수스 유성권!"을 호쾌하게 외치는 장면을 보고 나니 금새 수긍이 갈 정도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대전 격투 액션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며, 반다이 남코에서 개발한 철권 시리즈나 건담 vs 시리즈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건 지나칠 수 없어! 라며 재빨리 줄을 서서 체험해봤습니다.

사실 한국 내에서는 '천공전기 슈라토' 같은 만화가 좀 더 인지도가 있을지도 모르나, 이러한 갑주를 입은 소년들이 싸운다는 설정의 원조는 세인트 세이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원작에서도 만화 특유의 특수선을 이용하여 호쾌한 액션을 보여줬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컸습니다.

첫 화면은 캐릭터를 선택하는 화면인데, 17종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었고 일반적인 대전 격투 액션의 셀렉트 화면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모든 성투사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눈을 감고 있어서 인상에 남은 샤카부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인 알데바란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알아보니 일부 캐릭터만 시연중이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면 다른 황금성투사들은 물론, 신투사나 해투사, 백은성투사 등 더욱 많은 캐릭터들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죠. 심지어 아테나와 하데스, 포세이돈 등의 성투사가 아닌 갓 클래스에 속하는 캐릭터도 플레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캐릭터를 선택하면 어떤 성의를 입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데, 착용할 성의에 따라 캐릭터의 성능과 기술이 완전히 달라져 같은 캐릭터라도 다른 액션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캐릭터 수가 적어보이지만, 성의를 바꿔 입으면 새로운 캐릭터로 재탄생!


일단 직접 체험해 본 캐릭터는 효가를 비롯하여 샤카 둘이었는데요, 시연 시간이 비록 넉넉하진 않았지만 한 번 대전을 하는데 생각외로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한 라운드의 타임이 99초가 주어지는데, 가끔 타임 아웃으로 승패가 갈릴정도죠.

이렇게 게임 진행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게임 내에서 각종 스킬을 사용 시, 컷인은 물론 필살기에 따른 연출이 무조건 들어가므로 여기서부터 상당한 시간을 잡아 먹습니다.

특히, 샤카의 천무보륜 같은 필살기는 20초를 잡아 먹어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다른 캐릭터들의 필사릭도 최대한 원작 구현에 충실하기 때문에 10초 이상은 가볍게 걸립니다.

이 부분은 세인트 세이야의 팬이라면 뛰어난 원작 구현에 행복할지 모르나, 빠른 템포의 액션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다소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겠네요.

▲ 필살기 쓰는 중입니다. 다들 멈추고 화면 감상에 집중하시죠!


그리고 대전 격투 액션 장르지만, 실제로는 캐릭터들의 움직임이나 게임 시스템이 건담 vs 시리즈에 더욱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틱으로 8방향 움직임이 가능하고, 가드 버튼이 따로 존재하며, 약공격 / 강공격 / 스탭 / 특수 기술 등으로 확연하게 구분된 키 배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철권처럼 키 버튼의 조합이나 레버를 통한 커맨드 입력 방식이 아니라 건담처럼 각 버튼별 무장과 스탭 및 대시, 그리고 점프를 이용한 회피 기동 등 슈팅 대전 게임이라 할 수 있더군요. 건담 vs 시리즈를 평소에 즐겼다면 별 무리없이 게임에 적응할 정도였습니다.


▲ 기술 커맨드 책자를 안주길래 궁금했는데, 커맨드가 없었다니?!


그래도 슈팅보다는 대전 게임이라 생각되는 부분은 가드를 하면서 반격이나 뒤잡기, 그리고 상대의 딜레이를 노린 카운터 등 간단하지만 심오한 패턴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드 버튼이 따로 존재하는 대전 액션 장르는 많은데다, 최근 2D 게임들도 대부분 3D개념을 빌려 점프 외에 횡축으로 이동할 수 있어 기존 격투 게임 유저들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 때릴테면 때려봐라! 받아쳐주마


약공격, 강공격에서 점프별 공격 판정이 달라지고, 캐릭터별로 원거리 견제 스킬이 전부 다르므로 서로의 공격 범위가 이를 피하고 카운터를 노리려는 사람끼리 치열한 심리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의 종류가 캐릭터마다 한정되어 있고, 캐릭터간의 리치나 상성차가 밸런스가 덜 다듬어진 모습이 보였습니다.

물론 아직 정식 발매 전이니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익숙해져도 패턴이 단순화되는 느낌입니다. 눈치가 빠른 유저라면 가드 버튼보다는 회피, 그리고 상대의 사각으로 순간 이동해서 카운터를 노리는 전략을 취할텐데요, 여기서 상대도 회피에만 집중하면 전방위 공격이 아닌 이상 서로 시간이 흐를때까지 제대로 공격을 맞추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됩니다.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는 수단도 거의 없는 편이라 약공격 패턴 이후 원거리 공격을 날리거나, 혹은 필살기를 사용하는 정도입니다.

건담 vs를 즐기는 분이라면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스트리트 파이터나 철권류의 레버 입력식 대전을 즐긴다면 다소 쉬워보일지도 모르겠네요.


▲ 갑주가 비슷한 색상이라 캐릭터 구분이 가끔 헷갈리지만 게임 자체는 쉽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대전 격투 게임의 유저로서 즐겨본 세인트 세이야는 분명 철권처럼 띄우기 이후 공중 콤보로 순식간에 상대의 체력을 빼는 스타일리시한 콤보 액션형 격투 게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원작에 나온 캐릭터들의 필살기를 전부 구현한 것은 물론 간단한 조작법만 익혀도 서로간의 큰 실력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친구와 함께 즐기기에는 제격이었습니다. 특히, 원작이 미소년이 많이 나오고 조작도 어렵지 않다보니 여성 분들이 많이 시연하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혹시 만화를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고, 그 친구와 함께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만화 원작의 게임을 찾는다면 세인트 세이야 솔져스 소울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호쾌한 타격감과 과도한 탓에 더욱 끌리는 화려한 연출이 매력적!


▲ 애니메이션 아닙니다, 게임 중인 화면입니다


▲ 원작 구현 퀄리티는 후덜덜한 정도. 팬이라면 즐겁게 할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