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LoL 팬들의 축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의 결전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시즌 결승전 무대로 재연됐다. 그간 있었던 모든 리그 서열의 논란을 실력으로 잠재우고 LCK가 세계 최고의 리그임을 증명해낸 자랑스러운 두 팀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시련과 고난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갖은 시련과 풍파에도 쓰러지지 않고, 독기를 품고 성장의 양분으로 삼아 롤드컵 3연속 우승 지역이라는 엄청난 기록과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타이틀을 가져온 것이다. 그들이 어떤 역경을 이겨내고 LCK를 다시 한 번 최고로 만들 수 있었는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살펴보자.


■ 올드 루키들의 유쾌한 반란 - 쿠 타이거즈


쿠 타이거즈의 전신은 후야 타이거즈다. 2014년 11월 14일 창단한 후야 타이거즈는 LCK 스프링에서 GE 타이거즈로 팀 명을 바꾸었다. '고릴라' 강범현이 주축이 되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나진 출신 선수들과 예전부터 잠재력 있는 탑 라이너로 평가받던 '스멥' 송경호를 끝으로 팀 구성을 마쳤다. 강범현과 '프레이' 김종인을 제외하고는 성적으로는 딱히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는 올드 루키들이었다.

창단과 동시에 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LCK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선수들이 해외로 많이 떠난 상태였기에 충분히 LCK 본선 시드 중 한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의견. 최초의 LoL선수 출신 정노철 감독은 해설가로 활동할 당시 수준 높은 게임 이해도를 보여줬기에 대부분이 긍정적인 예측을 했다.

반면, IM에서 무리한 모습을 보이던 '스멥'이 팀을 망칠 것이다. 나진 소드의 약점이던 '호진'이 팀의 화합을 깰 것이다. 한 시즌을 쉬어 실전 감각이 떨어진 '프레이'가 불안하다. '쿠로'는 개성 없는 미드 라이너다. 등등의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비난들은 GE 타이거즈의 선전에 사라졌다.

활동할 무대와 팀에 대한 '결핍'을 겪은 올드 루키들은 '독'을 품고 준비 기간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할 준비를 마쳤다. 2015 스프링 시즌에서 GE 타이거즈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1라운드 전승.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고 평가받던 선수들이 모였다곤 하나, 운영과 밴픽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불리한 상황을 가볍게 뒤집어내는 한타 능력 또한 엄청났다. 올드 루키들이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낸 것이다. GE 타이거즈의 승승장구는 계속될 것만 같았다.


■ 첫 번째 시련 -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IEM 월드 챔피언십


하지만 그들에게 첫 번째 시련이 내려졌다. IEM 월드 챔피언십(이하 IEM). 한국 팬들은 오랜만의 국제무대고, LCK가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었기에 리그 전승 1위인 쿠 타이거즈의 선전을 기대했다. 준결승 1경기까지의 흐름은 좋았다. 빈틈없는 운영으로 WE에게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어진 2경기에서 '쿠로' 이서행이 야스오를 선택했고 1경기와는 반대로 완패를 했다. 기세가 꺾인 GE 타이거즈는 3경기에서도 무너졌고, 한국 팬들의 자부심도 흔들렸다.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비난도 거셌다. 세계 곳곳에서 LCK는 기존 선수들의 해외 진출로 약해진 상태고, 호랑이가 없는 굴에 여우가 왕 노릇 한다는 의견이 국내외 커뮤니티 사이트를 달궜다. 하물며, 중국 하위권 팀인 WE에게 졌으니 중국 리그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이 동시에 엄청 커져 버렸다.

