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트, SKT T1의 2차 타워가 이번 대회 처음으로 파괴당하고 오리젠이 칼 같은 바론 오더로 사냥에 성공했을 때 마음 한 켠에 '혹시 SKT T1이 패배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심은 길게 가지 않았다. 운영으로 승부를 건 오리젠은 운영으로 SKT T1에게 패배했다.

한국 시각으로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시즌5 4강 1경기에서 SKT T1이 오리젠을 3:0으로 제압했다. SKT T1의 공격력은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강해졌다. 마지막 3세트 '페이커' 이상혁이 출전했을 때, 오리젠은 1세트의 날카로움을 모두 잊은 듯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SKT T1 vs 오리젠의 4강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되짚어 보자.


■ 없는 퇴로도 만드는 '소아즈'의 날카로운 경기감각

1세트, 오리젠의 감각이 얼마나 살아있는 지 잘 보여주는 영상이다. 탑 라인에 갱킹을 시도한 '벵기' 배성웅과 추격하는 '마린' 장경환. '소아즈'는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끝내 살아갔다. 여러 번의 속임수와 기지로 끝내 빛을 봤다.

자르반 4세의 추격을 받는 '소아즈'가 선택한 첫 번째 속임수는 점멸의 위치다. '소아즈'는 상대의 시야가 없는 벽을 넘어 아군 기지 쪽이 아닌 적군 기지 쪽으로 점멸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는 벽을 넘어온 자르반 4세에게 금세 발각당했다.

두 번째 '소아즈'의 선택은 탑 라인의 풀숲과 순간이동 활용이다. '소아즈'는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부시도 숨어 들어가 마치 상대가 부시로 진입할 때 반대편으로 도망가려는 듯 상대가 착각하게 만든 후 순간이동을 통해 아군 진영으로 복귀했다. '소아즈'의 케넨은 이때 무사 생환 덕분에 후반에도 궁극기를 통해 존재감을 계속 보여줬다.




■ 운영에는 운영으로! 상대의 빈 틈을 통해 역전하는 SKT T1

오리젠의 1세트 초반 운영은 팀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정수였다. 라인 스왑을 건 이유도 맞라인전을 피해 탑 라이너 '마린' 장경환의 캐리력을 억제하고 경기를 후반으로 끌고가려는 수였다. 오리젠의 운영은 이들이 바론 사냥을 할 때까지 물 흐르듯 잘 이어졌고,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SKT T1은 무너지지 않았다. 상대가 운영을 통해 앞서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끝까지 자신이 취해야할 이득을 버리지 않고 챙겼고 이 기반을 바탕으로 천천히 역전해갔다. 오리젠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싸움에서도 조금씩 팀 파이트가 어그러졌다. 결국, 운영으로 승부를 보려던 오리젠은 다음 장면에서 가장 큰 실수를 하며 사실상 경기를 그르치게 된다.

장경환의 피오라를 혼자 마크할 수 없는 상황. SKT T1은 이를 이용해 바론 쪽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윽고 한타가 시작되었고 '소아즈'의 케넨은 고민을 했다. 바론에서 한타에 참여할 것인지, 장경환의 피오라를 막고 봇 억제기를 지킬지. '소아즈'의 선택은 바론 한타였고, 아지르의 궁극기에 막히며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장경환은 이 틈에 억제기를 파괴, 승부의 유리한 고지를 확고히 점했다.




■ '니엘스'의 트리스타나에 분풀이하는 '뱅' 배준식 시비르

'니엘스'는 모든 해설가, 전문가가 이야기한 오리젠의 강점이었고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 '뱅-울프'와의 라인전에서도 거친 딜교환을 보여줬고, 전체적인 포지션과 가한 피해량도 매우 준수했다. '엑스페케'에 상대적으로 주목은 덜 받았지만 '니엘스'는 오리젠의 숨은 에이스다.

배준식은 그런 '니엘스'를 상대로 분풀이하듯 몰아쳐 킬을 따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점멸'을 사용해 진입했고 정확한 계산으로 상대를 죽음에 몰아넣었다. 잡을 확신이 있었거나 적어도 상대를 전장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배준식은 지난 경기에도 트리스타나로 '앞점프'를 뛰어 아군을 살리고 상대를 몰아내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가 상대와 자신의 상황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