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를 준우승이 딱 어울리는 팀이라며 도발을 하고 있다.

이번 10일, 롯데월드 가든스테이지에서 열리는 SK텔레콤 스타2 프로리그 2015 통합 결승전에 진출한 SKT T1과 진에어 그린윙스의 얘기다. '준우승은 너희한테나 꼭 맞는 성적'이라며 서로를 도발하는 SKT와 진에어. 사실 듣고보면 둘 다 말은 된다.

SKT는 2014 프로리그 당시 정윤종, 김민철, 원이삭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은 다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역대 최강의 라인업을 꾸린 팀이었다. 도저히 우승을 못하려야 못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통합 결승전에서 kt는 테란 라인이 없다는 약점을 찔렀고, 여기에 당한 SKT는 그토록 강한 선수들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우승에 실패했다.

게다가 선수들 중에도 어윤수, 박령우, 조중혁 등 결승 무대와 악연이 쌓인 선수들이 많다. 박령우는 KeSPA컵에서 2회, 조중혁은 스타리그에서 2회, 마지막으로 어윤수는 GSL에서 4연속 준우승을 하며 전설적인 존재로 남아 대우 아닌 대우를 받고 있다. 이번 무대가 개인리그 결승은 아니지만 자신의 패배가 팀의 패배와 직결될 수 있다는 부담감, 그리고 그간 결승에서 겪어온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평상시와 같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진에어도 상대 팀을 준우승 팀이라고 마냥 도발을 날릴 수는 없는 입장이다. 본인들 역시 2015 프로리그에서 라운드 결승전에만 세 번 올라가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중 두 번이 SKT에게 당한 패배다. 1라운드에서는 박령우를 막지 못해서, 3라운드에서는 이신형과 조중혁이라는 두 테란을 막지 못해서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사실 SKT보다 결승 무대가 더 부담이 될 만한 쪽은 진에어다. SKT는 2015 정규시즌 동안 두 번의 라운드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이뤘지만 진에어는 3회 준우승이 전부다. 거기다 1라운드는 완패, 2라운드는 우승 직전에 역스윕, 3라운드는 풀세트 접전 끝에 패배로 패턴까지 다양하게 패배했다. 상황이 조금만 안 좋게 흘러가면 선수들의 라운드별 결승전 트라우마가 발동될 수도 있다.

양 팀은 1세트에서 김지성(SKT), 김도욱(진에어)를 꺼내며 최고 전력을 일단 아껴뒀다. 김도욱이 공식전 테란전만 9연패를 하고 있는 반면 김지성은 3연승으로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운영 싸움으로 갈 경우 김지성의 승리가 확실시 되기 때문에 SKT 입장에서는 '날빌'만 조심하면 되는 기분 좋은 상황이다.

2세트에선 네이버 스타리그 시즌1 결승 리매치인 조중혁(SKT)과 조성주(진에어)가 대결한다. 둘 다 최근 분위기가 마냥 좋지는 않다. 조중혁은 개인리그 시즌1 때만 해도 당대 최고의 테란이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그것도 급속도로 무너지면서 개인리그에서 아예 모습을 감췄고 프로리그에서도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조성주는 GSL 시즌3 4강까지 갔지만 이신형(SKT)에게 1:4로 패배하면서 테테전 바이오닉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다.

3세트는 양희수(진에어)가 지게 될 부담이 크다. 상대가 SKT의 최고 전력 중 하나인 어윤수(SKT)인 것도 있고, 자신이 이번 결승전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전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어윤수 입장에서는 낙승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양희수는 자신이 '날빌'을 쓸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는 상대의 의표를 찔러 역으로 두 번 꼬는 심리전을 걸어 전태양(kt)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어윤수는 상대의 다중 심리 트릭과 결승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4세트는 이번 결승전 최고의 빅매치다. 최근 개인리그를 제패한 이신형과 통합 포스트 시즌 8전 전승, 프로리그 최초 역올킬에 빛나는 김유진(진에어)의 대결이 펼쳐진다. 두 선수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데다 김유진이 괴상한 전략만 들고 나오는 선수도 아니고, 이신형이 전략을 못 거는 선수도 아니기 때문에 어떤 양상의 경기가 펼쳐질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가 힘들다. 다만 한 가지, 이 4세트를 잡는 팀이 이번 프로리그 결승전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말은 할 수 있겠다.

5세트 역시 빅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힘으로 대표되는 저그 박령우(SKT)와 이 시대 최고의 '뇌섹남' 저그 이병렬(진에어)이 맞붙는다. 이병렬 최대의 약점이 저그전이지만 오히려 최근 저그전은 7승 3패를 기록 중이고, 박령우는 53%가 넘는 저그전 승률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저그전이 3승 7패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병렬의 최고 장점인 기발한 전략이 다소 제한되는 동족전이지만 그래도 이병렬이 뭔가를 들고 나올지, 아니면 박령우가 자신의 힘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6세트는 이번 결승전에서 SKT의 유일한 프로토스인 김도우(SKT)와 진에어의 세 번째 프로토스 카드 조성호(진에어)의 대결이다. 둘 다 최근 전적, 프로토스전 모두가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김도우가 확실하게 우위에 있고, 극단적인 전략 또한 종종 꺼내들기 때문에 조성호가 이 불리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가 중요하다.

평균 전력은 SKT가 더 위에 있지만 진에어 역시 종족별 3대장으로 불리는 김유진, 이병렬, 조성주 만큼은 SKT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진에어의 다른 선수들이 막강한 SKT 선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둬주느냐, 반대로 SKT 입장에서는 상대적 약체인 진에어의 다른 선수들의 노림수를 얼마나 잘 피하느냐에 따라 이번 결승전 향방이 결정날 것이다.


■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5 통합 포스트 시즌

결승전 SKT T1 VS 진에어 그린윙스
1세트 김지성(T) VS 김도욱(T) 코다
2세트 조중혁(T) VS 조성주(T) 에코
3세트 어윤수(Z) VS 양희수(P) 철옹성
4세트 이신형(T) VS 김유진(P) 바니연구소
5세트 박령우(Z) VS 이병렬(Z) 테라폼
6세트 김도우(P) VS 조성호(P) 캑터스밸리
7세트 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