▲ IEM에서 WE에게 참패한 쿠 타이거즈

한국에 돌아온 GE 타이거즈는 IEM 부진을 떨쳐내고 그들의 제 기량을 뽐내며 2라운드에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여름이 다가옴과 함께 기량이 상승한 kt 롤스터와 다시 무적함대의 포스를 뿜어내기 시작한 SKT T1에게 패배했지만, 16승 2패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스프링 정규 시즌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 두 번째 시련 - 부활한 SKT T1의 희생양이 된 호랑이


스프링 결승전에서 두 번째 시련이 다가왔다. 시즌3의 절대자 SKT T1이 GE 타이거즈를 3:0으로 결승전에서 잡아내고, 전 세계에 부활을 알렸다. SKT T1의 희생양이 된 쿠 타이거즈는 2015 섬머 시즌 1라운드 시작과 함께 부진에 빠졌다. 연습 경기 성적이 좋지 않았고, 인터뷰에서 분위기에 따라 경기력이 갈린다고 몇 번 말할 정도로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기복이 심한 것이 성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새로운 스타일의 정글러 '위즈덤' 김태완에게 적응하는 것도 이들의 부진에 한 몫을 보탰다.

하지만 호랑이는 아직 가죽을 남길 때가 아니었다. 스폰서의 사명 변경으로 쿠 타이거즈가 된 GE 타이거즈는 시즌 초기의 부진을 딛고, 다시 포효했다. 섬머 시즌을 최종 4위로 마무리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CJ 엔투스를 3:0으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기세가 잔뜩 오른 kt 롤스터에게 2:3으로 패배했지만, 결국 SKT T1의 우승으로 서킷 포인트 합산으로 쿠 타이거즈가 롤드컵 직행에 성공했다.


■세 번째 시련 - 롤드컵 진출과 함께 사라진 스폰서. 늑대에게 물린 호랑이 조별 예선 2위


롤드컵 직행에 성공한 쿠 타이거즈에게는 밝은 내일만 있을 것 같았다. 이때 9월 28일 파리로 출국한 쿠 타이거즈에게 이틀 뒤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스폰서인 쿠 TV가 9월 30일부로 한국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다. 그럼에도 쿠 타이거즈는 조별 예선 1일 차에서 완승을 했다. 대회 최고의 '꿀 조'로 꼽힌 A조이기에 쿠 타이거즈가 전승으로 1위 진출을 하고, 해외 팀들에게 약하다는 평을 씻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조별 예선 2일 차에서 만난 플래쉬 울브즈가 다시 쿠 타이거즈에게 1패를 안기며 IEM의 악몽을 되살아나게 했다. 각 팀과 2경기씩 총 6경기를 붙는 조별 예선에서 호랑이가 늑대에게 완패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의 상대는 플레이오프에서 쿠 타이거즈에게 패배를 안긴 kt 롤스터였다.

복수와 함께 4강 진출이 걸린 8강에서 쿠 타이거즈가 kt 롤스터를 3:1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결과적으로는 조 2위 진출이 전화위복이 됐다. 만약, 조 1위로 진출해 오리젠을 꺾었다면 다음 상대는 SKT T1이었으니까 말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는 속담은 2배 이상 차이 나는 상금 앞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준결승 상대인 프나틱은 유럽 최강의 팀으로 여러 커뮤니티에서 프나틱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플래쉬 울브즈에게 2패를 했다는 전적이 여기서도 쿠 타이거즈를 괴롭혔다.

▲ 프나틱에 '완승'하는 쿠 타이거즈

하지만 쿠 타이거즈는 프나틱을 3:0으로 제압해 그 모든 논란을 실력으로 종식 시켰다. 이제 최종 보스인 SKT T1만 남았다. 현재 쿠 타이거즈의 기세는 정말 좋다. 분위기를 타는 쿠 타이거즈의 성향을 봤을 때 아마 최상의 컨디션일 것이다.

그러나 SKT T1은 이전까지 상대들과 격이 다르다. 롤챔스 스프링, 섬머 시즌을 연달아 우승하고 롤드컵에서 1세트의 패배도 없이 결승에 올라왔다. 모든 것이 완벽해야만 한다. 쿠 타이거즈는 확실히 롤드컵 무대를 양분 삼아 성장했다. 하지만 그 성장이 과연 SKT T1을 넘을 수 있을지는 결승전 무대를 봐야만 확인 가능할 것이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5 결승전

결승전 - SKT T1 vs 쿠 타이거즈(토요일 오후 9시)
-5판 3선