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도 너무 강하다. 도저히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는다.

프랑스 파리 르 독 풀먼에서 펼쳐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에서 SKT T1(이하 SKT)의 경기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SKT의 경기를 지켜본 많은 팬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SKT는 롤드컵 내내 밴픽, 라인 설계, 운영, 한타, 오브젝트 등 어느 하나 떨어지는 점이 없었다.

모든 라인이 1인분 이상을 하면서 SKT는 무결점으로 그룹 스테이지 6전 전승을 기록했다. 특히 탑 라이너 '마린' 장경환과 원딜 '뱅' 배준식의 활약이 그야말로 눈부셨다. 장경환은 어떤 팀의 어떤 탑 라이너를 상대로도 주도권을 내준 일이 없었다. EDG와의 1차전에서 레넥톤을 고른 장경환은 '어메이징J'의 다리우스를 솔로킬하면서 10킬 0데스를 기록하는 등 전 경기에서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뱅' 배준식은 그야말로 원딜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인전에서 안정적으로 cs를 수급하고 한타에서는 위치를 잘 잡아 죽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딜을 잘 넣는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행동하긴 힘든 이 과정을 배준식은 완벽하게 수행했다.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배준식의 KDA 총합은 27킬 1데스 44어시스트. 아마추어를 상대한 것도 아니고 프로 대 프로, 그것도 롤드컵에 진출한 선수들끼리의 대결에서 겨우 한 번 목숨을 내준 것이다.

장경환이 전방에서 상대를 휘젓고 배준식이 뒤에서 폭격을 퍼붓는 그림을 계속 만들어내면서 SKT는 6전 전승을 거뒀다. 언제나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페이커' 이상혁,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 'Easyhoon' 이지훈도 있었고, 항상 상대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벵기' 배성웅, 배준식과 팀에게 최고의 판을 깔아주는 '울프' 이재완 등 선수 하나하나가 세계구급 클래스를 자랑한다.

진출 결정전을 뚫고 힘겹게 올라온 대만의 AHQ는 이제부터 이런 SKT를 상대해야 한다. AHQ 역시 분명히 강점이 있는 팀이다. 미드라이너 '웨스트도어'의 스플릿 운영은 이미 정평이 나 있고 원딜 'AN'은 조별 예선에서 징크스로 C9을 그야말로 압도하면서 징크스 장인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둘을 제외한 다른 세 선수가 특별히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는 못했고 프나틱과의 2차전에서는 경기가 장기화되자 운영적인 측면에서 몇 차례 실수가 나오면서 다 이긴 경기를 역전패 당하기도 했다.

SKT가 조별 예선을 치르는 동안 특별할 것이 없는 픽만을 선보였다. 평소 SKT의 픽풀을 생각해 봤을 때 무언가 준비한 카드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이제부턴 그 카드를 꺼낼 때가 왔다. 전력상 SKT가 너무나도 우세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만에 빠지거나 상대를 얕잡아보고 방심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100%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5 8강 2경기

SKT T1 vs AHQ - 한국 시각 17일 오전 1시
- 5판 3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